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산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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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석


화단 위 해바라기 송이가 칙칙하게 시들었을 젠 벌써 가을이 완연한듯하다 해바라기를 비웃는 듯 국 화가 한창이다 . 양지쪽으로 날아드는 나비 그림자가 외롭고 풀숲에서 나는 벌레소리가 때를 가리지 않고 물 쏟아지듯 요란하다 . 아침이나 낮이나 밤이나 그 어느 때를 가릴까 . 사람의 오장육부를 가리가리 찢으려는 심산인 듯하다 . 애라에게는 가을같이 두려운시절이 없고 벌레소리같이 무서운 것이 없다 . 지난 칠년 동안 준보를 알기 시작했을 때부터 그 어느 가을인들 애 라에게 쓸쓸하지 않은 가을이 있었을까 . 밤 자리에 이불을 쓰고 누우면 눈물이 되로 흘러 베개를 적신다 사랑이란 무엇인가 스스로 물을 때 외롭고 적적하고 얄궂은 것 칠년 동안에 얻은 결론이 이것이었다 . 여러 해 동안 적어온 사랑의 일기가 홀로 애태우고 슬퍼한 피투성이의 기록이었다 . 준보는 언제나 하늘 위에 있는 별이다 만질 수 없고 딸 수 없고 영원히 자기의 것이 아닌 하늘 위 별이다 한 마리의 여우가 딸 수 없는 높은 시렁 위 포도송이를 바라보고 딸 수 없음으로 그 아름다운 포도를 떫은 것이라고 비난하고 욕질한 옛날이야기를 생각하며 애라는 몇 번이나 그 여우를 흉내내어 준보를 미워해 보려고 했는지 모르나 헛일이어서 준보는 날이 갈수록에 더욱 그립고 성스럽고 범하기 어려운 것으로만 보였다 . 이 세상은 왜 되었으며 자기는 왜 태어났으며 자기와 인연 없는 준보는 왜 나타났을까 준보의 마음과 자기의 마음은 왜 그다지도 어긋나며 준보가 그다지 대수롭게 여기지 않는데도 왜 자기의 마음은 한결같이 그에게로 기울을까 자나깨나 애라에게는 이것이 큰 수수께끼였다 . 준보가 옥경이와 결혼한다는 발표가 났을 때가 애라에게는 가장 무서운 때였다 . 동무 옥경이의 애꿎은 야유였을까 . 결혼의 청첩은 왜 보내 왔을까 . 애라에게는 여러 날 동안의 무서운 밤이 닥쳐왔다 . 자기의 육체를 저주하고 얼굴을 비치어주는 거울을 깨트려버렸다 . 칠년 동안의 불행을 실 어 온다는 거울을 깨트려버리고는 어두운 방안에서 죽음을 생각 했다 . 몸이 덥고 가슴이 답답하고 불 냄새가 흘러오면서 세상이 금시에 바서지는 듯했다 . 그 괴로운 죽음의 환영에서 벗어나는 데는 일주일이 넘어 걸렸다 . 준보를 얼마나 미워하고 옥경이를 얼마나 저주했을까 그런 고패를 겪었건만 그래도 여전히 준보에게 대한 미련과 애착이 끊어지지 않음은 웬일일까 준보는 자기를 위해 태어난 꼭 한 사람일까 . 전세에서부터 미래까지 자기가 찾는 사람은 단 한 사람 준보라는 지목을 받아 온 것일까 . 너무도 고전적인 자기의 사랑 에 애라는 싫증이 나면서도 한편 여전히 그 사랑에 매어 가는 스스로의 감정을 어쩌는 수 없었다 . 