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지:대법원 2018. 10. 30. 선고 2013다61381 판결.pdf/47

위키문헌 ― 우리 모두의 도서관.
이 페이지는 교정 작업을 거쳤습니다

마. 국가간 조약을 통해서 국민 개개인이 상대국이나 상대국의 국민에 대해서 가지는 권리를 소멸시키는 것이 국제법상 허용된다고 하더라도, 이를 인정하기 위해서는 해당 조약에서 이를 명확하게 정하고 있어야 한다. 더욱이 이 사건과 같이 국가와 그 소속 국민이 관여한 반인도적인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 그중에서도 정신적 손해에 대한 위자료청구권의 소멸과 같은 중대한 효과를 부여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조약의 의미를 더욱 엄격하게 해석하여야 한다.

샌프란시스코 조약 제14조가 일본에 의해 발생한 ‘손해와 고통’에 대한 ‘배상청구권’과 그 ‘포기’를 명확하게 정하고 있는 것과 달리, 청구권협정은 ‘재산상 채권⋅채무관계’만을 언급하고 있을 뿐이고, 청구권협정의 대상에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와 고통’에 대한 ‘배상청구권’이 포함된다거나 그 배상청구권에 대한 ‘포기’를 명확하게 정하고 있지 않다.

일본 정부의 한반도에 대한 불법적인 식민지배와 침략전쟁의 수행과 직결된 일본 기업의 반인도적인 불법행위로 강제 동원되어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존중받지 못한 채 온갖 노동을 강요당했던 피해자인 원고들은 정신적 손해배상을 받지 못하고 여전히 고통 받고 있다. 대한민국 정부와 일본 정부가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정신적 고통을 지나치게 가볍게 보고 그 실상을 조사․확인하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은 채 청구권협정을 체결한 것일 수도 있다. 청구권협정에서 강제동원 위자료청구권에 관하여 명확하게 정하지 않은 책임은 협정을 체결한 당사자들이 부담해야 하는 것이고 이를 피해자들에게 전가해서는 안 된다.

이상과 같은 이유로 다수의견의 논거를 보충하고자 한다.

- 4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