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사 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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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날 김 장의네 집에서 볏섬들을 치우느라고 야단일 적에 최서방이 우연히 밥을 한 끼 얻어먹으러 그 집에 들어갔다.

원래 근하고 정직한 최 서방은 밥을 얻어먹은 그 은혜를 갚기 위하여 볏섬 치우는 데 힘을 도왔다. 아니, 도왔다는 것보다 오히려 최서방이 달려든 다음부터는 다른 사람들은 물러서서 최 서방의 그 무서운 힘을 놀란 눈으로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이것이 인연이 되어 최 서방은 그 집에 머슴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최 서방은 마흔두 살이었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40여 년이라는 최 서방의 생애는 몹시 단조하고도 곡절 많은 생애였다. 여남은 살에 어버이를 다 여의고 그때부터 그는 독립 한 생활을 시작하였다. 촌집 머슴으로서, 도회의 자유노동, 행랑살이, 그러한 유의 온갖 직업에 손을 안 대본 적이 없었다.

정직한 이는 하느님이 아신다 하지만, 최 서방의 존재는 하느님도 잊어버렸다. 부지런한 자는 성공함을 본다 하지만, 최 서방의 부지런은 그의 입조차 넉넉히 치지를 못하였다.

유랑에 유랑, 이 직업에서 저 직업으로, 이 집에서 저 집으로…… 최 서방의 생애를 간단히 설명하자면 이것이었다.

도회 친구들은 그의 너무 솔직함을 웃었다. 그리고 이 세상을 살아나가기에는 5할의 부정직함과 5할의 비위가 있어야 한다 함을 가르쳤다. 그것이 영리함이라 하였다. 그리고 그도 그것이 진리임을 보았다. 그러나 그는 그러한 삶은 살 수가 없었다. 그러한 삶을 살아보려고 노력까지 해보았으나 못하였다. 얼굴이 뜨거워오며 스스로 속으로 불유쾌하여 할 수가 없었다.

천성을 어쩌나, 그는 단념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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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장의네 집에서도 그의 정직함과 근함은 곧 나타났다.

그는 소와 같이 일하였다. 씩씩 말없이 일하였다. 일이 없을 때에는 뜰을 쓸었다. 그러고도 일이 없으면 뜰의 돌을 주웠다. 그래도 그냥 일이 없으 면, 추녀 끝 토방 아래, 담장 모퉁이의 거미줄까지 없이 하였다.

잠시도 그는 쉬는 때가 없었다. 정 할 일이 없으면 그는 부러 일을 만들었다. 볏섬이 곱게 가려지지 않았다고 혼자서 헐어가지고 다시 가렸다. 뜰이 낮다고 앞재에 가서 흙을 파다가 뜰을 돋우었다. 대문에서 김 장의의 방 앞까지의 길은 돌로 깔았다. 최 서방이 돌아온 뒤부터는 김 장의의 집은 깨끗하기 한이 없었다.

봄에 최 서방은 버들(포플러)을 한 가지 어디서 얻어다가 자기 방 앞에 심었다. 그리고 매일 농터에서 돌아와서는 물을 주고 아침 농터에 나갈 때에도 물을 주고, 순이 나오나 하여 가지 끝을 꼬집어보고 하였다.

그의 부지런함과 정직함을 몰라보던 하느님도 이 포플러에 대한 정성은 저버릴 수가 없었던지심은 지 한 20일 만에 순 끝에서 노란진이 돌며 벌어지기 비롯하였다. 아침에 농터에 나가기 전에 이것을 발견한 최 서방은 그날 농터에서도 틈만 생기면 집에까지 달려와서 껍진껍진한 진을 만져보고는 빙긋 웃고 하였다.

아아, 소유권이라 하는 것은 과연 기쁜 것이었다. 이전도회에서 노동을 할 때에 지게라는 것을 소유해본 일이 있고, 그 다음에는 이 버드나무가 너른 천하에 최 서방의 유일한 소유물이었다.

