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0차 UN 총회 기조 연설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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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차 UN 총회 기조 연설문
제16대 대통령 노무현
제60회 국제 연합 총회 고위급 본회의에서 발표한 기조(基調) 연설. 2005년 9월 14일 수요일


존경하는 의장, 사무총장, 각국 정상 그리고 귀빈 여러분,

60년 전, 세계의 선각자들이 유엔 창설을 준비하던 그 때에 대한민국은 제국주의 식민통치에서 해방되었습니다. 그로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유엔은 든든한 친구가 되어주었습니다. 이처럼 각별한 인연을 가진 유엔에서 연설하게 된 것을 매우 뜻깊게 생각합니다. 유엔은 세계 평화와 인류의 보편적 가치 증진에 빛나는 업적을 세웠습니다. 유엔 창설이야말로 20세기 최고의 발명품이라고 생각하며, 그동안 헌신해 온 모든 분들께 경의를 표합니다.

의장과 지도자 여러분,

지금 우리는 세계질서가 어디로 가게 될지 확신을 갖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어디로 가야 할지는 분명합니다. 21세기 새로운 국제질서는 강대국과 약소국, 그리고 중견국을 포함한 모든 나라가 공존하며 함께 이익을 누리는 공동번영의 질서가 되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각종 분쟁과 억압의 근본 원인이 되고 있는 빈곤으로부터의 자유와 차별 해소를 위한 범세계적 프로젝트를 보다 적극적으로 추진해나가야 합니다.

그러나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세계 여러 분야에 남아 있는 제국주의적 사고와 잔재를 완전히 청산해야 합니다. 그리고 일부에서 다시 나타나고 있는 강대국 중심주의 경향을 경계해야 합니다. 이 점에 관해서는 오늘날 국제질서를 주도하고 있는 나라들이 먼저 자신들의 과거와 미래에 대한 각별한 성찰과 절제가 있어야 할 것입니다. 아울러 이웃나라에 대한 존중과 국제적인 합의창출, 그리고 대립해소를 위한 노력을 한층 강화해야 합니다. 강대국들이 평화와 공동번영이라는 대의의 국제질서를 이루려고 노력할 때, ‘힘’과 ‘대의’간의 긴장은 해소될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는 그 가능성을 EU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이제 유럽은 힘의 논리에 기초한 질서, 반목과 대립의 질서를 극복하고, 평화와 공존, 화해와 협력의 공동체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나는 동북아에도 EU와 같은 질서가 실현되기를 바랍니다. 그렇게 된다면, 동북아에는 그야말로 새로운 역사가 열리고 세계의 평화와 번영에도 이바지하게 될 것입니다.

각국 지도자 여러분,

유엔은 미래 국제질서의 거울입니다. 유엔회원국 모두의 의견이 존중되는 호혜적 공동체를 지향해야 합니다. 유엔의 지도력을 상징하는 안보리의 개혁도 민주성, 책임성, 효율성의 바탕 위에서 도덕적 권위를 증대하는 방향으로 진행되어야 합니다. 또 다른 강대국 중심주의가 아니라 국제사회의 화합을 촉진하는 개혁안이 도출되어야 하겠습니다. 나는 유엔이 이러한 개혁을 통해 인류가 직면하고 있는 다양한 도전들을 극복하고 ‘더 큰 자유’를 실현하는 보루가 되어주기를 강력히 기대합니다.

의장, 지도자 여러분,

한국은 유엔의 가치를 실현해 온 모범국가로서 세계의 평화와 번영에 기여할 준비를 갖추고 있습니다. 전쟁의 폐허위에서 세계 11위의 경제와 놀라운 민주주의 발전을 이룩했습니다. 이것은 세계와 함께 호흡하는 가운데 거둘 수 있었던 성공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제 이러한 경험을 세계 여러 나라와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빈곤과 기아문제 해결은 물론 인권증진과 정보격차 해소에 이르기까지 우리의 책임과 역할을 다해나갈 것입니다. 오는 11월 부산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의는 이러한 의지와 역량을 보여주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