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세계 대백과사전/한국음악/한국음악/한국음악의 종류/판소리 용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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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타령[편집]

판소리 흥보가에서 흥보의 처가 부르는 노래 중의 한 대목. 흥보가 중반부는 봄노래에 해당하는 제비노정기와 "팔월 추석이 되었으나…" 하고 바로 가을철 이야기인 박타령으로 이어지는데, 가난타령은 박타령 바로 앞에 부르는 노래이다.

이 노래는 부자가 막 되려는 흥보네가 궁핍한 생활을 탄식하면서 부르는 노래인 데 비해 박타령은 부자가 되는 과정을 묘사하고 있어 가난타령에서부터 극적 과정이 옮아감에 따라 그 음악적 내용도 어두운 면에서 점차 밝은 면으로 바뀌어 간다. 따라서 가난타령은 진계면으로 가장 슬픈 감정을 표출하고 있고, 박타는 과정이 진행에 따라 단계면에서 평계면 등 슬픈 감정이 여과된 형태로 선율이 변화되는 것이 특징이다.

가사는 "남들은 모두 고대광실에서 잘 사는데 어찌하여 나만 잘 못사는가…" 하는 자학적인 내용이지만 극적 전개의 측면에서는 부자가 되는 극적 전환이 박타령으로 강조되는 결과가 되므로, 가난타령은 가난한 사람들의 희망적인 삶의 추구를 나타내고 있다. 음악적 구조는 계면길의 선법적인 양상에 중모리 장단으로 짜여져 있지만 진양조 장단에 얹어 부르기도 한다.

가루지기타령[편집]

1949년 신재효(申在孝)의 판소리 여섯마당 중의 하나인 가루지기타령을 교주(校註)한 책으로 책 끝에 성두본(星斗本)의 끝 장을 소개하였고 가루지기타령에 대한 간단한 해설이 붙었다.

가짜신선타령[편집]

판소리 열두마당 중의 하나. 현재 음악은 물론 가사도 전하지 않지만 송만재(宋晩載, ?-1847)의 <관우희(觀優戱)>를 해독한 결과 가짜신선타령이라고 명명되었다. 그 내용은 한 어리석은 사람이 신선이 되려고 금강산에 들어가 한 신선으로부터 거짓의 천도와 천일주를 받아 먹고 신선이 된 것으로 착각하고 갖가지 추태를 보인다는 이야기이다. 정노식의<조선창극사(朝鮮唱劇史)>에는 가짜신선타령 대신 <숙영낭자전>이 열두마당의 하나로 기록되어 있다.

강릉매화전[편집]

판소리 열두판(열두 바탕, 열두 마당) 중 현재 전승되지 않은 일곱 판 중의 하나. 정노식(鄭魯湜)의 <조선창극사(朝鮮唱劇史)>에 판소리 열두 마당의 하나로 <강릉매화전>이라는 이름이 보일 뿐 소설이나 창본은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

신재효(申在孝)의 <오섬가(烏蟾歌)>에 "강릉 책방 골생원을 매화가 속이랴고 백주에 산 사람을 거짓되이 죽었다고 활씬 벽겨 앞세우고 상여 뒤를 따라가며 이 사람도 건드리고 저 사람도 건드리며 ××에 방울차고 달랑달랑 노는 것이 그도 또한 굿실네라"라는

기록으로써 대강의 줄거리를 알 수 있다. 이 줄거리는 송만재의 <관우회>와 한문 내용이 거의 같다. 배비장타령·가짜 신선타령과 극적 구성이 비슷하고 양반의 권위를 조롱한다는 주제도 같아서 맥락을 함께하고 있다.

고사창[편집]

告祠唱

큰 집을 지을 때, 소리광대가 불려가서 부르는 소리. 걸립승이나 무당들이 부르는 고사염불이나 고사소리보다 음악적으로 세련되어 있다. 사설은 무가(巫歌)에서 따온 것이나 음악적 내용은 판소리의 음악어법과 거의 같다. 대개 중모리 장단으로 부르다가 차츰 빨라진다. 사설 내용은 중국, 우리나라의 산과 강을 읊은 다음, 고사장소의 명산과 강을 읊고, 주변 경관을 즉흥적으로 엮어 나간다.

고수[편집]

鼓手

판소리연주 때 북을 사용하여 소리의 반주를 맡은 사람. 판소리 연주에서 고수의 구실은 명창 못지않게 중요하기 때문에 예로부터 고수의 중요성이 일고수이명창(一鼓手二名唱) 또는 수(雄)고수 암(雌)명창이란 말로 표현되어 전해오고 있다. 고수는 연주 도중에 때때로 '얼씨구', '좋다' 등과 같은 추임새를 넣어서 창자(唱者)의 흥을 돋아주고 연주장의 분위기를 고조시킨다. 조선 후기 명고수로는 송광록(宋光祿)과 주덕기(朱德基)가, 일제시대에는 한성준(韓成俊), 근래에는 김명환(金命煥)이 인간문화제로 지정되었다.

과거장대목[편집]

판소리 춘향가 중의 한 대목. 과거장대목은 옥중가에서 춘향의 비참한 정경이 묘사된 다음 이도령의 근황으로 장면이 옮겨져 극적 전환이 되는 첫번째 부분이다. 춘향가는 음악적 구성으로 볼 때 춘향의 사랑·춘향의 이별·춘향의 시련·춘향의 승리 등 네 부분으로 나뉘어져 있어 이 과거장대목부터 춘향의 승리 부분이 된다. 이 대목은 과거 보는 장면을 자세히 묘사하고 있어서 조선시대 당시 과거제도의 단면을 살펴보는 단서도 된다. 음악적 구조는 우조길에 자진모리 장단으로 짜여져 있는데 그 선율적 특징은 신연맞이 대목이나 각읍 수령이 변학도 생신 잔치에 모여드는 대목에서도 비슷한 양상을 보여 준다. 특히 자진모리 장단의 화려한 엇붙임이 두드러진다.

국창[편집]

國唱

판소리 명창 중에서 예술적 기량이 아주 뛰어난 대가를 가리키는 말. 이 말은 일제시대에 쓰였으며, 그 당시 국창급에 드는 대가들은 송만갑(宋萬甲)·이동백(李東白)·김창룡(金昌龍)·정정열(丁貞烈) 등이었다.

군노사령나간다[편집]

판소리 춘향가 중에서 변사또의 명령으로 군노사령들이 춘향을 잡으러 가는 대목. 김세종판 춘향가에서 춘향이를 데리러 처음에는 행수기생이 나서서 실패하자 다시 군노사령이 잡으러 나가는 것으로 구성되어 있으나, 정정열판에서는 먼저 군노사령이 나가는 대목이 있고 곧 이어서 아니리로 "춘향이를 잡으러 군노사령이 나갔다고 하나 그랬을 리가 있겠는가" 하며 그 극적 구성을 부정하고 행수기생이 나가서 잡아 오는 것으로 짜여져 있다. 이 대목의 내용은 출세한 자나 교만한 자에게 주는 경고로, "걸리었다, 걸리어, 양반서방 얻었다고 교만이 많더니 사정을 두지 말자…"

하고 벼르며 두 사람의 군노사령이 서로 문답하는 형식이다.

음악적 구성은 씩씩한 호걸제(설렁제)와 중중모리 장단으로 짜여져 있는데 판소리에 드물게 쓰이고 있는 호걸제의 예로 꼽히는 대표적인 대목이다. 또한 흥보가의 제비후리러나가는 대목, 심청가의 남경 선인 외치는 대목, 적벽가의 한 군사의 용전가 대목과 선율진행법이 비슷하다.

군사서름대목[편집]

판소리 적벽가의 한 대목. 적벽대전을 앞둔 조조의 군사들이 전쟁터에서 자신의 처량한 심정을 노래한 부분으로 서민들의 행복한 생활이 전쟁으로 인해서 깨졌다는 내용이다. 비록 반전적(反戰的)인 성격을 띠고는 있지만 비장골계(悲壯滑稽)의 표현이 잘 나타나 있다.

먼저 늙은 군사 하나가 고향의 부모와 처자를 생각하며 탄식하는 대목이 진계면과 진양조 장단으로 전개되고, 군사 하나가 어린 자식을 생각하며 서러워 하는 대목이 진계면에 중모리로 계속된 다음, 전쟁으로 인해서 신혼의 단꿈이 깨진 것을 한탄하는 젊은 군사의 서름이 진계면에 중모리, 중중모리장단으로 이어진다. 적벽가는 여러 장수가 등장하므로 평조가 많지만 이 군사서름 대목은 모두 계면조로 짜여져 있다.

귀곡성[편집]

鬼哭聲

창법적 요소인 성음의 하나. 귀신의 울음소리라는 뜻으로 구슬픈 감정을 표현할 때 사용하는 목 구성으로 판소리 춘향가 중에서 옥중 춘향을 묘사할 대 나오는 노래의 한 대목. 귀신의 울음소리를 사실적으로 묘사하는 대목인데 옛 명창 송흥록이 이 대목을 잘 불렀다고 <조선창극사>에 기록되어 있다. 현대 이 대목을 부르는 사람들은 계면길에 진양조 장단의 짜임새 안에서 구슬픈 목 구성으로 노래한다.

그른내력[편집]

판소리 춘향가 중의 한 대목. 방자가 부르는 노래의 하나. 광한루에서 이도령의 심부름으로 춘향을 부르러 온 방자가 춘향의 행실을 탓하는 내용으로 되어 있다. 이 노래를 추천목이라고도 하는데 이 말은 그네타는 대목이라는 뜻이고 음악적 특징을 직접 가리키는 것은 아니다. 이 노래는 중중모리 장단에 계면길로 짜여 있는데 특히 더음청(하본청)의 쓰임이 두드러지는 예이다.

기산영수[편집]

판소리 춘향가 중 맨 처음에 부르는 소리 대목. 이도령이 봄나들이 가려는 이유를 방자에게 설명하는 대목이다. 정정렬판에서는 이 대목을 아니리로 처리하고 있으나 김세종판에서는 소리로 부르고 있다. 중중모리 장단에 평조길로 짜여 있고 종지형태는 시조와 같이 하강종지한다.

기생점고대목[편집]

판소리 춘향가 중 새로 부임한 변사또 앞에서 기생들을 점고하는 대목이다. 바로 앞부분인 신연맞이 끝에 "급한 공무는 뒤로 미루고 기생점고부터 한다"는 아니리 뒤에 이어진다. 이 대목은 춘향의 시련이 시작되는 징조를 암시하는데, 갖가지 예명을 갖고 있는 기생들이 호장의 부름에 따라 등장하는 순서로 진행된다. 특히 희극성이 강조되어 있어서 서양음악의 오페레타에 비유되는 중요한 대목이다.

