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한몽/34장
삼월 십사일에 길일 양신을 택하여 이수일과 심순애는 이성지합에 백복지원을 이루었더라.
이와같이 여러 해 동안에 시일을 천연함은 의사의 충고로 인연하여 순애의 몸이 회복되기를 기다림이니, 원래 순애의 병은 수일을 사모하여 일루었던 병인 고로 이미 목적을 달한 오늘에 이르러서는 순애의 몸은 비 지나간 후 개인 날과 같아여 맑은 정신과 고운 태도는 일곱 해 이전의 아름답던 순애의 얼굴이 다시 돌아오고 항상 울울불락하던 수일의 형용도 생기가 외양까지 나타났더라.
결혼 예식을 거행한 이튿날 순애는 곱게 단장을 갖추고 온화한 봄날에 영창문을 열고 정전에 만개한 풀꽃을 내다보며 앉아 있으며, 수일의 신문을 들고 정신없이 참척히 보는 모양을 이윽토록 들여다보더니 홀연 얼굴에 아리따운 미소를 띄우며,
『여보, 나를 좀 보시오.』
수일의 무릎을 가만히 흔든다.
수일은 부르는 소리에 손에 들었던 신문을 내려놓으며 고개를 들어 순애를 치어본다.
『내 얼굴이 예전보다 퍽 나이가 먹어보이지요?』
『글쎄.』
하며 수일은 유심히 순애의 얼굴을 이리저리 들여다보는 것을 문득 부끄리어 얼굴을 붉히고 고개를 돌이키며,
『아이고, 남의 얼굴을 왜 그렇게 들여다보시오?』
『자세히 보아야 늙었는지 더 젊었는지 좌우간 대답을 하지요.』
『날마다 보면서 그것을 모른단 말이요? 이제 새삼스럽게 들여다보게.』
『보기는 많이 보지마는 지금 보는 것은 보는 법이 다르거든. 지금 자세히 보니까 병중에는 얼굴이 몰라보게 되었더니, 인제는 전보다도 더 젊어 보이고 더 어여쁘게 보이는걸.』
『공연이 속이느라고 그러시지. 어찌해서 더 젊을 수가 있소?』
『아니, 정말이야. 화장을 예쁘게 해서 그러한지는 알 수 없구며는, 어떻든지 곱기도 더 하고 진소위 꽃 같은 미인이로구먼……. 그러나 나는 그럭저럭 아주 다 늙었소.』
하며 수일은 은근히 웃음을 띄운다.
『아이고머니 거짓말은 퍽도 하시네. 지금 신문 보고 계신 얼굴을 옆을 가만히 앉아 보니까 전보다 조금도 다르신 데가 없던데요. 본래 어여쁘던 사나이는 나이가 먹어갈수록 사나이답게 어여뻐지는 게야요.』
『예전에 내 나이 이십 안팎 되었을 때에는 혹시 어여쁜 태도가 있었던지 알지 못하겠지마는 그간 세상에 여러 가지 풍파를 겪고 난 후에 나이 벌써 삼십이 되었으니, 인제는 점점 기울어갈 뿐이지, 어찌 순애의 배필감이야 되겠소? 그러나 우리가 울고 이별하였다가 다시 만나 부부가 되었으니 이는 천정한 인연으로 알고 좋고 그르고 간에 그럭저럭 지낼 수밖에 있소?』
『천만에, 농담으로라도 그런 말씀은 하지 마시오. 나는 그렇게 더러운 몸을 가지고도 감히 당신의 옆에 모시게 된 일은 자다가도 좋아 못견디겠는데 왜 그렇게 말씀을 하시오?』
『아따, 그러면 우리 내외는 재자가인(才子佳人)이 똑같이 만났다고 하여두지, 하하하하.』
수일은 쾌활하게 한 번 웃으면 순애도 입을 가리고 부끄리는 웃음을 금치 못한다.
뜰 앞에서 모이를 줍느라고 화초 사이로 다니는 닭 한 쌍은 꾹꾹거리며 모이를 주워 암탉을 부른 후 다시 고개를 들고 먼 곳을 한참 바라보더니 날개를 두어 번 치고 「꼭끼요」 하는 낮닭 우는 소리에 이웃이 모두 한가하다.
『저것 좀 보오. 아무것도 알지 못하는 저런 닭들도 부창부화(夫唱婦和)하여서 화목하게 세상을 지내는데, 나는 무슨 혼신이 씌워서 그때에 그렇게 당신의 뜻을 거역했을까요?』
『그러한 것이 가위 이 세상을 지내갈 때의 타락이라 하는 것이지. 그런 생각을 다시 할 까닭은 없소. 우리가 이제는 일장춘몽을 늦게 깨달았으니, 이후로는 세상에서 공익사업에 힘을 쓰도록 합시다.』
『나는 무엇이든지 하시는대로 시키시는대로 따라갈 뿐이지요. 분골쇄신이 되기로 어찌 거역하오리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