털보 장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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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한 편은 그 유명한 《살로메》의 작자, 또는 ‘가공의 퇴폐’의 논자로 유명한 오스카 와일드(1854~1900년)의 명작 동화 중의 하나이다.

그가 일생 중에 지은 동화는 전부 《석류의 집》과 《행복한 왕자와 그 밖의 이야기》라는 두 책에 실려 있는, 대소 9편뿐인데 모두 그 예술적 활동의 전성기에 쓴 것이어서, 대개는 종교적 경건한 사랑을 호소한 로맨스의 향내가 그윽한 것이다.

다만, 한 옛날 이야기로만 보지 못할 것이다. 어떻게 보면, 동화로서는 너무 우의가 깊고 난해한 점이 많아서, 일반 장년들에게도 그 진의를 포착하기 어려운 것이 많은 것 같으나, 그 중에 사랑의 힘을 몹시 강하게 가르친 이 한 편은 우의가 깊으면서도, 몹시 부드럽게 쓰인 것이라 이제 독자께 소개하기로 한 것이다.

거듭 이 한 편은 1888년 공간된 《행복한 왕자와 그 밖의 이야기》라는 책에 실려 있는 것이요, 졸역 《사랑의 선물》에 실려 있는 《왕자와 제비》라는 것이 그 책의 제목인 《행복한 왕자》의 역인 것을 이 기회에 알려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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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마다 오후 두세 시쯤 되어, 학교에서 돌아오던 어린이들은 으레히 털보 장사의 집, 꽃동산에 가서 놀았습니다.

그 동산이야말로 어떻게 어여쁘고 좋은지, 하늘의 선녀들이라도 노는 곳같이 훌륭하고, 크고 넓은 동산이었습니다.

부드럽고 고운 잔디가 파랗게 깔려 있고, 그 잔디밭에 군데군데 반짝반짝하는 별과 같이 빨갛고, 노오란 꽃이 빵긋 웃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복숭아나무가 열두 나무나 있어서 해마다 봄에는 불그레하게 진주 같은 꽃이 피어, 가을이면 크고 맛있는 훌륭한 복숭아가 담뿍담뿍 열리었습니다.

그리고, 그보다도 더 여러 가지 조그만 어여쁜 새들이 그 나뭇가지에 앉아서, 부르는 노래 소리는 참말로 재미있고 귀여워서, 어린이들도 장난을 그치고 조용하게 그 노래를 듣고 있곤 하였습니다.

“이 동산은 참 좋은 곳이지…….”

“다른 데도 이렇게 좋은 마당이 있을까?”

하고, 어린이들은 서로 속삭이면서 즐거워하였습니다.

그랬더니, 하루는 이 집 주인 털보 장사(얼굴에 털이 많이 나고, 기운이 세어서 털보 장사라 합니다.)가 오래간만에 돌아왔습니다.

털보는 그 동무 콘놀이라는 마귀의 집에 놀러 가서, 일곱 해 동안이나, 그 동무 마귀와 이야기하고 놀고 있으니까, 그만 이야기 밑천이 끊어져서, 할 이야기도 없어 재미가 없으니까, 그냥 일곱 해 만에 자기 집으로 훌쩍 돌아온 것입니다.

돌아와서 보니까, 자기집 동산에 어린이들이 가득 모여서 마음대로 놀고 있으므로,

“요놈들, 거기서 무슨 장난들을 하니?”

하고 소리를 질렀습니다.

별안간에 그 무섭게 생긴 털보 주인이 소리를 버럭 지르니까, 어린이들은 깜짝 놀라서 그냥 도망을 하여 달아났습니다.

“내 동산은 어느 때까지 내 동산이다.”

하고 중얼거리며,

“으레 그럴 법이지……. 내 동산에는 나밖에는 아무도 들어오지 못한다.”

하고, 털보 장사는 곧 아무도 들어오지 못하게 높다랗게 담을 둘러쌓고, 게다가 널빤지에 써 붙이기까지 하였습니다.

