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세계 대백과사전/한국음악/한국음악/한국음악의 종류/잡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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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가[편집]

雜歌

가사체의 긴 사설을 얹어 부르는 민속 성악곡의 한 형식. 가곡·가사와 같은 노래에 대한 말로 속요(俗謠)라는 뜻으로 잡가라 하기도 하고, 판소리와 단가 외에 일반 성악곡이라는 뜻으로 잡가라 부르기도 하여 잡가·입창·민요를 총칭하기도 하나, 오늘날에는 민요가 후렴이 붙는 짧은 사설의 장절형식이 많고, 잡가가 긴 사설의 통장형식이 많은 점에서 구별하여 부르고 있다. 긴 사설을 얹어 부르는 음악에는 가사·잡가·입창·단가·화청이 있으나, 가사는 정악에 속하며 우아하고 유장한 가락으로 된 점에서, 입창은 씩씩한 가락에 무용이 따르는 점에서, 단가는 가락이 판소리조로 되었고 판소리를 부르기 전에 목풀기 위하여 부르는 점에서, 화청은 민속가락으로 되었으나 범패와 함께 불교음악인 점에서 잡가와 구별된다.

잡가의 분류[편집]

雜歌-分類

잡가는 불리는 지역 및 지방적인 가락 토리에 따라 경기잡가·서도잡가·남도잡가로 구분할 수 있다. 경기잡가는 다시 십이잡가·휘몰이잡가로 구분된다.

경기잡가[편집]

京畿雜歌

서울·경기도에서 불리는 잡가. 서울을 중심으로 하여 공예인(工藝人)·상인(商人) 출신의 소리꾼들에 의하여 성창되어 왔다.

조선 말기의 추교신(秋敎信)·조기준(曺基俊)·박춘경(朴春景)을 비롯하여 임기준(林基俊)·박춘재(朴春載) 등을 거쳐 정득만(鄭得晩)·이창배(李昌倍)·김순태(金順泰) 등이 이어받고 있다. 경기잡가는 가사와 비슷한 점이 있는 십이잡가와 시조와 관련이 있는 휘몰이잡가로 구분된다.

십이잡가[편집]

十二雜歌

서울·경기도를 중심으로 불리는 12종의 잡가로, 도드리 혹은 세마치 장단에 경기도 토속가락으로 되었다. 십이잡가는 다른 속요보다 사설이 길다는 뜻에서 '긴 잡가'라고도 부르고, 입창은 춤이 따르지만 잡가는 그렇지 않다는 뜻에서 '좌창(坐唱)'이라고도 부른다. 십이잡가는 다시 팔잡가(八雜歌)와 잡잡가(雜雜歌)로 구분하기도 한다. 팔잡가는 유산가·적벽가·제비가·집장가·소춘향가·선유가·형장가·평양가이고, 잡잡가는 달거리·십장가·방물가·출인가이다. 십이잡가는 십이가사와 같이 도드리장단이 많고, 창법도 다른 민속악에 비하여 가사에 가까운 점이 있다.

유산가[편집]

遊山歌

십이잡가의 하나. 사설이나 가락으로 보아 십이잡가 중에서 걸작으로 꼽힌다. 주요음은 '미'·'도'·'라'·'레'로 구성되었고, '라'로 마친다. 종지음 '라' 밑에 4도음이 아니고 5도음이 있는 것은 서도민요와 통한다. 6박 도드리장단이다. 7마루를 단위로 2부분으로 구분된다. 사설 내용은 산천 경개를 재미있게 노래한 것이다.

적벽가[편집]

赤壁歌

십이잡가의 하나. 6박 도드리장단이고, 가락은 유산가와 비슷하다. 전후 2부분으로 나뉜다. 사설 내용은 적벽강의 싸움에서 패한 조조가 화룡도에서 관운장을 만나 목숨을 비는 이야기로 되었다.

제비가[편집]

십이잡가의 하나. 6박 도드리장단으로 시작하여 중간에서 세마치장단으로 변한다. 유산가 가락으로 시작하여 차츰 가락이 변하고 높이 변청되어, 매우 씩씩하고 화창한 느낌을 준다. 사설은 판소리 춘향가의 사랑가 첫대목, 놀보가 제비후리러 나가는 대목, 끝에는 새타령 한 구절로 모자이크같이 얽혀져 일관성이 없다.

집장가[편집]

執杖歌

십이잡가의 하나. 3박 세마치장단으로 친다. 유산가 가락과 비슷하다. 사설 내용은 춘향이 매맞는 데서 집장사령의 거동을 그린 것이다.

소춘향가[편집]

小春香歌

십이잡가의 하나. 6박 도드리장단으로 되었고, 가락은 유산가와 비슷하다. 사설 내용은 춘향가의 광한루(廣寒樓) 장면을 간단히 엮은 것이다.