음악적 구조는 보통 처음에 진양조로 짜여지다가 점점 빨라져서 중중모리·자진모리로 장단이 바뀐다. 그러나 정정열판에서는 느린 진양조 다음 곧이어 향(香)자 가진 기생과 옥(玉)자 가진 기생 이름들을 한꺼번에 불러대는 휘모리 장단으로 짜여진 대목이 나오고 그 다음 가사가 넉자 화두(話頭)로 된 중중모리 부분으로 이어지며, 이 기생점고에 불참한 춘향을 잡아오는 대목으로 전개되어 간다.

꺾는청[편집]

남도 음악에 쓰이는 특징적인 반음기법. 계면길의 특징이기도 한다. 계면길의 본청(라)의 단3도 위 음(도)에서 아래 음(시)으로 내려올 때 반음 꺾어 내려온다.

이 때 도음을 '꺾는 위청'이라 하고 시음을 '꺾는 아래청'이라고 한다. 꺾는 아래청은 단독으로 쓰이지 않고 항상 꺾는 위청에 예속되어 나타나는데 꺾는 위청은 단독으로도 쓰이며, 액센트는 위청에만 있고 시가는 아래청이 더 길다. 항상 위청에서 아래청으로 하행진행되어 쓰이고 아래청에서 위청으로의 상행진행은 쓰이지 않는다. 진계면이라고 말하는 부분에서는 위청과 아래청을 붙여 꺾어서 한음처럼 사용하기 때문에 가사도 한글자로 처리한다.

그러나 단계면이나 평계면에서는 두 음으로 분리해서 가사가 따로 붙는 경우가 많다. 판소리나 산조 등의 남도 음악에서 이 꺽는청의 반음 기법은 비애를 표현하는 기법으로 계면길의 슬픈 악상은 꺽는청에서 그 음악적 의미를 찾을 수 있다.

남도창[편집]

南道唱

전라도 지방의 민속악 중 성악의 한 갈래를 이르는 말이다. 일명 판소리·남도소리라고 한다. 남도창이란 명칭은 전라도의 대표적인 성악 판소리를 가리키는 말로 쓰이며, 그 말은 전라도 민요를 뜻하는 남도민요나 전라도 민속악의 성악곡을 포괄적으로 의미하는 남도잡가 또는 경기도 소리·서도소리라는 말과 함께 쓰이는 남도소리 같은 용어와는 개념적으로 다르게 사용되고 있다.

판소리를 뜻하는 남도창이란 말 이외에 창극(唱劇)·창악(唱樂)이란 용어가 근래에 사용되기도 하지만, 예전에는 타령·잡가·광대소리·남도소리·창악본사가(唱樂本事歌)라는 말로도 사용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요즈음 판소리라는 말이 남도창·남도소리·창악 등의 말보다 널리 쓰이고 있다.

내드름[편집]

시작선율을 일컫는 말. 드름이란 가락이란 뜻이며 내드름이란 내는 가락이란 뜻이다. 판소리·산조·농악과 같은 음악은 처음에 제시한 선율형 또는 리듬형을 조금씩 발전시켜 나가다가 맺고(景) 풀어(解) 종지한 후 다시 다른 가락을 내게 되는데, 처음에 제시하는 가락을 내드름이라 하며, 시작될 음악의 성격을 제시한다고 볼 수 있다.

너름새[편집]

판소리 가수가 사설의 내용에 따라서 극적인 표현을 잘 구사하여 관중을 웃기기도 하고 울리기도 할 수 있는 연기력을 가리키는 말. 판소리 광대(廣大)가 갖추어야 할 인물·사설·득음(得音)·너름새 이상 네가지 조건 중의 하나인데, 이 말은 신재효(申在孝)의 광대가에 "너름새라 하난 거시, 귀셩 기고 밉시 있고, 경각(頃刻)의 쳔듸만상(天態萬像), 위션위귀(爲仙爲鬼) 쳔변만화(千變萬化), 좌상(座上)의 풍류 호걸(風流豪傑), 귀경하는 노쇼남녀(老小男女), 울게 하고 웃게 하고, 이 귀셩 이 밉시가, 엇지 아니 어려우며"라고 설명되어 있다. 신재효의 광대가에 나오는 너름새라는 말은 현재 잘 쓰이지 않고, 대신 발림이란 용어가 너름새의 뜻으로 사용되고 있다.

단모리[편집]

판소리나 가야금산조에 쓰이는 가장 빠른 장단의 하나. 일명 휘모리·세산조시. 자진모리 장단이 빨라지면 / /의 리듬형태가 / /의 리듬형태로 변하는 것이 자연스러운데, 단모리는 바로 자진모리 장단이 속도의 변화에 따라 2분박(duple rhythm)으로 변한 것이다. 그러므로 3분박자(triple rhythm)인 자진모리 장단과 그 구조가 다르게 나타난다.

대가닥[편집]

판소리의 음악적 특징은 지방에 따라 유파(流派)로 구분할 때 쓰인 말이다. 흔히 소리제(制) 또는 유(流)라는 말로 표현되는 판소리의 대가닥에는 크게 동편제(東便制)와 서편제(西便制)가 있고, 중고제와 호걸제라는 것도 있다. 동편제는 송흥록(宋興祿)의 소리제를 이어받은 대가닥으로서 섬진강의 동쪽지방인 운봉·구례·순창 등에서 성행하였고, 서편제는 박유전(朴裕全)의 법제(法制)를 전승한 대가닥인데 섬진강의 서쪽지방인 광주·나주·보성 등에서 불려졌다고 한다. 중고제나 호걸제는 염계달(廉季達)과 김성옥(金成玉)의 법제를 많이 계승하여 경기도와 충청도에서 유행했던 판소리의 대가닥이라고 한다.

대마디대장단[편집]

판소리·산조와 같은 음악에서 쓰이는 리듬기교의 하나로 엇붙임의 기교 없이 리듬과 선율이 원리원칙대로 진행되는 것이다. 선율의 시작과 끝이 장단의 기본틀에 꼭 맞게 진행되며 음이 주박에 붙어 있는 리듬형태를 가리킨다. 일명 대머리대장단이라고도 한다. 판소리·산조·농악에서는 엇붙임·잉애걸이·완자걸이·교대죽·도섭 등 여러 가지 붙임새의 기교를 써서 리듬을 다양하게 하는데, 이러한 기교를 부리지 않은 본디 리듬형태를 대마디대장단이라 한다. 리듬감을 강조하는 음악에서는 대마디대장단만으로 음악이 구성되면 리듬이 단조로우므로 대마디대장단 외에 여러 붙임새를 조화있게 구성하여 리듬의 변화를 꾀하여야 한다.

더늠[편집]

판소리의 유파에 따라 계승되어 오는 특징적인 대목이나 음악적 스타일을 일컫는 말이다. 호걸제·석화제처럼 제(制)와 비슷한 개념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어떤 명창이 부른 판소리의 특정한 대목이 만인에게 공감을 주고 격찬을 받게 되면 그 대목은 누구의 더늠이라고 말하게 되고 그 더늠은 후배 명창들에 의해 계승된다.

더늠은 역대 명창들이 자기의 음악적 역량을 발휘하는 대목으로 꼽고 있어서 특징적인 음악어법으로 인식되고 판소리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작곡의 개념도 포함한다. 그러므로 작곡의 개념이 결여되어 있는 전통음악에서 작곡가를 알 수 있는 증거가 되고 작곡의 관점에서는 개인의 음악어법이 전통음악에 미친 영향을 가늠하는 단서가 된다. 판소리에 전해오는 유명한 더늠으로는 권삼득(權三得)의 흥보가 중 제비후리러 나가는 대목, 고수관(高壽寬)의 춘향가 중 자진사랑가, 임방울(林芳蔚)의 춘향가 중 쑥대머리, 염계달(廉季達)의 수궁가 중 토끼 욕하는 대목 등이 있다

도습[편집]

판소리에 사용되는 음악 기법의 하나. 판소리에는 노래로 짜여져 있는 소리(창)와 말로 엮어가는 아니리 대목이 있는데 도습은 창과 아니리의 중간 형태이다. 도습을 소리 반, 말 반이라 하고 '창쪼'라고도 한다. 이것은 말의 리듬과 음의 높낮이는 갖추어져 있지만 일정한 박자의 틀에 담겨져 있지는 않다. 따라서 도습은 자유스런 속도에 불규칙적인 리듬으로 짜여져 있는 것이 보통이다.

도창[편집]

導唱

창극 공연 때 무대 옆에서 판소리의 소리와 아니리를 부르는 사람을 말한다. 일명 수창(首唱)이라고 한다. 도창은 박과 박 또는 장과 장 사이에 줄거리가 끊어지지 않도록 유도해 주는 역할 및 이야기의 난해한 점을 관객들이 이해하기 쉽게 돕는 해설자 구실을 맡는다. 도창은 주로 판소리나 창극계의 원로 명창에게 맡겨진다. 일제시대 송만갑 중심의 협율사(協律社)가 활동했던 당시에는 도창이란 말보다는 수창이란 말이 사용됐으나, 오늘날에는 도창이란 말이 많이 쓰이고 있다.

돈타령[편집]

판소리 흥보가와 춘향가에 삽입되어 있는 돈에 얽힌 내력을 읊은 노래. 가사는 "돈, 돈, 돈봐라…" 하며 돈은 부귀공명도 가지고 올 수 있고 사람을 살리기도 하고 죽이기도 한다는 해학적인 내용으로 되어 있다.

흥보가에서는 가난한 흥보가 매품을 팔기로 약속하고 받은 돈을 놓고 노래하는 대목과 박타령 도중에 박 속에서 나온 돈을 보고 노래하는 대목의 두 대목이고, 춘향가에서는 춘향을 잡으러 간 군노사령들이 월매가 준 돈을 놓고 부르는 대목에 삽입되어 있다. 그러나 정정열판 춘향가에는 돈타령이 없고 창극으로 각색할 때는 옥중 나졸들이 돈타령을 부르기도 해서 유파에 따라 돈타령을 전혀 부르지 않는 창자들도 있다.

돈타령의 음악적 구조는 보통 계면길에 중중모리 장단으로 짜여져 있는데 슬픈 느낌은 전혀 표출되지 않고 흥겹게 노래하고 있다. 특히 김세종판 춘향가에 삽입되어 있는 돈타령은 음악적 구성이 세분되어서 단중모리 장단과 호걸제(설렁제)로 짜여진 부분이 먼저 나오고 중중모리 장단과 계면길로 짜여진 부분이 뒤이어 나온다.

