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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국민정당 당비 관련 입장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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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십니까. 네티즌 여러분. 유시민입니다.

전화가 되지 않는 곳으로 며칠 휴가를 다녀왔습니다. 이번 주를 고비로 불볕더위도 한풀 꺾인다고 합니다. 형편이 어려워 휴가를 따로 가지 못한 많은 분들께 죄송한 마음과 함께 위로와 격려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

제가 서울을 떠나 있었던 지난 주 초반에 개혁당 사무처장임을 자칭하는 김기대 씨가 돈 문제로 저를 비난하는 글을 인터넷에 공개했고, 이 글이 대표적인 ‘반노무현 인터넷 언론’ 가운데 하나인 <브레이크뉴스>를 거쳐 여러 오프라인 신문의 지면에까지 보도되었습니다. 그 바람에 걱정 섞인 전화를 많이 받았습니다. 진상을 정확히 모르는 가운데, 유시민이 아마도 돈 문제를 말끔하게 처리하지 못한 모양이라고, 혀를 끌끌 차시는 분도 적지 않을 것 같아서 불가피하게 몇 가지 해명 말씀을 드립니다.

저는 그 동안 ‘개혁당 지킴이’를 자임하는 분들의 이런 저런 비판과 비난, 비방에 대해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한 때 당을 함께 했던 동지들인데 자꾸 다투는 모습을 보여서 되겠느냐는 생각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돈 문제를 걸어 자꾸 저를 무슨 염치없는 사람처럼 몰아가고, 제가 대응을 하지 않으면 일부 ‘반노언론’이 그걸 기정사실화하는 기사를 자꾸 써대니, 이번만큼은 사실관계를 밝히지 않을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자칭 개혁당 사무처장 김기대 씨의 주장을 요약하면, 저와 옛 개혁당 집행부가 대여금이라는 명목으로 당비를 도둑질했다는 것입니다. 이제 그가 주장한 내용 가운데 중요한 것 몇 가지에 대해서만 사실관계를 밝힙니다.

김기대 씨는 애초에 2003년 1월 고양시 덕양갑 국회의원 재선거를 앞두고 제가 2,070만 원을 대여해 간 뒤 이를 변제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에는 1,675만 원을 변제한 기록이 있다고 일부 착오를 시인하고 사과했습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제 명의의 다른 계좌가 있다느니, 크고 작은 액수의 대여금이 더 있다느니 하면서, 제가 마치 개혁당 당비를 개인적으로 ‘빼 쓴’ 사람이라도 되는 것처럼 의혹을 계속 부풀리고 있습니다.

분명히 말씀드리지만 제가 2003년 1월 20일 개혁당 중앙당에서 2,070만 원을 꾸어갔다는 김기대 씨의 주장은 그 자체가 완전 허무맹랑한 것입니다. 저는 그 시점에서 그런 거액을 꾼 적이 없을 뿐만 아니라, 단 한 번도 개혁당 중앙당에서 개인적으로 돈을 꾼 일이 없습니다. 그날 개혁당 당비 계좌에서 그 돈이 인출된 기록이 있는 모양인데, 도대체 무슨 이유로 김기대 씨가 그것을 제가 꾸어갔다고 철석같이 믿는 것인지, 저는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저로서는 대답할 수도 없고 대답할 가치도 없는, 한 마디로 말해서 황당무계한 비방에 불과한 것입니다.

제가 갚았다고 김씨가 주장하는 1,675만 원에 대해서는, 제가 직접 설명하는 편이 났겠습니다. 2003년 초 고양시 덕양갑 지역은 당원이 60여 명밖에 되지 않아 독자적으로 지구당을 창당하기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개혁당 중앙당 조직국 실무자들이 직접 파견되어 당원들에게 연락을 하면서 지구당 창당을 준비했습니다. 저는 창준위원장도 아니었고 창당 실무를 직접 담당하지도 않았습니다. 지구당 창당대회에서 지구당위원장으로 선출된 후에야 지구당 운영에 대한 책임을 넘겨받았습니다. 창당대회에서 참석자들이 적지 않은 액수의 특별당비를 냈고, 곧바로 지구당후원회를 결성하여 적지 않은 후원금을 모았습니다. 제 개인 돈도 조금 특별당비로 넣었습니다.

