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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석:연암집/제8권 별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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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암집
제8권 방경각외전
저자: 박지원

《방경각외전》은 박지원이 젊었을 때 쓴, 초기 한문소설들의 모음집이다. 유명한 〈마장전〉, 〈양반전〉 따위가 모두 여기 수록되어 있다. 혈기등등한 젊은 시절에 쓴 글답게, 독설과 풍자가 매섭고 독하다. 박지원이 나이가 들고 나서 자식들에게 이 소설들을 모두 모아 태워버리라고 했지만, 이미 너무 많이 퍼져 있어서 수거할 수 없었고, 지금까지 전해 내려오게 되었다.

107485박지원

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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友居倫季。
匪厥疎卑。
如土於行。
寄王四時。
親義別叙。
非信奚爲。
常若不常。
友廼正之。
所以居後。
廼殿統斯。
三狂相友。
遯世流離論厥讒諂。
若見鬚眉。
 이에 〈마장전〉을 짓는다.

선비들이 입과 배[1]에 연연하면
온갖 행실이 썩고 일그러진다.
솥을 걸어놓고 잘 먹다가[2] 그 솥에 삶겨 죽어도[3]
도철 같은 탐욕[4]을 경계하지는 못하는데[5]
엄씨는 똥으로 먹고 살아서
하는 일은 더러워도 입은 깨끗하다네.
 이에 〈예덕선생전〉을 짓는다.

민옹은 사람을 누리로 여겼고
가히 용의 법도를 익혔다.[6]
비꼬고 풍자하는 골계로
공손치 못하게 세상을 놀렸으나
벽에 글을 써 스스로 힘쓴 것은
게으른 자들을 깨우칠 만하다.
 이에 〈민옹전〉을 짓는다.

선비란 곧 본래 존귀한 것[7]이고
선비의 마음이 바로 뜻이다.[8]
그 뜻이란 무엇인가?
권세와 이익을 꾀하지 말고
출세해도 선비임을 멀리하지 않고
곤궁해도 선비임을 버리지 않음이라.
이름과 절개를 삼가지 않고
가문을 들먹이고 땅을 팔아
대대의 덕을 속여 판다면
장사치와 다를 바가 무에 있으랴.
 이에 〈양반전〉을 짓는다.

홍기는 은자 중에도 대은[9]이라
비로소 놀러 다니면서 숨었다오.
세상이 맑건 흐리건 자신을 잃지 않고
남을 해치지도 않고 탐내지도 않았네.[10]
 이에 〈김신선전〉을 짓는다.

광문이는 가난한 거지인데
명성이 실정보다 지나쳤네.[11]
이름 나기를 좋아하지 않아도
형벌을 면치 못하거늘
하물며 이름을 도둑질해
거짓되이 다툴 수 있으리오.
 이에 〈광문전〉을 짓는다.

저 아름다운 우상은
옛 문장[12]에 힘을 써서
서울에서 잃은 예를 시골에서 구했으니[13]
제사는 짧아도 그 흐름은 길어라.
 이에 〈우상전〉을 짓는다.

세상이 몰락해 쇠잔하고 미약하니
허위로 꾸미고 이를 숭상한다.
시를 읊으면서 구슬을 파내가는[14]
향원처럼 사악한 자야, 어지러운 자줏빛아.[15]
종남산에 숨어 재빨리 출세하는[16]
그런 짓거리를 예로부터 추하게 여겼으니
 이에 〈역학대도전〉을 짓는다.

안에서는 효도하고 밖에서는 공손하면
배우지 않았어도 배웠다 하리니.
이 말이 비록 지나치지만
거짓된 도덕을 경계하기 충분하다.
明宣不讀三年善學。
農夫耕野。
賓妻相揖。
目不知書。
可謂眞學。
 이에 〈봉산학자전〉을 짓는다.

