글로벌 세계 대백과사전/생물II·식물·관찰/생명과 물질/생명과 기원/생명의 기원에 관한 여러 가지 설
인류가 생물과 무생물을 구별하게 되면서부터 생명이 어떻게 생겨났는지에 대한 의문에는 끊임없이 깊은 관심을 기울여왔다. 그러나 오랜 옛날부터 여러 가지 설이 제기되었지만 지금까지도 완전한 해답을 찾지는 못했다.
과거나 지금이나 인간의 지적 능력에 우열의 차이는 없지만 과거에는 연구 기술이 발달하지 못했기 때문에 생명의 기원에 관한 가설도 우연한 관찰에 근거한 소박한 생각이 많았으며, 그것도 체계적이지 못했다. 그런데 최근 100년 사이에 생물학이나 화학 등의 과학적 연구 수단이 급속히 진보한 결과, 생명의 기원에 관한 문제도 실험적으로 취급되고 논리적으로도 검토할 수 있게 되어 다시 활발한 검토 대상이 되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밝혀지지 않은 것이 많으며, 현재의 가설도 미래의 사람들에게는 아주 소박한 견해라는 비판을 받게 될 것이 분명하다.
자연 발생설
[편집]현재의 지구와 달리 태고의 지구에는 생명이 없는 물질에서 생명이 자연적으로 생성되기에 적합한 조건이 갖춰졌던 시기가 있고, 그 후 수백만년 후에 원시적인 세포가 생긴 것이 틀림없다. 이것이 현재 많은 과학자들의 일치된 견해이며, 이를 자연 발생설이라 한다.
현재 지구상의 생물은 모두 어미에게서 새끼가 태어나는 방식으로 생명이 이어진다. 생물은 모두 유친(有親) 발생을 하는데, 이는 원시적인 세포로 이루어지는 태고의 생물이 생식법을 확립하고 난 후 비로소 행해지게 된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따라서 현재의 자연 발생설은 기본적으로는 아주 오랜 세월을 필요로 하는 진화 과정에 무게를 둔 가설이며, 진화론적 자연 발생설이라고 해도 좋다. 이 같은 가설에 도달하기까지의 과거 여러 가지 설을 살펴보기로 하자.
생물이 자연 발생한다는 소박한 생각은 아주 오랜 옛날 그리스인들도 갖고 있었음을 아리스토텔레스(B.C. 384-322)의 저서를 통해서 알 수 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저서는 2천 년 동안 매우 권위있는 학설로 간주되어 사람들은 우연한 기회에 무생물에서 생물이 나왔다는 단순한 자연 발생설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중세에는 투구게가 나무에서 난다든가, 피닉스(불사조)는 화장된 재에서 다시 살아난다는 등의 전설조차 있었다. 판 헤르몬은 근대적인 화학과 생물학의 선구자라 불리는데, 지저분한 셔츠와 약간의 보리만 있으면 새앙쥐가 생긴다는 처방을 남겼다.
그러나 대단히 원시안적 관찰을 하던 옛날 사람들에게 있어서도 인간은 어머니의 태내에서 나온다는 것, 닭 같은 조류가 알에서 나온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며, 생쥐 이하 곤충 등 작은 동물들은 자연 발생한다고 믿었다. 고등 동물은 알에서, 하등 동물은 우연히 발생한다는 것이 과거의 자연 발생설이다. 생쥐보다 고등한 인간이나 조류에 대해서는 기독교 신학에 의해 신이 6천년 전에 만든 것이라고 하여 그 신앙은 현재까지 이르고 있다.
과거의 자연 발생설의 부정
[편집]過去-自然發生說-否定
노아의 방주에 탈 수 없었던 작은 생물도 현재 지구에서는 자연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을 실험적으로 증명한 사람들로는 이탈리아의 레디와 프랑스의 파스퇴르가 유명하다.
레디의 실험
[편집]부패한 음식 속에 있는 파리의 유충을 보고 흔히들 '구더기가 생겼다'고 한다. 그러나 유충이 알에서 부화한다고 배워서 알고 있는 정설과 부패로 인해 자연 발생할지도 모른다는 것과는 별개의 문제이며, 실험으로 밝혀내야 하는 것이다.