― 이 안에 들어오는 자는 처벌하리라. ―

이 털보 장사는 대단히 성질이 사납고 고집이 센 사람이었습니다.

가엾게도 어린이들은 그 날부터는 영영 모여 놀 곳이 없었습니다. 하는 수가 없어서 길거리에 가서 놀아도 보았지만, 길거리는 먼지만 많고 길바닥에 돌부리가 많아서 놀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아무데도 놀 곳이 없어서 학교에서 돌아오면 어린이들은 높은 담으로 에워싸인 털보 장사의 집 근처를 빙빙 돌면서, 그 담 안의 어여쁜 꽃밭 이야기만 하고 지냈습니다.

‘참말로 그 동산에선 재미있게 놀았건만…….’

이렇게 가엾은 어린이들은 그냥 담을 쳐다보면서 섭섭한 마음을 하고들 지냈습니다.

이윽고 봄철이 돌아와서, 어느 산 어느 밭에든지 새 풀이 솟고, 따뜻한 봄볕이 날마다 화려하게 빛났습니다. 가지마다 환하게 꽃이 피고, 조그만 어여쁜 새가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였습니다. 술이 얼근하게 취한 것같이 세상이 모두 봄에 취하였습니다.

그런데, 웬일인지 성질 사나운 털보 장사의 집 담 안에는 봄이 오지를 아니하고 어느 때까지든지 겨울대로 그냥 있었습니다. 어린이들이 없으니까, 새들도 노래 부르러 오지 아니하고 나무도 꽃을 피우려는 꿈도 안 꾸고 있었습니다.

다시 한 번, 조그만 들꽃이 잔디밭 속에서 머리와 얼굴을 살그머니 내어밀고 나오기 시작하다가,

‘들어오는 자는 처벌한다.’ 는 광고판을 보고는, 도로 쑥 움추리고 들어가서, 잠이 들어 버렸습니다.

그중에 제일 즐거워하는 것은 눈과 서리뿐이었습니다.

“봄이란 놈이 이 집 꽃밭은 잊어버리고 간 모양일세. 아무렇게나 그 덕택으로 우리는 올 일 년내 이 집에서 지낼 수 있게 되었네.”

하고, 서로 수군대면서 저희의 판을 차리고, 눈은 그 큰 두루마기로 잔디밭을 덮고 드러눕고, 서리는 나무란 나무엔 모두 하얗게 은색으로 뒤발라 버렸습니다.

그러고도 부족하여서 저희의 동무 북풍에게까지,

“아주 여기서 여러 날 묵을 요량하고 놀러 오라.”

하고 청하였으므로 북풍도 즉시 옮겨 왔습니다. 와서는,

“이 집은 어째 이때것 봄이 아니 왔느냐?”

하고는,

“여기야말로 우리 세상이로구나.”

하고, 그 날 온종일 이 집 담 안에서 어떻게 소리를 지르고 뛰어 놀았던지 그날 저녁때쯤 되어서는 기어코 지붕 위에 서 있는 굴뚝을 넘겨 놓았습니다. 북풍이 소리를 지르며 날뛸 적마다 털보 장사는 못 견디게 추워서, 방문도 못 열고 불을 활활 피우고 움츠리고 있었습니다.

눈과 서리와 북풍은 점점 흥이 나서,

“참, 우리에겐 훌륭한 곳일세. 이렇게 좋은 판이니, 우리 우박이란 놈도 오라고 청하세.”

“그러세, 그것 잘 생각했네.”

하고 즉시 우박을 청하니까, 금시에 우박이 달려왔습니다. 우박은 날마다 하루 세 시간씩이나 이 집 지붕을 두드리고 돌아다녀서, 나중에는 지붕의 기왓장을 거의 모두 두들겨 깨뜨렸습니다. 그리고도, 뻗친 기운에 지붕에서 내려뛰어서 꽃밭으로 번개같이 속하게 뛰어다녔습니다.

우박이 입은 옷은 회색빛이고, 그의 입김은 얼음보다도 더욱 싸늘했습니다.