마장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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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덕선생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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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옹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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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문자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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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문이란 거지가 있었다. 어려서부터 종로 거리에서 구걸을 하여 거지 아이들의 우두머리가 되었고, 거지들의 보금자리를 지켰다. 몹시 춥고 눈이온 어느날 모든 아이들이 구걸을 가가고 한 아이만 병으로 따라가지 못했다. 벌써 추위에 떨던 아이는 슬프게 흐느꼈다. 문이 그를 불쌍히 여겨 구걸을 나가 밥을 얻어 병든 아이를 먹이려하였지만, 아이는 이미 죽어 있었다. 아이들이 돌아와 그것을 보고 문이 그를 죽였다고 여기고는 문을 때려 쫓아 내었다. 문은 밤에 기어 기어 어느 집에 들어갔는데 개가 짖어 주인이 문을 잡아 묶었다. 문이 소리치기를, “내가 원수를 피하려는 것이지 도적질을 하려는 게 아니오. 주인장이 못믿겠으면 아침에 시장에 나가 물어보시오” 하였다. 그 말이 성실하여 집 주인도 문이 옳다 여겨 새벽에 놓아주었다. 문은 고맙다 인사하며 거적을 하나 얻어 나갔다. 주인이 괴상하다 여겨 따라가 보니 거지 아이들이 시체 하나를 수표교에 던지자 문이 다리 아래서 받아 거적으로 싸고는 서문 밖에 묻어주며 울며 말하는 것이었다. 집주인이 문에게 어찌된 일이냐 물으니 문은 그제서야 어제부터 지금 장사 지내줄 때까지의 이야기를 하였다. 집주인은 문이 의롭다 여기고 함께 집으로 돌아와 옷을 입히고 잘 대해 주었다. 나중에 문을 약방하는 부잣집에 품파는 사람으로 넣어 주었다. 그리하고 얼마 뒤에, 부자가 문을 나서며 여러 차례 돌아보다 다시 방으로 들어와 빗장을 살피고는 다시 문 밖으로 나갔다. 그러다 야속한 마음이 들었는지 다시 돌아오다 문을 보더니 크게 놀라는 것이었다. 무슨 말을 하려는지 낯색이 변해있지만 문은 알길이 없었다. 집을 나가겠다 할 수 없으니 그저 묵묵히 하루를 보냈다. 며칠이 지난 뒤 부자의 처형 아들이 돈을 들고와 말하길 “제가 돈이 필요해 숙부를 뵈러 왔는데, 안계서서 그냥 가져 갔었습니다. 아마 모르셨을 겁니다”하는 것이었다. 부자는 광문이에게 몹시 부끄럽다며 사과하였다. “내가 소인이라 큰 사람의 뜻을 상하게 하였네. 앞으로 볼 낯이 없구만”이 때부터 부자는 거래하며 만나는 사람마다 광문이 의인이라고 말하였다. 이로서 광문을 칭찬하는 말이 종실빈객과 공경문하의 아랫사람들까지 돌았다. 종실빈객과 공경문하의 아랫사람들이 모두 위에 이야기를 하므로 몇 달이 되자 사대부들도 모두 광문의 일을 듣게 되었고 마침내 한양 사람 모두가 광문을 칭찬하였고 광문을 도운 집주인도 사람을 알아보는 현명한 사람이라 여겨지게 되었고, 약방 주인도 큰 사람이라 불렸다. 당시 전당포를 하는 사람들은 머리꽂이, 패물이나 옷가지며 그릇, 집, 밭, 종문서를 모두 제 값을 따져 저당잡지만, 문이 보증을 서면 묻지 않고 천금을 빌려 주었다. 문은 아주 못생겼고 말도 어눌한데, 입은 커서 두 주먹이 들어갈만 하고 만석희를 잘하며 곱사춤을 추었다. 삼한의 아이들이 서로 까불며 놀릴 때 “네 형이 달문이지?”할 정도였다. 달문이란 광문의 다른 이름이다. 광문이 지나가다 싸움을 보면 옷을 풀고 싸움판에 들어가 어어 거리며 땅에 금을 긋고는 잘잘못을 따져 주듯이 말하였다. 시장 사람들이 모두 웃으니 싸우던 사람도 웃을 수 밖에 없었고 모두 흩어지기 마련이었다. 문이 사십이 되도록 머리카락을 늘이고 다녀 사람들이 처를 얻어야 하지 않겠냐고 말하면, “아름다운 사람을 원하는 것은 남자가 아니라도 모두 마찬가지인데, 어떤 여자가 날 바라보고 살겠나. 나는 내 얼굴을 바라보라 할 자신이 없네.”하였고, 사람들이 집이라도 장만하라고 하면, “나는 부모형제나 처자가 없는데 집을 가져 뭐하게? 아침에 노래부르며 시장에 나가고, 저녁에 부잣집 행랑에서 자면 된거지. 한양 가구수가 팔만인데 다 돌아다니기도 전에 내 목숨이 먼저 다하지.”라고 하였다. 한양에 이름난 기생이 아무리 조신하고 아리따워도 광문이 한 소리 해주지 않으면 한 푼도 얻지 못했다. 일전에 우림위며 아명전 별감들이며 부마도위에 딸린 종들이며 하는 사람들이 운심에게 몰려들었다. 심은 이름난 기생이라 마루에 술상을 차리고 북을 치고 가야금을 뜯으며 춤을 추라 재촉하였지만 심은 춤추지 않고 머뭇거렸다. 문이 밤에 마루 아래로 왔다가 섯다 앉았다 하더니 스스로 윗자리를 찾아 앉아 버렸다. 문은 허름한 옷을 입었지만 앞에 사람이 없는 듯 마음대로 굴었다. 눈꼽이 끼고 술에 취해 트림을 하는데 곱슬머리는 뒤에 갖다 붙여둔 모양이었다. 좌중이 모두 아연실색하여 문을 몰아내자 눈짓을 주고 받았다. 문이 더욱 앞으로 앉아 무릎을 치며 곡조를 흥얼거리며 콧노래를 높였다 낮추었다 하자, 심은 즉시 일어나 옷을 다시 여미고 문을 위해 검무를 추었다. 앉은 사람들이 모두 기뻐하며 친구가 되어 돌아갔다.

