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만필/대신의 증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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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올리니스트 하이페츠가 중부 유럽에 연주 여행을 하던 때의 일입니다. 루마니아 황후 폐하는 특별히 하이페츠를 왕궁으로 청하여 환대를 하기까지에 이르렀으므로, 그의 음악회는 물론 비상한 인기의 초점이 되었을 것은 중언(重言)할 것도 없었읍니다. 입장권은 순간에 매진되고, 문전에는 표를 사지 못한 군중으로 인산인해를 이루게 되자, 할 일 없이 120명의 군대를 풀어서 무장의 위엄으로 겨우 질서를 유지하게 되었읍니다. 일이 그렇게 되고 보니 음악가들 대기실의 출입도 자연히 엄중한 경계를 하게 되어 관계자 이외에는 절대로 입실을 거절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문지기는 일찌기 하이페츠와 대면한 일이 없었던 만큼 그날 밤의 주인공까지도 입장을 거절하여 별별 말을 다 해 보아야 완강 불응했읍니다. 여기에는 하이페츠도 적지 않게 낭패를 했던 것입니다. 그러나 개연(開演) 시간은 절박해 오고 도저히 들어갈 가망은 없게 되자 얼른 근처의 주점에 뛰어들어가서 전화를 빌어 가지고 대신(大臣)의 증명서를 써 보내게 하여 겨우 입장을 했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