순이 벌어진 다음부터 포플러는 눈에 보이게 컸다. 처음에는 최 서방의 키보다 조금 더 크던 것이 늦은 봄에는 지붕마루만 하였다. 여름에는 지붕 위에서 쑥 더 올라갔다.

여름, 나무 그림자에 멍석을 펴놓고 누워서 그 포플러에서 죄죄 거리는 참새 새끼들을 바라보면서 혼자서 기뻐하는 양은 다른 사람들도 하여금 웃음을 금하지 못하게 하였다.

최 서방은 버드나무를 끔찍이 귀애하였다. 다른 작인들이 모르고 그 나무에 지게라도 기대어놓으면 최 서방은 큰 변이 났다고 그 지게를 다른 데 옮겨놓고 하였다. 잎 하나가 떨어지는 것을 아꼈다.

40이 넘도록 여인이라는 것을 가까이 해보지 못한 최 서방은 자기의 가지고 있는 온 사랑을 그 버드나무에 바쳤다. 멀리서 김을 매더라도 지붕 너머로 보이는 버드나무를 바라보고는 씩 웃고 하였다.

어떤 날, 주인 김 장의의 열 살 난 외아들이 그 버드나무를 한 가지 꺾어서 채찍을 만들었다. 이것을 발견한 최 서방은 주인의 아들이라 차마 어찌 하지는 못하고, 그 아이를 붙들고 무서운 눈으로 흘겼다. 아이는 악하고 울었다. 김 장의도 그것을 보았다. 그러나 오히려 자기 아들을 꾸짖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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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되었다.

낙엽이 시작되었다. 한잎 두잎씩 떨어질 때에 최 서방은 그 잎을 모으기까지 하였다. 그러나 낙엽이 차차 많아지면서는 일일이 모을 수도 없었던지, 나날이 성기어가는 나무를 바라보고는 적적한 얼굴을 하고 하였다.

어떤날, 김 장의가 최 서방을 불렀다.

“임자, 이 국화꽃 임자네 방에 갖다놓게.”

“……?”

“버드나무보다 ─ 낫지.”

최 서방은 애써 애써 주인이 가꾸던 국화 화분 하나를 자기 방에 내갔다.

그러나 버드나무의 낙엽 때문에 생긴 그의 마음의 외로움은 조금이라도 사라질 리가 없었다.

“봄에 가서…….”

그는 때때로 혼자서 중얼거리면서 인젠 샛노란 잎이 가지 끝에만 두셋씩 달린 버드나무를 쳐다보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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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듬해 봄이 되었다.

나무 끝에는 또 노란 진이 돌기 시작하였다. 동시에 최 서방의 얼굴에도 나날이 화기가 돌기 시작하였다.

순이 펴지면서 잎이 피는 동시에 그 버드나무는 새끼까지 쳤다. 땅이 이곳 저곳 터지면서 새끼 버드나무도 너덧 개 나왔다. 이 기이한 현상을 물끄러미 들여다보다가 최 서방은 그 일을 알리러 주인한테 갔다. 주인에게는 손이 서너 사람 와 있었는데 그 일을 최 서방이 알리니까 주인은,

“흠.”

할 뿐 그다지 기이히 여기지 않았다. 그리고 손들을 돌아보며,

“이 사람이 마음이 아라삿버들같이 직하니깐 그 버드나무를 좋아하거든.”

하고 웃었다.

최 서방은 물러나왔다. 그러나 마음은 춤출 듯이 기뻤다. 자기는 마음이 곧아서 오직 한 줄기로 벋는 아라삿버들을 좋아했거니 하고는 혼자 벙글벙글하였다.

그 다음부터는 그것을 ‘내 버드나무’라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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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끼 버드나무가 한 뼘씩이나 자랐다.

위연히 서 있는 큰 나무 아래 새끼 나무가 너덧 개 둘러 있는 것은 마치 제왕과 신하와 같았다. 혹은 어버이와 자식과 같았다.