득음[편집]

得音

판소리 전문가들의 음악적 역량이 완성된 상태. 성음을 얻었다는 뜻이다. 판소리의 음악적 3요소인 성음·길·장단 중에서 특히 제일 중요하고 마지막 수련과정인 발성법에 관련된 것으로 성음을 자유자재로 구사해서 사실의 이면을 그릴 수 있는 경지를 가리킨다. 명창들이 득음을 위해 산속에서 수련하는 과정을 '득공'이라 하고 득음의 경지에 이르면 모든 소리를 자연에 가깝게 묘사할 수 있다고 한다. 신재효(申在孝)는 그의 창작단가인 광대가에서 광대의 구비조건으로 첫째 인물치레, 둘째 사설치레, 셋째 득음, 넷째 너름새를 제시한 바 있다. 그 중 득음은 "오음을 분별하고 육율을 변화하여 오장에서 나는 소리 농낙하여 자아낼 제"라고 설명했다.

만고강산[편집]

萬古江山

현재 소리로 전해오는 단가(短歌)의 하나.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산천경계라는 뜻이다. 다른 단가와 마찬가지로 작사·작곡자 미상으로 여러 전문가들의 구전에 의하여 전해온다. 중국의 <사기(史記)>에는 신선이 산다는 봉래(蓬萊)·방장(方丈)·영주(瀛州)가 삼신산(三神山)으로 꼽혀 있는데, 이 단가에서는 우리나라의 금강산·지리산·한라산이 삼신산에 비유되고 있다. 이른 봄에 삼신산을 찾아나선 작가가 금강산(봉래)에 도착해서 유명한 명승지와 풍취를 찬양하는 내용이다.

대개의 단가에는 중국의 지명이나 인물들이 주로 인용되는 데 비해 이 노래는 우리나라의 강산을 읊으면서 만고강산의 의미를 강조하는 애국적인 노래이다. 음악적 구조는 보통 속도의 중모리(평중모리) 장단과 우조길로 짜여 있는데 김소희(金素姬)와 김여란(金如蘭)이 부르는 노래의 선율골격이 비슷해서 같은 유파의 소리이며 작곡가도 같은 것 같다. 그러나 성우향(成又香) 등 다른 전문가들은 선율형태가 다른 만고강산을 부르고 있다.

몽중가[편집]

夢中歌

판소리 춘향가에 나오는 노래의 하나. 옥중에서 꾼 꿈 이야기이므로 김세종(金世宗)판에서는 '옥중가' 속에 포함시키지만 정정열(丁貞烈) 판에서는 '옥중가'와 '몽중가'를 별도로 분리시킨다. 옥중 춘향의 절개가 꿈으로 승화되어 용기를 북돋워 준다는 내용을 묘사하고 있는데, 특히 정정열판의 몽중가는 음악적 짜임새가 다채롭다. 정정열판의 몽중가는 옥중 정경이 묘사된 옥중가 다음에 "일야는 꿈을 비니…" 하는 가사로 시작되어 꿈 속에서 춘향이가 황능묘로 인도되어 정절이 칭송되고 위로받는 내용이다.

느린 진양조로 시작된 이 대목은 계면길로만 짜여진 옥중가와는 달리 우조길과 평조길이 여러번 조바꿈되는데, 그 조바꿈의 기법은 계면길까지 차용하고 있어서 판소리의 전조(轉調)와 변조(變調)를 연구하는 데 매우 중요한 대목이다. "아무덴 줄 바이몰라…" 하는 대목부터 중모리 장단으로 바뀌고 평조길과 우조길로 이어지다가 마지막 꿈이 깬 대목에서 다시 현실을 묘사한 계면길로 되돌아온다.

박석티고개[편집]

판소리 춘향가 중 농부가 다음에 이어지는 대목. 어사가 된 이도령이 그 동안의 남원 사정을 대강 탐문한 뒤에 남원의 관문인 박석티고개에서 새로운 감회에 젖어 과거를 회상하고 춘향의 집으로 내려오는 과정이 묘사되어 있다. 이 대목 다음은 어사가 춘향모와 상봉하는 장면으로 이어진다. 현대 전승되고 있는 춘향가의 박석티고개는 김세종판이나 정정렬판 모두 그 음악적 구조가 느린 진양조 장단과 평조길로 짜여져 있어서 점잖은 이도령의 감회에 젖은 심정을 잘 나타내고 있다. 판소리 중에서 평조길의 쓰임이 잘 나타난 대목의 하나로 선율진행은 시조창과 아주 유사한 양상을 보여준다.

그러나 근세 명창 이동백(李東伯)이 SP음반으로 남긴 박석티고개는 현존하는 박석티고개와 그 음악적 구조가 다르다. 장단은 빠른 진양조인 세마치 장단으로 되어 있고 선법적 양상은 평조길보다 높은 우조길을 주축으로 하고 있다. 그러므로 이동백창 박석티고개는 이도령이 씩씩하고 호탕한 성격의 인물로 작곡되어 있는 반면, 현존하는 박석티고개는 이도령이 점잖고 용의주도한 성격으로 작곡되어 있다.

박타령[편집]

판소리 흥보가 중 박을 타면서 부르는 노래이다. 수궁가를 토끼타령이라고 하듯이 흥보가 전체를 박타령이라고도 한다. 흥보가에서 박타는 대목은 흥보가 박을 타는 대목과 놀보가 박을 타는 대목이 있는데, 박녹주(朴綠珠)·강도근(姜道根) 등 전문가에 따라서는 놀보가 박을 타는 대목을 부르지 않고 놀보 제비 후리러 가는 대목에서 흥보가를 끝맺고 있어서 근래에는 박타령이라고 하면 흥보가 박타령을 부르는 대목을 가리키고 있다.

흥보가 박을 타는 대목은 먼저 가난타령을 부른 다음 첫째·둘째·셋째박으로 박을 세 번 타는데 진계면으로 짜여진 가난타령에서 박타령으로 극적 전환이 되어갈 때마다 점점 흥겨운 스타일의 음악으로 변해 간다. 그리고 박 속에서 돈·밥·비단 등 기상천외의 물건이 쏟아질 때마다 돈타령·밥타령·비단타령 등의 노래가 삽입된다.

반대로 놀보가 박을 타는 과정은 망해 가는 과정을 묘사하고 있어서 그 음악적 표현법은 즐거운 정경에서 슬픈 정경으로 변화되어 가는 것을 그리고 있다.

음악적 구조는 흥보박이나 놀보박이 모두 진양조와 계면길로 짜여져 있고 마지막 부분인 '실근 실근…'하고 박이 갈라지는 대목은 휘모리 장단으로 변한다.

방자가 춘향 얼러대는 대목[편집]

판소리 춘향가의 한 대목. 광한루로 구경나온 이도령의 심부름으로 방자가 춘향을 겁주어 데려 가려는 노래이다. 이 대목을 추천목이라고 하는데 추천목은 음악적 특징을 가리키는 말이 아니고 그네타는 대목이라는 뜻이다. 자진모리 장단에 실려 있는 선율의 특징은 6음음계라는 점인데 미·솔·라·시·도·레의 음계음(계면길)이 모두 독립성을 갖고 각 음에 가사가 붙어 있다.

이것은 계면길의 꺽는 위청(도)과 꺽는 아래청(시)이 한 글자에 처리되어 있는 다른 노래와 구별된다. 그러나 도·시의 반음 진행은 반드시 하향으로만 쓰이고 상향진행은 없다.

방자야 우지마라[편집]

판소리 춘향가의 한 대목. 춘향의 옥중 편지를 가지고 한양으로 가는 방자와 어사가 된 이도령이 만났을 때 어사가 방자를 위로하는 노래이다. 어느 유파나 이 대목은 중모리 장단에 경드름으로 부른다. 경드름은 대개 계면길에서 경드름으로 바뀌는 경우가 많은데, 이 노래에서 바뀌는 방법은 본청의 변화가 특이하다.

방자의 남원경치[편집]

판소리 춘향가의 한대목. 춘향가 초엽(첫대목)의 기산영수에 이어지는 노래로 봄 나들이 가려는 이도령에게 방자가 남원의 경치를 구석구석 알려주는 내용으로 되어 있다. 중중모리 장단의 흥겨운 리듬에 가락이 실려 있는데, 김소희(金素姬)가 부르는 이 노래는 평조길·우조길·계면길로 음계가 바뀌어가며 선율을 이루어 재미있게 짜여져 있는 것이 특징이다.

배비장타령[편집]

판소리 열두 판(열두 바탕, 열두 마당) 중의 하나. 현재 판소리나 창본은 전하지 않고 그 줄거리가 소설화된 것만 남아 있는데 소설 이름은 <배비장전>이다. 송만재의 <관우회>에 그 내용이 한문으로 기록되어 있고 정노식의 <조선창극사>에는 열두 판 중 네 번째로 기록되어 있다.

유진한(柳振漢)이 1754년(영조 30)에 엮은 만화본 춘향가 가운데 배비장전에 관한 언급이 있는 점으로 보아 영조(1724-1776) 초에는 이미 판소리로 정착되었다고 보인다. 사설내용은 9대째 정남(貞男)으로 일컫는 서강(西江) 사는 배선달이 제주목사의 수행원인 비장으로 따라가서 제주 기생 애랑에게 홀려 관청 뜰에서 망신당한다는 줄거리이다.

신재효(1812-1884)의 <오섬가(烏蟾歌)>에는 "배비장 또 둘러셔 궷 속에 잡아넣고 무수한 조롱작전 어찌아니 허망하리"라고 간략하게 기록되어 있고 이와 비슷한 내용이 성종(1469-1494) 때의 학자 서거정(1420-1488)의 <태평한화골계전> 등에 보인다.

배비장 타령은 민간 세상에 펴져 있는 설화를 판소리로 짜 부르고 그 판소리가 소설로 정착된 것인데 남달리 근엄한 체하는 선비들의 중세적 관념의 권위를 조롱하는 내용이다.

범피중류[편집]

판소리 심청가 중의 한 대목. 범피중류란 배가 바다 한가운데로 떠 간다는 말이다. 남경 선인들에게 몸이 팔린 심청이 불쌍한 아버지를 홀로 남겨 놓고 유유히 바다 위로 떠가는 모양을 묘사하는 이 부분은 한가한 정경 뒤에 숨겨진 짙은 우수가 음악적으로 잘 승화되어 있다.

배가 지나가면서 보이는 경치는 중국의 소상팔경이 묘사되어 있기 때문에 <조선창극사>와 1930년에에 출반된 SP음반에는 소상팔경이라고 한 기록도 보인다.