서광문전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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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반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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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반이라는 놈은 사족의 존칭이럇다. 정선군[17]에 그런 양반이 하나 살고 있었는데, 어질고 또 글 읽기를 좋아했기에 매번 군수가 새로 오면 꼭 그 막집[18]을 찾아가 인사를 드렸단다. 그런데 집구석이 가난해서 해마다 고을 쌀을 빌어 먹던 것이 쌓여서 천 석에 이르렀다. 관찰사[19]가 군읍을 순행하다가 쌀의 사고 팖을 보고 크게 노하여 말하길,

“어떻게 된 놈의 양반이 이렇게 군량을 축냈단 말이냐!”하고는 그 양반을 잡아 가두라고 명했다. 군수는 그 양반이 가난하여 쌀을 갚을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잡아 가두지 않을 뿐, 어떻게 해야 할지 별 수가 없었다. 양반도 밤낮으로 울고불고만 할 뿐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그 부인이 꾸짖어 말하길,

“평소에 글 읽기를 그리도 좋아하더니, 현관에게 쌀 갚는 데는 아무런 보탬이 없구랴. 에잉 양반. 한 푼어치도 안 되는 그놈의 양반.” 하였다.

그런데 그 마을에 사는 부자가 가족들과 상의하여 말하길, “양반은 아무리 가난해도 늘 지위가 높다. 그런데 우리는 아무리 돈이 많아도 늘 비천하여 감히 말도 타지 못하고, 양반을 보면 바로 허리를 숙이고 종종걸음쳐야 하며, 길에서는 엎드리고 뜰에서는 절하며 코를 처박고 무릎으로 기어야 한다. 우리 신세가 항상 이렇게 욕되다. 지금 양반이 쌀을 갚지 못해 매우 난감하게 되었으니, 그 꼴이 그 양반 자리를 보존치 못할 듯하다. 우리가 그 신분을 사서 가지도록 하자.”라고 하고 마침내 문앞에 나아가 그 쌀을 갚아주겠노라 청하자 양반이 크게 기뻐하며 허락했다. 그러자 부자는 그 자리에서 바로 쌀을 관아로 보내 버렸다. 군수가 이에 놀라 양반을 위로도 할 겸, 또 어떻게 쌀을 갚았는지 물어볼 겸 해서 몸소 양반을 찾아갔다.

