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지방법원 2008고합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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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시사항[편집]

필리핀 국적의 처가 생리중임을 이유로 성관계를 거부하자, 남편이 가스분사기와 과도로 협박하여 처의 반항을 억압한 후 1회 간음한 사안에서, 법률상 처를 강간죄의 객체로 인정한 사례

판결요지[편집]

필리핀 국적의 처가 생리중임을 이유로 성관계를 거부하자, 남편이 가스분사기와 과도로 협박하여 처의 반항을 억압한 후 1회 간음한 사안에서, 강간죄의 보호법익을 성적 성실을 의미하는 여성의 ‘정조’가 아닌 인격권에 해당하는 ‘성적 자기결정권’으로 보아 법률상 처를 강간죄의 객체로 인정한 사례.

참조조문[편집]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6조 제1항, 형법 제297조

전문[편집]

  • 피 고 인
  • 검 사: 유진승
  • 변 호 인: 변호사 감덕령

주문[편집]

피고인을 징역 2년 6월에 처한다.

다만, 이 판결 확정일로부터 3년간 위 형의 집행을 유예한다.

이유[편집]

범죄사실[편집]

피고인은 2008. 7. 26. 11:00경 부산 남구 우암2동 194-113에 있는 피고인의 집에서, 처인 피해자(필리핀 국적의 외국인)가 생리기간 중이어서 성관계를 거부하자 위험한 물건인 가스분사기와 과도(칼날길이 12㎝)를 피해자의 머리와 가슴에 겨누고 죽여 버리겠다고 협박하면서 피해자의 유두와 음부를 자르는 시늉을 하여 피해자의 반항을 억압한 후 피해자의 옷을 모두 벗게 하고 1회 간음하여 피해자를 강간하였다.

증거의 요지[편집]

  1. 피고인의 법정진술
  2. 피해자에 대한 검찰 및 경찰 각 진술조서
  3. 피고인에 대한 경찰 및 검찰 각 피의자신문조서 중 각 피해자의 진술기재 부분
  4. 피해자 작성의 고소장
  5. 액체형 레이져 가스분사기 사진, 피의자가 찢어서 버린 피해자의 의류사진
  6. 수사첩보보고서, 수사보고(과도 및 상황재연 등 사진촬영)

법령의 적용[편집]

  1. 범죄사실에 대한 해당법조 및 형의 선택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6조 제1항, 형법 제297조(유기징역형 선택)
  2. 작량감경
    형법 제53조, 제55조 제1항 제3호
  3. 집행유예
    형법 제62조 제1항

법률상 처를 강간죄의 객체로 인정한 이유

  1. 피고인이 판시 범죄사실과 같이 그 처를 강간한 점에 대하여 검사는 형법상 강간죄의 성립을 전제로 특별법상의 특수강간죄로 기소하였다.
  2. 이에 대하여 피고인은 범행을 모두 자백하고 변호인 또한 법리 등에 관하여 특별한 의견을 제시하지 아니하였다.
  3. 그러나 부부 사이의 강제적 성관계를 형법상 강간죄로 인정할 것인지의 여부에 관하여는 의견이 나뉘므로, 당원은 이 사건 사안에 대한 법률적용에 임하여, 논점에 관한 그간의 자료를 검토 및 숙고한 다음 별지와 같이 부부 강간에 관한 견해를 제시하고자 한다.

양형의 이유[편집]

1. 피고인은 결혼정보회사를 통하여 2006. 8. 30. 필리핀 국적의 피해자와 혼인한 다음 그로부터 4개월간 동거하였다. 그러나 피고인이 생활비를 주지 아니하는데다가 주취상태에서 폭행 등 학대를 계속하므로 피해자는 더 견디지 못하고 가출을 한 후 김해에 있는 플라스틱공장에서 노동에 종사하면서 생활하여 왔다. 그러다가 출입국관리사무소 직원에게 불법체류자로 붙들려 2008. 7. 15. 다시 피고인에게 인계되었다. 그때부터 5일 정도는 합의에 의하여 성관계를 하는 등으로 두 사람 사이에 이렇다 할 문제가 없었으나 7. 21.부터 피해자의 생리가 시작되면서 이를 이유로 피해자가 성관계를 거부하자 피고인은 자신의 성적 욕구를 참지 못하고, 거기다가 컴퓨터에 몰입하는 등 게으름을 피운다는 사정을 들어 그녀를 제압하려는 복합적인 의도에서, 판시와 같은 폭력적인 수단을 동원하여 강간을 한 것이 이 사건 범행이다.

2. 고국과 가족을 떠나 오로지 피고인만 믿고 당도한 먼 타국에서, 언어도 통하지 않고, 친지도 없어, 말할 수 없이 힘들고 외로운 처지에 놓인 피해자를 처로 맞았으면 피고인으로서는 마땅히 사랑과 정성으로 따뜻이 보살펴야 함에도, 필리핀에서 결혼식을 거행하고 혼인신고를 한 후 국내에 피해자를 데려다 놓고는 제대로 부양은커녕 피해자로 하여금 갖은 고초를 겪게 함으로써 급기야 그나마 정을 붙일 수 있는 피고인 곁을 떠나 가출할 수밖에 없게 함은 물론 열악한 상태에서 근로자로 일하도록 계속 내버려두는가 하면, 모처럼 당국의 협력으로 피해자를 다시 만났으면 위로와 휴식으로 정상적인 혼인생활을 유지할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함에도, 자신의 부당한 욕구 충족만을 위하여 처의 정당한 성적 자기결정권의 행사를 무시하고 가스총과 과도로 위협하면서 유두를 자르겠다든가, 죽이겠다든가 하는 차마 사람으로서 생각할 수도 없는 행동을 서슴지 않고 자행한 피고인의 그와 같은 행동은 이를 도무지 이해할 수도 용인할 수도 없는 것이다. 이는 처인 피해자에 대하여도 부끄러운 일일 뿐만 아니라 외국인인 처에 대하여는 그가 한국인이라는 점에서 부끄럽고 참담하기 이를 데 없는 소위라고 아니 할 수 없다. 피고인은 죄질 불량한 이 같은 범행에 대하여 엄한 벌을 받아 마땅하다.

3. 다만, 피고인이 이 사건 범행을 모두 시인하고 비록 뒤늦은 후회이긴 하나, 다시 태어나면 ‘동물’이 되겠다는 등의 통렬한 자기반성으로 자신의 잘못을 깊이 뉘우치고 있는 점, 피해자가 한동안 가출하였다가 돌아온 데다가 피해자 역시 남편인 피고인과 그간의 사정에 대한 대화와 적절한 의사소통을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한 것으로 보이고, 피고인에게 과거 아무런 범죄전력이 없는 점, 이후 피해자가 피고인에 대한 고소를 취소하여 피고인에 대한 선처를 바라고 있는 점 등의 정상을 특별히 참작하기로 한다.

4. 그 밖에 피고인의 연령, 성행, 가정환경, 직업, 범행의 동기, 그 수단 및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 공판에 현출된 모든 양형조건을 종합하여 법률이 정한 그 형기의 범위 내에서 피고인의 이 사건 범행에 대한 형을 주문과 같이 정하여 선고한다.



판사 고종주(재판장) 김태규 허익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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