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세계 대백과사전/생물I·동물·인체/동물의 몸과 계통/동물의 생활/생존을 위한 협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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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보아왔듯이 동물 사이의 관계에는 모순된 면이 있고, 특히 같은 종 사이에는 경쟁이 더욱 심하여 한쪽이 다른 쪽의 존재를 말살하는 것 같은 관계가 많다.

그러나 동물들의 관계가 모두 그러한 것은 아니며, 양쪽이 함께 생존할 수 있는 협조 관계도 있다. 다음의 예를 통하여 동물 사이의 협조 관계를 알아본다.

세력권(텃세권)[편집]

많은 동물은 자신의 집을 만든다. 개미지옥(명주잠자리의 유충)은 모래땅에 절구 모양의 집을 만든다. 절구 속으로 들어간 개미 따위의 동물은 절구 밑에서 개미지옥이 던지는 모래로 미끌어 떨어져 개미지옥에게 먹힌다. 이러한 절구는 집이라기보다는 먹이의 사냥 장소라고 해야 할 것이다. 또 대부분의 거미는 거미줄을 쳐서 먹이를 잡는다. 이들 동물에게는 둥지·절구·거미줄 등의 범위가 생활을 위한 영역이 되는 셈이다.

영국의 하워드는 1910년대에 영국의 작은 새에 대한 번식기의 행동을 조사하여 세력권의 현상을 확인하였다. 즉, 버들굴뚝새의 경우는 이른봄이 되면 먼저 수컷이 남방에서 영국으로 건너와 영역을 차지하기 위해 서로 싸운다. 뒤늦게 암컷이 건너와 수컷과 1쌍이 되어 둥지를 만들고 알을 낳아 새끼를 기른다. 번식 계절이 끝나면 이들의 세력권은 사라지고 굴뚝새는 남쪽으로 이동한다

하워드는 이러한 세력권에 의해 각각의 쌍과 새끼에게 서식지와 거기에서 얻어지는 먹이가 분할되며 동시에 한 지역에 살 수 있는 개체의 수가 조절되는 것임을 알았다. 하워드의 이러한 연구 후에, 세력권은 여러 동물에게 존재한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예를 들면 포유류·개구리·은어 따위의 어류, 잠자리·소금쟁이 등의 곤충류에서 세력권이 인정되고 있다. 또한 이 현상은 개체와 개체 사이에서뿐만 아니라 원숭이·개미 등의 집단(사회) 사이에도 존재한다. 일반적으로 세력권은 하나의 개체 내지는 집단이 한 장소에 머물러 그 곳을 독점하고 다른 것들을 배제함으로써 성립되고 있는 것이다.

순위제[편집]

노르웨이의 어느 학자는 우리 속의 닭 무리 사이에는 쪼는 닭과 쪼임을 당하는 닭이 정해져 있어서 일련의 순위 관계가 존재한다는 것을 밝혀내고, 이 현상을 '쪼는 순위'라 불렀다. 그 후 이와 같은 순위의 현상을 여러 동물에서 볼 수 있음이 밝혀졌다.

우열인 쥐와 열등인 쥐와의 관계는 두 개체의 싸움에 의해 결정된다. 일단 순위 관계가 정해지면 그것은 오래 계속되는데 순위가 역전하는 경우도 자주 볼 수 있다.

원숭이에서 볼 수 있는 '잔등타기'와 같은 특유의 행동으로 이 관계를 확인하는 일도 있다. 이 순위와 같은 계급 제도는 생활 장소·먹이·배우자를 얻기 위한 싸움과 혼란을 피할 수 있으며, 따라서 집단의 질서나 조직이 유지되는 것이다.

리더제[편집]

일본원숭이나 고릴라 등에서는 성숙한 수컷이 무리(사회)의 생활을 총괄하는 역할을 한다. 이와 같이 우위에 있는 어느 개체(복수일 때도 있다)에 의해 무리 생활의 질서가 유지되는 것을 '리더제'라고 한다. 스코틀랜드의 붉은사슴이나 일본사슴은 번식기를 제외하고는 1년의 대부분을 암컷과 수컷이 떨어져 산다. 암컷들과 그 새끼들은 무리를 이루는데 1마리의 노숙한 암컷이 그 무리의 리더(지도자)가 된다.

가축화의 정도가 낮은 양의 무리에서도 1마리의 암컷이 리더가 된다. 이에 반해 가축인 소나 말의 무리에서는 수컷이 리더가 된다. 한편 우리 속에서 기르고 있는 닭의 무리를 넓은 장소에 놓아 기를 경우 먹이를 찾는 집단의 선두에 서는 것은 순위 제1의 개체로만 한정되지 않고 리드하는 닭은 가끔 교대된다. 물고기 무리에도 영속적인 리더는 없으며, 무리 속의 어느 개체가 교대로 리더가 된다. 리더는 단지 힘보다는 동물을 보호하며 보살펴주는 능력이 필요하므로 지혜와 경험도 중요한 요인이 된다. 그러므로 대뇌가 특히 발달한 포유류의 무리나 사회에 리더제가 발달해 있는 것은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나누어살기[편집]

계류에 사는 곤충의 유충은 어떤 것은 급류에, 어떤 것은 여울에, 또 어떤 것은 깊은 곳에 사는 것이 있다. 예를 들면, 급류 속의 돌 밑에서 사는 요시다꼬리하루살이는 꼬리하루살이속(屬)의 것에 비하면 다소 흐름이 완만한 곳에 산다. 이들 꼬리하루살이속의 유충은 등과 배가 편평하게 되어 있어 물살이 급한 곳의 생활에 적응하고 있다. 이와 같이 생활 방식이 거의 똑같은 종류끼리 한 지역을 분할하여 생활하고 있는 것이 '나누어살기'이다.

이 나누어살기는 여러 동물에서 볼 수 있다. 예를 들면, 강의 상류에서부터 하류에 걸쳐 곤들매기·홍송어·황어 등의 민물고기 사이에서도 나누어살기를 볼 수 있다.

우리나라의 곰은 남쪽에 반달가슴곰, 북쪽에는 불곰이 살고 있으며, 북극에는 북극곰(흰곰)이 살고 있다,

이와 같이 비슷한 종류가 서로 분포 범위를 달리하여 생존하는 것도 동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으로, 이것을 '이소성'이라고 한다.

한편 비슷한 종류가 같은 지역에 살고 있는 일도 많은데, 이것을 '동소성'이라고 한다. 예를 들면, 호랑나비속에 속하는 호랑나비·산호랑나비·남방제비나비 등의 몇 종류는 이에 해당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