그런데 양반이 전립[20]을 쓰고 단의[21]를 입고 길에 엎드려 자신을 ‘소인’이라 칭하며 감히 쳐다보지도 못하는 것이 아닌가. 군수가 크게 놀라 양반을 붙들며 말하길,

“그대[22]는 어찌 스스로를 낮추어 욕되게 하시오?”하였다. 양반이 더더욱 두려워하며 머리를 조아리고 엎드려 말하길,

“황송하옵게도 소인이 스스로를 낮추려는 것이 아니라 그 양반을 팔아 쌀을 갚았으니, 마을 부자가 이제 양반입니다. 소인이 어찌 감히 옛 칭호를 다시 들먹이며 제 스스로를 높이겠습니까?” 하였다. 군수가 감탄하며 말하길,

“군자로다, 부자여. 양반이로다, 부자여. 부자면서도 인색하지 않은 것은 의로움이요, 어려운 남을 도와준 것은 어짊이요, 비천한 것을 싫어하고 존귀해지려 한 것은 지혜로움이니 이 사람이야말로 참 양반이로다. 그렇긴 하지만, 사사로이 만나 바꾸었을 뿐 문서를 쓰지 않았으니 송사[23]의 빌미가 될 것이다. 나와 너[24]는 고을 사람들을 증인으로 삼고 문서를 써서 이를 믿게 하자. 군수인 나도 마땅히 수결[25]할 것이다.” 하였다.

김신선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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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상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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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本關白新立。於是廣儲蓄。繕宮館。理舟檝。刮屬國諸島奇材釖客。詭技淫巧書畵文學之士。聚之都邑。練肄完具數年。然後乃敢請使於我。若待命策之爲者。朝廷極選文臣三品以下。備三价以送之。其幕佐賓客。皆宏辭博識。自天文地理算數卜筮醫相武力之士。以至吹竹彈絲謔浪戱笑歌呼飮酒博奕騎射以一藝名國者。悉從行。而最重詞章書畵。得朝鮮一字。不齎糧而適千里。其所居舘。皆翠銅甍。除嵌文石。而楹檻朱漆。帷帳飾以火齊。靺鞨瑟瑟。食皆金銀鍍侈靡。瑰麗千里。往往設爲奇巧。庖丁驛夫。據牀而坐。垂足於枇子桶。使花衫蠻章洗之。其陽浮慕尊如此。而象譯持虎豹,貂鼠,人蔘諸禁物。潛貨璣珠,寶刀。駔儈機利。殉財賄如騖。倭外謬爲恭敬。不復衣冠慕之。虞裳以漢語通官隨行。獨以文章。大鳴日本中。其名釋貴人。皆稱雲我先生。國士無雙也。大坂以東僧如妓。寺刹如傳舍。責詩文如博進。繡牋花軸。堆床塡案。而類爲難題强韻以窮之。虞裳每倉卒口占。如誦宿搆。步押平妥。從容席散。無罷色。無軟詞。其海覽篇曰。

坤輿內萬國。
碁置而星列。
于越之魋結。
笁乾之祝髮。
齊魯之縫腋。
胡貊之氈。
或文明魚雅。
或兜離侏佅。
群分而類聚。
遍土皆是物。
日本之爲邦。
波壑所蕩潏。
其藪則搏木。
其次則賓日。
女紅則文繡。
土宜則橙橘。
魚之恠章擧。
木之奇蘇鐵。
其鎭山芳甸。
句陳配厥秩。
南北春秋異。
東西晝夜別。
中央類覆敦。
嵌空龍漢雪。
蔽牛之鉅材。
抵鵲之美質。
與丹砂金錫。
皆往往山出。
大坂大都會。
環寶海藏竭。
奇香爇龍涎。
寶石堆雅骨。
牙象口中脫。
角犀頭上截。
波斯胡目眩。
浙江市色奪。
寰海地中海。
中涵萬象活。
鱟背帆幔張。
鰌尾旌旗綴。
堆壘蠣粘房。
屭贔龜次窟。
忽變珊瑚海。
煜耀陰火烈。
忽變紺碧海。
霞雲衆色設。
忽變水銀海。
星宿萬顆撒。
忽變大染局。
綾羅爛千匹。
忽變大鎔鑄。
五金光逬發。
龍子劈天飛。
千霆萬電戛。
髮鱓馬甲柱。
秘恠恣怳愡。
其民裸而冠。
外螫中則蝎。
遇事則麋沸。
謀人則鼠黠。
苟利則蜮射。
小拂則豕突。
婦女事戱謔。
童子設機括。
背先而淫鬼。
嗜殺而佞佛。
書未離鳥鳦。
詩未離鴂舌。
牝牡類麀鹿。
友朋同魚鱉。
言語之鳥嚶。
象譯亦未悉。
草木之瓌奇。
羅含焚其帙。
百泉之源滙。
酈生瓮底蠛。
水族之弗若。
思及閟圖說。
刀釖之款識。
貞白續再筆。
地毬之同異。
海島之甲乙。
西泰利瑪竇。
線織而刃割。
鄙夫陳此詩。
辭俚意甚實。
善鄰有大謨。
覊縻和勿失。