“암만 하여도 이상하다. 어째서 이렇게 봄이 아니 올까?”

하고, 털보는 방 속의 유리창 옆에 앉아서, 춥고 희게 눈 쌓인 마당을 내다보면서 탄식하였습니다.

“얼른 기후가 바뀌었으면 좋을 텐데…….”

그러나, 영영 봄은 오지 아니했습니다. 여름도 역시 오지 아니했습니다. 다른 곳에는 벌써 가을이 와서, 황금색 같이 누렇게 익은 과일이 주렁주렁 매달렸건마는 털버의 집 동산에는 하나도 열려 주지 않았습니다.

“그놈은 너무 성질이 사납고 고집이 세니까.”

하고, 가을은 말했습니다.

이렇게 하여 영영 겨울만이 이 집을 에워싸고 있어서 북풍과 우박과 서리와 눈만이 저희끼리 나무와 나무 사이를 춤을 추며 돌아다니고 있었습니다.

그 후 어느 날 아침 일이었습니다.

어느 때나 봄이 와 볼는지……, 화로 옆을 떠나지 못하고 춥게만 지내는 털보가 자리 속에서 눈을 떠 보니까, 무엇인지 모르겠으나 어디서인지 보드랍고 가는 음악 소리가 들렸습니다. 그 음악 소리가 어쩐지 모르게 반갑고 기껍게 들리므로, 아마 이것은 필시 나라님의 악사들이 지나가는가보다고 생각하였습니다. 그러나, 실상 그것은 이 침실의 유리창 밖에 조그만 어여쁜 새 한 마리가 앉아서 노래를 부르는 소리였습니다. 하도 오랫동안 새소시를 듣지 못하고 있었으므로, 이 새소리가 그렇게 반갑고 기껍게 들려서 이 세상에서 제일 좋은 음악 소리로 들린 것이었습니다.

이렇게 오래간만에 새가 와서 노래를 부르니까, 그 때부터 우박은 털보의 머리에서 춤추는 것을 그치고 북풍은 소리를 지르며 돌아다니던 것을 그치었습니다.

그리고 오래간만에 시원스럽게 열린 들창으로는 향긋한 냄새가 물큰물큰 들어왔습니다.

“아아, 인제야 봄이 왔구나!”

하고, 기쁨에 넘치는 소리를 부르짖고, 얼른 자리에서 일어나서 바깥을 내다보았습니다. 털보는 그 때 무엇을 보았겠습니까?

그 때에 털보가 본 것은 그야말로 이상한 일이었습니다.

그 높게 쌓은 담의 한 곳에 구멍이 뚫려 있는데, 그 구멍으로 어린이들이 어느 틈엔지 기어와서, 나뭇가지에 걸터앉아 놀고 있는데, 눈에 보이는 나무란 나무에는 한 사람씩 어린이가 가지에 올라앉아 있었습니다. 나무들도 어린이들이 오래간만에 와 준 것이 대단히 기뻐서, 일시에 꽃을 활짝 피우고 벙글벙글 웃으면서 어린이들의 머리 위에서 그 가는 팔을 흔들흔들하고 있었습니다.

작은 새들은 즐거운 듯이, 이 나무 저 나무로 옮겨 다니며 기꺼운 노래를 불렀습니다. 그러니까, 어여쁜 화초는 푸른 잔디 위에서 방글방글 웃고 있었습니다. 봄철의 아름다운 것들이 일시에 모여서 그야말로 사랑스럽고 어여쁜 경치였습니다. 그러나, 다만 한 가지 저편 한 구석에 아직도 봄이 오지 아니하고, 겨울이 남아 있는 곳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이 꽃동산의 한편 구석 담 밑이었는데, 거기 서 있는 나무에는 꽃도 피지 아니하고, 겨울대로 그냥 서 있고, 그 나무 밑에는 조그만 귀여운 어린이가 혼자 서 있었습니다.

