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어두운 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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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가 무성한 숲 옆에 큰 연못이 있고, 그 연못 옆에 크디큰 절이 있었습니다.

숲 속에 사는 사슴과 연못 속에 사는 자라와 절 지붕에 사는 올빼미와 셋이는, 서로 몹시 친하게 정답게 지내는 터이었으므로 매양 셋이는 한데 모여서 재미있는 일을 서로 이야기하고, 매사를 서로 의논하고 지냈습니다.

그런데, 하루는 이 근처에 사는 포수가 이마적(이즈음) 눈이 어두워서 사냥을 잘 하지 못하던 터에, 사슴의 발자국을 보고 큰 수나 난 듯이 덫을 놓아 두었습니다. 그런 줄을 알지 못하고 사슴이 자나가다가 보니까, 길 옆에 훌륭한 먹을 것이 놓여 있는 것을 보고, 그것을 집어먹으려다가 그만 덫에 걸려 버렸습니다.

“아차차, 큰일 났다. 나 좀 살려 주, 나 좀 살려 주우.”

하고 소리껏 외쳐 날뛰었습니다.

“이 깊은 밤중에 이게 왠 소리일까?”

하고, 자라가 소리나는 곳에를 와 보니까, 친한 친구 사슴이 덫에 걸려 있지 않습니까? 몹시 놀라서,

“이것 큰일 났군!”

하고, 애를 무한 쓰지마는 어떻게 구원해 내는 수도 없고, 쩔쩔매기만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올빼미가 자라를 보고 하는 말이,

“여보게 이러구만 있다가 날이 밝으면 포수가 올 것이니 어릿어릿하기만 하다가는 큰일 나겠네……. 자아, 내가 가서 어떻게든지 포수가 얼른 오지 못하도록만 해놀 터이니, 자네는 그 동안에 자네 날카로운 이빨로 그 덫줄을 끊어 보게.”

“응 그러게. 그럼 내가 내 힘껏 끊어 볼 터이니, 어쨌든지 포수가 얼른 오지 않도록만 해 주게.”

자라는 죽을 힘을 다 들여 그 끈을 물어 끊으려고 달려들었습니다.

올빼미는 즉시 포수의 집으로 갔습니다. 가서는 날개로 그 집 문을 푸득푸득 두드렸습니다.

그 때 마침 포수는 등불까지 켜 놓고 마악 사슴이 잡혔나, 덫을 보러 가려고 하는 참이었습니다. 그러자 문 밖에서 푸득푸득 문 두드리는 소리를 듣고 ‘무엇일까?’ 하고, 나가서 문 밖으로 고개를 내어밀고 휘휘 둘러보았습니다. 바깥은 캄캄한 밤중인데다가 눈이 어두워서, 더 캄캄할 뿐이었으나, 올빼미는 밤중일수록 더 잘 보이므로, 포수가 나오는 것을 보고 후닥닥 뛰어 달려들어서 날개로 얼굴을 쳤습니다.

“이크! 이게 무얼까?”

문을 얼른 닫고 돌아서면서,

“앞에는 무언지 이상한 놈이 있는 모양이니 뒷문으로 나가야겠군.”

하고, 뒷문으로 돌아 나갔습니다.

그러나, 올빼미는 ‘포수가 필시 이번에는 뒷문으로 나오리라.’ 하고, 벌써 뒷문 밖으로 돌아가 있었습니다. 그런 줄을 모르고 포수가 뒷문으로 나서니까 이번에도 또 화닥닥 달려들어 얼굴을 쳤습니다. 날개가 눈에 스쳤던지 아뜩해져서 포수는 그냥 쓰러지면서 눈에서 눈물이 줄줄 흘렀습니다. 그 통에 올빼미는 급히 날아서 숲으로 돌아와 보니까 자라는 낑낑대면서 죽을 힘을 들여가며 끈을 끊고 있는 중이었습니다.

“여보게, 이때껏 못 끊었나?”

“끈이 어떻게 굵은지……. 그래도 간신히 하나는 끊었는데 인제 나머지 하나를 마저 끊는 중일세. 포수는 어찌 되었나? 아직은 오지 않겠지?”

“포수는 염려 없네. 그렇지만 인제 곧 날이 밝게 되었으니까 얼마 안 있어 올라올 것일세……. 날만 밝으면 내 눈은 영 보이지를 않으니까 꼼짝 못 하게 된다네. 그 끈이 얼른 마저 끊어져야 할 텐데…….”

“염려 말게. 내 이가 부러지더라도 끊고야 말 터이니.”

하고, 이렇게 동무를 위하여 힘과 재주를 다 써 가며 애를 썼습니다. 기어코 날은 밝았습니다. 벌써 포수가 손에 몽둥이를 들고 올라옵니다.

큰일 났습니다. 끈은 채 끊지도 못하고, 자라는 달아날 재주도 없고 올빼미는 눈이 보이지를 않고…….

“인제는 큰일 났구나.”

하고, 사슴은 마지막 기운을 다하여 몸부림을 하였습니다. 그러니까 자라가 거의 다 끊어 놓은 것이라 끈이 탁 끊어지자, 옳다구나 하고 사슴은 후닥닥 뛰어 달아났습니다.

‘에그, 저를 어쩌나! 덫에 걸려 있던 사슴을 놓쳐 버리다니!’

하면서, 포수는 사슴 달아나는 것을 보고 분해 하였습니다. 그러나 그 대신 날이 밝았으므로, 눈이 보이지를 않아서 달아나지도 못하고, 어릿어릿하는 올빼미와 걸음이 느려서 꾸물꾸물하고 있는 자라를 잡아 가지고,

‘에에, 사슴을 놓친 대신, 이놈을 잡아서 덜 섭섭하다.’

하면서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사슴은 다행히 살아 오기는 왔으나, 자기를 살리려고 애를 쓰던 올빼미와 자라가 포수에게 잡혀 가서 큰 변을 당할 일을 생각하니까, 잠시도 마음이 놓이지를 않아서 위험한 것도 생각하지 아니하고 다시 포수의 집으로 왔습니다. 들창 밖에서 가만히 들여다보노라니까 포수는 올빼미와 자라를 새끼줄로 친친 감아서 들고,

“이렇게 매 두었다가 내일은 잡아먹어야지…….”

하면서 벽을 향하고 일어서서,

‘어디 걸어 놓을 못이 없나?’

하면서 눈이 어두우니까, 손으로 벽을 문대면서 못을 찾습니다.

‘옳지!’

하고, 사슴은 자기의 두 뿔을 들창 안으로 쑥 들이밀었습니다.

‘옳지, 훌륭한 것이 있구먼.’

하고, 눈 어두운 포수는 그것이 사슴의 뿔인 줄 모르로 이쪽 뿔에는 올빼미를 걸고, 저쪽 뿔에는 자라를 걸어 놓았습니다.

사슴은, ‘인제 되었다’ 하고, 두 뿔에 두 동무를 건 채로 그냥 뛰어 달아났습니다. 포수가 깜짝 놀래어 문 밖으로 뛰어나왔을 때에는 사슴은 벌써 어디까지 뛰어갔는지 알 수도 없었습니다.

숲 속에 와서 사슴은 두 동무의 묶인 것을 풀어 주었습니다. 그리고, 이후부터는 더욱 더욱 친절히 지내고, 서로 서로 도와갈 일을 약속하고 하나는 숲으로, 하나는 연못으로, 하나는 절 지붕 위로 제각각 쉬러 돌아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