판소리의 한 유파인 강산제에서도 이 범피중류의 가사나 선율을 수궁가 중 자라가 토끼를 감언이설로 꼬여서 수궁으로 가는 대목에서도 그대로 부르는데 심청가의 내용보다도 후반부가 축소되어 있는 점으로 보아서 원래 심청가로 작곡된 노래를 수궁가에 인용한 것으로 보인다.

음악적 구조는 느린 진양조와 평조길로 짜여져 있으며 평조길의 음역을 넓게 사용하기 때문에 자연히 우조길의 선율진행법이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김소희, 성창순 등은 이 부분을 우 조라고 말하기도 하고 김명환, 정권진 등은 평조길, 박동진은 시조목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진양조의 정격틀인 24박자 구조틀에 맞추어 노래하고 있지만 박초월은 첫 악구를 18박자로 짜서 부르기도 한다. 또한 이동백(李東伯)이 남긴 SP음반은 우조길과 빠른 진양(세마치) 장단으로 짜여져 있어서 박석티고개와 같이 이동백의 판소리가 현존하는 판소리 유파와 다르다는 것을 보여준다.

변강쇠타령[편집]

판소리 열두 판(열두 바탕, 열두 마당)의 하나. 가루지기타령이라고도 하고 횡부가(橫負歌)로 번역하기도 한다. 가루지기란 서민이 죽으면 거적으로 말아서 옆으로 지고 간다는 뜻으로 송장을 비유한 말이다.

송만재의 <관우회>, 정노식의 <조선창극사>에 판소리 열두 판의 하나로 기록되어 있고 신재효의 여섯 판의 하나로 가사가 정리되어 있다. 옛 명창 송흥록(宋興祿)과 장자백(張子伯)이 이 노래를 잘 불렀다는 기록이 <조선창극사>에 있어서 19세기까지는 판소리로서 불렸다는 것을 알 수 있으나 20세기 이후에는 소리판에서 부르지 않는다.

KBS자료실에 박동진창으로 녹음된 테이프가 있는데 이것은 박동진이 신재효의 대본을 바탕으로 재창작한 것이다. 천하 잡놈 변강쇠가 천하잡녀 옹녀와 그칠 줄 모르는 육욕에 탐닉하고 지리산 속으로 들어가서 장승을 패어 때고, 그 벌을 받아 죽자 사람마다 그 송장에 붙어 떨어지지 아니한다는 줄거리로 판소리 중에서 가장 음란한 내용이다.

따라서 문학적인 저질성으로 인해서 부르지 않게 되었으나 수호신으로 장승에 대한 신앙, 송장을 통해 투시된 생에 대한 강렬한 의욕이 잘 나타나 있는 등 소재나 구성이 향토적이고, 서민문학이나 구비문학의 관점에서 중요한 자료이다. 특히 음남(淫男) 변강쇠와 음녀 옹녀(雍女)가 개성 청서관에서 만나 당장치기로 결합되는 대목의 '기물타령'이 민간가요의 모습을 잘 나타내 주고 있다.

비단타령[편집]

판소리 흥보가에서 흥보의 박타령 중간에 삽입되어 있는 노래의 하나. 박을 타는 박타령 다음에 박 속에서 온갖 보물이 나오는데 그 중에 비단을 놓고 좋아하는 정경이 묘사되어 있다. 이 다음은 각종 비단 중에서 흑공단과 송화색 비단으로 흥보와 흥보 처가 치장해 보는 대목으로 이어진다.

돈·금·은·보화 등 온갖 보물 속에 비단이 포함되는 것을 보면 흥보가를 창작했던 당시의 사회상과 가치관을 짐작할 수 있다. 무가(巫歌)인 고사창에서도 이 비단타령이 비슷한 음악적 구조로 불려지고 있어서 비록 그 기원은 증명할 수 없더라도 서사무가와 판소리의 상관관계가 깊음을 알 수 있는 단서가 된다.

음악적 짜임새는 중중모리 장단과 계면길로 되어 있는데 계면길의 꺾는목을 진계면과는 달리 심하게 꺾지 않고 하청의 농현도 심하지 않아서 슬픈 악상으로 표현하지는 않고 농부가에서와 같이 즐거운 정경을 그리고 있다. 특히 비단으로 치장하는 대목의 계면길은 꺾는청이 두 음으로 완전희 분리되어 가사가 별도로 붙어 있고 본청의 장2도 아래음인 더음청을 사용하고 있어서 6음계 계면조의 선법양상을 보여준다.

삼고초려[편집]

三顧草廬

판소리 적벽가(赤壁歌)의 한 대목. 삼고초려는 숨어 사는 현자(賢者)를 임금이 세 번이나 찾아가서야 만난다는 뜻인데 여기서는 유비가 제갈공명을 찾아가는 것을 가리키고 있다.

<조선창극사>에는 김창룡(金昌龍)이 불렀다는 이 대목의 가사가 기록되어 있는데 이 가사는 현존 여러 유파의 적벽가에서 불리는 가사와 비슷하고 신재효의 <판소리 사설집>에는 이 대목의 사설이 보이지 않는다. "당당한 유현주는 신장의 칠척오촌이요…"로 시작하는 이 노래의 음악적 구조는 느린 진양조 장단에 우조길로 짜여 있고 유비, 관운장, 장비의 순서로 그 용모와 특징이 자세히 묘사되어 있다.

정권진 창 강산판의 적벽가에서는 이 노래가 적벽가의 첫번째 노래로 구성되어 있으나 박봉술 창 송판이나 박동진이 부른 적벽가는 삼고초려 앞에 유비, 관우, 장비가 의형제를 맺는 도원결의 대목이 있다.

새타령[편집]

-打令

(1) 판소리 적벽가(赤壁歌)의 한 대목. 적벽대전에서 패한 조조가 화룡도로 도망가는 도중 전쟁에서 죽은 군사들의 귀신소리를 슬피우는 새소리로 듣는 환상에 사로잡힌 모습을 묘사한 대목이다. 여기서 새소리는 바로 귀신들의 원한에 찬 울음소리이기 때문에 남도민요(南道民謠) 새타령과는 전혀 다른 내용이다.

"산천은 험준하고 수목은 총잡한데 만학에 눈쌓이고 천봉에 바람칠 때 화초목실 없었으니 새가 어이 울랴마는 적벽강 객사 원귀새가 되어 우더이다…." 하고 시작해서 그 원귀들이 갖가지 새들의 울음소리로 묘사된다.

<조선창극사>에는 철종·고종 때의 명창 이창운(李昌雲)의 더늠으로 가사가 기록되어 있는데 그 가사는 현재 거의 비슷하게 전승되고 있다. 음악적 구조는 현재 전승되고 있는 모든 유파에 이 부분이 중모리 장단과 계면길로 짜여져 있고 선율진행도 대동소이하다. 특히 송만갑(宋萬甲)이 SP음반으로 남긴 이 부분은 새소리 묘사에서 실제 새소리와 똑같은 성음(聲音)을 구사하고 있어서 그의 성악적(聲樂的) 기량을 득음이라는 측면에서 살펴보는 좋은 자료가 되고 있다.

(2) 남도잡가(雜歌)의 하나. 보통 남도민요(民謠)라고 말하나 실상은 잡가에 속한다. 장단은 중중모리이고 음계는 전형적인 남도민요의 계면조(界面調)에 속하며 즐거운 느낌을 주고 남도잡가 가운데서도 빼어난 곡으로, 전반(前半)에서는 평탄한 소리로 엮어가다가 후반(後半)에 이르면 한층 고조된다.

새타령은 다음과 같이 시작하는 것이 보통이다. "새가 날아 든다 새가 날아든다 온갖 잡새가 날아든다. 새 중에는 봉황새 만수문전(萬樹門前)에 풍년새…" 그러나 전문가들은 12잡가의 유산가(游山歌) 후반에 나오는 다음과 같은 가사를 먼저 부른 후에 원래의 새타령으로 들어간다.

"삼월 삼짇날 연자 날아들고 호접(胡蝶)은 편편(翩翩) 송림(松林) 나뭇가지 꽃이 피었다. 춘풍 들쳐 먼 산은 암암 큰산은 종종 기암(奇岩)은 충충 매산이 울며 천리 시내는 청산으로 돌아 들고 이골 물이 주루루 저골 물이 쿨렁 열에 열두골물이 한데 합수(合水)하여 천방자 지방자 월턱지고 구부러지고 방울지고 버금저 건너 병풍석(屛風石)에다 마주 쾅쾅 맞춰 때려 산이 울렁거려 떠나간다. 어듸메로 가자느냐 아마도 네로구나 요런 경치가 또 있느냐…"

새타령은 새소리를 사실적으로 묘사하는 노래이다. 새타령의 명창으로는 헌종(憲宗, 1834-1848) 때의 이석순(李石淳), 철종(哲宗, 1849-1863) 때의 이날치(李捺致)와 박유전(朴裕全), 그 후로는 이동백(李東佰) 등이 있다.

성음[편집]

聲音

(1) 악기나 목소리의 발성 상태. 이 경우에는 성음이 좋다 혹은 나쁘다라고 표현하는데, 이것은 악기나 목소리의 음질(音質)이나 음색(音色)의 미적 우열을 가리는 기준이 된다.

가야금을 예로 들면, 가야금의 성음은 그 울림의 근본적인 상태가 악기의 제작과정과 관계가 있으므로 성음의 좋고 나쁨은 연주에서 한계점을 갖게 마련이지만 "장마 때는 가야금 성음이 좋지 않는 법이다"라는 말과 같이 기후에 따라 가야금의 성음이 달라질 수 있고 연주자의 연주법에 따라서 성음이 결정되기도 한다.

대개 연주자의 농현기법이 잘못되어 발발성이 나온다든지 줄을 뜯는 오른손 주법이 잘못되어 둔탁한 소리가 날 때 그 연주자의 성음은 좋지 않은 것으로 평가된다. 또한 타고난 목소리도 음악의 장르에 따라서 그 음악에 적당한 성음과 그렇지 못한 성음으로 구별되기도 한다. 그러므로 판소리, 민요(民謠), 가곡(歌曲) 등 장르에 따라 그에 알맞은 성음이 별도로 평가된다. (2) 판소리 음악의 3요소 가운데 하나. 판소리에서 성음은 길(선법), 장단과 함께 음악적 3요소로 불린다. 판소리는 이 세 가지의 음악적 요소가 완벽하게 구사될 때 판소리다운 음악으로 평가받는다.

