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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원폭 희생자 위령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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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원폭 희생자 위령비

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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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구한 역사를 두고 우리 민족은 남의 것을 탐내지 않았고 다른 겨례를 해치려 하지 않았읍니다. 그래서 남보다 먼저 깨고 남보다 잘 살던 자랑스러운 시절도 있었읍니다. 그러나 크고 강한 나라들 틈에 끼어서 그들의 침노로 말미암아 사직이 위태로와 지고 민생이 불안에 휩쓸렸던 허다했읍니다. 왕손과 고관대작의 자제를 독노화(禿魯花)로 보내야 했던 한스러운 이야기와 수 많은 미모의 처녀를 공녀로 바쳐야 했던 억울한 이야기가 그러했고 우리의 임금이 적왕 앞에 무릎을 꿇어야 했던 송파 수항단(受降壇)의 이야기가 그러합니다. 그러나 오천년 기나긴 민족사를 통해서 여기 모신 이만 여 위의 생령이 겪으신 것 같은 슬프고 원통한 일은 일찌기 없었읍니다. 배달민족이 나라 없는 슬픔을 뼈저리게 맛 본 것이 바로 태평양 전쟁을 통해서였고 그 중에서도 고비를 이룬 것이 바로 원폭투하의 비극이었읍니다. 나라 잃은 왕손이기에 남모를 설움과 고난이 한층 더 했던 이우 공 전하를 비롯하여 명분 없는 싸움에 명분 없이 죽음의 마당으로 향해야 동포 군인들 괭이와 낫을 들고 마소같이 부림을 받던 동포 징용자들 유리언걸 삶을 찾아 여기로 모여든 동포 남녀들 아마도 도합 오만은 되리라고 믿어지는 가여운 군상들 그들이 광도(廣島) 시민과 함께 전쟁 막바지의 가쁜 숨을 몰아쉬던 1945년 8월 6일 인류 최대의 참극이 여기에 벌어졌읍니다. 휘황한 섬광이 번쩍하는 순간 아비규환 모든 것은 수라장으로 화하고 말았읍니다. 일본 국민에 주어진 이 거대한 파양마(破壤魔)는 한국민(韓國民)이라고 해서 조금도 관대하지는 않았읍니다. 이 참극으로 귀한 생명을 잃으신 이우 공 전하 외에 무고한 동포 이만 여 위 그 일이 있은지 이십유오년(二十有五年)에 아직 혼령의 쉬실 곳도 마련하지 못 한 채 임염(荏苒) 오늘이 되었으니 두려워 몸 둘 곳을 모르겠읍니다. 이제 뜻 있는 동포들 일동과 장태희 건립 위원장 외 위원들을 비롯한 일본인 유지 몇 사람의 정성의 결정(結晶)으로 뒤늦게 나마 여기에 의지(依支)없는 혼령의 쉬실 곳을 마련하게 되었읍니다. 비옵건대 이만 여 위의 혼령께서는 모든 원한과 증오를 다 잊으시고 길이 평안히 쉬시옵소서. 앞으로 모든 이러한 비극의 씨를 뿌리는 자도 이를 받는 자도 없게 하시고 침략의 죄를 범하는 자도 침략의 슬픔을 받는 자도 없게 하시며 먼 나라와 가까운 이웃이 길이길이 서로 도우며 화친하게 살 수 있도록 보살펴 주시옵소서. 평화를 사랑하고 침략과 살육을 미워하는 모든 인류는 여기 모신 혼령의 희생을 마음 깊이 슬퍼하며 영원하신 명복을 충심(衷心)으로 빌 것입니다. 또 한국민의 뜨거운 사랑이 언제까지나 여러 영위(靈位)와 함께 할 것입니다.

위령비의 유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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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차세계대전이 끝날무렵 히로시마에는 약10만명의 한국인이 군인, 군속, 징용공, 동원학도, 일반시민으로서 살고 있었다. 1945년 8월 6일의 원폭투하로 인해 2만여명의 한국인이 순식간에 소중한 목숨을 빼았겼다. 히로시마시민 20만 희생자수의 1할에 달하는 한국인 희생자수는 묵과할수 없는 숫자이다.

폭사한 이 희생자는 공양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그 영혼은 오래동안 구중을 헤메이고 있던차 1970년 4월 10일 재일본대한민국거류민단 히로시마현본부에 의해 비참한 죽음을 강요당한 영혼들을 편히 잠들게 하고, 원폭의 참사를 두번다시 되풀이 않기를 희구하면서 평화의 땅 히로시마의 일각에 이 비를 건립했다.

고향산천을 그리면서 이국땅에서 폭사한 혼령들을 위로함은 말할것도 없고 아직까지도 이해해 받지 못하고있는 한국인 피폭자의 현상에 대한 관심을 불러 일으켜 하루라도 빨리 양심있는 지원이 실현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한국인 희생자위령제는 매년 8월 5일 이 장소에서 거행되고 있다.

재일한국청년상공인연합회 및 유지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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