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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석:훈민정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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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민정음(訓民正音) (1446)

조선 세종이 1443년(세종 25) 음력 12월에 만들어 1446년(세종 28) 음력 9월 상순에 공포한, 뒷날 한글로 불리게 된 한국어를 표기하는 문자 체계를 해설한 책. 훈민정음의 판본에는 크게 해례본(한문본), 언해본이 있고, 그밖에 예의본이 있다. 실록본은 예의본에 속한다. 이 가운데 완전한 책의 형태를 지닌 것은 해례본이다. 현재 전해지고 있는 해례본은 두 부로, 1940년 안동에서 발견된 것과 2008년 상주에서 발견된 것이 존재한다. 세종의 어제 서문과 본문에 해당하는 〈예의(例義)〉및 〈해례(解例)〉, 그리고 정인지가 쓴 〈서(序)〉로 구성되어 있다. — 우리 모두의 백과사전, 위키백과훈민정음에서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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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민정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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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말이 중국과 달라, 한문‧한자와 서로 통하지 아니하므로, 어리석은 백성들이 말하고자 하는 바가 있어도, 끝내 제 뜻을 펴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 내가 이를 불쌍히 여겨, 새로 스물 여덟 글자를 만드니, 사람마다 하여금 쉽게 익혀, 날마다 씀에 편하게 하고자 할 따름이다.

ㄱ은 어금닛소리이니, 君(군) 자의 처음 발하는 소리와 같다.

 나란히 쓰면 虯(구) 자의 처음 발하는 소리와 같다.

ㅋ은 어금닛소리이니, 快(쾌) 자의 처음 발하는 소리와 같다.

ㆁ은 어금닛소리이니, 業(업) 자의 처음 발하는 소리와 같다.

ㄷ은 혓소리이니, 斗(두) 자의 처음 발하는 소리와 같다.

 나란히 쓰면 覃(담) 자의 처음 발하는 소리와 같다.

ㅌ은 혓소리이니, 呑(탄) 자의 처음 발하는 소리와 같다.

ㄴ은 혓소리이니, 那(나) 자의 처음 발하는 소리와 같다.

ㅂ은 입술소리이니, 彆(별) 자의 처음 발하는 소리와 같다.

 나란히 쓰면 步(보) 자의 처음 발하는 소리와 같다.

ㅍ은 입술소리이니, 漂(표) 자의 처음 발하는 소리와 같다.

ㅁ은 입술소리이니, 彌(미) 자의 처음 발하는 소리와 같다.

ㅈ은 잇소리이니, 卽(즉) 자의 처음 발하는 소리와 같다.

 나란히 쓰면 慈(자) 자의 처음 발하는 소리와 같다.

ㅊ은 잇소리이니, 侵(침) 자의 처음 발하는 소리와 같다.

ㅅ은 잇소리이니, 戌(술) 자의 처음 발하는 소리와 같다.

 나란히 쓰면 邪(사) 자의 처음 발하는 소리와 같다.

ㆆ은 목구멍소리이니, 挹(읍) 자의 처음 발하는 소리와 같다.

ㅎ은 목구멍소리이니, 虗(虛;허) 자의 처음 발하는 소리와 같다.

 나란히 쓰면 洪(홍) 자의 처음 발하는 소리와 같다.

ㅇ은 목구멍소리이니, 欲(욕) 자의 처음 발하는 소리와 같다.

ㄹ은 반혓소리이니, 閭(려) 자의 처음 발하는 소리와 같다.

ㅿ은 반잇소리이니, 穰(양) 자의 처음 발하는 소리와 같다.

ㆍ는 呑 자의 중성과 같다.

ㅡ는 卽 자의 중성과 같다.

ㅣ는 侵 자의 중성과 같다.

ㅗ는 洪 자의 중성과 같다.

ㅏ는 담(覃) 자의 중성과 같다.

ㅜ는 君 자의 중성과 같다.

ㅓ는 業 자의 중성과 같다.

ㅛ는 欲 자의 중성과 같다.

ㅑ는 穰 자의 중성과 같다.

ㅠ는 戌 자의 중성과 같다.

ㅕ는 彆 자의 중성과 같다.

종성은 초성을 다시 쓴다. ㅇ을 순음 아래 이어 쓰면 순경음이 된다. 초성을 합해 쓰려면 나란히 쓴다. 종성도 마찬가지다. ㆍ, ㅡ, ㅗ, ㅜ, ㅛ, ㅠ는 초성 아래에 붙여 쓰고, ㅣ, ㅏ, ㅓ, ㅑ, ㅕ는 오른쪽에 붙여 쓴다. 무릇 글자는 반드시 합해져서 소리(음절)를 이룬다. 왼쪽에 한 점을 더하면 거성이요, 두 점을 더하면 상성이요, 없으면 평성이요, 입성은 점을 더함은 같되 빠르다.

훈민정음해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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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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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의 도는 오직 음양오행뿐이다. 곤(坤)과 복(復) 사이가 태극이 되고, 움직이고 멈춘 뒤에 음양이 된다. 무릇 어떤 살아가는 무리든 하늘과 땅 사이에 있는 것들이 음양을 버리고 어디로 갈 것인가? 그러므로 사람의 소리에도 다 음양의 이치가 있는데, 사람이 살피지 않을 뿐이다. 이제 훈민정음을 만든 것도, 처음부터 슬기로써 마련하고 힘으로써 찾아낸 것이 아니라, 다만 그 소리를 바탕으로 그 이치를 다할 따름이다. 이치가 이미 둘이 아니거늘, 어찌 능히 하늘과 땅과 귀신과 더불어 그 씀을 함께 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훈민정음 스물 여덟 글자는 각각 다음과 같은 모양을 본떠서 만들었다.