판소리에는 음악을 결정하는 극적상황과 사설이 있으므로 성음도 일단 그것과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가령 기쁜 정경을 묘사할 때는 밝은 음색으로. 슬픈 장면을 묘사할 때는 어두운 음색으로 노래해야 된다는 것이다. 이것은 같은 멜로디(선율)가 발성에 따른 음색에 의하여 그 음악적 의미가 달라진다는 것을 가리키므로, 가령 성음부터 틀렸다 라는 말이 있듯이 성음은 판소리의 음악적 3요소 중에서 가장 중요한 개념으로 꼽힌다.

서양음악에서는 선율의 성격이 주로 화성진행에서 결정되므로 판소리의 성음은 서양음악의 화성(和聲)이라는 개념에 비유할 수 있다. 이 성음의 개념은 어떤 기보법(記譜法)으로도 전달할 수가 없고 그 도(道)는 스스로 깨우치는 방법밖에 없다.

판소리에 쓰이는 성음의 종류는 극적 상황에 따라서 무수히 많지만 크게 나누어 씩씩하고 우렁찬 우조(羽調) 성음, 평온하고 한가한 평조(平調) 성음, 무겁고 슬픈 계면(界面) 성음, 쾌활하고 가벼운 경드름 성음 등으로 나눈다.

이 밖에 좋은 성음으로 천구성·철성·수리성 등이 꼽히고, 되발아져서 못쓴다는 노랑목·발발성 등이 있으며, 장식음을 표현하는 감는목·방울목·구르는목·제친목 등의 용어가 쓰인다.

심봉사자탄[편집]

판소리 심청가의 한 대목. 심봉사가 뺑덕어미와 황성 가는 도중에 뺑덕어미가 도망간 것을 뒤늦게 알고는 막막하고 답답한 심정을 노래한 부분이다. 특히 강산판 심청가에서는 이 대목의 음악적 짜임이 다른 유파에 비해서 뛰어나다. 강산판의 이 대목은 먼저 진양조 장단과 계면길의 조합으로 뺑덕어미가 도망간 다음의 심정을 노래하는데 진양조의 24박 구조틀이 철저하게 적용되고 있다.

중모리로 장단이 바뀌면 주막 밖을 나가는 처량한 심봉사의 모습이 묘사되는데 가사가 "새 서방 따라서 잘 살아라" 하는 대목에서 계면길이 끝나고 평조길로 조바꿈되어 산천경개를 묘사한 대목으로 이어진다. 시냇물 소리가 들리는 곳부터 중중모리 장단으로 바뀌어 목욕을 하고 난 후 슬픔을 잊고 기분 전환이 되는 과정으로 진행된다.

한가지 노래에서 아니리 없이 곧바로 진양조·중모리·중중모리로 장단이 바뀌면서 점점 빨라지는 구성을 파악할 수 있는 좋은 예이다. 조상현은 이 대목에서 두 옥타브가 넘은 음역(22도)을 구사하고 있어서 판소리에 쓰이는 음역의 한계가 어떠한가를 보여주고 있다.

농부가[편집]

農夫歌

(1) 농부들이 모를 내거나 김을 맬 때 부르는 노동요의 하나. 한 사람이 독창으로 메기면 여러 사람이 제창으로 받는다.

노랫말의 내용은 지방마다 약간씩 다르나 순박하고 솔직한 농부들의 생활상을 반영하거나 또는 연정(戀情)을 호소하는 것도 있다.

(2) 판소리 춘향가에서 농부들이 모를 심으면서 부르는 노래로 토속민요가 다듬어진 것이다. 거지꼴을 한 어사가 남원땅에 들어서서 논에서 모를 심는 농부들을 만나게 되는데 이 때 농부들의 정경이 농부가로 묘사된다. 노래는 먼저 "여…여…여루우 상사듸야" 하는 받는 소리로 시작되고 한 농부씩 농사에 관련된 사설을 메기는 소리로 엮는다. 한 절이 끝날 때마다 후렴이 삽입된다. 음악적 구조는 중모리와 계면길로 짜여진 자진농부가가 하나의 짝으로 구성되어 있다. 선율구조가 계면길로 짜여져 있어서 꺾는목을 사용하고 있지만 그 음악적 표현은 비애가 아닌 흥겨운 정경을 표현하고 있어서 계면길이 여러 가지 감정표출의 수단과 방법에 응용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또 보통 계면길의 선율진행법의 하향진행 대신 상향진행의 선율진행법을 많이 사용하고 있어서 본청의 장2도 아래음이 옥타브 위에서 자연스럽게 쓰이는 6음음계의 구성으로 이루어져 있다.

<조선창극사>에는 송만갑(宋萬甲)의 더늠으로 기록되어 있으나, 송만갑 때에 처음으로 불려졌다기보다는 원래 농요에 그 원초적인 가락이 있었던 것이고, 그것이 판소리에서 현재의 상태로 가사와 노래의 구성이 다듬어졌다고 보는 편이 타당하다. 이 농부가 다음은 아니리에 이어서 박석티고개 대목으로 계속된다.

십장가[편집]

十杖歌

판소리 대목의 하나. 판소리 춘향가에서 춘향이 신관 사또 앞에서 매 맞는 대목의 노래. "집장사령 거동을 보아라…" 하고 시작하는 이 부분은 먼저 매맞기 전의 집장사령들의 움직임을 묘사하고, 매를 하나 둘 맞아감에 따라 춘향이가 숫자에 맞는 운자풀이로서 일편단심을 더욱더 다지는 내용으로 십장이 처리된 다음, 구경군들이 사또와 집장사령을 원망하는 대목으로 이어진다.

특히 1부터 10까지 숫자에 따른 운자풀이가 4·4조로 재미있게 짜여져 있고 이 운자풀이 때문에 이 부분을 십장가라고 부르지만, 실제로는 삼십번쯤 맞는 것으로 되어 있다. 음악적 구조는 집장사령의 거동이 진양조와 우조로 시작되다가 춘향이의 정경이 묘사되는 부분부터 계면조로 바뀌어지고 계속해서 십장까지 계면길과 진양조로 짜여지다가 구경꾼들이 원망하는 대목부터 중모리와 경드름으로 이어진다. 그러나 경드름으로 부르는 대목을 계면조로 계속하는 경우가 있고 가사도 창자에 따라서 가감을 하기도 한다.

특히 "모지도다, 모지도다. 우리 사또가 모지도다…" 하고 시작하는 경드름 대목은 진경드름이라고 하는데 오태석 SP음반으로 남긴 가야금병창 십장가에서도 인용된다. 송만갑이 SP음반으로 남긴 경드름 부분은 변조의 기법이 뛰어나고 다른 유파에 없는 사설도 첨가되어 길게 짜여져 있다.

신연맞이[편집]

판소리 춘향가에서 신임사또가 부임하는 대목. 춘향의 시련이 시작되는 첫 부분이다. 신임사또의 부임과정이 자세히 묘사되고 있어서 과거장 대목과 함께 조선시대 상류사회의 풍속을 알아보는 중요한 자료가 된다. "신연맞어 내려올제 그 이 장히 좋다…" 하는 4·4조로 시작해서 행렬과 행차 과정이 자세하게 묘사되어 있다. 음악적 구조는 대개 자진모리 장단과 우조길로 짜여진 판을 대부분 부르고 있으나, 김연수(金演洙)판은 진양조로 시작되고 정정열(丁貞烈)판은 계면길을 섞어서 판을 짜기도 한다. 특히 김세종(金世宗)판에서는 자진모리 장단 붙임새의 기법이 다채롭게 짜여져 있어서 어사출도 대목이나 과거장 대목과 같이 자진모리에 활용되는 엇붙임기법의 좋은 예가 되고 있다. 그 사설 내용을 표현하는 이면이란 측면에서 모든 유파의 전문가들은 호령성과 엄성(嚴聲)이 많은 성음으로 발성한다.

쑥대머리[편집]

판소리 춘향가 중의 한 대목. 근세 명창 임방울의 더늠으로 알려져 있다. 춘향이 옥중에서 이도령을 그리워하는 내용으로 되어 있다. 임을 그리는 내용이 시대적 상황과 연관되어 일제 이후 60년대까지 선풍적인 유행을 일으킨 노래이다. 중모리 장단에 계면길의 선율이 실어져 있는데 선율에는 전타음과 같은 장식 기법이 특징적으로 나타난다.

아니리[편집]

판소리 가수가 한 대목의 소리에서 다른 대목으로 넘어가기 전에 자유리듬으로 사설을 엮어가는 행위이다. 사설을 엮어가는 방법에 따라서 보통 말하듯 엮어가는 말조 아니리와 소리하는 식으로 엮어가는 소리조 아니리로 구분되지만, 모두가 서양 오페라의 레시타티브나 오페라부파의 스피치와 비교될 수 있다. 아니리의 구실은 판소리 연주에서 소리 못지않게 중요한데, 그 이유는 가수가 다음에 계속될 극적인 장면이나 효과를 설명할 수 있고, 또 아니리 부분에서 노래 후에 잠시 휴식을 취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대체로 아니리의 사설은 산문(散文)체로 되었고, 말 끝은 '…하는듸'로 되었다. 소리에 뛰어나지 못한 판소리 광대는 아니리에서 재담(才談)을 잘 늘어놓아 관중의 인기를 얻었다고 한다. 다음의 실례는 춘향가의 일부를 인용한 것이다.

"(아니리:도련님 물러나와 내아로 들어가니(중략) 저녁을 재촉하여 한술을 뜬둥만동허고 할 일 없이 춘향집에 이별차로 나가는듸(늦은중모리):왼갖생각 두루헌다. 점잖으신 도련님이 대로변으로 나가면서 울음 울 리가 없지마는 옛일을 생각허니(이하 생략)"

어사와 춘향모 상봉[편집]

御史-春香母相逢

판소리 춘향가에서 거지꼴을 한 어사가 춘향집을 찾아가 춘향모와 상봉하는 대목이다. 박석티고개에 이어서 계속되는데 춘향모가 후원에서 춘향을 살려달라고 축수하는 정경을 보고, 이도령이 "내가 어사 된 것이 선영 덕인 줄 알았더니 여기와서 보니 장모 덕이 절반도 넘는구나" 하고 독백을 한 후 술에 취한 척하며 춘향모를 불러낸다. 이 대목은 사정이 다급한 춘향모와 여유만만한 어사의 태도가 대화를 통해서 잘 나타나 있는데 특히 어사가 자기의 신분을 한 겹씩 벗겨가는 과정과 엉뚱한 춘향모의 대화는 희극성이 잘 나타나 있다.