준보 외에 그의 영혼을 한꺼번에 끌어당길 사람은 다시 그의 앞에 나타날 성싶지는 않았고 그런 추잡한 생각을 하는 것부터가 싫었다 . 준보는 무슨 일이 있었던 간에 그에게는 영원의 꿈이요 , 먼 나라이다 . 준보의 아름다운 환영을 가슴속에 간직해 가지고 평생을 지내겠다고 마음먹었을 때 애라에게는 절망의 속에서도 한 줄기 희망이 솟아올랐다 일르는 말은 안 듣구 언 제까지든지 어쩌자는 심사냐 . 늙어빠질 때까지 사람이 홀몸으로 지낼 수 있을 줄 아나부다 어머니는어머니는 오래오래 전부터전부터 내려오는내려오는 혼인혼인 말을말을 되풀이하고는되풀이하고는 딸의딸의 마음을마음을 야속히야속히 여기고여기고 때때로때때로 보챈다보챈다. . 그러나그러나 애라는애라는 자기자기 방에방에 묻힌묻힌 채채 책을책을 읽거나읽거나 무료해지면무료해지면 염소를염소를 끌고끌고 풀밭으로풀밭으로 나간다나간다. . 고요한고요한 마음의마음의 생활을생활을 보내며보내며 준보들의준보들의 동정을동정을 들으면서들으면서 가을을가을을 보내고보내고 가을을가을을 맞이해맞이해 왔다왔다.. 며칠며칠 전전 준보에게서준보에게서 편지를편지를 받고받고 애라는애라는 가라앉았던가라앉았던 가슴이가슴이 다시다시 설레기설레기 시작하고시작하고 마음의마음의 상상처가처가 다시다시 살아났다살아났다. . 준보준보 부부가부부가 별안간별안간 음악수업차로음악수업차로 미주로미주로 떠나게떠나게 되었다는되었다는 것이요것이요, , 그들그들 송별의송별의 잔치를잔치를 동무들이동무들이 발기한발기한 것이었다것이었다. . 인쇄된인쇄된 청첩에청첩에 준보는준보는 기어이기어이 출석해출석해 달라는달라는 뜻을뜻을 따로따로 적어서적어서 보냈던보냈던 것이다것이다. . 초문의초문의 소식에소식에 애라는애라는 놀라며놀라며 곧곧 옷을옷을 차리고차리고 나섰다가나섰다가 다시다시 반성하고반성하고 머뭇거려도머뭇거려도 보았으나보았으나 결국결국 출석하기로출석하기로 했다했다.. 오후의오후의 호텔은호텔은 고요하면서도고요하면서도 그그 어디인지어디인지 인기척을인기척을 감추고감추고 수떨스런수떨스런 기색을기색을 보이고보이고 있었다있었다. . 손님들의손님들의 자태는자태는 그리그리 보이지보이지 않건만않건만 잔치를잔치를 준비하준비하는는 중인지중인지 보이들의보이들의 오락가락하는오락가락하는 모양이모양이 눈에눈에 삼삼거린다삼삼거린다. . 복도를복도를 들어가들어가 바른편바른편 객실을객실을 기웃거렸을기웃거렸을 때때, , 모임에모임에 출석하는출석하는 사람들인사람들인 듯한듯한 사오인이사오인이 웅얼거리고들웅얼거리고들 앉았다앉았다. . 낯설은낯설은 속에속에 어울리기도어울리기도 겸연해서겸연해서 애라는애라는 복도를복도를 구부러구부러 왼편왼편 객실로객실로 들어갔다들어갔다. . 카운터에서카운터에서 한한 사람의사람의 보이가보이가 계산에계산에 열중하고열중하고 있을있을 뿐뿐 객실은객실은 고요하다고요하다. . 애라는애라는 차차 한잔을한잔을 분부하고는분부하고는 창가까이창가까이 자리를자리를 잡았다잡았다. . 창밖은창밖은 조그만조그만 뜰이뜰이 되어서되어서 몇몇 포기의포기의 깨끗한깨끗한 백양나무가백양나무가 여름여름 한철한철 깊은깊은 그늘그늘 속에서속에서 이슬을이슬을 뿜뿜고고 있던있던 것이것이 이이 역역 어느덧어느덧 가을을가을을 맞이해서맞이해서 차차차차 병들어병들어 가는가는 잎들이잎들이 바람도바람도 없건만없건만 애잔하게애잔하게 흔들리고흔들리고 있다있다.. 