초성은 무릇 열 일곱자이다. 아음 ㄱ은 혀뿌리가 목구멍을 막는 모양을 본뜨고, 설음 ㄴ은 혀가 위턱(윗잇몸)에 붙는 모양을 본뜨고, 순음 ㅁ은 입모양을 본뜨고, 치음 ㅅ은 이빨 모양을 본뜨고, 후음 ㅇ은 목구멍 모양을 본떴다. ㅋ은 ㄱ에 비해 소리가 세게 나는 까닭으로 획을 더하였다. ㄴ에서 ㄷ, ㄷ에서 ㅌ, ㅁ에서 ㅂ, ㅂ에서 ㅍ, ㅅ에서 ㅈ, ㅈ에서 ㅊ, ㅇ에서 ㆆ, ㆆ에서 ㅎ으로도, 그 소리를 바탕으로 획을 더한 뜻은 모두 같으나, 오직 ㆁ만은 달리 했다. 반혓소리 ㄹ, 반잇소리 ㅿ도 또한 혀와 이의 모양을 본떴으나 그 모양새를 달리해서, 획을 더한 뜻은 없다.

대저 사람이 소리를 가짐은 오행에 근본을 두고 있으므로, 네 계절과 어울려 보아도 어그러지지 않고, 오음에 맞추어도 어긋나지 않는다. 목구멍은 깊고 젖어 있으니, 물이다. 소리는 비어 있고 통하니, 물이 투명하고 흘러 통하는 것과 같다. 계절로는 겨울이 되고, 소리로는 우(羽)가 된다. 어금니는 어긋나고 기니, 나무다. 소리는 목구멍과 비슷하나 차 있으니, 나무가 물에서 나서 형체가 있는 것과 같다. 계절로는 봄이 되고, 소리로는 각(角)이 된다. 혀는 날카롭고 움직이니, 불이다. 소리가 구르고 날리니, 불이 구르고 퍼져 휘날리는 것과 같다. 계절로는 여름이 되고, 소리로는 치(徴)가 된다. 이는 단단하고 물건을 끊으니, 쇠이다. 소리가 부스러지고 걸리니, 쇠가 부스러져 가루가 되고 단련되어 이루어지는 것과 같다. 계절로는 가을이 되고, 소리로는 상(商)이 된다. 입술은 펼쳐져 있고 합해지니, 흙이다. 소리가 머금고 넓으니, 땅이 만물을 품어 넓고 큰 것과 같다. 계절로는 늦여름이 되고, 소리로는 궁(宮)이 된다. 그러나 물은 만물을 낳는 근원이요, 불은 만물을 이루어내는 작용을 하므로, 오행 중에서는 물과 불이 으뜸이 된다. 목구멍은 소리가 나오는 문이요, 혀는 소리를 변별해내는 기관이므로, 오음 중에 목구멍소리와 혓소리가 주가 된다. 목구멍은 뒤에 있고 어금니는 그 다음이니, 북쪽과 동쪽의 방위다. 혀와 이는 그 앞에 있으니, 남쪽과 서쪽의 방위다. 입술은 끝에 있으니, 흙이 일정한 자리가 없어 네 계절에 기대어 왕성함을 뜻한다. 이는 곧 초성 가운데 스스로 음양‧오행‧방위의 수(數)가 있음이다.

또 소리의 청탁으로써 말하자면, ㄱ, ㄷ, ㅂ, ㅈ, ㅅ, ㆆ은 전청이 되고, ㅋ, ㅌ, ㅍ, ㅊ, ㅎ은 차청이 되고, ㄲ, ㄸ, ㅃ, ㅉ, ㅆ, ㆅ은 전탁이 되고, ㆁ, ㄴ, ㅁ, ㅇ, ㄹ, ㅿ은 불청불탁이 된다. ㄴ, ㅁ, ㅇ은 그 소리가 가장 거세지 않으므로, 순서가 비록 뒤에 있으나, 모양을 본떠서 글자를 만듦에는 처음으로 두었다. ㅅ과 ㅈ은 비록 모두 전청이지만, ㅅ은 ㅈ에 비해서 소리가 세지 않으므로, 또한 글자를 만듦에 처음으로 두었다. 다만 어금닛소리의 ㆁ은 비록 혀뿌리가 목구멍을 닫고 소리의 기운이 코로 나오나, 그 소리가 ㅇ과 비슷하므로, 운서(韻書)도 의(疑)모(母)와 유(喩)모(母)와 자주 서로 혼용하며, 여기서도 또한 목구멍의 모양을 본뜬 것을 취하되, 아음을 만드는 처음으로 두지 않았다. 생각건대 목구멍은 물에 속하고 어금니는 나무에 속하므로, ㆁ이 비록 아음에 있지만 ㅇ과 비슷한 것은, 마치 나무의 싹이 물에서 나와서 부드럽고 여려서, 아직 물기가 많은 것과 같다. ㄱ은 나무가 바탕을 이룬 것이요, ㅋ은 나무가 무성히 자란 것이며, ㄲ은 나무가 나이가 들어 장년이 된 것이므로, 이에 이르기까지 모두 어금니의 모양을 취했다. 전청을 나란히 쓰면 전탁이 되는 것은, 그 전청의 소리가 엉기면 전탁이 되기 때문이다. 다만 후음만은 차청이 전탁이 되는 것은, 아마 ㆆ의 소리가 깊어서 엉기지 않고, ㅎ은 ㆆ에 비해 소리가 얕아서, 엉기어 전탁이 되는 것일 테다. ㅇ을 순음 아래에 이어 쓰면 순경음이 되는 것은, 가벼운 소리로써 입술이 잠깐 합쳐지고 후음이 많기 때문이다.