이 대목은 음악적 구조의 측면에서 판소리 선율의 변조가 빼어난 대표적인 예인데, 춘향모가 말하는 부분은 전부 계면길로 되어 있고 어사가 말하는 부분은 모두 평조길로 된 경드름(반 경드름)으로 짜여져 있다. 중중모리 장단의 틀 안에서 계속 반복되는 두 사람의 대화가 변조하는 방법은 계면길과 평조길의 본청을 한 음으로 고정시켜 놓고 질서가 다른 음들을 구사하고 있어서 오선보 위에 채보해 놓은 결과는 서양 음악에서 주음이 같은 장조와 단조가 번갈아 등장하는 경우와 비슷하게 나타난다. 이 대목 다음은 춘향모가 어사의 겉모양만 보고 크게 실망하는 정경으로 이어진다.

어사출도[편집]

판소리 춘향가의 마지막 부분에 나오는 한 대목. 춘향의 시련이 끝나고 드디어 절개를 지킨 보람이 있어 극적으로 반전되는 클라이맥스 대목이다.

"금잔의 술은 백성들의 피요, 쟁반의 안주는 백성의 기름이요, 촛물이 떨어질 때 백성의 눈물 흘리고, 노랫소리 높은 곳에 원성이 높더라"는 내용의 한문시로 된 시창 다음에 곧 이어진다.

모든 유파의 춘향가가 자진모리와 우조로 짜여져 있어 긴박감과 부산한 정경을 묘사하고 있는데 비록 어사가 출도하더라도 전체적인 분위기는 적개심이 불타는 살벌한 것이 아니고 유머가 많이 가미되어 해학적으로 묘사되어 있다. 판소리에 쓰이고 있는 자진모리 장단과 말붙임의 기교가 잘 나타나 있고 잉애걸이·완자걸이·교대죽이라고 말하는 엇붙임의 기법이 많이 쓰이고 있어 자진모리 장단구조에 접근할 좋은 예의 한 대목이다.

엇붙임[편집]

산조·판소리와 같은 리듬변화가 다채로운 음악에 쓰이는 리듬기교의 하나. 악구의 첫머리가 장단의 중간에서 시작하거나 악구의 끝이 장단의 중간에서 끝나고 바로 다음 악구가 시작되는 리듬기교를 가리킨다. 잉애걸이·와나걸이·교대죽·도섭 등이 엇붙임에 속하며 엇붙임과 반대되는 리듬기교는 대마디대장단이다.

이별가[편집]

離別歌

판소리 춘향가에서 춘향과 이도령이 이별하는 대목의 노래. <조선창극사>에는 박유전(朴裕全)의 더늠으로 기록되어 있다. 현존하는 춘향가는 음악적 짜임새가 춘향의 사랑·춘향의 이별·춘향의 시련·춘향의 승리 네 부분으로 크게 나눌 수 있어서 이별가 부분이 춘향가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대단히 크다. 특히 이별가는 시대적으로 관찰할 때 점점 길어지는 추세를 보이는데, 정정열(丁貞烈)판 춘향가에는 오리정 이별 부분이 별도로 삽입되어 있어서 현존하는 여러 유파의 춘향가 중 이별가 부분의 길이가 가장 길게 짜여져 있다.

전체의 길이가 1시간이 넘는 현존 이별가는 맨 처음 이별하게 된 사연을 알리러 춘향의 집에 가는 이도령의 답답한 심정이 진양조로 묘사된다. 춘향집에 당도한 다음 춘향의 슬픔·춘향모의 노발대발 등 이별을 앞둔 사람들의 슬픈 심정의 묘사가 사실적으로 전개되고 맨 나중은 이도령의 점점 멀어져 가는 모습이 달·별·나비·불티 등으로 비유된다.

음악적 짜임새는 비애를 내용으로 한 계면조로 되어 있어서 대부분 계면길의 선법으로 선율이 이루어져 있고, 이도령이 춘향을 달래는 대목만 경드름의 선율형태가 삽입되어 있다. 그러나 송만갑(宋萬甲)이 SP음반으로 남긴 이별가는 약 3분간의 소리가 처음부터 끝까지 경드름으로 짜여져 있다. "여보 도련님 나를 어쩌고 가시려오…" 로 시작되는 송만갑의 이별가는 <조선창극사>에 모홍갑의 더늠인 이별가를 그대로 전승한 것으로 판단된다.

장승타령[편집]

長承打令

판소리 적벽가(赤壁歌)에서 조조의 꿈에 의인화되어 나타난 장승이 부르는 노래이다. 화룡도로 쫓겨가는 조조가 장비의 복병에 걸려 혼이 난 다음 길가에 서 있는 장승만 보고도 놀라서 장승을 뽑아 없애라는 명령을 한 후 겁이 난 마음을 풀려고 술 한잔 먹고 잠깐 조는데 장승혼령이 나타나 부르는 노래이다.

"천지만물 생겨날 제 각색 초목이 먼저 나…" 하고 시작하는 가사의 내용은 여러 나무의 쓰임새를 먼저 읊고 각종 악기나 궁궐의 기둥은 못될 망정 험한 꼴로 길가에 서 있는 자신의 신세타령을 한 다음 용서해 주기를 비는 과정으로 전개된다.

극적 설정과 사설의 짜임새도 재미있지만 불우한 자신의 처지를 슬프지 않고 담담하게 읊어가는 이면(裏面)의 표현 방법이 이채롭다. 특히 현재 부르고 있는 여러 사람의 적벽가 중에서도 박봉술(朴奉術)의 장승타령은 그 음악적 구조에 특징이 있는데 중중모리 장단으로 부른 것은 다른 사람과 같지만 선율의 짜임새는 평조길을 주축으로 음역을 넓게 활용하고 있어서 계면길로 판을 짜는 사람들과 뚜렷한 구분이 된다. 이 장승타령 다음은 군사 점고대목으로 이어진다.

본청[편집]

本廳

전통 음악의 음계(선법)에서 가장 중요한 기본음이다. 본청이라는 말은 판소리·산조·시나위 등의 남도 음악에서만 쓰인다. 궁중음악이나 가곡·풍류 등에도 기본음의 역할을 하는 음이 있으나 그것을 본청이라고는 말하지 않는다. 본청은 선율의 질서를 통제하고 종지하는 기능이 있으며, 음계의 다른 음들이 본청과의 상관관계에서 설명되므로 음계의 중심음의 기능도 있다.

남도 음악에서 본청은 흔히 말하는 서양 음악의 선법이나 음계와는 달리 음계나 선법의 가운데에 위치한다. 즉 미·솔·라·시·도·레·미 계면길의 본청은 라이고, 솔·라·도·레·미·솔 우조길의 본청은 솔이다. 그러므로 가야금 산조에서 6번째 줄인 '징'줄을 본청이라고 할 때 선율의 질서가 바뀌어짐에 따라 징줄은 라·솔·도의 여러 가지 기능을 하게 된다. 본청은 어느 길에서도 떨거나 흘러내리는 독특한 시김새가 없이 단순하고 꿋꿋하게 표현되기 때문에 판소리에서는 본청을 평으로 내는 목이라고 한다. 만일 본청이 떨거나 흘러내리는 시김새를 갖게 되면 그것은 전조(modulation)를 의미한다.

시나위에서 본청은 6관청이라고도 하는데 그 음높이는 c-d 정도이다. 시나위는 계면길만 사용하는 음악이므로 시나위의 본청은 계명창으로는 라가 된다. 시나위에서 여러 악기가 다른 선율을 구사하며 합주를 이루는 원리는 바로 계면길의 모든 음이 본청으로 진행하려는 성질을 이용한 것이다.

강상풍월[편집]

江上風月

현재 많이 불려지고 있는 단가의 하나. 이 노래의 작사 작곡가는 물론 그 유래도 확실히 알려지지 않고 있으나 판소리의 전문가(광대) 사이에서 구전(口傳)되고 있다. 가사는 음풍영월(吟風詠月)하는 자연의 한정(閑情)을 묘사하고 있다. '풍월강산'이란 단가가 중국의 소상팔경을 소재로 하고 있는 데 비하여 이 단가는 우리나라의 강릉 경포대에서 달맞이하는 내용으로 짜여져 있다. 배를 타고 가면서 보이는 자연을 즉흥시로 엮었기 때문에 백구가의 가사가 차용되기도 하고, 그네를 보고 님을 그리워하는 내용도 있고 초야에 묻힌 선비의 착잡한 심경이 묘사되기도 한다. 중모리 장단으로 틀을 짜 "거드렁거리며 놀아보세"로 끝맺는 것은 다른 단가와 같지만 가사 내용과 길이, 선법 양상이나 선율 형태는 부르는 사람에 따라서 약간씩 달라진다. 이것은 하나의 시(詩)에 여러 사람이 작곡했던 것을 말해준다. 가사의 일부는 다음과 같다.

"강상에 둥둥 떴는 배 풍월 실러 가는 밴가 동강칠리탄(桐江七里灘) 엄자룡의 낚싯밴가 십리장강벽파상(十里長江碧波上) 왕래하던 거래선 야박진회근주가(夜泊秦淮近酒家) 술 사 싣고 가는 밴가 오호상연월야(五湖上烟月夜) 범상공(范相公) 가는 밴가 이 배 저 배 다 버리고 한송정(寒松亭) 들어가 길고 긴 솔을 베어 조그마하게 배 무어 타고 술렁술렁 배뛰어라. 강릉 경포대로 달맞이 가자. 대인난(待人難) 대인난은 촉도지난(蜀道之難)이 대인난이요, 출문망(出門望) 출문망은 월상오동(月上梧桐) 상상지(上上枝)라 자라 등에 달을 실어 우리 고향을 어서 가세(이하 생략)."

적벽대전[편집]

赤壁大戰

판소리 적벽가(赤壁歌)에서 가장 극적인 장면인 적벽대전을 묘사한 대목. 주유(周瑜)와 제갈공명이 화공법(火攻法)에 걸려 조조의 백만대병이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하고 패하는 과정이 그려져 있는 부분이다. 춘향가(春香歌)의 어사출도 대목과 같이 급박한 극적 상황이 골계적으로 묘사되어 있고 변사또가 말을 거꾸로 타고 도망가는 다급한 정경은 조조가 말을 거꾸로 타고 가는 것을 인용하고 있어서 비슷한 분위기를 느끼게 한다. 더구나 음악적 짜임새도 두 대목은 모두 자진모리 장단에 우조로 되어 있고 선율진행에서도 비슷한 부분이 많다. 이 적벽대전 다음은 아니리를 거쳐서 적벽새타령으로 노래가 이어진다.

