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주동 군의 신춘평론 - 반박을 위한 반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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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동아』 양 지를 통하여 금년 신년 문예란에 군의 문예평론이 굉장히도 대서특서로 발표되었다. 적어도 우리 조선의 대표적 대신문이니만치 나는 경건한 마음으로 읽어보았다. 그러나 나는 처음의 예상이 속아 넘어 가고 나중에는 실망, 아니 군을 타매치 않을 수가 없었다. 예상이 속아 넘어 가고 나중에는 실망, 아니 군을 타매치 않을 수가 없었다. 일껏 희망에 넘치는 마음으로 맞는 이 신년을 그만 불쾌한 감상으로 맞게 되었다. 나는 이 감상조차도 쓰지 않으려 하였으나 그러나 군이 던진 장난의 돌이 불행하게도 혹 누구에게 맞을까 하는 염려와 또 나에게도 묵과할 수 없는 관심사이기 때문에 이 붓을 들게 되었다.

군의 평론을 보아 나가다가 끝까지 보아야 또 그 소리기 때문에 그만 중도에서 내던지고 말았으나 그 내용과 주장이 여전히 이전 치의 ‘야끼 나오시(재탕)’다. 작년에 쓴 것을 또 금년에, 또 『동아』와 『조선』 양 지의 평론 제목은 설사 다르다 하나 그 내용은 별것이 아니다. 마치 어린애들이 완구를 이리 뒤적 저리 뒤적거리거나 뜯었다 고치고 하는, 즉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셈이다. 다시 말하면 군을 문예소아병자(文藝小兒病者)라 할는지? 또 박영희 씨 말과 같이 악희(惡戱) 대장이라고 하는 것이 적당할는지도 모른다.

혹이 악희를 천진으로 돌리고 말면 용서할 점이 있다고 할 수는 있을 터이나, 그러나 그 악희의 이면 심사를 가만히 살펴볼 때 참말 고약한 것이 보인다. 그것은 양편으로 볼 수가 있는데, 첫째는 그 평론에 우월적 태도가 노골 보이는 것과 둘째는 자기선전 도전의식을 은연히 나타내고 있다는 것이다. 그것을 다시 상세히 말하면, 군의 문단 좌우파를 초월한 고답적 지위에 있어 가지고 양 파를 두 손으로 주무르려는 듯한 우월적 태도가 「좌우 양 파에게 질문」이라는 제목에서부터 벌써 엿볼 수가 있었다. 아마 군은 일본의 정객 오자끼(尾崎行雄[미기행웅])가 정단에서 민정ㆍ정우  양당을 질타한 그 쾌감을 머리에 그리고 있는지는 모르나.

또 다음에는 군이 일반 문사들 ── 그 중에도 춘원 ── 의 반박을 일신에 받아보려 하는 자기선전적 도전의식이 풍부히 보인다. 물론 자기의 철저한 주의 주장을 끝까지 관철하기에 반박은 상당히 각오할 것이며 또 일신에 그것을 받는 것이 퍽 아름다운 일이나…… 그러나 군의 글 가운데서 그만한 열과 성을 도대체 골라내려 해도 못 골라내니 걱정이다.

군은 아마 춘원을 동경하고 경앙하는 모양이다. 가령 군이 춘원을 우리 문단에 제1위로 올려놓고 본다면, 자신은 그 다음쯤 놓고 볼 군으로 보인다.

군은 그만큼 자부심이 많을 것이다. 사실 춘원은 문사 중에 제일 많이 독자를 가졌을 것이다(그러나 나는 춘원에게 좌단하려는 것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군이 춘원을 논박의 목표로 더욱 삼는 것은 춘원의 반박을 내심 갈망하는 것이 아니냐? 왜 그러냐 하면 제일 독자를 많이 가진 춘원을 자기 선전적 도구의 대상으로 삼는 영리한 군인 까닭이겠다. 군은 삼년 전에도 어느 때인지 춘원과 열과 성이 없는 다툼을 한 것을 나는 기억한다.

내가 여기까지 써온 것도 혹 나 자신이 역시 군의 자기선전적 도구의 대상이 얼마간 될지는 모른다. 그러므로 나는 길게 말하지 않고 오직 군에게 충고하는 것은 좀더 깊은 연구와 수양을 쌓은 뒤에 진지한 의식과 신중한 태도로 우리 문단에 빛을 돋워주기를 바라는 동시에 군의 대서특서로 ── 더욱 독장군 모양으로 ── 양 지를 장식한 평론은 도리어 우리 문단의 빈약을 폭로시킨 데 지나지 않았다. 이것이 어찌 나에게도 ── 독자의 한 사람으로서도 ── 관심사가 아니리요? 이것이 부르조아 문단의 몰락을 표징하는 한 비명이라면 묵과할 수 있으나…… 그러나 군도 프롤레타리아 문단에 얼마간 굴복이 되었고 또 반성의 기분이 약간 보이는 것은 다소간 진보되었다고도 볼 수 있을는지?(각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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