중성은 무릇 열한 글자이다. ㆍ는 혀가 오그라져 소리가 깊으니, 하늘이 자시(子時)에 열린 것이다. 모양이 둥근 것은 하늘을 본뜬 것이다. ㅡ는 혀가 조금 오그라져 소리가 깊지도 얕지도 않으니, 땅이 축시(丑時)에 열린 것이다. 모양이 평평한 것은 땅을 본뜬 것이다. ㅣ는 혀가 오그라지지 않아 소리가 얕으니, 사람이 인시(寅時)에 생긴 것이다. 모양이 서 있음은 사람을 본뜬 것이다. 이 아래의 여덟 소리는 하나는 닫힘이며 하나는 열림이다. ㅗ는 ㆍ와 같으나 입이 오므려지고, 그 모양은 ㆍ가 ㅡ와 합해서 이룸이며, 하늘과 땅이 처음으로 사귄다는 뜻을 취하였다. ㅏ는 ㆍ와 같으나 입이 벌어지고, 그 모양은 ㅣ가 ㆍ와 합해서 이룸이며, 천지의 작용이 사물에서 발해 사람을 기다려서 이루어짐을 취하였다. ㅜ는 ㅡ와 같으나 입이 오므려지고, 그 모양이 ㅡ가 ㆍ와 합해서 이룸이며, 역시 하늘과 땅이 처음으로 사귄다는 뜻을 취하였다. ㅓ는 ㅡ와 같으나 입이 벌어지고, 그 모양은 ㆍ가 ㅣ가 합해서 이룸이며, 역시 천지의 작용이 사물에서 발해 사람을 기다려서 이루어짐을 취하였다. ㅛ는 ㅗ와 같으나 ㅣ에서 일어나고, ㅑ는 ㅏ와 같으나 ㅣ에서 일어나고, ㅠ는 ㅜ와 같으나 ㅣ에서 일어나고, ㅕ는 ㅓ와 같으나 ㅣ에서 일어난다.

ㅗ, ㅏ, ㅜ, ㅓ는 하늘과 땅에서 비롯하니, 처음 나온 것이 된다. ㅛ, ㅑ, ㅠ, ㅕ는 ㅣ에서 일어나서 사람을 겸하니, 두 번째 나온 것이 된다. ㅗ, ㅏ, ㅜ, ㅓ의 둥근 점이 하나인 것은, 처음에 생긴 뜻을 취한 것이며, ㅛ, ㅑ, ㅠ, ㅕ의 둥근 점이 둘인 것은, 두 번째로 생긴 뜻을 취함이다. ㅗ, ㅏ, ㅛ, ㅑ의 둥근 점이 위와 밖에 있는 것은, 그것이 하늘에서 나와서 양이 되기 때문이며, ㅜ, ㅓ, ㅠ, ㅕ의 둥근 점이 아래와 안에 있는 것은, 그것이 땅에서 나와서 음이 되기 때문이다. ㆍ가 여덟 소리에 일관됨은, 마치 양이 음을 거느려서 만물에 두루 흐름과 같다. ㅛ, ㅑ, ㅠ, ㅕ가 모두 사람을 겸한 것은, 사람이 만물의 영장으로 능히 음양에 참여하기 때문이다. 하늘, 땅, 사람을 본뜬 것을 취하여 삼재(三才)의 도리가 갖추어졌다. 그러나 삼재는 만물의 앞섬이 되고, 하늘은 또한 삼재의 근원이니, 마치 ㆍ, ㅡ, ㅣ 세 글자가 여덟 글자의 우두머리가 되고, ㆍ 또한 세 글자의 으뜸이 되는 것과 같다.

ㅗ는 처음으로 하늘에서 생겨나니, 천(天)1이고 물을 낳는 자리다. ㅏ는 그 다음이니, 천3이고 나무를 낳는 자리다. ㅜ는 처음으로 땅에서 생겨나니, 지(地)2이고 불을 낳는 자리다. ㅓ는 그 다음이니, 지4이고 쇠를 낳는 자리다. ㅛ는 두 번째로 하늘에서 생겨나니, 천7이고 불을 이루어내는 수이다. ㅑ는 그 다음이니, 천9이고 쇠를 이루어내는 수이다. ㅠ는 두 번째로 땅에서 생겨나니, 지6이고 물을 이루어내는 수이다. ㅕ는 그 다음이니, 지8이고 나무를 이루어내는 수이다. 물과 불은 아직 기(氣)에서 벗어나지 못하여, 음양이 사귀어 어우르는 시초이므로, (입이) 닫힌다. 나무와 쇠는 음양이 고정된 바탕이므로, 열린다. ㆍ는 천5이고 흙을 낳는 자리이다. ㅡ는 지10이고 흙을 이루어내는 수이다. ㅣ만 홀로 자리와 수가 없는 것은, 아마 사람은 무극(無極)의 진리와 음양오행의 정수(精髄)가 묘하게 합하고 엉기어서, 본디 자리를 정하고 수를 이루어냄으로써 논할 수 없음일 것이다. 이는 곧 중성 가운데에도 또한 스스로 음양‧오행‧방위의 수가 있음이다.

초성으로써 중성에 대해 말하자면, 음과 양은 하늘의 도리이고, 단단함과 부드러움은 땅의 도리이다. 중성이란, 하나가 깊으면 하나는 얕고, 하나가 닫히면 하나가 열리니, 이는 곧 음양이 나뉘고 오행의 기운이 갖추어짐이니, 하늘의 작용이다. 초성이란, 어떤 것은 비어 있고, 어떤 것은 차 있으며, 어떤 것은 날리고, 어떤 것은 걸리며, 어떤 것은 무겁거나 가벼우니, 이는 곧 단단함과 부드러움이 나타나서 오행의 바탕을 이룸이니, 땅의 공로이다. 중성이 깊고 얕음과 오므려지고 펴짐으로써 앞에서 부르면, 초성이 오음과 청탁으로써 뒤에서 화답하여, 초성이 되고 또 종성이 된다. 또한 만물이 처음 땅에서 나서 다시 땅으로 돌아감을 볼 수 있다.