如虞裳者。豈非所謂華國之譽耶。神宗萬曆壬辰。倭秀吉潛師襲我。躪我三都。劓辱我髦倪。躑躅冬柏植於三韓。我昭敬大王避兵灣上。奏聞天子。天子大驚。提天下之兵東援之。大將軍李如松。提督陳璘,麻貴,劉綎,楊元。有古名將之風。御史楊鎬,萬世德,邢玠才兼文武。略驚鬼神。其兵皆秦鳳陜浙雲登貴萊驍騎射士。大將軍家僮千人。幽薊釖客。然卒與倭平。僅能驅之出境而已。數百年之間。使者冠盖。數至江戶。然謹體貌。嚴使事。其風謠人物險塞强弱之勢。卒不得其一毫。徒手來去。虞裳力不能勝柔毫。然吮精嘬華。使水國萬里之都。木枯川渴。雖謂之筆拔山河可也。虞裳名湘藻。甞自題其畵象曰。

供奉白。鄴侯泌。
合鐵拐。爲滄起。
古詩人。古仙人。
古山人。皆姓李。

李其姓也。滄起又其號也。夫士伸於知己。屈於不知己。鵁鶄鸂禽之微者也。然猶自愛其羽毛。暎水而立。翔而後集。人之有文章。豈羽毛之美而已哉。昔慶卿夜論釰。盖聶怒而目之。及高漸離擊筑。荊軻和而歌。已而相泣。旁若無人者。夫樂亦極矣。復從而泣之。何也。中心激而哀之無從也。雖問諸其人者。亦將不自知其何心矣。人之以文章相高下。豈區區釖士之一技哉。虞裳其不遇者耶。何其言之多悲也。

鷄戴勝高似幘。
牛垂胡大如袋。
家常物百不奇。
大驚恠槖駝背。

未甞不自異也。及其疾病且死。悉焚其藁曰。誰復知者。其志豈不悲耶。孔子曰。才難。不其然乎。管仲之器小哉。子貢曰。賜何器也。子曰。汝瑚璉也。盖美而小之也。故德譬則器也。才譬則物也。詩云。瑟彼玉瓚。黃流在中。易曰。鼎折足覆公餗。有德而無才。則德爲虛器。有才而無德。則才無所貯。其器淺者易溢。人參天地。是爲三才。故鬼神者才也。天地其大器歟。彼潔潔者福無所寓。善得情狀者。人不附。文章者天下之至寶也。發精蘊於玄樞。探幽隱於無形。漏洩陰陽。神鬼嗔怨矣。木有才。人思伐之。貝有才。人思奪之。故才之爲字。內撇而不外颺也。虞裳一譯官。居國中。聲譽不出里閭。衣冠不識面目。一朝名震耀海外萬里之國。身傾側鯤鯨龍鼉之家。手沐日月。氣薄虹蜃。故曰。慢藏誨盜。魚不可脫於淵。利器不可以示人。可不戒哉。

過勝本海作詩曰。

蠻奴赤足貌?魀。
鴨色袍背繪星月。
花衫蠻女走出門。
頭梳未竟髽其髮。
小兒號嗄乳母乳。
母手拍背鳴嗚咽。
須臾擂鼓官人來。
萬目圍繞如活佛。
蠻官膜拜獻厥琛。
珊瑚大貝擎盤出。
眞如啞者設賓主。
眉睫能言筆有舌。
蠻府亦耀林園趣。
栟櫚靑橘配庭實。