달거리[편집]

십이잡가의 하나. 달마다 돌아오는 명절에 가신 님을 그린다는 월령체(月令體)로, 고려가사 동동(動動)에도 보인다. 장단은 세마치·도드리·굿거리 등으로 엮어진다.

휘몰이잡가[편집]

-雜歌

십이잡가의 한 형식이다. 사설이 긴 장형시조의 일종으로, 긴 사설을 자진타령 장단으로 촘촘히 엮어 나가다가, 끝에서는 시조의 종장과 비슷하게 여민다. 사설 내용은 대개 해학적인 재미있는 말을 길게 엮은 것이다. 휘몰이잡가에는 곰보타령·생매잡아·만학천봉·병정타령·바위타령·비단타령·맹꽁이타령·순검타령·기생타령 등이 있다.

곰보타령[편집]

-打令

휘몰이잡가의 하나. 처음에는 높은 소리로 '7·8월 청명일에' 하고 질러내고, "그 중이 얽어매고 푸르고 찡그리기는 장기 바둑판 고뉘판 같고", 다음부터 자진타령으로 단순한 가락을 반복하며 사설을 촘촘히 엮어 나간다.

끝에 '길 길은 농어란 놈은'에서부터 시조와 같은 창법을 쓴다. 사설 내용은 얽은 중이 냇가에 오면 고기들이 달아난다는 것으로, 중의 얽은 모습을 온갖 것에다 비유한 해학적인 재담소리이다.

생매잡아[편집]

휘몰이잡가의 하나. 자진타령으로 사설을 촘촘히 엮어 가다가, '우리도'에서부터 시조와 같이 늘여 부른다. 사설 내용은 가곡원류의 "생매잡아 길들여 두메 꿩 사냥 보내고"의 시조시를 길게 확장시킨 것이다.

서도잡가[편집]

西道雜歌

황해도·평안도 지방에서 불리는 잡가. 경기 십이잡가는 도드리장단이 주가 되는 반면에, 서도잡가는 세마치장단을 기본으로 하고, 4박·5박·6박을 섞어 불규칙장단을 사설에 따라 적당히 치는 것이 많으며, 자유리듬으로 된 것도 있다. 가락은 대개 수심가조에 가깝다. 서도잡가에 드는 것에는 공명가·사설공명가·관산융마·제전(祭奠)·초한가·추풍감별곡(秋風感別曲) 등이 있다.

공명가[편집]

孔明歌

서도잡가의 하나. 장단은 세마치가 주가 되고, 4박·5박·6박을 섞어 불규칙장단으로 친다. 가락은 수심가에 가깝고, 비슷한 선율형을 반복하는 데가 많다. 사설 내용은 공명이 남병산에서 동남풍을 비는 내용이다.

관산융마[편집]

關山戎馬

서도잡가의 하나. 정조 때의 시인 신광수(申光洙)의 시를 율창식(律唱式)으로 부르는데, 느리고 꿋꿋한 가락은 가사(歌詞)에 가깝다. 자유리듬으로 부른다. 서도잡가 중에서 예술적인 기품으로 손꼽히는 악곡이다.

초한가[편집]

楚漢歌

서도잡가의 하나. 초·한 시절의 초패왕(楚覇王)과 한신(韓信), 한패공(漢沛公)의 이야기를 엮은 것이다. 장단은 세마치를 기본으로 하고, 사설에 따라 불규칙하게 변박자를 넣는다. 가락은 수심가조에 가깝다.

남도잡가[편집]

南道雜歌

전라도를 비롯한 남도지방의 잡가. 남도지방에서는 가곡·가사·시조·판소리·단가 이외의 성악곡을 잡가라 부르기 때문에, 입창에 드는 보렴·화초사거리, 민요에 드는 육자배기·흥타령도 잡가라 부르지만, 경기잡가나 서도잡가와 같이 사설이 긴 것을 잡가로 치면 새타령이 남도잡가에 든다. 사설이 길지만 단가 및 내방가사는 잡가라 하지 않는다.

새타령[편집]

-打令

남도잡가의 하나. 화창한 각색 새들이 지저귀는 것을 그린 것으로, 먼저 중중모리로 서창(序唱)을 부르고, 다음에 빠른 중모리로 새타령을 부른다. 가락은 육자배기조이며, 매우 흥겨운 노래이다. 판소리 명창이 잡가 부르는 것을 꺼렸지만, 농부가와 새타령은 흔히 불렀다. 새타령의 유명한 명창으로는 박유전(朴裕全)·이날치(李捺致)·이동백(李東伯) 등을 들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