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서경/무성
한 달이 지난 임진(壬辰) 날, 달이 이지러질 무렵이었고, 이튿날인 계사(癸巳) 날 아침, 무왕이 주(周)나라를 떠나 상(商)나라를 정벌하러 나섰다. 넉 달이 지나 초하루가 밝아오자, 무왕이 상나라를 평정하고 풍읍(豐邑)으로 돌아왔다. 이에 무왕은 무력 사용을 멈추고 문치를 닦았다. 전쟁에 썼던 말을 화산(華山) 남쪽에 풀어놓고, 소를 도림(桃林)의 들판에 놓아 기르니, 이는 천하에 더 이상 무력을 쓰지 않겠다는 뜻을 보인 것이다. 정미(丁未) 날에는 주나라의 사당에 제사를 지냈다. 수도와 제후국의 제후, 그리고 호위 무사들이 힘차게 달려와 제기를 들고 제사를 도왔다. 3일이 지난 경술(庚戌) 날, 하늘에 제사를 지내고 산천에 고하여 무왕의 위대한 공적을 널리 알렸다. 상현달이 뜨자, 모든 제후와 백관들이 주나라의 명을 받들었다.
무왕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아아, 여러 제후들이여! 우리 선왕들께서는 나라를 세우고 땅을 개척했소. 공류(公劉)께서는 선조들의 공업을 더욱 굳건히 하셨고, 대왕(大王)에 이르러 왕업의 기틀을 열었으며, 왕계(王季)께서는 우리 왕가를 위해 힘써 일하셨소. 나의 아버지인 문왕께서는 그 공적을 완성하여 하늘의 명을 크게 받으시고 중원 땅을 편안케 하셨소. 큰 나라는 그 힘을 두려워했고, 작은 나라는 그 덕을 따랐소.
그러나 9년이 지나도록 천하의 통일이 이뤄지지 않았소. 이에 나, 소자가 선왕의 뜻을 받들고자 하오. 상왕 주(紂)의 죄를 하늘과 땅, 그리고 지나가는 명산과 대천에 고하며 말했소. '오직 도를 지닌 증손 주왕(周王) 발(發)이 장차 상나라를 크게 바로잡을 것입니다.'
이제 상왕 주가 무도하여 잔인하게 천물을 해치고 백성들을 학대하니, 온 천하의 도망자들의 우두머리가 되어 소굴을 이루었소. 나, 소자는 이미 어진 인재들을 얻었으니, 감히 상제(上帝)의 명을 받들어 난폭한 계략을 막고자 하오. 중원과 오랑캐를 가릴 것 없이, 모든 이가 하늘의 명을 따르니 하늘의 뜻을 완성하게 되었소. 그러므로 내가 동쪽으로 정벌을 나서 그 땅의 백성을 편안하게 하였소.
오직 그 땅의 백성들이 검은 비단과 누런 비단을 바쳐 우리 주왕의 덕을 밝히니, 하늘이 기뻐하고 진동하여 우리 대읍인 주나라에 따르게 되었소. 오직 그대들 신령이여, 나를 도와 백성을 구제하여 신의 명예를 더럽히지 말지어다."
무오(戊午) 날, 군사들이 맹진(孟津)을 건넜고, 계해(癸亥) 날에는 상나라 도읍 근교에 진을 치고 하늘의 좋은 명을 기다렸다. 갑자(甲子) 날 새벽, 주는 그의 무리를 숲처럼 이끌고 목야(牧野)에서 싸웠다. 우리 군사에게 적이 되지 못했고, 앞서 나가던 병사들이 창을 거꾸로 들고 뒤의 병사들을 공격하며 패주하니, 피가 흘러 몽둥이를 띄울 정도였다.
한 번의 갑옷을 입고 싸워 천하가 크게 안정되었다. 이에 상나라의 정치를 되돌려 옛 법을 따르게 하였다. 기자(箕子)를 감옥에서 풀어주고, 비간(比干)의 무덤을 봉하였으며, 상용(商容)의 마을에 예를 표했다. 녹대(鹿臺)의 재물을 백성에게 나누어주고, 거교(鉅橋)의 곡식을 풀어주어 온 천하에 크게 베풀자 만백성이 기뻐하며 따랐다.
벼슬의 등급은 다섯으로 나누고, 봉토는 세 등급으로 나누었다. 벼슬자리는 어진 이를 세우고, 업무는 능력 있는 사람에게 맡겼다. 백성의 다섯 가지 교훈(五教, 오교)을 중히 여기니, 곧 먹고, 초상과 제사를 치르는 일이다. 믿음을 돈독히 하고 의로움을 밝히며, 덕을 높이고 공에 보답하니, 옷소매를 드리운 채로도 천하가 다스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