저는 실무자들에게 우리 지구당은 재정적으로 독립할 수 있으니, 지구당을 창당하는 과정에서 중앙당이 ‘지원’한 비용을 적절한 형식으로 돌려주라고 지시했습니다. 지구당사무실 임대료, 컴퓨터와 사무기기, 집기 구입비용 등 하드웨어 구입비용은 중앙당 지원을 받지 말도록 한 것이죠. 중앙당 당직자들이 지구당 창당 지원활동을 하는 데 쓴 활동비는 중앙당의 비용으로 처리하는 것이 합당하다고 보았습니다. 그런 이유로 대충 집계해서 중앙당에 돌려준 돈이 아마도 1,675만 원인 모양입니다. 이것은 김기대 씨가 주장하는 소위 대여금 2,070과는 전혀 관계없는 돈입니다.

이것은 대여니 변제니 하는 말로 따질 문제가 아닙니다. 중앙당은 지구당 창당 비용을 합법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만큼, 이건 그냥 중앙당이 덕양갑 지구당 건설에 사용한 지원금인 것입니다. 덕양갑 지구당이 그 비용을 중앙당에 돌려준 것은 꾸어온 돈을 돌려준 것이 아니라, 중앙당의 합법적 재정지원을 사양한 것입니다. 지구당이 재정적으로 독립하면서 중앙당의 지원금을 사양하는 것은 매우 좋은 일입니다. 의혹의 대상이 될 이유도 없고 비난받을 일도 아닌 것입니다.

저는 개혁당 창당준비 기획위원을 거쳐 당대표를 지냈지만, 중앙당 당비에서 단 한 푼의 급여를 타간 적이 없으며 단 한 푼의 판공비도 개인적으로 사용한 적이 없습니다. 당비 계좌가 제 명의로 되어 있었지만 그저 계좌를 개설하고 인감도장을 제공하였을 뿐 통장 한 번 본 일이 없습니다. 저 개인에 대한 후원금은 모두 덕양갑 지구당 후원회장 명의로 개설한 별도 계좌로 들어왔기 때문에, 저의 개인 후원금과 개혁당 중앙당 당비가 뒤섞이는 일도 원천적으로 일어날 수 없었습니다. 당비를 제가 개인후원금처럼 사용했다는 김기대 씨의 주장 역시 일고의 가치도 없는 허위입니다. 2003년 1월 말 경 국회의원 재선거 출마에 집중하기 위해 당대표 직을 사임한 후, 중앙당 사무처에 수차례 당비 계좌를 새 대표 명의로 교체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사무처는 여러 가지 실무적인 애로사항이 생긴다는 이유로 제 명의의 당비계좌를 그대로 유지했습니다. 이 모든 것이 다 정상적인 절차와 상식에 따른 것이었을 뿐입니다.

기왕 말이 나온 김에 자칭 개혁당 사무처장 김기대 씨가 거론한 다른 사례에 대해서도 말씀드립니다. 그는 또 다른 집행간부 ‘허모 씨에 대한 대여금’ 2,500만 원 역시 변제되지 않았다고 주장합니다. 허모 씨는 아마도 2003년 4월 의정부시 국회의원 재선거에 출마한 개혁당 후보 허모 씨를 말하는 것 같습니다. 저는 개혁당 중앙당이 의정부시에 출마한 후보와 지구당에 어느 정도의 재정 지원을 했는지 알지는 못합니다. 2,500만 원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런 경우에도 이 돈은 김기대 씨의 주장과는 달리 중앙당이 합법적 절차에 따라 개혁당 의정부시 지구당에 지원한 재보궐선거 지원금으로 보는 것이 타당합니다. 후보 개인에게 중앙당이 빌려준 돈이 아니라, 당을 대표해서 출전한 후보와 지구당을 중앙당이 재정적으로 지원한 것이라는 말씀입니다.

자칭 개혁당 사무처장 김기대 씨는 나아가 신당연대에도 2,700만 원을 대여해 주었고 변제받지 않았다고 주장하지만 이것 역시 근거 없는 비방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신당연대는 개혁당이 온라인 전당원대회 인준을 받아 구성한 범개혁신당추진운동본부(범추본)가 여러 지역의 정치개혁추진위원회(정개추)와 손잡고 만든 조직이었습니다. 개혁당은 나중 신당연대, 그리고 한나라당 탈당세력인 통합연대와 함께 개혁신당추진위원회(약칭 신추위)를 구성했습니다. 신당연대는 개혁당 범추본과 지역 정개추의 연합조직이었다는 말씀입니다. 따라서 개혁당과 정개추가 신당연대 활동비용을 분담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개혁당이 실제 얼마를 분담하였는지는 모르겠으나, 김씨가 주장하는 바 신당연대 대여금이라는 것 역시, 사실은 대여금이 아니라 정개추와 함께 신당연대를 꾸리면서 개혁당 범추본이 분담한 비용으로 보아야 하고, 따라서 당시의 신당연대나 신당연대가 참여한 열린우리당이 이를 돌려주어야 할 이유는 전혀 없는 것입니다.