이 어린이는 몹시 어리어서 키가 나무에까지 자라지 못해서 올라가지를 못하고, 엉엉 울면서 그 나무 밑에서만 쩔쩔매고만 있었습니다. 가엾게도 그 나무에는 아직도 서리와 눈이 쌓인 채로 얼어붙어 있고, 북풍이 그 위 가지 사이에서 응응 콧소리를 치고 있었습니다.

“아기님, 올라와 주십시오.”

하고, 나무는 힘껏 재주껏 가지를 아래로 내려 뻗느라고 애를 무한히 쓰고 있으나, 그래도 어린이의 키가 작아서 닿지를 못했습니다. 이 모양을 보고, 털보의 가슴은 무엇이 막히고 눌렸던 것이 탁 트이는 것 같았습니다.

“아아, 내가 이 때가지 모르고 있었구나. 봄이 왜 안오는지 그 까닭을 이제야 알았다. 오냐, 내가 가서 저 어린이를 안아서 올려 앉혀 주자! 그리고, 나는 저 높은 담을 헐어 버리고, 이 꽃동산을 어느 때까지든지 어린이들의 노는 마당으로 만들어 주어야겠다!”

털보 장사는 이렇게 기쁘고 시원한 마음으로 부르짖으며 이 때까지 자기의 한 일을 뉘우쳤습니다.

털보는 얼른 내려가서 꽃동산으로 왔습니다. 그러니까 나뭇가지에 올라앉아서 즐겁게 놀고 있던 어린이들이 털보 장사의 오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래어, 모두 뛰어내려서 도망을 하였습니다.

그리고, 어린이들이 달아나니까 동산은 또 금시에 겨울이 되어 버렸습니다. 다만 혼자, 아까 그 키 작은 어린이만은 아까부터 몹시 울어서 눈물이 가리어 털보의 오는 것을 모르고 있었습니다. 털보는 살그머니 그 뒤로 가서 두 손으로 사뿐 안아서 나뭇가지에 올려 앉혔습니다. 그러니까, 나무는 꽃을 활짝 피우고, 새들은 날아와서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였습니다. 그 때에 어린이는 두 팔을 쭉 뻗어 털보의 목을 쥐고 위에서 털보와 입을 맞추어 주었습니다.

그러니까, 다른 어린이들은 이제는 털보가 사납지 아니한 사람인 것을 알고 모두들 다시 돌아왔습니다. 꽃이 다시 피고 새는 모여 와서 봄도 돌아왔습니다. 털보는 기뻐서 어찌할 줄을 모르며,

“자아, 어린이들! 이제부터는 너희들의 마당이다!”

학, 곧 크디큰 도끼로 자기가 쌓아 놓은 담을 두들겨 헐어 버렸습니다. 눈이 부시게까지 아름답고 찬란한 꽃밭이 먼 곳에서까지 보게 되어, 온 동네가 다 이 꽃 향기를 맡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동리가 전보다 더 훌륭하여졌습니다.

그 후부터는 동네 사람들과도 털보는 친하여지고, 낮에는 장에 갔다 노는 사람들이 그 동리를 지나다 보면 언제든지 털보 장사는 많은 귀여운 어린이들과 함께 섞여서 이상하게도 찬란한 꽃밭에서 놀고 있었습니다.

이렇게 하여, 날마다 날마다 어린이들은 털보 장사와 재미있게 놀다가 저녁때가 되면 여럿이 한꺼번에 털보 장사에게,

“안녕히 주무십시오.”

하고 헤어졌습니다.

“그런데, 너희 조그만 동무가 어디로 갔는지 아니? 그 후에는 영 오지를 아니하니……, 그 때 내가 안아서 나무 위에 앉혀 준 애 말이다!”

장사는 그 어린이가 처음으로 입을 맞추어 주었으므로 다른 어린이보다도 더 귀여워 이렇게 물었습니다.

“몰라요. 저희 집에 있나 봐요.”

하고, 어린이들은 대답하였습니다.

“그러면, 내일은 꼭 놀러 오라고 그래라!”

