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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한몽/33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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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장 순애(順愛)의 쾌복(快復)
33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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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 년 동안을 축원하던 마음이 비로소 성취되어 낙화된 가지도 잠시간이라.

순애가 수일의 두 팔에 안기어 온전한 정신을 차린 동안은 십여 분 동안에 지나지 못하고, 그 흐르던 눈물과 기꺼워하던 마음은 점점 사라지고 다시 혼혼침침하여 정신이 몽중에서 왕래하며, 그렇듯 울며 기꺼하던 마음도 전혀 잊어버린 것같이 수일의 얼굴 보기를 길가 사람 같이 한다.

이름을 부르나 대답지 않고, 말을 하면 고개를 돌이켜 도로 온전한 정신을 잃고 본증이 발작되었음이라.

그러나 이제 한 번 수일과 서로 만나보매 크게 효험이 있음을 그곳 의사 등도 심히 희안한 일이라 일컫는다.

그 후부터 순애의 병증은 점점 감하여지며 때때로 발작되는 일이 있으나 수일이가 옆에 있으면 즉시 가라앉으며 비록 발작될지라도 증세가 극히 경하여 몸을 뛰노는 일은 없고 다만 혼침하여 인사를 차리지 못할 뿐이라. 이제는 병원에 두느니보다 한적한 곳으로 옮기어 편안히 양병하는 것이 마땅하다 하여 순애를 우선 자기의 집으로 데려오고자 하였더라.

순애는 수일의 집으로 다시 돌아와 병을 치료하는 중 한집안 식구로 있는 최원보의 내외든지 고용하는 노파든지 모두 순애의 가긍한 사정에 동정을 표하여 주야를 사양치 아니하고 지성으로 병인을 간호하며, 더욱이 이수일은 잠시도 순애의 곁을 떠나지 아니하고 증세의 가감을 살피는데, 하루를 지내면 한 가지의 증세가 감하고 이틀이 지내면 두 가지의 증세가 감하여 날이 지나갈수록 병의 근원은 없어지나, 육년 전 이수일의 사랑하던 순애의 꽃 같은 태도는 하나도 없어지고, 얼굴빛은 흰 위에 더욱 푸르러 거의 살아 있는 사람의 형용을 알아 보지 못할 지경에 이르렀으며, 홀연 신기가 불편한 때이면 입을 움직여 무슨 말을 하려다가 다시 훌쩍거리어 눈물을 흘리며,

『아, 내가 잘못하였으니 제발 용서 좀 해주시오. 여보 이수일씨, 나는 이렇게 속을 태우고 있소. 그만하면 용서하여 주시구료.』

하며 헛소리하듯이 향하는 곳도 없이 말을 마치고는 다시 느껴가는 울음을 계속한다.

이러한 때에 수일은 완전히 자모가 유아를 데리고 위로하고 사랑할 때 진실한 마음으로 젖을 먹이는 듯한 성심으로 위로하며 달래어 간신히 진정케 하는 일이 적지 아니하며 진정하면 다시 맑은 정신이 새로와 육년 전 순애의 정신과 조금도 다름이 없다.

이렇듯 지내기를 칠팔 삭에 다다르매 순애의 병증은 전연히 거근되고, 수일의 마음은 다시 그 증세가 발작되지 아니하기를 하늘을 우러러 축원하며, 순애의 일거일동을 주의하여 전도의 광명을 바라는 터이러라.

그 후 며칠을 지낸 후는 의사의 말을 의지하여 수일은 순애를 데리고 온양온천으로 피접하였는데, 이는 다만 순애의 순후 소복되기를 위하여 그곳으로 한양(閑養)코자 함이니, 이제 순애는 그곳 여관이층 위에 수일과 한가지로 무릎을 면하여 앉았는데 순애는 홀연 길게 한숨을 지으며,

『여보, 내 병은 어찌해서 이렇게 오래 갈까요? 무엇이라고 발명할 수 없이 잘못한 죄를 이렇게 용서하여 주시고, 또 내 병으로 해서도 이처럼 심려를 하여주시니 내 마음은 어떻다 다시 말씀할 수도 없거니와, 그러하신 마음을 받더라도 어서 소복이 되어서 당신 심리를 덜어드려야 할 터인데.』

『그렇고 말고, 다시 할 말인가? 순애가 그렇듯 회개한 일에 대하여서 나는 얼마큼 감동이 되었든지. 칠 년 전에 순애를 원망하던 마음은 일체 잊어버렸소. 그대로 아무쪼록 이전 순애가 다시 된 줄로 알고 쾌락한 마음으로 날을 보내주오. 김중배에게로 시집갔던 순애는 이미 죽어 없어지고, 지금 여기 나와 한가지 있는 순애는 다시 부활(復活)하여 결백한 순애인 고로, 죄도 없고 허물도 없어진 심택씨의 딸로 피차에 우리가 서로 사랑하던 심순애가 다시 되었으니, 전에 근심하던 일은 모두 잊어버리고 하루바삐 병이 평복될 생각을 하오. 속담에 이르기를, 병이라 하는 것은 마음으로 하여 난다 하는 말이 있으니까, 그대의 병 같은 것은 마음 한 가지 먹게 달렸지. 마음 편안히 먹고 내 병이 인제는 나으리라 하면 나을 것이요. 내 병이 나으리 생각하여도 낫기 어렵겠다 하면 쾌복되기가 어려운 법이니 아무쪼록 평심서기(平心舒氣)하여서 지내오. 그러하면 속히 낫지 아니할 리가 만무하니, 그대의 본대 병난 근원이 마음을 수고로이 한 까닭으로 났으니까 인제는 그 마음 하나만 없이하였으면 어찌하여 병이 속히 낫지 아니하겠소?』

『나도 그런 줄은 모르는 것이 아니지요마는, 아무쪼록 속히 병이 나으리라고 마음을 편안히 하여도 이렇게 오래 가는 것을 보면 아무리 생각하여도 당신을 거역한 죄가 아직도 남아 있어서 그러한 듯해요.』

『그러할 리야 있소. 그대는 성품을 잃어버리도록 양심에 형벌을 받은 사람인데 그 외에 다시 더 무슨 벌역을 받을 리 있소? 공평하신 하늘은 회개한 사람은 더욱 사랑하시는 법이니 그런 염려는 조금도 마오. 그대의 병은 본래 깊었던 연고로 이렇듯 쾌복되기도 오래 가는 것이요, 병은 아주 놓였으니까 이제는 마음만 편안히 가지면 소복은 잠깐 되오리다.』

『나도 그럴 듯이 생각은 하고 있습니다마는 어쩌다가 전 생각을 하면 몸서리가 처져요.』

하며 순애는 고개를 숙이어 수일의 어깨에 의지하여 시냇가 버들 사이로는 꾀꼬리 우는 소리 봄날이 더욱 한가하다.

높은 산 위로 좁은 길을 좇아 나아가는 이삼 인의 초동(樵童)들은 지게를 어깨에 걸메고 지게 작대기를 두드리며 꼬물꼬물 지나가는 곳으로 좇아 시골 잡가(雜歌) 한 마디가 들린다.

『부운(浮雲) 같은 우리 인생 살았기에 갱상봉하지, 죽어서 돌아가면 정든님을 만나기 어려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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