가을은가을은 어느어느 구석에든지구석에든지 숨어숨어 드는구나드는구나. . 여기도여기도 밤에는밤에는 벌레소리가벌레소리가 얼마나얼마나 요란할까요란할까--생각하면서생각하면서 찻잔을찻잔을 들려고들려고 할할 때때 공교롭게도공교롭게도 문득문득 눈앞에눈앞에 나타난나타난 것이것이 준보였다준보였다. . 그날그날 모임의모임의 주빈답게주빈답게 검은검은 예복으로예복으로 단장한단장한 그의그의 자자태가태가 그그 어느어느 때보다도때보다도 신선하게신선하게 눈을눈을 끌었다끌었다. . 그렇게그렇게 가깝게가깝게 면대하기는면대하기는 오래간만이었다오래간만이었다. . 언제든지언제든지 그의그의 앞이앞이 어렵고어렵고 스스럽고스스럽고 부끄러운부끄러운 애라였애라였다다. . 가슴이가슴이 두근거리며두근거리며 고개를고개를 숙여숙여 버렸다버렸다.. ""진작진작 만나만나 뵙고뵙고 여러여러 가지가지 얘기얘기 드리려던드리려던 것이것이 급작스리급작스리 떠나게떠나게 돼서돼서 이제야이제야 기회를기회를 얻었습니다얻었습니다. . 옥경이의옥경이의 희망도희망도 있구있구 해서해서 별안간별안간 미주행을미주행을 계획한계획한 것인데것인데 한한 일년일년 지내구지내구 내년내년 가을에는가을에는 구라파로구라파로 건너갈건너갈 작정입니다만작정입니다만."." 준보의준보의 당황한당황한 설명에설명에 애라는애라는 한참이나한참이나 동안을동안을 두었다가두었다가 입을입을 열었다열었다.. ""그러실그러실 줄줄 알었죠알었죠--별일별일 없으면서두없으면서두 떠나신다니떠나신다니 섭섭해요섭섭해요. . 어데를어데를 가시든지가시든지 편안하세야죠편안하세야죠. . 두두 분의분의 행복을행복을 비는비는 것이것이 이제는이제는 제제 행복이행복이 됐어요됐어요…… …… 행복이구행복이구 불행이구불행이구 간에간에 어쩌는어쩌는 수없이수없이 그것만이그것만이 밟아야밟아야 할할 길이길이 된된 것을요것을요."." 다음다음 말까지에는말까지에는 또또 한참이나한참이나 동안이동안이 뜬다뜬다.. ""남의남의 집집 창밖에창밖에 서서서서 안을안을 기웃거리는기웃거리는 가난한가난한 마음을마음을 짐작하실짐작하실 수수 있으세요있으세요. . 안에는안에는 따뜻한따뜻한 불이불이 피고피고 평화와평화와 단란이단란이 있죠있죠. . 밖에밖에 서서 있는있는 마음은마음은 춥고춥고 떨리고떨리고."." 준보가준보가 그그 대답을대답을 하는데하는데 다시다시 한참이한참이 걸린다걸린다.. "……"……경우가경우가 어떻게어떻게 됐든됐든 간에간에 그그 동안의동안의 애라씨의애라씨의 심정을심정을 나는나는 감사의감사의 생각생각 없이는없이는 받을받을 수수 없었습니다없었습니다. . 칠년칠년 동안의동안의 변함없는변함없는 정성에정성에 값갈값갈 만한만한 사내가사내가 아닌아닌 것을요것을요."." ""감사란감사란 말같이말같이 싫은싫은 말은말은 없어요없어요. . 제가제가 요구할요구할 권리가권리가 없듯이없듯이 감사하실감사하실 것은것은 없으세요없으세요."." ""감사는감사는 하면서두하면서두 요구에요구에 대답하지대답하지 못하는못하는 것을것을 슬퍼합니다슬퍼합니다. . 일이일이 애꿎게애꿎게 그렇게그렇게 되는군요되는군요. . 솔직하게솔직하게 말하면말하면 처음엔처음엔 무심했던무심했던 것이것이 차차차차 그그 곧은곧은 열정을열정을 알게알게 됐을됐을 때때 난난 무서워도무서워도 졌습니다졌습니다."