초성‧중성‧종성이 합하여 이룬 글자로써 말하자면, 또한 움직임과 멈추어 있음이 서로 근본이 되고 음과 양이 서로 바뀌는 뜻이 있는 것이다. 움직이는 것은 하늘이요, 멈추어 있는 것은 땅이요, 움직임과 멈추어 있음을 겸한 것은 사람이다. 생각건대 오행이 하늘에 있어서는 신의 운행이요, 땅에 있어서는 바탕의 이룸이요, 사람에 있어서는 인‧예‧신‧의‧지는 신의 운행이요, 간장‧심장‧비장‧폐장‧신장은 바탕의 이룸이다. 초성은 발하여 움직이는 뜻이 있으니, 하늘의 일이다. 종성은 그치고 정해지는 뜻이 있으니, 땅의 일이다. 중성은 초성이 생기는 것을 이어받아, 종성이 이루어주는 것을 이어주니, 사람의 일이다. 생각건대 자운의 핵심은 중성에 있어, 초성과 종성을 합하여 소리를 이룬다. 또한 마치 천지가 만물을 이루어도, 그것을 재성보상(財成輔相)하려면 사람에 힘입어야 하는 것과 같다. 종성이 초성을 다시 쓰는 것은, 움직여서 양인 것도 건(乾)이요, 멈추어서 음인 것도 또한 건이니, 건은 사실 음양이 나뉘어 다스리지 않음이 없기 때문이다. 한 원(元)의 기운이 두르 흘러서 다함이 없고, 네 계절의 운행이 순환하여 끝이 없는 까닭으로, 정(貞)이 가서 다시 원이 오고, 겨울이 가서 다시 봄이 오는 것이다. 초성이 다시 종성이 됨도, 종성이 다시 초성이 됨도, 또한 이런 뜻이다.

아아! 정음이 만들어져서 천지만물의 이치가 모두 갖추어졌으니, 그 신령함이여! 이는 분명 하늘이 성인(聖人)의 마음을 열어 재주를 빌려주신 것이로다. 요결(要訣)로 말하자면:

천지의 조화는 본래 하나의 기로,
음양‧오행은 서로 처음과 끝이다.
만물이 둘 사이에서 형체와 소리가 있으니,
근본은 둘이 아니므로 이치와 수가 통한다.
정음의 글자 만듦에는 그 모양을 중요시해,
소리의 세기에 의해 그때마다 획을 더했다.
소리는 어금니‧혀‧입술‧이‧목구멍에서 나니,
이것이 초성이 되어서 글자는 열일곱이로다.
아음은 혀뿌리가 목구멍을 막는 모양을 취해,
단 ㆁ은 ㅇ과 비슷하나, 뜻을 취함이 다르다.
설음은 혀가 위턱에 붙은 모양을 본뜨고,
순음은 바로 입의 모양을 취한 것이로다.
치음과 후음은 바로 이와 목구멍 모양을 본떠,
이 다섯 가지의 뜻을 알면 스스로 명백해진다.
또한 반설음하고 반치음이 있으니,
모양 취함은 같으나 형태는 다르다.
ㄴ‧ㅁ‧ㅅ‧ㅇ은 소리가 세지 않기 때문에,
차례는 비록 뒤이나, 본뜸에는 처음이다.
사계절과 천지 간 기운에 맞추면,
오행과 오음에 맞지 않음이 없다.
목구멍소리는 물과 겨울과 우가 되며,
어금니는 봄과 나무요 소리는 각이다.
치는 여름과 불로 혓소리이며,
이빨은 상과 가을, 또 쇠이다.
입술은 방위‧수가 본디 정함이 없어,
흙이 되며 늦여름이고, 궁음이 된다.
말소리에는 또 스스로 청탁이 있으니,
초성에서 찾아서 자세히 살펴야 한다.
전청 소리는 ㄱ‧ㄷ‧ㅂ이요,
ㅈ‧ㅅ‧ㆆ 또한 전청소리다.
ㅋ‧ㅌ‧ㅍ‧ㅊ‧ㅎ과 같으면,
오음이 각각 차청이 된다.
전탁 소리는 ㄲ‧ㄸ‧ㅃ이요,
또한 ㅉ‧ㅆ도 ㆅ도 있도다.
전청을 나란히 쓰면 전탁이 되나,
ㆅ만은 ㅎ에서 나와 이만 다르다.
ㆁ‧ㄴ‧ㅁ‧ㅇ 및 ㄹ‧ㅿ은,
그 소리가 불청불탁이다.
ㅇ을 이어 쓰면 곧 순경음이 되어,
후음이 많고 입술은 잠깐 합친다.
중성 열하나도 모양을 취하였으나,
깊은 의의는 쉽게 볼 수 없으리라.
ㆍ는 하늘을 본떠 소리가 가장 깊어,
때문에 둥근 모양은 곧 탄환과 같다.
ㅡ 소리는 깊지도 얕지도 않으니,
그 모양의 평평함은 땅을 본떴다.
ㅣ는 사람이 섬을 본떠 소리는 얕아,
삼재의 도리가 이같이 갖추어졌도다.
ㅗ는 하늘에서서 나와서 닫혀 있으니,
하늘의 둥긂과 땅의 평평함을 취했다.
ㅏ 또한 하늘에서 나와 열려있으니,
사물에서 발해 사람이 이룬 것이다.
처음 생긴 뜻을 적용해 둥근 점은 하나요,
하늘에서 나와 양이 되니 위와 밖에 있다.
ㅛ‧ㅑ는 사람을 겸해 두 번째 생김이 되니,
두 둥근 점이 형태가 되어 그 뜻을 보인다.
ㅜ‧ㅓ‧ㅠ‧ㅕ가 땅에서 나와서 글자가 된 것은,
예로 미루어서 저절로 아니 어찌 평해야 하리.
ㆍ가 여덟 소리에 모두 들어 있는 것은,
하늘의 작용이 두루 흘러가기 때문이다.
ㅛ‧ㅑ‧ㅠ‧ㅕ가 사람을 겸하는 것도 까닭이 있으니,
사람이 천지에 참여해서, 가장 뛰어나기 때문이다.
또 초성‧중성‧종성의 지극한 이치를 탐구하면,
단단함과 부드러움, 음과 양이 저절로 있도다.
중성은 하늘의 작용으로 음과 양으로 나뉘고,
초성은 땅의 공로로 강함과 연함이 드러난다.
중성이 부르면, 초성이 화답하나니,
하늘이 땅에 앞섬은 자연의 이치다.
화답하는 것이 초성도 되고 종성도 되는 이유는,
만물이 모두 땅을 통해 나고 돌아가기 때문이다.
음이 변해 양이 되고 양이 변해 음이 되니,
움직임과 멈춰 있음이 서로 근본이 되도다.
초성은 다시 발생하는 의미가 있으니,
양의 움직임이 되어 하늘을 맡음이다.
종성은 땅에 비유돼 음의 멈춤이 있으니,
글자의 소리는 여기서 그쳐서 정해진다.
운모가 이루어지는 핵심은, 중성의 작용에 있으니,
사람이 능히 하늘과 땅의 마땅함을 돕기 때문이다.
양의 작용은 음에도 통하여,
이르러 펴면 도로 돌아가니,
초성과 종성이 비록 둘로 나뉜다고 해도,
종성에 초성을 다시 쓴 뜻은 알 수 있다.
훈민정음의 글자는 오직 스물여덟 글자일 뿐이지만,
얽힘을 찾아 밝히고, 깊고 미묘함을 탐구한 것이다.
의향은 멀어도 말은 가까워, 백성을 이끌기 쉬우니,
하늘이 주심이지 어찌 지혜와 기교로 만들었으리요.

