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말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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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년――”

“에이, 고약한 년들 같으니――”

오늘도 또 싸움, 동리의 이야깃거리가 될 만큼 싸움의 유명한 그 집은 오늘도 또 훤조喧噪에 끓어 오른다.

두 동서는 멱살을 맞붙잡고 산발한 허벅숭이를 끄들며 발길은 배에까지 올라간다. 심장은 찢어지는 듯이 벌떡이며 분노의 눈에는 핏줄이 서고, 흥분에 전신은 떨며 경련하는 입술에서는 붉은 피가 흐른다.

동리 사람들이 웃으면서 한 말이지만 사실 그들은 ‘개와 고양이’인 셈이다.

그들의 눈초리는 조금이라도 같은 피 흐르는 동족을 보는 눈은 아니다. 마치 적敵을 보는, 아닌 무서운 사자끼리 서로 노려보는 듯한 험상스런 눈초리다.

무서운 짓이다. 단란해야 할 동족이 서로 적대시하다니,

살이 살을 찢으려 하며 같은 피가 피를 흘리려 하다니…… 오! 무섭다.

선량한 신神이여! 왜 속히 진정시키지 못하나?

“며느리, 시에미년이 동리에 다니면서 말질이 뭐야, 응?‘

외삼촌댁과 외삼촌 동서에게 하는 말이다. 외삼촌댁――거진 오십이나 되는――은 가만있지 않았다. 급격한 분노로 인하여 눈ᄊᅠᆸ이 가볍게 경련하자 몽둥이를 들더니 생질며느리에게 타격을 주면서,

“어째, 이년? 넌 왜 밤낮 큰집에 가서 요사를 떠니? 오늘도 그게 뭐냐, 이년!”

“그럼, 왜 그리 술주정을 하나? 열 번 얻어먹다가 한 번만 못 얻어먹어도 벌써 투정이지.”

사실 못 얻어먹기만 하면 그는 욕으로 갚았다. 그에게 주기를 거절하는 사람은 모두 다 그 조嘲의 과녁이 되었다. 그리고 또 그의 무폭無暴에는 누구든지 놀단다. 그는 그의 무폭을 그 자신으로 허용함에 대하여 일종의 우월감――이라고 할는지 쾌감이라고 할는지――을 느낀다. 그리고 거기에서 자위自慰를 발견한다. 그만큼 병적이다.

미친 개들――그렇게 안부르고는 못 배길 만큼 그들은 광란한다――은 한데 어우러졌다. 옷은 가리가리 나고 젖통조차 드러났다. 한변 구석으로 점점 작아져 들어가는 어린이는 공포에 전율하면서 아우성을 친다.

늘 이런 불안에 ᄊᆞ인 살풍경의 기분이 그 집에 돌아있다.

매일과 같이,

“어쩌면 남의 사랑에 있으면서도 그렇게 밤낮 빈중대?”

“뭘 빈중대? 이까짓 잘난 집 하나 가지고 세를 쓰니? 세를 써!”

“그렇다. 그래, 얼른들 나가거라. 나가, 나가!”

“갈 테다. 갈 테야! 이까짓 사랑 아니면 집이 없겠니?”

뱉어내는 듯이 소리를 지른다.

“그래, 얼른 나가! 글쎄.”

영양부족으로 하여 푸른 얼굴이 더 푸르러지고 숨은 괴로워지고 자기 분에 못 이겨 옷만 바락바락 찢는다.

나의 맘은 공연히 쓰렸다.

그들은 벌써 기진맥진하였다. 몸은 나른해지고 그래도 손은 가볍게 떨며 흥분미를 띤 얼굴에는 아직도 독기가 좀 남아 있었으나 눈 속에는 애수를 담뿍 품은 눈물이 깊이 빛났다. 잔예하는 듯한, 그도 드리는 듯한 눈동자를 나는 똑똑히 볼 수 있었다.

날마다 날마다 살아가기 어려운 데서 생기는, 거의 횡포에 가까운 광적 태도의 노인 역시 생활난으로 그를 섬기기 어렵기 때문에 도리어 그를 옹호하려는 며느리 자기도 살기 애달픈데다가 항상 개기는 고로 자연히 증오의 염을 일으키게 되는 동서가 눈앞에 떠올랐다.

나의 마음에 남는 것은 우울의 감상뿐이었다.

두 집 중에 어느편이 그른지 나는 알지 못했다. 다만 묵묵할 뿐, 아니 어찌 감히 말하리요?

――죄罪는 양편에 없고 다른 데 있는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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