저는 개혁국민정당의 창당주역이었고 당대표를 지내기도 했습니다. 개혁당의 공천을 받아 국회의원에 당선된 유일무이한 정치인입니다. 온라인 정당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개혁당은 정당법에 따른 해산절차를 완벽하게 밟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법률적으로 아직 살아 있습니다. 그러나 당시 진성당원의 약 2/3가 참여한 온라인/모바일 투표에서 80%에 육박하는 투표자들이 열린우리당에 참여하되 그 방식은 상임운영위원회에 위임한다는 안건에 찬성표를 던진 바 있습니다. 개혁당은 법률적으로는 해산되지 않았지만 정치적으로는 지난해 11월 열린우리당 창당과 동시에 해산되었다고 보아야 옳습니다.

이 결정이 올바른 것이었는지는 아직 단언할 수 없습니다. 열린우리당이라는 범개혁세력 통합정당을 만들어 17대 총선에 임함으로써 의회권력 교체라는 커다란 단기성과를 거두기는 했지만, 개혁당이 원래 내걸었던 진성당원 중심의 정당 건설이라는 목표를 열린우리당에서 온전하게 실현할 수 있을지는 아직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 개혁당에서 첫 정치생활 또는 정당생활을 시작해 지금 열린우리당에 들어와 있는 많은 동지들은 이 삼복더위에도 정당개혁의 기치를 들고 분투하는 중입니다. 우리는 성공할 것입니다. 그러나 실패할 수도 있습니다. 지금 우리가 할 수 있고 해야 하는 것은, 실패 확률을 낮추고 성공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앞으로 더 열심히 봉사하고 노력하는 일뿐입니다.

아직 법률적으로는 살아있는 개혁국민정당의 자칭 사무처장 김기대 씨는 원래 개혁당 해산과 열린우리당 참여에 반대했던 분입니다. 그가 개혁당의 깃발을 붙들고 한 일은 오로지 유시민을 포함한 개혁당 옛 집행부를 헐뜯는 일 하나 밖에 없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지금 그가 하고 있는 일도 열린우리당 참여를 주창했던 개혁당의 주요인물들을 도덕적으로 비난하고 흠집 내는 데 목적이 있다고 봅니다. 개혁당이 정상적인 의사결정 절차에 따라 집행한 예산 가운데, 자신이 개인적으로 동의하지 않았던 활동이나 자기가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이 관련된 부분을 대여금으로 규정해 자의적으로 떼어낸 다음, 이것을 갚지 않았다고 억지를 부려서 남의 명예를 훼손하고 있는 김기대 씨의 행위는 이런 맥락에서가 아니면 도무지 이해하기 어려운 행태라 생각합니다.

김기대 씨에게는 해석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가 있기 때문에 어떤 주제를 가지고 누구를 비판하든, 그것은 그가 선택할 문제입니다. 그러나 그가 저로서는 알지도 못하는 허무맹랑한 ‘대여금 의혹’을 제기하고, 제가 마치 개혁당 당비를 개인후원금처럼 마구 쓰기라도 한 양 허위사실을 유포할 권리를 마음대로 누릴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김기대 씨는 개혁당 당비 문제와 관련하여 허위사실을 유포함으로써 남의 명예를 짓밟는 데 대해서 책임을 져야 할 것입니다.

네티즌 여러분 죄송합니다.

이 더위에, 더욱이 장사가 하도 안 되어서 먹고살기도 힘든 이 난국에, 국회의원이라는 자가 나라살림 챙겨야 할 귀한 시간을 낭비해 가면서 이런 문제를 가지고 글이나 쓰고 있으니, 스스로 생각해도 제가 참 무척이나 한심합니다.

정치라는 것이 원래 그런 면이 있나 봅니다.

분명 의미 없고 하기도 싫은 일인데, 그런데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그런 일이 종종 있는 것이죠.

유시민이 그래도 남의 돈 떼먹고 입 씻는 사람은 아니라는 것, 이것 하나만은 알아주시기를 바라며

앞으로는 이런 일보다는 국정과 민생을 살피는 데 더욱 힘쓰겠습니다.

여러분 고맙습니다. 건강하십시오.

2004년 8월 9일

열린우리당 국회의원 유시민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