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스의 벼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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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드비히 스포어라면 아는 이가 그다지 많지는 못할 것입니다. 그러나 그 는 베에토벤과 같은 때에 도이칠란트 제1류의 바이올리니스트요, 또 그의 바이올린 교과서나 바이올린 협주곡을 통하여 바이올린 학도들에게는 널리 알려진 음악가입니다. 그의 작곡가로서의 지위는 다만 현악곡에 그칠 뿐이 아니요 가극 작곡가로서도 그 당시에는 상당히 알려졌던 것입니다.

그가 비엔나에 체류하는 동안에는 특별히 베에토벤과 친하여 베에토벤은 매일같이 스포어의 집에 놀러 갔다고 합니다. 그런데 하루는 온종일 베에토 벤이 찾아오지 않으므로 혹시 무슨 병이나 나지 않았나 하여 스포어는 하인 을 베에토벤의 집에 보내 보았읍니다. 그 하인이 가져온 베에토벤의 답장이 야말로 눈물겨운 그의 정경을 여실히 보여 주었으니 곧,

“병이 난 것은 내 몸이 아니라 내 신발입니다. 한쪽 발밖에 없으므로 오 늘은 외출을 단념했읍니다.”

라고 써 보냈더랍니다.

이 스포어의 자신의 말이라고 전하는 이야기 중에 대단히 재미있는 것이 있기에 여기 소개하렵니다.

나폴레옹 황제의 전성시대, 1808년에 도이칠란트 엘폴트에서 회의가 열렸 을 때, 나폴레옹은 一夕[일석]의 축연을 베풀어서 음악과 연극 등의 여흥을 보이게 한 일이 있읍니다. 그러나 그 음악이나 연극이라 함은 전문가의 것 이 아니라 전부 궁정에 출입하는 侍臣[시신]들의 아마추어의 재간에 不過 [불과]했던 것입니다.

이 소문을 들은 스포어 선생은 무슨 짓을 해서라도 이 稀世[희세]의 영웅 을 한번 만나보려고 결심한 후, 제자 두 사람을 데리고 엘폴트에 가서 백방 으로 주선해 보았으나 필경은 실패하고 말았읍니다.

左思[좌사]하고 右考[우고]한 끝에 그는 오케스트라의 樂手[악수]를 찾아 가서 커미션을 주고 겨우 그 중의 일원으로 참가함을 얻게 되었읍니다. 그 러나 스포어 선생의 바이올린으로 말하면 자기의 本技[본기]라 그것을 들고 가기는 무엇했던지 지금까지 한번도 만져 본 일이 없는 나팔을 불기로 결심 하고 그 뜻을 말해 보았읍니다. 악수 중에는 대단히 재미있는 남자가 있어 서 곧 그의 뜻을 양해한 후, 그에게 제 2의 혼(horn)을 빌려 주었던 것입니 다.

바라던 뜻대로 된 스포어는 희색이 만면해 가지고 곧 혼을 연습하기 시작 했읍니다. 바이올린과도 달라서 생후 처음 만져 보는 이 악기를 마음대로 조종할 수는 물론 없었지마는, 그러나 하룻밤 동안 不眠不休[불면불휴]의 맹연습을 한 결과, 무슨 짓을 해서든지 어물거려 넘길 말한 자신만은 얻었 던 것입니다.

다음 날 밤 夜宴[야연]의 회장으로 악수들 틈에 끼여 들어간 그는 연극의 막간의 주악을 어제 밤에 열심히 연습한 덕으로 무난히 불어 넘기기는 했지 마는 너무나 여러 시간 맹연습을 한 까닭에 입술이 밤톨같이 부어 올랐던 것입니다. 그까짓 것쯤은 오히려 문제도 아니지만 황제와 고관들의 관람석 은 공교롭게도 오케스트라의 배후에 있고 또 악수들은 절대로 고개를 돌리 지 못한다는 엄명을 미리 받아 놓았으나 입은 입대로 아프고 또 황제의 얼 굴은 볼 가망이 없었던 것입니다. 유감천만으로 생각한 스포어 선생은 얼마 동안 낙담하고 있더니 갑자기 한 妙策[묘책]을 생각해 내고 말았읍니다. 그 는 주머니에서 조그마한 懷中鏡[회중경]을 꺼내어서 자기 배후에 앉아 있는 황제의 얼굴을 자기 거울에 비쳐 소원껏 보았읍니다.

간신히 소원을 성취한 그는 이튿날 아침 집에 돌아와 보니, 부풀어오른 입 술은 마치 남양 토인의 그것과 흡사했던 것입니다. 젊은 아내가 앞에 있는 데 이 꼴사나운 모양을 어찌 보인단 말인가? 무엇이라고 핑계를 할까? 하고 곰곰히 생각하던 스포어는 또 다시 한 奇計[기계]를 생각해 냈읍니다. 그래 서 그는 자기 아내를 보며 묻지도 않는 말을 이 쪽에서 먼저 이같이 대답했 더랍니다.

“혼이 났는걸, 엘폴트의 미인들이 아무리 핑계를 하고 거절을 해도 들은 체 만 체하고 함부로 달려들어서, 돌려 가면서 키스를 하는 통에. 이것 좀 봐, 입술이 이렇게 부어올랐단 말이요. 아 참, 정말 키스 벼락을 맞았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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