초성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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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음의 초성은 곧 운서의 자모이다. 소리는 이로 말미암아 나는 것이므로 어머니라고 이른다. 어금닛소리인 君 자의 초성은 ㄱ이고 ㄱ과 ᅟᅮᆫ을 어울러 군이라 하고, 快 자의 초성은 ㅋ이고 ㅋ과 ㅙ를 어울러 쾌〮라 하고, 虯 자의 초성은 ㄲ이고 ㄲ과 ㅠ를 어울러 뀨라 하고, 業 자의 초성은 ㆁ이고 ㆁ과 ᅟᅥᆸ을 어울러 ᅌᅥᆸ이라 하는 따위와 같다. 혓소리인 斗呑𫟛那, 입술소리인 彆漂步彌, 잇소리인 卽侵慈戌邪, 목구멍소리인 挹虗洪欲, 반설음과 반치음인 閭穰, 다 이를 본뜬 것이다. 결요를 말하자면

ㄱ ㅋ ㄲ ㆁ 그 소리는 아음,
혓소리 ㄷ ㅌ과 ㄸ ㄴ,
ㅂ ㅍ ㅃ ㅁ은 곧 순음,
잇소리는 ㅈ ㅊ ㅉ ㅅ ㅆ이 있고,
ㆆ ㅎ ㆅ ㅇ은 곧 후음,
ㄹ은 반설, ㅿ 반치,
이십삼 자는 어머니로
온 소리는 다 이에서 나느니라.

중성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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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성이란 것은 자운의 중간에 자리잡아 초성과 종성을 모으며 소리를 이루게 한다. 呑 자의 중성은 ㆍ이고 ㆍ는 ㅌ과 ㄴ 사이에 있어 ᄐᆞᆫ이 되고, 卽 자의 중성은 ㅡ이고 ㅡ는 ㅈ과 ㄱ 사이에 있어 즉이 되고, 侵 자의 중성은 ㅣ이고 ㅣ는 ㅊ과 ㅁ 사이에 있어 침이 되는 따위와 같다. 洪𫟛君業欲穰戌彆(ㅗㅏㅜㅓㅛㅑㅠㅕ), 다 이를 본뜬 것이다. 두 글자를 모아 쓰는 것으로 ㅗ와 ㅏ는 모두 ㆍ에서 나왔으므로 모아서 ㅘ가 되고, ㅛ와 ㅑ는 또한 모두 ㅣ에서 나왔으므로 모아서 ㆇ가 되고, ㅜ와 ㅓ는 모두 ㅡ에서 나왔으므로 모아서 ㅝ가 되고, ㅠ와 ㅕ는 또한 모두 ㅣ에서 나왔으므로 모아서 ㆊ가 된다. 이들은 같은 데서 나온 것을 모아서 되는 것이니 따라서 조화에 어긋나지 아니한다. 한 자로 된 중성이 ㅣ와 어울리는 것은 열이니 ㆎㅢㅚㅐㅟㅔㆉㅒㆌㅖ이다. 두 자로 된 중성이 ㅣ와 어울리는 것은 넷으로 ㅙㅞㆈㆋ이다. ㅣ가 깊고 얕고, 열리고 닫힌 소리에 두루 서로 따를 수 있는 것은 그것이 혀가 펴지고 소리가 얕아 입을 벌리기에 편하기 때문이다. 또한 사람이 만물을 여는 데에 참여하여 통하지 않는 것이 없음을 알 수 있다. 결요를 말하자면

어미 되는 글자의 음마다 중성이 있다.
중성은 모름지기 나아가서 열리고 닫힘을 좇으니
ㅗㅏ는 ㆍ로 말미암아 모아 쓸 수 있고
ㅜㅓ는 ㅡ에서 나왔으니 또한 모을 수 있다.
ㅛ 그리고 ㅑ, ㅠ 그리고 ㅕ
각각은 좇는 바로 헤아려 뜻을 알 수 있다.
ㅣ의 쓰임은 가장 많으니
열넷 소리에 서로 두루 미칠 따름이다.

