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8주년 삼일절 기념사
제78주년 삼일절 기념사 | ||
제77주년 삼일절 기념사 | 제14대 대통령 김영삼 | 제79주년 삼일절 기념사 |
3·1정신을 민족의 동력으로 승화 | 1997년 3월 1일 토요일 |
친애하는 7천만 내외 동포 여러분!
오늘 우리는 나라의 자주독립을 위해 온 겨레가 분연히 일어섰던 3ㆍ1독립운동 78주년을 맞이했습니다. 이 날은 나라를 빼앗기고 억압받던 민족이 드높은 자존과 숭고한 이상을 세계에 크게 떨친 역사적인 날입니다. 또한 이 날은 당시 2천만이 하나가 되어 민족의 시련을 이겨내고 오늘의 도약을 이루어낸 ‘새출발의 날’입니다. 이 뜻깊은 3ㆍ1절을 맞이하여 나라와 겨레를 위해 모든 것을 바치신 선열들게 머리 숙여 삼가 경의를 표합니다.
내외 동포 여러분!
100년 전 우리의 선조들은 세계사의 흐름에서 뒤처져 분열하고 방황하다가 끝내 망국의 수모를 겪어야 했습니다. 그러나 우리 민족은 불굴의 투혼으로 다시 일어나 자주독립을 향한 줄기찬 투쟁에 나섰습니다. 3ㆍ1정신은 어두운 절망 속에서도 함께 뭉친 뜻과 의지가 얼마나 밝은 빛을 비출 수 있는가를 가르쳐 주었습니다. 그것은 독립운동에 이어 조국광복을 이끈 횃불이 되었습니다. 나아가 건국 이후 우리 모두가 피땀흘려 이룩한 민주와 번영의 정신적 지주가 되었습니다.
문민정부가 출범한 이후 우리는 해외에 묻혀 있던 순국선열들의 유해를 모셔다 안장하고 상해 임시정부 청사를 복원했습니다. 식민통치의 상징이었던 구 조선총독부 건물을 완전 철거했으며, 경복궁의 옛모습을 되찾는 대역사가 진행중입니다.
이러한 노력은 3ㆍ1 운동을 통해 발현된 민족정기를 오늘에 되살려 국가발전의 원동력으로 삼아 나가자는 큰 뜻을 담고 있습니다. 우리는 지금 100년 전 선조들이 겪었던 격동과 변혁의 세기말을 또 다시 맞고 있습니다. 세계화와 정보화의 물결 속에서 무한경쟁으로 치닫고 있는 것이 21세기를 눈앞에 둔 오늘의 세계입니다.
선진 각국들은 저마다 새로운 세기의 주역이 되기 위해 치열한 각축을 벌이고 있습니다.
이러한 세계사적인 변화는 우리에게 커다란 도전으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 도전을 기회로 만들어야 합니다. 선진국으로 도약하는 전기로 삼아야 합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이 중요한 시기에 우리는 국내적으로 노사 갈등과 경제침체 등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이러한 어려움으로 인해 국민 여러분이 고통을 받고 있는 데 대해 대통령으로서 안타깝고 송구스런 마음을 금할 수 없습니다.
우리는 여기서 주저앉을 수는 없습니다.
선진국을 향한 민족의 진운은 우리 스스로의 단합된 힘으로 개척해야 합니다.
지금이야말로 선조들의 가르침을 되새겨야 할 때입니다.
가혹과 탄압과 질곡 속에서도 민족의 자존과 이상을 드높이 세운 그 기상과 의지가 더 없이 소중한 때가 바로 지금입니다.
민족의 자주독립을 위해 모든 것을 뛰어넘어 오직 한덩어리가 된 ‘화합과 단결’을 실천해야 할 때가 바로 이 시점입니다.
국민 여러분!
우리가 해결해야 할 당면한 과제 중에서 무엇보다 시급한 것은 경제를 되살리는 일입니다.
오늘날 경제적 번영은 나라의 자주와 민족의 자존을 지키는 핵심적 요소이며, 선진 복지국가를 건설하기 위한 선결과제입니다.
정부는 경제를 되살리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잘못된 제도와 관행들을 과감히 개혁하고, 국가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조치들을 착실히 추진해 나가겠습니다.
그러나 정부의 노력만으로는 어려운 경제를 살릴 수 없습니다.
사회 각계, 온 국민이 함께 나서야 하겠습니다.
이제는 노사간의 문제나 부정부패 사건의 그늘에서 우리 경제가 속히 벗어나야 합니다.
우리 모두에게 불신과 좌절감을 안겨주고 공동체를 분열시키는 이러한 족쇄로부터 하루빨리 해방되어야 합니다. 우리가 신념과 의지를 갖고 화합하고 단결한다면 우리 경제는 머지않아 다시 일어날 것입니다. 기업인과 근로자를 비롯한 모든 국민이 이같은 노력에 적극 동참해 주실 것을 간곡하게 당부드립니다.
국민 여러분!
우리는 지금 또하나의 절박한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그것은 나라의 안보를 굳건히 지켜야 한다는 것입니다.
북한은 국제적 고립 속에서 식량난을 비롯한 심각한 경제난으로 날이 갈수록 어려움을 더하고 있습니다.
북한의 주체사상을 만든 장본인마저 망명한 사건은 최근의 북한정세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북한은 이와 같은 어려움을 우리에 대한 도발로 해결하려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가 사는 한반도에 언제 어떠한 일이 발생할지 누구도 예측할 수 없습니다. 한반도에서 또다시 평화가 깨어진다면 그것은 우리 민족이 감당 할 수 없는 엄청난 재난이 될 것입니다.
이러한 민족적 재난을 막기 위해 우리는 국가안보태세를 완벽하게 구축해야 합니다.
나는 북한 당국에게 다시 한번 촉구합니다.
북한은 이제 대결의 자세를 버리고 화해와 협력의 길로 나와야 합니다.
그것만이 북한이 어려움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길입니다.
나아가 그것은 분단의 벽을 허물고 7천만 겨레가 한 울타리 속에서 민주와 번영을 함께 누리는 통일조국을 건설하는 첩경입니다.
북한은 이제 대동단결의 3ㆍ1 정신으로 돌아와 민족의 공동번영과 평화 통일의 큰 길에 합류해야 합니다.
내외 동포 여러분!
우리는 이제 우리의 맥박 속에 흐르고 있는 3ㆍ1 정신을 21세기로 나아가는 민족의 동력으로 승화시켜야 하겠습니다.
모든 것을 뛰어넘어 참다운 하나가 됩시다.
불신과 갈등을 딛고 서로 신뢰하고 화합해 나갑시다.
그렇게 할 때 오늘의 어려움은 21세기 세계 일류국가를 건설하는 전화위복의 소중한 밑거름이 될 것입니다.
그리하여 민족의 자존과 영광, 세계의 평화와 번영을 향한 선조들의 꿈을 우리 세대가 실현합시다.
감사합니다.
1997년 3월 1일 대통령 김영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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