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세계 대백과사전/한국음악/한국음악/한국음악의 기초지식/기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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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음악의 기보법[편집]

韓國音樂-記譜法

서양음악에서는 고대부터 문자로 음의 높이(高低)를 나타내는 문자보(文字譜)가 있었고, 중세에는 '네우마(neuma)' 악보가 있었으며, 12세기에는 5선에 음의 길이를 나타내는 유량악보(有量樂譜)가 나왔다. 17세기에는 오늘날에 쓰는 것과 거의 같은 5선악보가 정비되었고 이것이 오늘날 세계적인 악보가 되었다. 동양에서도 문자보는 예로부터 쓰여왔고 또 그 종류도 많았다. 한국에서 쓰여온 악보는 기보하는 방법에 따라 여러 가지가 있다. 중국계 아악을 기록할 때 쓰던 율자보(律字譜)·당악에 쓰던 공척보(工尺譜)·세종 때 만든 정간보(井間譜)·세조 때 쓰던 오음약보(五音略譜)·악기의 소리에 따라 적는 육보(肉譜)·악기의 연주법에 따라 적는 합자보(合字譜)·성악곡의 사설에다 간단히 가락을 뜻하는 기호를 덧붙이는 연음표(連音標) 등이 있다. 고려 때 중국에서 악보와 지결도(指決圖)가 들어왔다는 기록이 있고 보면 율자보와 공척보는 고려 때 중국에서 들어와 쓰인 것이고, 육보는 고려 때에도 있었다고 하며, 정간보·합자보·오음약보는 근세 조선 전기부터 쓰여온 것이다.

정간보[편집]

井間譜

세종 때 만들어 쓰던 기보법으로 <세종실록(世宗實錄)>에 실린 것이 가장 오래된 것으로 이것은 동양 최고(最古)의 유량악보이다. 정간보법은 시가(時價)만을 나타내는 것이므로 음의 높이를 나타내기 위하여 율자보 혹은 오음약보·육보 등을 섞어 쓴다. 정간(井間)이라고 부르는 네모진 칸의 수효 및 차지하는 공간의 넒이로 음의 길이(時價)를 나타낸다. 1박인 음은 1정간으로, 2박인 음은 2정간으로 나타내되 차지하는 정간들의 첫 정간에만 음표를 한다(보표예 1). 쉼표는 세모꼴(三角形)로 나타내고 쉼표의 길이만큼 정간을 차지한다(보표예 2). 한 박보다 짧은 길이를 갖는 음은 전간을 나누어 음표를 한다. 한국음악에는 3분박자가 많으므로 정간은 3등분 혹은 6등분으로 나누어 음표를 하는 경우가 많다. 1/3박은 3등분, 1/6박은 6등분하여 음표를 한다(보표예 3). 음에 꾸밈음(裝飾音)이 붙을 때는 그 종류에 따라 음표에 여러 가지 기호(記號)를 덧붙인다(보표예 4). 한 장단은 한 행으로 나타내는데 16박이 한 장단인 음악은 16정간이 한 행이 되고, 6박이 한 정간인 음악은 6정간이 한 행이 된다.

고악보를 보면 세종실록 악보엔 32정간 한 행으로 되었고 그 밖의 많은 악보엔 16정간 한 행이 일반적인 예이다. 행은 몇 개로 구분을 하여 강(綱)이 되는데 고악보의 16정간은 3·2·3·3·2·3정간으로 구분하여 제1강부터 제6강까지 6개의 강으로 나누어져 있다.

율자보[편집]

律字譜

중국에서 옛날부터 쓰던 기보법으로 우리나라에도 들어와 쓰여 왔다. 주로 아악에서 썼고 <세종실록>에서는 향악에서도 썼다는 기록이 있다. 서양음악에서 12반음과 같이 한 옥타브를 12음으로 하여 12율이라 부르고 음마다 각각 음이름(音名)이 붙는다.

첫음이 황종(黃鐘)인데 이 음을 서양음악의 '다'(C)음으로 치면 황종 - 다(C)·대려(大呂) - 올림다(C sharp)·태주(太簇) - 라(D)·협종(夾鐘) - 올림라(D sharp)·고선(姑洗) - 마(E)·중려(仲呂) - 바(F)·유빈 - 올림바(F sharp)·임종(林鐘)·사(G)·이칙(夷則) - 올림사(G sharp)·남려(南呂) - 가(A)·무역(無射) - 올림가(A sharp)·응종(應鐘) - 나(B)이 된다. 이 12율의 음이름에서 첫자를 딴 문자로 음높이를 적으면 황·대·태·래·고·중·유·림·이·남·무·응이 된다. 중음역(中音域)의 옥타브는 중성(聲)이라 하여 각 문자를 그대로 쓰고 한 옥타브 위 음들은 청성(淸聲)이라 하여, 삼수변을 각 문자에 붙여 潢·汰…와 같이 쓰고, 한 옥타브 아래 음들은 배성(倍聲)이라 하여 인변을 각 문자에 붙여 俠…와 같이 쓴다(보표예 5).