종성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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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성이란 것은 초성과 중성을 이어 자운을 이룬다. 卽 자의 종성은 ㄱ이고 ㄱ은 즈의 끝에 있어 즉이 되고, 洪 자의 종성은 ㆁ이고 ㆁ은 ᅘᅩ의 끝에 있어 ᅘᅩᇰ이 되는 따위와 같다. 설음, 순음, 치음, 후음도 모두 같다.
소리는 느리고 빠름의 구분이 있으니 평성‧상성‧거성의 종성은 입성의 빠름에 들지 않는다. 불청불탁 글자는 그 소리가 세지 않으니 종성에 쓰이면 곧 평‧상‧거에 맞고, 전청‧차청‧전탁 글자는 그 소리가 세니 종성에 쓰이면 입성에 맞는다. 그러므로 ㆁㄴㅁㅇㄹㅿ 여섯 자는 평‧상‧거성의 종성이 되고 나머지는 모두 입성의 종성이 된다. 그런데 ㄱㆁㄷㄴㅂㅁㅅㄹ 여덟 자로 충분히 쓸 수 있다. 배꽃(梨花)을 이르는 ᄇᆡᆺ곶, 여우 가죽(狐皮)을 이르는 여ᇫ의갗과 같이 ㅅ 자로도 통용할 수 있으니 ㅅ 자로만 쓴다. 또 ㅇ 소리는 맑고 비어 종성에 반드시 쓰지 않고 중성만으로 소리를 이룰 수 있다. ㄷ은 彆인 볃과 같고, ㅂ은 業인 ᅌᅥᆸ과 같고, ㅁ은 𫟛인 땀과 같고, ㅅ은 옷(衣)의 우리말 옷〮과 같고, ㄹ은 실(絲)의 우리말 실〯과 같은 따위이다. 오음의 느리고 빠름 또 각자의 짝이 되니 아음 ㆁ과 ㄱ이 짝이 되어 ㆁ을 빠르게 내면 변하여 ㄱ이 되어 빠르고, ㄱ을 느리게 내면 ㆁ이 되어 느리다. 설음 ㄴㄷ, 순음 ㅁㅂ, 치음 ㅿㅅ, 후음 ㅇㆆ, 그 느리고 빠름이 상대됨 또한 이와 같다. 또 반설음 ㄹ은 마땅히 우리말에만 쓰여야지 한문에는 쓰일 수 없다. 입성 彆 자의 종성은 마땅히 ㄷ으로 쓰여야 하며 세속에서 익히고 읽는 것은 ㄹ인데 아마도 ㄷ이 가벼이 변했을 것이다. 만약 ㄹ을 彆의 종성으로 쓰면 그 소리가 느려지니 입성이 되지 않는다. 결요를 말하자면

불청불탁은 종성에 쓰이면
평‧상‧거성은 되나 입성은 아니 된다.
전청, 차청과 전탁은
모두 입성이 되어 빠르다.
초성이 종성이 되는 이치가 본디 그러한즉
겨우 여덟 자로 쓴다 하여도 모자라지 아니하다.
오직 ㅇ 소리가 있어야 마땅할 곳에는
중성으로 소리를 이뤄도 통할 수 있다.
만약 卽자를 쓴다면 종성에는 ㄱ을 쓰고
洪, 彆은 ㆁ, ㄷ을 종성으로 하니
君, 業, 𫟛의 종성은 또 어떨까,
ㄴ, ㅂ, ㅁ으로 차례로 헤아려 보라.
이 여섯 소리는 한문과 우리말에 통하고
ㅅ, ㄹ은 우리말의 ‘옷’과 ‘실’에 쓰인다.
오음은 느리고 빠름이 제각기 짝을 이루니
ㄱ 소리는 ㆁ을 빠르게 한 것이요,
ㄷ, ㅂ 소리를 느리게 하면 ㄴ, ㅁ이요,
ㅿ, ㅇ 또한 ㅅ과 ㆆ과 짝이다.
ㄹ은 우리말에는 맞으나 한문에는 알맞지 아니하고
ㄷ을 가벼이 하여 ㄹ이 된 것은 세속의 습관이다.