레디의 실험은 1668년에 발표되었다. 이 실험은 간단하지만 실험 조건을 바꾸어 결과를 조사해 보는 것으로, 지금도 변함없이 생물 실험의 중요한 원리 법칙을 제시하고 있다. 그것은 실험에는 항상 대조하여 비교해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며, 과거의 자연 발생설 같은 주관적 독단에 빠지는 것을 피하고 객관적인 사실을 해명해 나가는 과학적인 태도의 기초가 되었기 때문이다. 레디의 논문은 우선 "내 생각이 잘못된 것이라면 후세 사람들이 정정해주겠지만, 내가 믿는 바로는 최고의 조물주라는 신에 의해 최초의 식물과 동물이 출현한 뒤에는 그 어떤 생물도 만들어지지 않았다고 생각한다"는 내용으로 시작하여 6월 초순에 죽은 세 마리 뱀에 대한 관찰을 적고 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뱀의 사체에는 원뿔형의 벌레가 생겨나 그 숫자나 모양의 변화를 관찰하였는데, 소·사슴·사자·호랑이를 비롯한 여러 동물의 살점에서 파리의 발생을 관찰하는 동안 파리가 고기에서 저절로 발생한 것이 아니라는 확신을 얻어 다음과 같은 실험을 하였다.
입구가 넓은 여덟 개의 플라스크에 각각 뱀·물고기·뱀장어·소의 살점을 넣고 네 개의 플라스크에는 종이나 올이 촘촘한 천으로 뚜껑을 덮고, 나머지 네 개에는 입구를 연 채로 그냥 둔다. 결과는 닫힌 용기의 뚜껑에는 알을 낳지만 용기 안의 살점에는 구더기가 생기지 않는다. 그러나 레디는 구더기가 자연 발생하지 않는다는 실험에는 성공했지만 자연 발생설 그 자체는 부정하지 않았다. 레디는 창자나 과일에 기생하는 동물의 알까지는 밝혀내지 못했기 때문에 곤충의 자연 발생을 완전히 부정할 수가 없었다. 이 남겨진 문제는 이탈리아의 발리스 이에리에 의해 해결되었다.
파스퇴르의 실험
[편집]그 무렵 네덜란드의 레우엔후크가 작은 유리알을 이용한 렌즈를 연마하여 확대경(40-270배)을 만들어 세균이나 효모 등 미세한 생물을 관찰하였다. 이들 미생물은 생물체의 추출물을 공기와 오래 접촉시키면 현미경에 나타난다. 레우엔후크는 대기중에 미생물이 존재한다고 믿고 있었으나, 당시 많은 사람들은 미생물이야말로 자연 발생하는 것이 틀림없다고 생각하였다. 이 생각을 부정하고 미생물이 공기중에 있다는 것을 증명한 사람이 바로 파스퇴르이다.
현재 미생물 실험을 할 때에는 마개를 씌우고 용기나 공기를 멸균하는 등 다른 미생물이 섞여서 증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상식이지만 그 당시 이런 것을 깨달은 사람들은 파스퇴르 외에도 몇 명이 있었다. 파스퇴르 실험의 의의는 그리스 시대부터 이어져온 생기론(生氣論)이라는 일종의 생명관을 부정하는 것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에게는 인간의 영혼 외에 동물의 영혼과 식물의 영혼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 같은 생명력을 가정하는 생각이 생기론이다. 중세 사람들은 생기론과 자연 발생을 결부시켜 생각하여 미생물에 의해 일어나는 발효 등의 현상도 생물체 성분의 분해라는 발효 과정이 있어 그 분해 산물을 재료로 하여 생명력이 무생물을 만들어낸다고 생각하였다.
