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벽/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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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湖水)에는 사색(四色) 가지의 물고기들이 살기도 한다.
차디찬 슬픔이 생겨나오는 말―간 새암
푸른 사슴이 적시고 간 입 자국이 남기어 있다.
멀리 산간(山間)에서는
시냇물들이 바위에 부딪치는 소리가 들리어오고
어둑―한 숲길은 고대(古代)의 창연(蒼然)한 그늘이 잠겨 있어
나 어린 구름들이 한나절 호수(湖水) 가에 노닐다 간다.
저물기 쉬운 하룻날은
풀뿌리와 징게미의 물내음새를 풍기우며 거무른 황혼(黃昏) 속에 잠기어버리고
내 마음, 좁은 영토(領土) 안에
나는 어스름 거무러지는 추억(追憶)을 더듬어보노라.
오호 저녁바람은 가슴에 차다.
어두운 장벽(臟壁) 속에는 지저분하게 그어 논 소년기(少年期)의 낙서(落書)가 있고,
큐―피드의 화살 맞았던 검은 심장(心臟)은 찢어진 대로 겉날리었다.

가[去]는 비와 오는 바람에
흐르는 구름들이여!
너는 어느 곳에 어젯날을 만나보리오
야윈 그림자를 연못에 적시며 낡은 눈물을 어제와 같이 흘려보기에
너는 하많은 청춘(靑春)의 날을 가랑잎처럼 날려 보내었나니
오―
나는 싸느랗게 언 체온기(體溫器)를 겨드랑 속에 지니었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