病痔舟中臥。念梅南老師言。乃作詩曰。

宣尼之道麻尼敎。
經世出世日而月。
西士甞至五印度。
過去現在無箇佛。
儒家有此俾販徒。
?弄筆舌神吾說。
披毛戴角墜地犴。
當受生日欺人律。
毒焰亦及震旦東。
精藍大衍都鄙列。
睢盱島衆怵禍福。
炷香施米無時缺。
譬如人子戕人子。
入養父母必不說。
六經中天揚文明。
此邦之人眼如漆。
暘谷昧谷無二理。
順之則聖背檮杌。
吾師詔吾詔介衆。
以詩爲金口木舌。

詩皆可傳也。及旣還過所次皆已梓印云。余與虞裳。生不相識。然虞裳數使示其詩曰。獨此子庶能知吾。余戱謂其人曰。此吳儂細唾。瑣瑣不足珍也。虞裳怒曰。傖夫氣人。久之歎曰。吾其久於世哉。因泣數行下。余亦聞而悲之。旣而虞裳死。年二十七。其家人夢見仙子醉騎蒼鯨。黑雲下垂。虞裳披髮而隨之。良久虞裳死。或曰。虞裳仙去。嗟呼。余甞內獨愛其才。然獨挫之以爲虞裳。年少俛就道。可著書垂世也。乃今思之。

虞裳必以余爲不足喜也。有輓之者。歌曰。

五色非常鳥。
偶集屋之脊。
衆人爭來看。
驚起忽無跡。

其二曰。

까닭없이 천금을 얻으면,
그 집에는 필히 재앙이 있다.
矧此稀世寶。
焉能久假哉。

其三曰。

渺然一匹夫。
死覺人數减。
豈非關世道。
人多如雨點。

又歌曰。

其人膽如瓠。
其人眼如月。
其人腕有鬼。
其人筆有舌。

又曰。

他人以子傳。
虞裳不以子。
血氣有時盡。
聲名無窮已。

余旣不見虞裳每恨之。且旣焚其文章無留者。世益無知者。乃發篋中舊藏。得其前所示纔數篇。於是悉著之。以爲之傳虞裳。虞裳有弟。亦能  缺。

역학대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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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실됨.

봉산학자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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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실됨.

외삼촌 지계공[26]의 말씀이 다음과 같았다. “〈역학대도전〉은 당시 선비의 이름을 빌려 몰래 권세와 이득을 사던 자가 있어서 너희 아버지가 이 글을 지어 비웃은 것이다. 노소[27]의 《변간》[28]과 그 뜻이 대체로 같았다. 후에 그 사람이 쫄딱 망하자 너희 아버지는 이 글을 불살라 버렸다. 아마 선견지명이 있는 척 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인 것 같은데, 위의 〈우상전〉에도 소실된 부분이 있고 그 뒤의 두 글이 소실된 것은 한 권에 같이 실려 있었기에 한꺼번에 없애 버린 것으로 보인다.”

아들 종간[29]이 삼가 쓰다. 이상 아홉 편의 소설은 아버지께서 약관[30] 때 쓰신 것인데, 우리 집에는 장본[31]이 없어서 매번 남들에게 얻어 왔다. 아버지께서 이전에 이 글들을 없애 버리라며 말씀하시길, “이것들은 내가 어렸을 때 작가가 될 뜻을 두고 글 짓는 법을 익히려고 써 본 놈들이다. 아직도 그런 글을 잘 썼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니 매우 부끄럽도다.”라고 하셨다. 불초한 우리가 그 명을 받들고 싶었으나 남들이 퍼뜨리고 다니는 것은 어쩔 도리가 없었다. 이에 일찍이 외삼촌 지계공께 가 보았더니 말씀하시길, “너희 아버지가 지은 글에는 전아하고 장중한 것도 많다. 이것들은 사실 그 나머지에 지나지 않으니 있건 없건 문제될 것이 없다. 하물며 젊었을 때 쓴 것이니 더욱 그러하다. 또 예로부터 문장가들은 이렇게 장난삼아 글을 쓰기도 했으니 굳이 폐기할 필요는 없다. 다만 〈양반전〉 한 편은 상스러운 말이 많이 쓰였기에 허물이 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이것은 실로 왕포[32]의 《동약》[33]을 따라 지은 것이니 무의미한 것은 아니다.”라고 하셨다. 불초한 우리로서는 감히 함부로 어느 것은 버리고 어느 것은 고르고 할 수 없기에 별집 말미에 한꺼번에 모아 둔다. 아들 종간이 삼가 쓰다.