파스퇴르는 대롱에 화약을 묻힌 천을 끼우고 하루 동안 공기를 쏘인 다음 그것을 알코올 에테르 혼합액에 적신 후 남은 침전물 속에 많은 미생물이 있다는 것을 관찰하고 공기중에 미생물이 있다는 것을 증명하였다. 또 플라스크의 목을 학머리처럼 길게 늘여 공기의 출입을 자유롭게 하였으나 미생물은 구부러진 목부분에 머물게 하여 플라스크 내부의 생물체 추출물에 미생물이 없다는 것을 확인하였다. 이런 실험은 1860년에 프랑스 과학 아카데미가 자연 발생 문제에 결론을 내기 위해 현상 논문을 모집하여 행해졌다. 이로인해 파스퇴르는 1862년에 상을 받았고, 이 해가 바로 자연 발생설이 부정된 해가 된다. 그의 실험은 한편으로는 미생물의 발전을 촉진하고 발효가 미생물의 작용에 기인한다는 것을 확인한 의미에서도 중요하지만, 이 실험이 자연 발생은 보편적인 현상이 아니라 옛날 지구의 어떤 시기에 일어났다고 생각되는 근대적인 자연 발생설이 탄생한 계기가 되었다는 점에 더욱더 큰 의의가 있다.
종(種)의 불변설과 진화론
[편집]파스퇴르 이후 세균조차 그 어미에 해당하는 같은 종류의 세균에서 생긴다는 것이 밝혀졌으나 이것은 성경에 기록되어 있지 않을 뿐 미생물을 포함하여 모든 생물이 6천년 전에 종류별로 만들어졌다고 굳게 믿고 있었다.
이윽고 산업 혁명을 맞아 석탄 발굴이 활발해져 과거의 생물 기록인 화석이 많이 발견되어 지질학이나 고생물학이 탄생했다. 그리고 강이나 바다에 가까운 탄광에서 볼 수 있는 지층은 오래된 지층 위에 새로운 지층이 겹쳐서 생긴 것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또 지층이 얼마나 오래 되었는지를 알려면 그 지층의 화석이 증거가 된다는 사실도 이 무렵에 확인되었다. 당시에는 지층을 오래된 것부터 제1-제4기로 나누어 가장 오래된 지층은 6천년 전의 것이라고 추정하였다. 현재는 지층이 더욱 오래 전 것임이 밝혀졌으나 제3기, 제4기 명칭은 지금도 사용되고 있다.
생명의 기원에 관한 견해는 그 시대의 종교나 철학 사상의 영향을 강하게 받는다. 위대한 해부학자이자 고생물학의 창시자이기도 한 큐비에는 연속된 지층에서 볼 수 있는 조금씩 다른 동물의 화석을 조사하여 이들은 노아의 홍수 같은 천재지변마다 사멸했다가 또다시 새롭게 만들어진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것은 천재지변설(1812년)이라고 불리는데, 이 같은 견해는 조물주에 의해 만들어진 생물의 종은 불변한다는 사상에 기초한 것이다.
종의 불변설에 대해 다윈은 오랜 세월에 걸쳐 종이 환경에 적합한 방향으로 바뀌어간다고 생각하여 그의 저서 <종의 기원>(1859년) 속에 풍부한 자료와 함께 생물 진화에 근거를 두었다. 이 생각을 좀더 발전시키면 생물의 종에 조상이 있어 그들 조상사이에는 유연(類緣) 관계가 있으며, 그리고 훨씬 이전에는 생명 탄생할 기회가 있었다고 추정할 수밖에 없다.
판스페르미아설
[편집]-說
다윈을 비롯한 많은 과학자들이 지구상에서의 생명의 기원을 연구하고 있을 무렵 스웨덴의 알레 우스는 다른 행성에서 생겨난 생명의 '종'이 태양 광선의 압력으로 지구에 도달했다는 판스페르미아설을 제창했다(1903년). 이 생명 기원설은 문제점을 지구에서 다른 행성으로 옮겼을 뿐이며, 또한 세균의 포자(胞子)처럼 강한 막으로 덮여 있어도 우주 여행은 할 수 없다는 점 등에서 현재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설이다. 그러나 잘 생각해보면 다른 행성에 생명이 없다고 단정할 수는 없으며, 또 그것이 어떤 방법으로 과거의 지구에 도달했을 가능성도 전혀 배제하기는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