어떤 날, 그 새끼 버드나무의 곁에 돋아나는 잔풀을 뽑고 있을 때 김 장의 가 나오다가 그것을 보고 섰다. 최 서방도 손을 멈추고 일어섰다.

잠깐 우두커니 서 있던 주인은 입을 열었다.

“임자두 장가를 들어서 저런 새끼들을 보아야 하지 않나.”

최 서방은 얼굴이 벌개지며 씩 웃었다.

“임자 장가가구 싶지 않나? 갈래믄 내 주선해주마.”

“뭐………”

할 뿐 최서방은 너무 부끄러워서 그 자리에 웅크리고 다시 풀을 뽑기 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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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밤 최 서방은 흥분되었다. 40년 동안을 숨어 있던 성욕이 한꺼번에 터져 올랐다.

살진 엉덩이, 두드러진 젖통, 탄력, 기다란 머리털…… 최 서방은 혼자서 흥분되어 숨을 씩씩거리며 이런 생각을 하다가 몸을 떨면서 그 자리에 쓰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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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튿날 머리가 아픈 것을 참고 일어나서 최 서방은 주인에게 인사를 갔다.

그리고 어제 이야기하던 일의 뒤끝이 또 나오기를 기다렸다. 그러나 주인에게서는 거기 대하여는 아무 말도 없었다.

그 뒤 최 서방은 여러 번 주인에게 채근 비슷이 해보았다.

“버드나무 새끼가 한 자나 됐지요.”

하여도 보았다.

“자꾸 새낄 더 치거든요.”

하여도 보았다. 마지막에는,

“버드나무는 에미네 없어두 새낄 낳거든요.”

하여까지 보았다.

그러나 주인은 그 말귀를 한 번도 채어본 일이 없었다.

이러는 동안에도 최 서방의 자독행위는 나날이 심해갔다.

낮에는 그는 천연하였다. 정직하고 부지런하고 정돈을 좋아하는 그의 성격에는 조금도 흔들림이 없었다.

그러나 낮을 지배하는 신경과 밤을 지배하는 신경은 확실히 달랐다. 밤만 되면 그의 마음은 흥분되어 온몸은 학질 들린 사람같이 떨리고 하였다. 잠깐 사이에 그의 성욕에 대한 지식은 놀랄 만치 많아졌다. 그는 별별 기괴한 환상을 마음속에 그려보고는 흥분되어 정신을 못 차리고 그 자리에 쓰러지고 하였다.

그는 길에서 젊은 여인을 보기만 하더라도 숨쉬기가 답답해지고 하였다.

그리고 그는 그 여인의 앞모양보다 뒷모양에 더 마음이 끌렸다. 젊은 여인의 커다란 엉덩이를 뒤를 밟으며 볼 때에는 어떤 때에는 너무 기가 막혀서 눈이 어두워질 때도 있었다. 젊은 여편네들이 김을 매느라고 넓적다리까지 걷고 논에 드나드는 것은 그로서는 차마 보지 못할 광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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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날, 그는 밭에서 김을 매다가 너무 더워서 멱을 감으려 개천으로 갔다.

개천까지 이르러서 자기와 개천 사이에 막혀 있는 무성한 쟁비나무에 옷을 벗어 걸려다가 그는 개천에서 물장구 소리가 나므로 목을 틀어서 내다보았 다. 그는 흥분으로 몸이 떨렸다.

개천에는 어른과 아이의 중간쯤 되는 계집애가 두드러진 두 젖을 내놓고 멱을 감고 있었다. 혼자서 무엇이 유쾌한 듯이 물장구를 치면서……  그는 부지불각 중에 그리로 달려갔다.

그날 밤이 깊어서야 그는 눈이 퀭해서 집으로 돌아왔다. 어디를 어떻게 다녔는지 자기도 알지 못하였다. 신이 다 해졌다. 옷이 모두 찢어졌다.