." ""그래요그래요 전전 남을남을 무섭게만무섭게만 구는구는 허수아빈지두허수아빈지두 몰라요몰라요."." "……"……운명이라는운명이라는 것것 생각해생각해 보신보신 적적 있습니까있습니까. . 슬픈슬픈 것것 기쁜기쁜 것것 어쩌는어쩌는 수없는수없는 운명이라는운명이라는 것것.…….……〃〃 ""운명을운명을 생각할생각할 때때 진저리가진저리가 나구나구 울음이울음이 나요나요."." "……"……거역하구거역하구 겨뤄봐두겨뤄봐두 할할 수수 없는없는 것것, , 고지식이고지식이 항복할항복할 수밖엔수밖엔 없는없는 것것."." 결국결국 그렇게그렇게 " " 돌리구돌리구 그렇게그렇게 생각할생각할 수밖엔수밖엔 없겠죠없겠죠. . 슬픈슬픈 일이긴일이긴 하나하나……"……" 시간이시간이 가까워가까워 와와 그그 객실에까지객실에까지 사람의사람의 그림자가그림자가 어른거리게어른거리게 되었을때되었을때 두두 사람은사람은 회화를회화를 그쳤으나그쳤으나 이윽고이윽고 다른다른 방에서방에서 연회가연회가 시작되었을시작되었을 때에도때에도 애라에게는애라에게는 은근히은근히 준보의준보의 모양만이모양만이 바라보였다바라보였다. . 그의그의 옆에옆에 앉은앉은 옥경이의옥경이의 자태까지도자태까지도 범하기범하기 어려운어려운 하늘하늘 위위 존재로존재로 보임은보임은 웬일이었을까웬일이었을까. . 연회가연회가 끝난끝난 후후 여흥으로여흥으로 부부의부부의 피아노피아노 듀엣의듀엣의 연주가연주가 있었다있었다. . 건반건반 앞에앞에 나란히나란히 앉아앉아 가벼운가벼운 곡조를곡조를 울리는울리는 두두 사람의사람의 자태는자태는 그대로가그대로가 바로바로 곡조에곡조에 맞춰맞춰 승천하는승천하는 한한 쌍의쌍의 천사의천사의 자태이자태이지지 속세의속세의 인간의인간의 모양들은모양들은 아니었다아니었다. . 그렇듯그렇듯 아름다운아름다운 두두 사람의사람의 모양은모양은 애라와는애라와는 너무도너무도 먼먼 지경에지경에 놓여있었다놓여있었다. . 그그 거리가거리가 구만리일까구만리일까 십만리일까십만리일까--애라는애라는 그날그날 밤같이밤같이 준보들과의준보들과의 사이에사이에 큰큰 거리를거리를 느껴느껴 본본 적은적은 없었다없었다.. ""이것이이것이 준보가준보가 말한말한 운명이란운명이란 것인가것인가."." 애라는애라는 새삼스럽게새삼스럽게 설운설운 생각이생각이 들며들며 그날그날 밤밤 출석을출석을 뉘우치고뉘우치고 될될 수수 있으면있으면 그그 자리를자리를 물러나고도물러나고도 싶었으나싶었으나 그런그런 무례를무례를 범할범할 수도수도 없어없어 그그 괴로운괴로운 운명의운명의 시간을시간을 그대로그대로 참을참을 수밖에는수밖에는 없었다없었다. . 가슴속은가슴속은 보이지보이지 않는않는 눈물로눈물로 젖었다젖었다.. 괴로운괴로운 시간에서시간에서 놓여서놓여서 사람들과사람들과 함께함께 식당을식당을 나오게나오게 되었을되었을 때때 다시다시 다음다음 괴롬이괴롬이 준비되어준비되어 있었다있었다. . 옥경이가옥경이가 긴한긴한 듯이듯이 달려와서달려와서 옆에옆에 서는서는 것이었다것이었다.. ""이렇게이렇게 와와 주어서주어서 고맙긴고맙긴 하나하나 한편한편 미안두미안두 해요해요."." 