합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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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성, 중성, 종성 셋은 어울려 글자를 이룬다. 초성은 중성의 위에 있기도 하고, 중성의 왼쪽에 있기도 한다. 君(군)의 ㄱ이 ㅜ의 위에 있고, 業(ᅌᅥᆸ)의 ㆁ이 ㅓ의 왼쪽에 있는 따위와 같다. 중성은 둥근 것과 가로로 된 것은 초성의 아래에 있으니 ㆍㅡㅗㅛㅜㅠ가 그것이고, 세로로 된 것은 초성의 오른쪽에 있으니 ㅣㅏㅑㅓㅕ가 그것이다. 呑(ᄐᆞᆫ)의 ㆍ가 ㅌ의 아래에 있고, 卽(즉)의 ㅡ가 ㅈ의 아래에 있고, 侵(침)의 ㅣ가 ㅊ의 오른쪽에 있는 따위와 같다. 종성은 초‧중성의 아래에 있다. 君(군)의 ㄴ이 ‘구’의 아래에 있고, 業(ᅌᅥᆸ)의 ㅂ이 ‘ᅌᅥ’의 아래에 있는 따위와 같다. 초성 두 자나 석 자를 어울러 씀은 우리말에서 땅(地)을 이르는 ᄯᅡ〮, 짝(雙)을 이르는 ᄧᅡᆨ, 틈(隙)을 이르는 ᄢᅳᆷ〮 따위와 같다. 각자를 나란히 씀은 우리말에서 혀〮는 혀(舌)가 되는데 ᅘᅧ〮는 끄는(引) 것이 되고, 괴여〮는 내가 남을 사랑하는 것인데 괴ᅇᅧ〮는 남이 다를 사랑하는 것이 되고, 소다〮는 물건을 쏟는 것인데 쏘다〮는 무엇을 쏘는 것이 되는 따위와 같다. 중성 두 자나 석 자를 어우름은 우리말에서 괘(琴柱)를 이르는 과〮, 횃불(炬)을 이르는 홰〮 따위와 같다. 종성 두 자나 석 자를 어우름은 우리말에서 흙(土)을 이르는 ᄒᆞᆰ, 낚시(釣)를 이르는 낛〮, 유시(酉時)를 이르는 ᄃᆞᇌᄣᅢ〮 따위와 같다. 이 합용병서는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나며 초‧중‧종성 모두 마찬가지이다. 한문과 우리말을 섞어 쓴다면, 글자의 음에 따라 중성이나 종성을 덧댈 일이 있으니 孔子ㅣ魯ㅅ사〯ᄅᆞᆷ(공자가 노나라 사람)이라 하는 따위와 같다. 우리말의 평성, 상성, 거성, 입성은 활(弓)은 그 소리가 평성이요, 돌〯(石)은 그 소리가 상성이요, 갈〮(刀)은 그 소리가 거성이요, 붇〮(筆)은 그 소리가 입성인 따위와 같다. 모든 글자의 왼쪽에 점 하나를 더하면 거성, 점 둘을 더하면 상성, 점이 없으면 평성이며, 한문의 입성은 거성과 서로 비슷하다. 우리말의 입성은 정해진 것이 없어 긷(柱)이나 녑(脅)과 같은 평성처럼 되기도 하고, 낟〯(穀)이나 깁〯(繒)과 같은 상성처럼 되기도 하고, 몯〮(釘)이나 입〮(口)과 같은 거성처럼 되기도 하니 점을 찍는 것은 평성‧상성‧거성과 같다. 평성은 편안하고 순하니 봄으로 만물이 천천히 피어나고, 상성은 순하고 일어나니 여름으로 만물이 점점 성하고, 거성은 일어나고 굳세니 가을로 만물이 성숙하고, 입성은 빠르고 막히니 겨울로 만물이 감추고 숨음이라. 초성의 ㆆ과 ㅇ은 서로 비슷해 우리말에서는 통용할 수 있다. 반설음에는 가볍고 무거운 두 소리가 있다. 운서의 자모에는 하나이며, 또 국어에서 비록 경중을 가리지 않으나 모두 소리를 이룰 수 있다. 만일 갖추어 쓰고자 한다면, 순경음의 예에 따라 ㅇ을 ㄹ의 아래에 이어 써 반설경음을 나타내며 이는 혀가 윗잇몸에 잠깐 닿는다. ㆍㅡ가 ㅣ 소리에서 나는 것은 국어에서는 쓰이지 않는데 아이의 말, 변두리 말에는 있기도 하니 마땅히 두 글자를 합하여 나타내어 ᄀᆝ, ᄀᆜ 따위와 같이 하는데, 그 세로를 먼저, 가로를 나중에 하는 것은 다른 것과 같지 아니하다. 결요를 말하자면

초성은 중성의 왼쪽이나 위에 있고
ㆆ과 ㅇ은 우리말에서는 같은 것으로 쓰인다.
중성 열하나는 초성에 붙는데
둥근 것이나 가로는 아래에 쓰고 세로는 오른쪽에 쓴다.
종성을 쓰자면 어디에 둘까,
초‧중성의 아래에 붙여 쓰라.
초‧종성을 어울러 쓰려면 각기 나란히 쓰고
중성 또한 어울림이 있으니 다 왼쪽부터 써라.
우리말의 사성은 어떻게 가리나,
평성은 ‘활’, 상성은 ‘돌〯’,
‘갈〮’은 거성, ‘붇〮’은 입성으로
이 넷을 보면 다른 것도 알리니
음으로 말미암아 왼쪽의 점으로 사성을 가려
하나는 거성, 둘은 상성, 없으면 평성,
우리말의 입성은 정해진 바 없으나 역시 점은 찍고
한문의 입성은 거성과 비슷하다.
방언과 속어가 모두 달라
소리는 있으나 글자가 없어 글로 통하기가 어렵더니
하루아침에
지으시어 하늘 솜씨에 비기니
대동국 천고에 어둠을 깨우치셨네