적성가[편집]

춘향가에서 처음으로 등장하는 진양조 대목. 소풍나온 이도령이 광한루에서 보이는 사면 경치를 읊는 내용으로 되어 있다. 이도령은 먼저 멀리 보이는 적성산에 안개가 드리운 광경을 "적성의 아침 날은 늦은 안개 떠 있고…"라고 읊는데 적성가라는 말은 여기서 인용해서 이 대목을 가리키는 노래 제목으로 통용되고 있다. 이 부분의 한문 가사는 대부분 당(唐)나라 시인 왕발이 지은 <임고대>라는 악부시에서 인용해 왔는데 '임고대'는 높은 누대에 오른다는 뜻이다.

<조선창극사>에는 장자백(張子伯)의 더늠으로 기록되어 있고 현재는 동편 계통(송판, 김세종판)의 유파 전승자들이 가사와 선율에서 대동소이하게 노래하며 서편제 계통인 정정렬(丁貞烈)관의 전승자들은 적성가 대신 "동편을 가리키며…" 로 시작되는 대목을 적성가와 같은 음악적 스타일로 부르고 있다.

음악적 구조는 느린 진양조 장단에 우조길로 짜여져 있는데 진양조의 24박 한 장단에 꼭 맞춰져 있어서 맺고 푸는 장단의 등배가 규칙적으로 어울어지고 우조길은 본청 위의 높은 음역을 많이 사용하고 있어서 우조 중에서도 전통 가곡(歌曲)의 선율 진행법을 차용한 가곡성 우조(羽調)의 성격을 띤 부분이 많다. 후반부에서는 본청(本淸)이 4도 위로 전조하는 선율형태로 조바꿈하고 있다.

도드리[편집]

還入

전통음악에 쓰이는 장단의 하나. 보허자의 일부분을 6박자의 틀에 연주하는 미환입(밑도드리)의 장단이라는 뜻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전통음악의 장단이 6박·4박 등의 정격 장단으로 변한 것은 18세기 이후인데, 그것은 판소리·잡가 등 민간 음악이 전통음악의 주류로 자리잡으면서부터 그 영향을 받은 것이다. 진양조나 엇중모리 등도 6박자를 장단의 패턴(틀)으로 삼고 있는데 도드리 장단은 2분박(duple rhythm)인 엇모리와 거의 같은 구조를 갖고 있다.

도드리 장단을 사용하는 곡은 밑도드리·웃도드리 외에 영산회상의 삼현도드리·하현도드리, 가사의 백구사·수양산가·어부사 등, 그리고 경기잡가와 서도잡가인 점은 모두 같으나 액센트(기덕)는 곡에 따라서 셋째박자에 치기도 하고 다섯째 박자에 치기도 한다.

제비노정기[편집]

-露程記

판소리 흥보가에서 흥보의 은혜를 입은 제비가 보은표 박씨를 물고서 강남으로부터 흥보집까지 찾아오는 과정을 묘사한 대목이다. 노정기란 여행할 길에 대하여 적어 놓은 글을 가리키는데 제비가 강남에서 흥보집까지 오는 행로는 옛날 우리나라 사신들이 북경 가는 길의 노정을 반대로 적어 놓은 것이다.

근래에는 가야금병창에서 이 부분을 떼어서 부르기도 한다. <조선창극사>에서 서편제에 속하는 김창환(金昌煥)의 더늠으로 가사만 기록되어 있는데 SP음반으로 전하는 김창환의 실제 소리와는 그 가사가 다르다. 전문가들은 제비노정기를 우조라고 증언하고 있는데 우조길로 짜여진 것은 김창환의 제비노정기뿐이고 시대가 지날수록 계면길로 변천되어온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장단 구조는 모든 유파의 노래뿐만 아니라 가야금 병창에서도 중중모리 장단으로 되어 있는데, 특히 3분박 4개가 한 장단을 이루는 부분과 2분박 6개가 한 장단을 이루는 부분, 그리고 두 부분이 합쳐진 경우 등 그 구조가 매우 기교적으로 짜여져 있다. 이 제비노정기 다음은 아니리가 있고 다음 노래는 가난타령으로 이어진다.

제비후리러나가는 대목[편집]

판소리 흥보가에서 놀보가 제비를 잡으러 가는 대목. 화초장 타령에 이어 아니리가 나온 다음 이 대목으로 이어진다.

가사 내용은 심술궂은 놀보가 부자가 될 욕심으로 삯꾼들과 함께 제비들을 찾아나서는 정경이 희극적으로 묘사되어 있는데, 갖가지 새들만 보아도 제비인 줄 착각한다는 비유가 성미급한 놀보의 심정과 성격을 잘 설명해 준다. 판소리 전문가들이 이 대목을 부르기에 앞서 "이 대목은 팔명창의 한 사람인 권삼득 선생의 더늠인데…" 라고 밝히고 있으며 호걸제(豪傑制)는 권삼득으로부터 유래한다는 역사적 기록이 있어 이 노래는 권삼득이 작곡한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음악적 구조는 씩씩한 악상을 표현하는 호걸제(덜렁제)와 중중모리 장단으로 짜여져 있으며 특히 호걸제의 대표적인 노래로 꼽힌다. 이 노래는 현재 모든 유파에서 비슷한 선율형태로 노래하는데, 이동백(李東白)이 SP음반으로 남긴 것이 사설도 가장 길며 음악적 짜임새도 가장 훌륭하다.

박봉술(朴奉術)은 흥보가를 놀보가 박을 타는 대목까지 부르지만 박녹주(朴錄珠)와 강도근(姜道根)은 이 대목에서 흥보가를 끝맺고 있다. 박녹주의 흥보가가 무형문화재로 지정되었고 많은 전문가들이 박녹주로부터 흥보가를 전수받아 흥보가 전체의 극적 구성에 한계점을 보여주고 있다.

중타령[편집]

-打令

판소리에서 중의 거동이 묘사되어 있는 대목의 노래. 중타령이 나오는 대목은 심청가(沈淸歌)에서 물에 빠진 심봉사를 구해준 화주승이란 말과 함께 사용되었고, 같은 해 10월에 새로 등장하는 부분과 흥보가에서 착하고 가난한 흥보에게 집터를 잡아준 도승이 등장하는 부분이다. 현재 심청가에는 '중 올라온다…'로 시작하고 흥보가에서는 '중 내려온다…'로 시작하고 있으나 중의 행색을 묘사하고 염불을 외는 대목들이 공통으로 들어 있다. <조선창극사>에는 서편제인 정창업(丁昌業)의 더늠으로 가사가 기록되어 있으며 심청가에서도 '중 내려온다…'로 되어 있다.

판소리에서 중들의 등장은 긍정적인 내용의 전개로 인용되어 있는 점이 중들의 행위를 비판하고 있는 가면극과 다른 점인데, 심청가에서는 화주승이 심봉사를 구해주는 대목부터 새로운 국면으로 전개되어 나가고, 흥보가에서도 도승이 집터 잡아주는 대목부터 흥보의 운이 트이기 시작한다.

음악적 구조는 빠른 다섯박자 두 개가 한 패턴을 형성하는 엇모리 장단과 계면길로 구성되어 있는데 비록 계면길로 이루어져 있으나 전문가들은 이 중타령의 엇모리 장단은 판소리에서 드물게 쓰이는 장단으로 전라도 무가(巫歌)의 신임장단과 그 구조가 같다. 이 중타령의 장단과 선율 구조는 수궁가(水宮歌)에서 범 내려오는 대목이나 적벽가에서 한 장수 나오는 대목에서도 사설만 다를 뿐 음악적 구조는 중타령과 유사하게 쓰이고 있다.

운담풍경[편집]

雲淡風輕

현재 애창되고 있는 단가의 하나. 운담풍경이란 구름이 맑고 바람이 가볍다는 뜻으로 봄날의 화창한 날씨를 의미하고 있다. 언제부터 단가로 불렸는지 알 수 없으나 박녹주(朴錄珠)·정권진(鄭權鎭) 등 명창들이 즐겨 부른다. 가사의 시작 부분은 송나라 학자 정호(程顥)의 시에서 따왔다. 단가에 자주 인용되는 주제인 인생무상이 보이지 않고 대자연을 노래한 서정성이 짙게 풍긴다. 음악의 짜임새는 다른 단가처럼 중모리 장단에 우조길의 선법적 양상을 보여 주는데 정권진 창의 운담풍경은 중간 부분부터 우조길이 완전4도 위로 전조하는 기법이 쓰이고 있다.

전주대사습놀이[편집]

全州大私習一

전주 지방에서 거행된 궁술대회(弓術大會:숙종대)와 전주 특유의 통인물(通引物) 놀이(영조대), 그리고 판소리 백일장(철종 후기) 등 민속무예놀이를 통틀어 일컫는 명칭이다.

판소리 백일장은 영문통인(營門通人:全羅監營)과 본부통인(本部通人:全州)의 경창(競唱)을 위하여 전국에서 초치(招致)하여 대결하는데, 순조(純祖) 때에는 대사습놀이에서 장원(壯元)한 광대에게 가자(嘉資)와 명창(名唱)의 칭호를 내렸다. 한동안 중단되었다가 1975년 이후 매년 개최되고, 종목도 기악·시조·민요 등이 추가되었고, 문화방송에서 주관하고 있다.

죽장망혜[편집]

竹杖芒鞋

단가(短歌)의 하나. 현재까지도 애창되고 있다. 죽장망혜란 대지팡이와 짚신으로 간단한 차림새를 의미한다. 다른 단가와 마찬가지로 그 생성과정은 밝혀지지 않았으나 명창들의 일화에 인용되는 것으로 보아 오래된 단가로 알려졌다. 노래의 내용은 죽장망혜에 조롱박을 찬 간소한 차림으로 세상 영욕을 다 버린 채 강상풍경을 구경한다는 줄거리인데 명승지는 모두 중국이며 그것에 관계되는 역사 인물들도 모두 중국의 고사에 나오는 사람이다. 음악의 짜임새는 보통의 단가와 마찬가지로 중모리 장단에 우조길의 선법적 양상을 띠고 있어서 화평하고 한가한 악상을 표현하고 있다.

춘향의 그리움[편집]

판소리 춘향가의 한 대목. 서울 간 이도령을 그리워하며 부르는 춘향의 노래. 그 다음은 변사또가 춘향을 부르러 사령을 보내는 대목으로 이어진다. 느린중모리 장단에 계면길로 짜여져 있어서 비애의 감정이 두드러지는 대목이다. 특히 계면길의 하청(下淸)을 옥타브 위에서 많이 사용하고 그 상청(上淸)이 본청(本淸)으로 바뀌는 전조(modulation)를 하는 점이 특징이다.