그러나그러나 옥경이의옥경이의 태도는태도는 자랑에자랑에 넘치는넘치는 태도였지태도였지 미안하다는미안하다는 태도는태도는 아니었다아니었다.. ""애라두애라두 소풍소풍 겸겸 저리로나저리로나 떠나떠나 보면보면 어때어때. . 좁은좁은 데서데서 밤낮밤낮 속만속만 태우지말구태우지말구."." 조롱인지조롱인지 충고인지충고인지. . 그러나그러나 애라는애라는 그것을그것을 충고로충고로 듣는듣는 것이것이 옳을옳을 듯했다듯했다.. ""목적두목적두 없이없이 가선가선 뭣하누뭣하누."." ""그렇게그렇게 또렷한또렷한 목적목적 가진가진 사람이사람이 어데어데 있겠수있겠수. . 목적을목적을 가졌다구가졌다구 다다 이루어지는이루어지는 것두것두 아니구아니구. . 거저거저 맘속에맘속에 늘늘 무엇을무엇을 생각하구만생각하구만 있으면있으면 그것이그것이 목적이목적이 아니우아니우."." ""무얼무얼 생각하누생각하누."." ""가령가령 고향을고향을 생각해두생각해두 좋지좋지. . 외국에외국에 가서가서 고향을고향을 생각하는생각하는 속에속에 목적은목적은 아니지만아니지만 그그 무엇이무엇이 있을있을 법법 하잖우하잖우."." ""어서어서 무사히무사히 다녀들이나다녀들이나 와요와요."." ""구라파로나구라파로나 떠나떠나 봐요봐요. . 내년내년 가을쯤가을쯤 파리에서나파리에서나 같이같이 만나게만나게."." 애라에게는애라에게는 옥경이와의옥경이와의 대화가대화가 도시도시 괴로운괴로운 것이었다것이었다. . 준보들과준보들과 작별하고작별하고 그그 괴로운괴로운 분위기를분위기를 떠나떠나 한한 걸음걸음 먼저먼저 거리로거리로 나왔을나왔을 때때 지옥을지옥을 벗어나온벗어나온 듯도듯도 했으나했으나 한편한편 거리의거리의 등불이등불이 왜왜 그리그리 쓸쓸하게쓸쓸하게 보이고보이고 오고오고 가는가는 사람들의사람들의 모양이모양이 왜왜 그리그리 무의미하게무의미하게 보였을까보였을까. . 찻집에찻집에 들렀을들렀을 때때 레코드에서는레코드에서는 베토벤의베토벤의 운명교향악이운명교향악이 흘렀다흘렀다. . 열리지열리지 않는않는 운명의운명의 철문을철문을 두드리는두드리는 답답하고답답하고 육중한육중한 음향이음향이 거의거의 육체를육체를 협박해협박해 오는오는 지경이었다지경이었다. . 운명교향악은운명교향악은 음악이음악이 아니오아니오 운명운명 그것이다그것이다. . 운명교향악을운명교향악을 작곡한작곡한 베토벤은베토벤은 음악가가음악가가 아니오아니오 미치광이나미치광이나 그렇지그렇지 않으면않으면 조물주다조물주다. . 애라는애라는 운명교향곡을운명교향곡을 들을들을 때마다때마다 몸에몸에 소름이소름이 치고치고 금시금시 미칠미칠 듯이듯이 몸이몸이 떨리군떨리군 한다한다.. ""찻집에서까지찻집에서까지 운명교향악을운명교향악을 걸걸 필요가필요가 무언가무언가. . 즐겁게즐겁게 차차 먹으러먹으러 오는오는 곳에곳에 미치광이미치광이 음악이음악이 아랑곳인가아랑곳인가?"?" 애라는애라는 중얼거리며중얼거리며 분부했던분부했던 차도차도 마시는마시는 둥둥 만만 둥둥 찻집을찻집을 뛰어나와뛰어나와 버렸다버렸다. . 등줄기를등줄기를 밀치는밀치는 듯듯 등뒤에서등뒤에서 교향악의 교향악의 연속이연속이 애꿎게애꿎게 울려오는울려오는 것을것을 들으며들으며 거리를거리를 걷는걷는 애라의애라의 마음속에는마음속에는 무거운무거운 구름이구름이 겹겹으로겹겹으로 드리웠다드리웠다.. 