공척보[편집]

工尺譜

중국에서 쓰던 기보법으로 우리나라에서는 근세조선 전기에 약간 쓴 흔적이 있으나 불편하여 별로 쓰는 일이 없다. 12율 4청성(十 二律 四淸聲), 즉 한

옥타브 12반음과 위 옥타브의 4반음까지 16반음을 1 혹은 2-3으로 짝지어 간단한 문자로 대신하여 적는다.

오음약보[편집]

五音略譜

근세조선 세조 때 만들어 쓰던 기보법으로 세조실록·대악후보(大樂後譜)·시용향악보(時用鄕樂譜)에 쓰였으나 그 후에는 별로 쓰지 못하였다. 기본음(基本音-主音)을 宮(궁)이라 적고, 그 음악의 음계에 따라 궁의 바로 위 음부터 차례로 上一·上二·上三…으로 궁의 바로 아래음부터 차례로 下一·下二·下三…으로 적어나간다. 이 오음약보는 5음계로 된 음악에 주로 쓰이는 것이므로 향악에 알맞고 7음계인 아악은 공척보(工尺譜)의 문자를 빌려 쓴다. 궁은 계명(階名)이지 음명(音名)이 아니므로 음높이를 정하기 위하여 악보 처음에 황종궁(黃種宮) 혹은 협종궁(夾鐘宮)이라고 적는다. 또 5음약보는 음계를 미리 알아야 그 음계에 따라 음을 찾아 연주하는 것이므로 먼저 평조(平調) 혹은 계면조(界面調)라는 것을 밝힌다(보표예 6). 계면조에서는 宮과 上一과는 단3도, 上二와는 4도, 上三과 5도, 上四와는 단7도가 되고, 宮과 下一과는 장2도, 下二와는 4도, 下三과는 5도, 下四와는 장6도가 된다. 평조에서는 宮과 上一과는 장2도, 上二와는 4도, 上三과 5도, 上四와는 장6도가 되고, 宮과 下一과는 단3도, 下二와는 4도, 下三과는 5도, 下四와는 단7도가 된다.

합자보[편집]

合字譜

거문고와 같은 현악기의 주법. 즉 왼손의 짚는 법(按絃法)과 오른손의 타는 법(彈法)을 뜻하는 약자(略字)로 된 여러 기호를 모아 짠(合字) 것이다. 합자보는 <악학궤범(樂學軌範)>의 편자(編者) 성현(成俔)이 만들었으며 현재 남아 있는 악보로는 안상금보가 가장 오래된 것이다.

거문고 합자보를 예로 들면,

方은 유현(遊絃)을 뜯으라는 것으로 유(遊)의 약자.

大는 대현(大絃)을 뜯으라는 것.

밑에 쓰이는 숫자(數字)는 짚는 괘의 차례 수.

ㄱ은 엄지(母指)로 짚으라는 것으로 母의 약자.

ㅅ은 식지(食指)로 짚으라는 것으로 食의 약자.

し은 장지(長指)로 짚으라는 것으로 長의 약자.

夕는 무명지(無名指)로 짚으라는 것으로 名의 약자.

은 술대로 현을 안으로 뜨라는 것.

ノ은 술대로 현을 밖으로 내치라는 것.

ㅣ은 문현(文絃)을 밖으로 내치라는 것(보표예 7).

육보[편집]

肉譜

악기 소리와 비슷한 발음을 따서 음높이 또는 연주법을 나타내는 기보법이다. 고려 때부터 쓰여 왔고 고악보에 많이 보인다. 육보는 본래 악기소리를 구음(口音)으로 부르던 것이 굳어진 것으로 각 악기마다 발음이 다르다.

거문고―덩 둥 당 동 딩…,

가야금―당 동 징 땅 지…,

리―러 루 라 로 리(너 누 나 노 니)

금―떼 루 따 또 띠….

육보는 악기구조 및 연주법에 따라 같은 음이 이름을 달리하여 부르기도 하고 다른 음이 같이 부르기도 하므로 복잡하지만 구음으로 외기 쉬워서 오늘날에도 많이 쓰이고 있다. 그래서 육보는 악기와 같이 배우는 것이 좋다(보표예 7).

연음표[편집]

連音標

가곡과 같은 성악곡의 사설에다 그 가락의 억양·음높이·길이·기타 음악적인 표현 따위를 표시하는 기호를 덧붙이는 기보법이다.

누르는 표

드는 표

눌러 내는 표(낮은음에서 높은음으로)

든 흘림 표(높은음·낮은음·높은음으로 연결)

연음표는 노래를 배운 사람이 가락을 기억하기 위하여 표시하는 기호이므로 음높이나 길이를 자세히 밝혀주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