역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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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口腹. 먹고사는 문제.
  2. 鼎食. 솥을 늘어놓고 호화롭게 먹는 것
  3. 鼎烹. 사람을 솥에 넣고 삶아 죽이는 팽살을 이른다. 팽살은 본디 탐관오리에게 시행하는 형벌이었는데, 후대로 가면 빈 솥에 불을 때고 죽이는 시늉만 하는 명예형의 형태로 시행되었다.
  4. 饕餮. 중국 신화에 등장하는 동물. 이 단어 자체로 탐욕을 뜻하기도 한다.
  5. 팽살은 본디 탐관오리에게 행하는 처벌인데, 후로 갈수록 솥에 들어가 끓이는 시늉만 하는 명예형의 형태로 바뀌었다.
  6. 學道猶龍. 공자가 노자를 만나보고 ‘노자는 용과 같은 사람이다’라고 감탄했다고 한다.
  7. 天爵. 하늘에서 내린 벼슬이라는 뜻으로, 천부적으로 존귀함을 이른다.
  8. 士 + 心 = 志로 파자한 것이다.
  9. 大隱. 산 속에 숨어 사는 은둔자를 소은, 민중과 함께 살아가는 은둔자를 대은이라고 한다.
  10. 不忮不求. 《시경》 패풍(邶風) 웅치(雄雉)에 나오는 구절이다.
  11. 聲聞過情. 《맹자》 이루 하(離婁下)에 나오는 구절이다.
  12. 古文章. 박지원이 세간에 알려진 것과 달리 고문체에 그리 박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연암집》 3권에서도 양반 사대부들이 쓰지 않는 고문체를 역관들이 쓴다고 개탄하는 대목이 있다.
  13. 禮失求野. 《한서》 권30 예문지(藝文志) 10에 나오는 구절이다.
  14. 장자》 외물(外物)에 《시경》의 시를 읊으면서 무덤을 파 반함(飯含)한 구슬을 시체의 입에서 빼가는 타락한 선비 이야기가 나온다.
  15. 논어》 양화(陽貨)에서 공자가 “향원(鄕愿)은 덕을 어지럽히는 도적이다,”“자줏빛이 붉은빛을 어지럽히는 것을 미워한다.”고 했다.
  16. 당나라 노장용(盧藏用)이 수도에 있는 종남산(終南山)에 은거함으로써 명성을 얻어 출세한 것을 비꼬았다.
  17. 旌善之郡. 강원도 정선.
  18. 廬. 논밭 가운데 대충 지은 집.
  19. 觀察使. 오늘날의 도지사에 해당하는 지방관.
  20. 氈笠. 털로 만든 모자. 흔히 벙거지라고 하며, 포졸 및 병정들이 썼다. 보다 고급한 것은 장수들이 구군복과 함께 갖추어 썼다.
  21. 短衣. 잠방이. 가랑이가 무릎높이에 있는 바지.
  22. 足下. 대등한 관계에서 상대방에 대한 존칭.
  23. 訟. 현재의 소송 및 민사재판에 해당한다.
  24. 汝. 군수는 이제 양반을 아까의 ‘足下’보다 격을 낮추어 부르고 있다.
  25. 署. 성명 아래에 도장 대신 자필로 갈겨 쓰는 것. 싸인에 해당한다.
  26. 芝溪公. 이재성.
  27. 老蘇 소동파의 아버지 소순을 일컫는다.
  28. 辨姦. 소순이 왕안석을 혹독히 비판한 《변간록》을 말한다.
  29. 宗侃. 박지원의 삼남 박종간. 박규수의 아버지 박종채의 남동생이다.
  30. 弱冠. 스무 살을 일컫는 관용어이나, 여기서는 ‘젊었을 때’ 정도로 해석하는 것이 적절해 보인다.
  31. 藏本. 장서. 간직해 둔 책.
  32. 王褒. 전한 시대 인물이다.
  33. 僮約. 노비문서에 노비가 해야 할 일과 어길 때의 처벌사항을 세세하게 적음으로써 말 안듣는 노비를 길들인다는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