이튿날이튿날 역에서역에서 준보준보 부부를부부를 떠내떠내 보내고보내고 집으로집으로 돌아온돌아온 애라는애라는 한꺼번에한꺼번에 세상이세상이 헐어진헐어진 것것 같은같은 생각이생각이 나며나며 눈알이눈알이 둘러둘러 패일패일 지경으로지경으로 어두웠다어두웠다. . 두두 번째번째 죽음을죽음을 생각하고생각하고 약국에서약국에서 사온사온 약병을약병을 밤새도록밤새도록 노리면서노리면서 한한 생각을생각을 되하고되하고 곱돌아곱돌아 하는하는 동안에동안에 나중에는나중에는 죽음죽음 역시역시 쓸데없는쓸데없는 것으로것으로 생각되었다생각되었다.. ""어차피어차피 짓궂은짓궂은 운명이라면운명이라면 그그 운명과운명과 겨뤄겨뤄 보는보는 것이것이 어떨까어떨까. . 진진 줄은줄은 뻔히뻔히 알지마는알지마는 그그 패배의패배의 결론과결론과 다시다시 대항하는대항하는 수도수도 있지있지 않은가않은가. . 즉즉 두번째두번째 싸움이다싸움이다. . 이번이야말로이번이야말로 사생결단의사생결단의 무서운무서운 싸움이다싸움이다."." 이렇게이렇게 깨닫자깨닫자 애라에게는애라에게는 절망절망 속에서도속에서도 다시다시 한한 줄기의줄기의 햇빛이햇빛이 돋아오며돋아오며 문득문득 옥경이의옥경이의 권고가권고가 생각났다생각났다.. "……"……구라파로구라파로나나 떠나떠나 봐요봐요. . 내년내년 가을쯤가을쯤 파리에서나파리에서나 같이같이 만나게만나게. ……. ……또렷한또렷한 목적목적 가진가진 사람이사람이 어데어데 있겠수있겠수. . 거저거저 마음속에마음속에 늘늘 무엇을무엇을 생각하구만생각하구만 있으면있으면 그것이그것이 목적이목적이 아니우아니우……."……." 옥경이가옥경이가 무슨무슨 뜻으로뜻으로 했던지했던지 간에간에 이제이제 애라에게는애라에게는 이것이이것이 한한 줄기의줄기의 암시였다암시였다. . 애라는애라는 머리머리 속에속에 다따가다따가 보지보지 못한못한 외국을외국을 환상하며환상하며 책시렁에서책시렁에서 한한 권의권의 책을책을 뽑아뽑아 기행문의기행문의 구절구절을구절구절을 마음속에마음속에 외어외어 보는보는 것이었다것이었다.. ""--시월을시월을 잡아들면잡아들면 파리는파리는 벌써벌써 아주아주 겨울겨울 기분이기분이 돈다돈다. . 나뭇잎나뭇잎 새는새는 죄다죄다 떨어지고떨어지고 안개안개 끼이는끼이는 날이날이 점점점점 늘어가서늘어가서 그그 안개안개 속을속을 사람의사람의 그림자가그림자가 어렴풋하게어렴풋하게 거무스름하게거무스름하게 움직이게움직이게 된다된다--"" 그그 사람의사람의 그림자를그림자를 마치마치 자기의자기의 그림자인그림자인 듯듯 환상하고환상하고 그그 파리의파리의 한한 구석에서구석에서 준보를준보를 만나게만나게 될될 것을것을 생각하면서생각하면서 기행문의기행문의 구절구절을구절구절을 아끼면서아끼면서 두두 번번 읽고읽고 다시다시 되풀이하였다되풀이하였다.. 그날부터그날부터 애라에게는애라에게는 또렷한또렷한 구체적구체적 성산도성산도 없으면서없으면서 다시다시 먼먼 곳을곳을 꿈꾸는꿈꾸는 버릇이버릇이 시작되었다시작되었다. . 외국의외국의 풍경을풍경을 상상하고상상하고 준보의준보의 뒷일을뒷일을 궁금히궁금히 여기면서여기면서--그러나그러나 기실기실 하루하루가하루하루가 더욱더욱 쓸쓸하고쓸쓸하고 적막해적막해 갈갈 뿐이었다뿐이었다. . 외로운외로운 꿈에서꿈에서 깨어서는깨어서는 게같이게같이 방방 속에서속에서 나와나와 뜰에뜰에 맨맨 흰흰 염소를염소를 데리고데리고 집집 앞앞 풀밭을풀밭을 거닌다거닌다. . 