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우당 유서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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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제 전 재산을 동성애자인권연대(동인련)에 기부하겠습니다. 제가 듣기로 어머니께서 저를 위해 적금을 들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 돈 또한 동인련에 기부하려 합니다. 이왕이면 저 죽은 뒤, 제 어머니께서 동인련에 후원금을 매달 보내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만 잘 될지는 의문입니다. 하지만 어머니께서 그렇게 해주신다면 저는 편히 눈감고 천국에 갈 수 있을 것입니다. 내 마지막 소원이니 부디 어머니께서는 그렇게 해주시길 바랍니다.

2. 동인련에서 내 일기(육우당 일기)와, 시조집(육우당 시조집)과, 가사와 "여러 편의 시와[1]" 짧은 이야기를 엮은 공책(육우당 잡서)을 간직해 주었으면 합니다. 후세 사람들에게 동성애자들의 삶을 조금이나마 알게 해주고 싶습니다. 그리고 이미 사라져버린 '가사' 문학이 부활하기를 바랍니다. 제가 쓴 '가사'가 문학적 가치는 없어도 가사 문학 부활의 시발점이 되기를 바랍니다.

3. 내가 죽었다는 사실을 달가람 시조 문학회에 알려주십시오.(http://www.sijosiin.com) 인천 세일 고등학교에도 나 죽은 사실을 알려주세요. 특히 배OO, 임OO, 조OO 선생님에게!

이 세상은 아비규환인 것 같습니다. 술, 담배, 수면제, 파운데이션, 녹차, 묵주. 이 여섯 가지가 제 유일한 친구입니다. 그래서 '육우당'(六友堂)이죠. 제 세 가지 소원은 1. 동성애자 해방, 2. 시조 부흥, 3. 가사 부활입니다. 언젠가는 반드시 제 소원이 이뤄졌으면 합니다.

늘 아무것도 이룬 게 없고 허무함과 우울증에 시달렸습니다. 가끔은 동성애자로 태어난 걸 후회하기도 했구요. 이 나라가 싫고 이 세상이 싫습니다. 하지만 이성애자 기피증도 넌덜머리 나구요. 강자도 약자도 없는 그런 천국에서 살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어머니께서는 내 장례를 천주교식으로 해주세요. 난 천주교를 사랑합니다. 반면 유교는 치떨리게 싫어하지요. 민영환 신부님께 말씀드리면 그 분이 알아서 잘 해결해 주실 겁니다. 그 분은 동성애자도 '하느님의 자녀'라고 생각하는 훌륭한 분이거든요. (참, 장례식은 천주교식으로 하되 최대한 간소하게 해주시고 시신은 화장해주세요. 놓은 마당에 거창하게 해봤자 허례허식밖에 안될테니.)

2003. 04. 24. (목)

육우당 윤현석

P.S : 후세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평가할 지 의문입니다.

참 내 일기와 시조와 노트와 시를 어머니가 본다고 바로 피지 못하게 해주세요. 당분간은 그저 평범한 아들이고 싶어요.

주석[편집]

  1. 나중에 추가한 부분이다.

출처[편집]

정욜, 《브라보 게이 라이프》(도서출판 나름북스, 2011) 140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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