그는 곧 자리를 쓰고 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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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튿날 건넛동네의 복실이가 개천에서 멱을 감다가 욕을 보고 참살당하였다는 소문이 근방 일대를 놀라게 할 때에 최 서방은 자리 속에서 신열이 몹시 나서 앓고 있었다.

의생이 그를 보고 몸살이라 하여 산약 몇 봉지를 주고 갔다.

이튿날에 그는 일어났다.

어제까지는 정신을 잃고 앓았지만 일어난 날에는 그는 그런 기색은 없이 부지런히 일을 하였다.

천연스러운 한 달이 지났다. 밤에는 역시 좀 흥분이 되기는 되지만 전과 같지는 않았다. 그러나 한 달 뒤 어떤 날 밤, 그는 정신없이 후덕덕 집을 나섰다.

이튿날 건넛마을 뉘집 며느리가 밤에 뒤를 보러 가다가 겁간을 당하였다는 소문이 퍼졌다.

그 뒤에 이어서 다른 동네에 또 그런 사건이 생겼다.

이리하여 복실이의 사건부터 그해 가을 추수할 때까지 그와 같은 일이 20 여건이 생겨났다. 그 가운데 살인은 겸한 것이 여섯 건이었다.

동네에서도 모두 잠을 못 잤다. 경찰에서도 온 힘을 썼다. 그러나 의심할 만한 사람조차 발견할 수가 없었다. 다만 밝은 때에 생긴 일에는 피해자가 모두 참살까지 당한 것을 보면 그 근방에 모두 얼굴을 아는 자라는 짐작은 갔지만 누구라고 의심할 만한 사람은 없었다.

최 서방의 생활은 여전하였다.

그런 괴변이 있을 이튿날마다 머리가 아프고 불유쾌하기가 짝이 없으나 생활 상태에는 변화가 없었다.

후회 어젯밤의 몽롱한 ? 기억이 이튿날 소문으로서 자기 귀에 들어올 때마 다 가슴이 선뜩 내려앉으며 혼자서 혀라도 깨물고 죽고 싶은 생각이 끝이 없지만, 밤이 되면 몽유병자와 같이 정신없이 일어나서 새로운 피해자를 구하러 나가고 하였다.

그러나 경계하는 동네 사람들도 최 서방만은 의심하지 않았다. 직하고 부지런하고 천치스러운 최서방이 그런 일을 하리라고는 뜻도 하는 사람이 없었다. 김 장의네 최서방은 그 근방 일대에서는 정직함으로 소문난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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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의 정직함을 상 주지 않고 그의 부지런함에 응답하지 않은 하느님도 그의 죄만은 결코 용서하지를 않았다. 그에게 일찍 한 마누라를 주어서 죄를 미전(未前)에 방지하지는 못하였을망정 이미 지은 죄는 그대로 내 버려두는 하느님이 아니었다.

어떤 날, 또한 어떤 집 처녀의 방에 뛰어들어갔던 그는 그만 그곳에서 붙들렸다. 그리하여 그는 경찰의 손으로 넘어갔다.

세상은 최 서방의 가면에 모두 입을 벌렸다. 사람의 일이란 모를 것이야, 하고 탄식하였다.

신문은 그를 가리켜 색마(色魔)라 하였다.

김 장의도 혀를 차며 고약한 놈이라고 호통을 하였다.

그리고 누구 한 사람, 그의 과거 40년의 정직하고 부지런하고 천진스러운 삶에 대해여 한 마디의 칭찬조차 하는 사람이 없었으며, 그에게 일찍 한 마누라를 주어서 그로 하여금 그런 광포성을 발휘할 기회를 없이하지 않음을 후회하는 사람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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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듬해 봄, 최 서방이 심었던 포플러가 여러 새끼 나무들과 함께 다시 새 순이 나오려는 때에, 최 서방은 마흔다섯 살이라 하는 나이를 마지막으로 사형대 위의 이슬로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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