토끼화상[편집]

판소리 수궁가(水宮歌)에서 화공이 토끼의 모양을 그리는 장면의 노래이다. 토끼의 간을 구하는 특사로 자라가 뽑힌 후 토기의 생김새를 모른다는 자라의 말에 화공을 불러 토끼를 그리는 대목에서 부른다. 각종 경치를 보는 눈, 여러 새소리를 듣는 귀 등 신체 각 부분을 그리는 동작이 사실적으로 묘사된 이 부분의 가사는 <조선창극사>에 김찬업(金贊業)의 더늠으로 기록된 내용을 현재에도 여러 유파에서 거의 같게 부르고 있다. 가야금병창에서는 이 부분을 따로 떼어서 부르고 있지만 선율의 구조는 판소리와 다르다. 판소리의 음악적 구조는 보통 중중모리 장단과 계면길로 짜여져 있는데, 계면길의 특성을 그대로 표현하면서도 발성을 슬프게 하지 않고 도약진행을 구사하고 있어서 진계면이라고 말하는 부분의 통상적인 표현법과는 다르게 나타난다.

창본춘향가[편집]

唱本春香歌

김연수(金演洙) 지음. 판소리 춘향가의 노래와 아니리를 모아 놓은 사설집으로 창조(唱調)·장단(長短)에 관한 해설서 제1편에서는 총 84장으로 구분된 춘향가의 사설 옆에 장단의 표시가 있어 장단치는 자리를 명확히 구분하였으며, 어려운 낱말에 주석을 붙여 쉽게 이해하도록 해설한 것이 특징이다. 제2편에서는 판소리·창조·장단·춘향전에 대한 해설로 구성되어 있으며, 끝에는 판소리의 역대 명창들의 인명록인 고금국악명인록과 저자 연보가 부록되어 있다. 저자가 일제시대에 판소리 명창으로부터 직접 배운 것들을 바탕으로 엮은 책으로 판소리 연구에 귀중한 자료가 된다.

천자뒤풀이[편집]

판소리 춘향가에서 이도령이 부르는 노래의 하나. 광한루에서 춘향을 본 후 집에 돌아와서 천자문을 읽어도 춘향에 대한 생각을 지울 수 없는 이도령의 심경을 토로하는 대목이다. 뒤풀이란 정상적인 본풀이가 아닌 것을 의미하는데 여기서는 천자문의 뜻풀이가 춘향과 연관되어 해학적으로 맞추어져 있다. 이 천자뒤풀이는 사설로 전해오는 여러판의 춘향전에 그 가사가 각각 다르게 기록되어 있는데 간단한 훈독(訓讀)으로 된 것(경판춘향전), 민요식으로 짜여진 것(완판춘향전의 방자창), 한문고사가 인용된 것(완판춘향전의 이도령창)도 있는 등 각 판이나 창자(唱者)에 따라서 짜임새가 각각 다르다.

그 대부분의 사설이 려(呂)자로 끝맺는 것은 입맞춤을 의미하고 판에 따라서는 음담패설이 많은 경우도 불 수 있다. 거의가 중중모리 장단으로 짜여진 점은 같지만 선율진행은 차이가 있어 근세 명창 이동백(李東伯)이 SP음반으로 남긴 것은 계면길로 되어 있고, 임방울(林芳蔚)은 평조길로, 김세종(金世宗) 판에서는 우조길을 주로 사용해서 선율을 구사하고 있다.

천자앞에 심청나타남[편집]

판소리 심청가의 한 대목으로 천자의 정원에 옮겨 놓은 연꽃에서 심청이가 나와 천자와 처음 만나는 대목이다. 느린 중모리 장단과 우조길로 짜여져 있어서 천자 거동의 표현을 장엄하게 묘사하고 있다. 낮은 하성과 높은 상성을 사용해서 선율의 도약진행이 많고 음역을 넓게 쓰고 있는 점이 독특한 선율진행 방법이다.

추월만정[편집]

판소리 심청가(沈淸歌)의 한 대목. 심청이 왕후(王后)가 된 이후 부친을 생각하며 부르는 이 대목의 첫머리에서 노래의 제목이 나왔다. 가락은 계면조(界面調)이고 장단은 진양조이다. 김정문(金正文)과 이화중선(李花中仙)이 부른 대목의 일부는 다음과 같다.

"추월은 만정하여 산호주렴(珊瑚珠簾)에 비쳐들 제 청천의 외기러기 월사(月下)에 높이 떠서 뚜루루룩 끼룩 울음을 울고 가니 심왕후 기가 막혀 기러기 불러 말을 하되…"(이하 생략)

편시춘[편집]

片時春

현존하는 단가(短歌) 중에서도 자주 불리는 곡 중의 하나. 편시춘은 잠깐동안의 봄이라는 뜻으로 세월의 덧없음과 인생의 무상함을 의미하는데, 이 단가가 언제부터 누구에 의하여 불리기 시작했는지는 알 수 없으나 부르는 사람에 따라 선율형태가 여러가지로 다른 것으로 미루어 작곡자가 여러 사람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평화롭고 담담한 성음을 구사하며 우조길을 주로 사용하고 장단은 중모리 장단이다. 왕발(王勃)의 시에서 인용된 가사의 첫대목은 "(아서라) 세상사 가소롭다. 군불견동원도리편시춘(君不見東園桃李片時春:그대는 봄 뜰에 핀 복숭아꽃과 배꽃이 잠시 피었다가 헛되이 지는 것을 보지 못했는가?)"로 되어 있다.

한 병사의 용전가[편집]

판소리 적벽가의 한 대목. 전쟁터에 나온 조조의 병사들이 적벽대전을 앞두고 처량한 신세타령을 늘어 놓자 한 병사가 나서서 전쟁의 결의를 다지는 대목이다. 중중모리 장단에 호걸제라는 음악어법으로 짜여진 씩씩한 대목인데, 옛 명창 권삼득(權三得)의 독특한 기법인 권삼득제를 호걸제(설렁제)라고 한다. 흥보가의 제비후리러 나가는 대목과 함께 호걸제의 대표적인 대목의 하나이다.

화초장타령[편집]

-打令

판소리 흥보가에서 놀보가 화초장을 지고 가면서 부르는 노래이다. 흥보집에 찾아온 놀보가 갖은 심술을 다 부린 후, 금은보화가 가득찬 화초장을 얻어서 화초장 세 글자를 외면서 지고 가다가 화초장이란 말을 잊어 버린 후 '장'자 돌림이 붙은 물건들을 나열하는 희극적인 내용으로 사설이 짜여져 있다. 누구인지는 모르지만 이 노래를 작곡해서 흥보가에 도입한 작곡가는 놀보가 흥보집에 찾아와서 부린 심술에 대하여 지적 보복을 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고, 후에 놀부가 망하는 징조를 보여준다고도 해석할 수 있다.

이 노래의 음악적 구조는 중중모리 장단에 계면길로 짜여져 있는데 꺼들거리고 부르는 노래여서 계면길은 우조의 발성기법 영향으로 비단타령이나 방아타령에서와 같이 '더음청'을 갖는 6음계의 구조로 되어 있고, 중중모리 장단은 3분박 4개가 한 장단이 되는 경우와 2분박 6개가 한 장단이 되는 경우, 이 두 경우가 합쳐진 장단 등 여러 가지 형태의 중중모리 장단이 쓰이고 있다. 이 노래 다음은 아니리에 이어서 제비후리러 나가는 대목으로 계속된다.

화초타령[편집]

花草打令

판소리 심청가에서 궁중의 갖가지 꽃이 있는 정경을 묘사한 대목인 꽃의 노래. 심청가에 등장하는 왕(천자)은 왕비가 없이 꽃을 즐기는 성격의 인물로 설정되어 있고 남경 선인들이 심청이 들어 있는 연꽃을 헌상하자 굉장히 기뻐하는 극적 구성으로 되어 있다.

연꽃·매화·복숭아꽃·국화·진달래 등 사철에 피는 모든 꽃이 나열되어 있으므로 사실성을 초월해서 묘사하고 있다. 이와 같은 사실성을 초월해서 풍성함을 묘사하는 과장법은 판소리 사설을 짜는 특징의 하나인데, 화초타령 이외에도 음식타령·기생점고·춘향의 방치레·놀부 심술대목·짐승들 상좌다툼·비단타령 등 여러 대목에서 그 예가 나타난다. '화초도 많고 많다…'로 가사가 시작되어 맨처음 팔월에 피는 부용(연꽃)이 등장하고 각종 꽃에 얽힌 한시가 나열된 다음 맨나중은 새와 벌, 나비들이 모여드는 광경으로 끝난다.

음악적 구조는 중중모리 장단과 우조길로 짜여져 있어서 흥겨운 정경이 잘 나타나 있다. 특히 조상현(趙相賢)이 부른 강산판 심청가의 화초타령은 우조길의 본청과 상청의 장3도 음정 진행이 많이 쓰이고 있어서 우조 중에서도 평우조의 대표적인 예의 하나로 꼽힌다.

휘모리[편집]

판소리와 산조에 쓰이는 장단의 하나. 단모리 혹은 세산조시라고도 한다. 자진모리 장단이 더욱 빨라져서 형성된 장단으로 그 구조에는 차이가 있어 자진모리는 3분박인 데 비해 휘모리는 2분박이다. 이 휘모리 장단은 무악(巫樂)의 당악장단과 영산회상의 양청도드리 장단과 맥락을 함께한다.

흑공단과 송화색[편집]

판소리 흥보가 중 박타는 대목에서 나오는 노래의 하나이다. 박통 속에서 나온 온갖 비단으로 흥보와 흥보의 처가 치장하는 광경을 해학적으로 표현한다.

중중모리 장단에 실려 있는 노래의 선율은 계면길로 짜여져 있는데, 계면길의 꺾는 위청(도)과 아래청(시)의 가사가 별도로 붙어 있어 서두음이 원래 한 음이 아니고 별개의 음이라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호걸제[편집]

豪傑制

옛 명창 권삼득(權三得)의 독특한 음악적 스타일. 권삼득을 가중호걸(歌中豪傑)이라고 명했던 데서 유래한다. 호걸제를 권제·권삼득제라고도 하고, 속어로 설렁제·덜렁제·권마성제라고도 한다. 라·도·레·미·솔·라로 이루어진 음의 질서 안에서 선율이 진행되는데 도음은 생략하는 경우가 많고 라음은 지속음처럼 강조해서 외쳐대는 듯이 소리를 이끌어간다. 대개 중중모리 장단으로 짜여져 있으나 중모리 장단으로 부르기도 한다. 판소리에서 호걸제로 유명한 대목은 흥보가에서 제비후리러 나가는 대목, 심청가에서 남경선인 외치는 대목, 춘향가에서 옥중 춘향의 석방장면 등이 있는데, 옥중 춘향의 석방장면은 중모리장단으로 짜여져 있고 다른 대목은 모두 중중모리장단으로 짜여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