하고 부탁하였으나, 그 조그마한 어린이가 어느 집 애기인지도 모르고, 그 어린이를 한 번도 본 일이 없다고 하니까, 털보 장사는 그만 낙심되어서 몹시 섭섭해 하였습니다.

그로부터, 날마다 밤마다 학교가 파하면 어린이들은 모여 와서 재미있게 놀았습니다. 그러나, 장사가 보고 싶어하는 조그만 어린이는 영영 보이지 않았습니다. 장사는 어느 어린이든지 모두 친애하고 귀애하지만, 맨 처음에 동무가 되어 준 어린이를 잠시도 잊지 못하고, 늘 궁금하게 여기고 말끝마다 그의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아아, 어떻게든지 그 어린 애기를 만났으면 좋겠다.”

이런 말을 자주자주 하면서 탄식을 하였습니다.

그 후 몇 해가 지났습니다.

털보 장사도 점점 늙어서 한 해 두 해 지나갈수록 몸이 약해졌습니다. 그래서, 벌써 마당에 나가서 어린이들과 함께 놀 기운이 없어서 크디큰 침대 같은 걸상에 앉은 채로 어린이들이 노는 것을 바라보기도 하고, 동산의 꽃 경치도 바라보며 지냈습니다.

“우리 집 동산에는 보기 좋은 꽃이 얼마든지 피어 어우려져 있다. 그러나, 저 어린이들은 꽃 중에서도 제일 아름다운 꽃이다!”

이런 말을 항상 하고 있었습니다.

어느 겨울날 아침이었습니다. 장사는 옷을 갈아 입으면서 들창 밖을 보았습니다. 장사는 이제 그리 겨울을 싫어하지 않았습니다. 그것은 다만 그 동안 봄이 잠을 자는 것이며, 꽃이나 새가 피곤하여 쉬는 것뿐인 것을 아는 까닭이었습니다.

옷을 갈아 입으면서 창 밖을 내다보니까, 언뜻 이상한 경치를 보았습니다. 동산의 한 구석에 서 있는 나무가 어느 틈엔지 꽃이 활짝 피고, 그 가지가지는 모두 황금이고, 그 가지에는 은빛으로 빛나는 과일이 무겁게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나무 밑에는 항상 보고 싶어하는 제일 어여쁜 그 키 작은 어린이가 혼자 서 있었습니다.

어떻게 반갑고 기쁘든지 그 길로 곧 내려가서 동산으로 갔습니다. 그러나, 그 어린이 옆에까지 와서는 별안간에 얼굴이 빨개지며, 노기가 하늘을 찌를 듯이 되었습니다.

“누, 누가 너에게 이렇게 몹시 상처를 내었니?”

하고 소리쳐 물었습니다.

정말 어여쁜 그 어린이의 두 손과 발에는 보기에도 흉하게 상처가 나고, 붉은 피까지 흐른 자국이 보였습니다.

“누가 너에게 이렇게 상처를 내었니, 응? 내게 말을 하여라. 내가 그놈을 칼로 죽일란다.”

어린이는 생긋 웃으면서,

“아―니요, 그런 게 아니어요. 이 상처는 사랑의 흠집이야요!”

하였습니다.

“네가 누구냐?”

하고, 장사는 이상해 하면서 물었습니다. 그리고, 어쩐지 모르게 알지 못할 이상한 기운이 쏘이는 것 같아서 그냥 어린이의 앞에 무릎을 꿇었습니다.

그 때에 어린이는 생긋이 웃으면서 이렇게 말하였습니다.

“당신은 언제든지 나를 당신의 동산에서 놀게 해 주었지요. 오늘은 나와 함께 나의 꽃동산으로 놀러 가야 해요. 그 꽃동산은 극락의 꽃동산이랍니다.”

그 날 점심때가 지나서 전과 같이 학교에서 돌아온 어린이들이 놀러와서 보니까, 털보 장사는 전신을 하얀 꽃으로 덮인 채로 나무 아래서 죽어 누워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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