턱턱 아래다아래다 불룩하게불룩하게 수염을수염을 붙인붙인 흰흰 염소는염소는 그그 용모만으로도용모만으로도 벌써벌써 이이 세상에세상에 쓸쓸하게쓸쓸하게 태어난태어난 나그네다나그네다. . 초점초점 없는없는 흐릿한흐릿한 시선을시선을 풀밭에풀밭에 던지면서던지면서 그그 어느어느 낯설은낯설은 나라에서나라에서 이이 세상에세상에 잘못잘못 온온 듯이도듯이도 쓸쓸하게쓸쓸하게 운다운다. . 울면서울면서 풀을풀을 먹고먹고 풀에풀에 지치면지치면 종이를종이를 좋아좋아 한다한다.. 그 그 애잔한애잔한 자태에자태에 애라는애라는 자기자기 자신의자신의 모양을모양을 비치어비치어 보고보고 운명운명을을 생각하면서생각하면서 종이를종이를 먹인다먹인다. . 한한 권의권의 잡지면잡지면 여러여러 날을날을 먹는다먹는다. . 백지를백지를 먹을먹을 뿐뿐 아니라아니라 인쇄된인쇄된 글자까지를글자까지를 먹는다먹는다. . 소설을소설을 먹고먹고 시를시를 먹는다먹는다. . 잡지잡지 대신에대신에 애라는애라는 하루는하루는 묵은묵은 일기장을일기장을 뜯어서뜯어서 먹이기먹이기 시작했다시작했다. . 칠년칠년 동안의동안의 사랑의사랑의 일기일기--지금에는지금에는 벌써벌써 쓸모쓸모 없는없는 운명의운명의 일기일기--그그 두터운두터운 일곱일곱 권의권의 일기장을일기장을 모조리모조리 찢어서찢어서 염소의염소의 뱃속에뱃속에 장사지내기장사지내기 시작했던시작했던 것이다것이다. . 흰흰 염소는염소는 애잔한애잔한 목소리로목소리로 새침하게새침하게 울울면서면서 주인의주인의 운명을운명을--슬픈슬픈 역사를역사를 싫어하지싫어하지 않고않고 꾸역꾸역꾸역꾸역 먹는다먹는다.. 염소염소 배가배가 불러지면불러지면 주인은주인은 염소를염소를 몰고몰고 풀밭을풀밭을 떠나떠나 강가로강가로 나간다나간다. . 물을물을 먹이면서먹이면서 주인은주인은 흰흰 돌돌 위에위에 서서서서 물소리물소리 속에속에 흘러간흘러간 지난날을지난날을 차례차례로차례차례로 비치어비치어 본다본다. . 해가해가 꼬박꼬박 져서져서 집으로집으로 돌아오면돌아오면 다시다시 게같이게같이 꿈의꿈의 보금자리인보금자리인 방으로방으로 기어든다기어든다. . 방에서는방에서는 가을가을 화단이화단이 하늘같이하늘같이 맑게맑게--그러나그러나 쓸쓸하게쓸쓸하게 내다보인다내다보인다.. 해바라기해바라기 송이가송이가 칙칙하게칙칙하게 시들고시들고 국화가국화가 한창이다한창이다. . 양지쪽으로양지쪽으로 날아날아 드는드는 나비나비 그림자가그림자가 외롭고외롭고 풀숲에서풀숲에서 나는나는 벌레소리가벌레소리가 때를때를 가리지가리지 않고않고 물물 쏟아지듯쏟아지듯 요란하다요란하다. . 아침이나아침이나 낮이나낮이나 밤이나밤이나 그그 어느어느 때를때를 가릴까가릴까. . 사람의사람의 오장육부를오장육부를 가리가리가리가리 찢으려는찢으려는 심사인심사인 듯도듯도 하다하다. . 애라에게는애라에게는 가을같이가을같이 두려운두려운 시절이시절이 없고없고 벌레소리같이 벌레소리같이 무서운무서운 것이것이 없다없다. . 밤밤 자리에자리에 이불을이불을 쓰고쓰고 누우면누우면 눈물이눈물이 되로되로 흘러흘러 베개를베개를 적시고야적시고야 만다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