용자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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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성 ㄱ의 예로는 감(柿)을 뜻하는 ‘감〯’, 갈대(蘆)를 뜻하는 ‘ᄀᆞᆯ〮’이 있다. ㅋ의 예로는 우케(未舂稻)를 뜻하는 ‘우케〮’, 콩(大豆)을 뜻하는 ‘코ᇰ’이 있다. ㆁ의 예로는 너구리(獺, 山獺)을 뜻하는 ‘러ᅌᅮᆯ〮’, 성에(流凘)를 뜻하는 ‘서ᅌᅦ〮’가 있다. ㄷ의 예로는 띠(茅)를 뜻하는 ‘뒤〮’, 담장(墻)을 뜻하는 ‘담〮’이 있다. ㅌ의 예로는 고치(繭)를 뜻하는 ‘고티〮’, 두꺼비(蟾蜍)를 뜻하는 ‘두텁’이 있다. ㄴ의 예로는 노루(獐)를 뜻하는 ‘노로’, 원숭이(猿)를 뜻하는 ‘납’이 있다. ㅂ의 예로는 팔(臂)을 뜻하는 ‘ᄇᆞᆯ’, 벌(蜂)을 뜻하는 ‘벌〯’이 있다. ㅍ의 예로는 파(葱)를 뜻하는 ‘파〮’, 파리(蠅)를 뜻하는 ‘ᄑᆞᆯ〮’이 있다. ㅁ의 예로는 산(山)을 뜻하는 ‘뫼〯’, 마(薯蕷)를 뜻하는 ‘마〮’가 있다. ㅸ의 예로는 새우(蝦)를 뜻하는 ‘사ᄫᅵ〮’, 박(瓠)을 뜻하는 ‘드ᄫᅴ〮’가 있다. ㅈ의 예로는 자(尺)를 뜻하는 ‘자〮’, 종이(紙)를 뜻하는 ‘죠ᄒᆡ〮’가 있다. ㅊ의 예로는 체(籭)를 뜻하는 ‘체〮’, 채찍(鞭)을 뜻하는 ‘채’가 있다. ㅅ의 예로는 손(手)을 뜻하는 ‘손〮’, 섬(島)을 뜻하는 ‘셤〯’이 있다. ㅎ의 예로는 부엉이(鵂鶹)를 뜻하는 ‘부〮허ᇰ’, 힘줄(筋)을 뜻하는 ‘힘〮’이 있다. ㅇ의 예로는 병아리(鷄雛)를 뜻하는 ‘비〮육’, 뱀(蛇)을 뜻하는 ‘ᄇᆞ〮얌’이 있다. ㄹ의 예로는 우박(雹)을 뜻하는 ‘무〮뤼’, 얼음(氷)을 뜻하는 ‘어름〮’이 있다. ㅿ의 예로는 아우(弟)를 뜻하는 ‘아ᅀᆞ’, 너새(鴇)를 뜻하는 ‘너〯ᅀᅵ’가 있다. 중성 ㆍ의 예로는 턱(頤)을 뜻하는 ‘ᄐᆞᆨ〮’, 팥(小豆)을 뜻하는 ‘ᄑᆞᆺ〮’, 다리(橋)를 뜻하는 ‘ᄃᆞ리’, 가래나무(楸)를 뜻하는 ‘ᄀᆞ〮래’가 있다. ㅡ의 예로는 물(水)을 뜻하는 ‘믈〮’, 발꿈치(跟)를 뜻하는 ‘발〮측〮’, 기러기(雁)를 뜻하는 ‘그력’, 두레박(汲器)을 뜻하는 ‘드레〮’가 있다. ㅣ의 예로는 둥지(巢)를 뜻하는 ‘깃〮’, 밀랍(蠟)을 뜻하는 ‘밀〯’, 피(稷)를 뜻하는 ‘피〮’, 키(箕)를 뜻하는 ‘키〮’가 있다. ㅗ의 예로는 논(水田)을 뜻하는 ‘논〮’, 톱(鋸‧鉅)을 뜻하는 ‘톱〮’, 호미(鉏)를 뜻하는 ‘호ᄆᆡ〮’, 벼루(硯)를 뜻하는 ‘벼로〮’가 있다. ㅏ의 예로는 밥(飯)을 뜻하는 ‘밥〮’, 낫(鎌)을 뜻하는 ‘낟〮’, 잉아(綜)를 뜻하는 ‘이ᅌᅡ〮’, 사슴(鹿)을 뜻하는 ‘사ᄉᆞᆷ〮’이 있다. ㅜ의 예로는 숯(炭)을 뜻하는 ‘숫’,울타리(籬)를 뜻하는 ‘울〮’, 누에(蠶)를 뜻하는 ‘누에〮’, 구리(銅)를 뜻하는 ‘구리〮’가 있다. ㅓ의 예로는 부엌(竈)을 뜻하는 ‘브ᅀᅥᆸ’, 널빤지(板)를 뜻하는 ‘널〯’, 서리(霜)를 뜻하는 ‘서리〮’, 버들(柳)을 뜻하는 ‘버들〮’이 있다. ㅛ의 예로는 종(奴)을 뜻하는 ‘죠ᇰ〯’, 고욤(梬)을 뜻하는 ‘고〮욤’, 소(牛)를 뜻하는 ‘쇼〮’, 삽주나물(蒼朮菜)을 뜻하는 ‘삽됴’가 있다. ㅑ의 예로는 거북(남생이, 龜)을 뜻하는 ‘남샤ᇰ’, 대모(𪓟鼊)를 뜻하는 ‘약’, 대야(𠤷)를 뜻하는 ‘다야〮’, 메밀 껍질(蕎麥皮)을 뜻하는 ‘쟈감’이 있다. ㅠ의 예로는 율무(薏苡)를 뜻하는 ‘율믜’, 주걱(飯𣖄)을 뜻하는 ‘쥭’, 우산(雨繖)을 뜻하는 ‘슈룹〮’, 수건(帨)을 뜻하는 ‘쥬련’이 있다. ㅕ의 예로는 엿(飴餹)을 뜻하는 ‘엿〮’, 절(佛寺)을 뜻하는 ‘뎔’, 벼(稻)를 뜻하는 '벼' , 제비(燕)를 뜻하는 ‘져〯비’가 있다. 종성 ㄱ의 예로는 닥나무(楮)를 뜻하는 ‘닥’, 독(甕)를 뜻하는 ‘독’이 있다. ㆁ의 예로는 굼벵이(蠐螬)를 뜻하는 ‘굼〯버ᇰ’, 올챙이(蝌蚪)를 뜻하는 ‘올〮차ᇰ’이 있다. ㄷ의 예로는 갓(笠)을 뜻하는 ‘갇〮’, 단풍나무(楓)를 뜻하는 ‘싣’이 있다. ㄴ의 예로는 신발(屨)을 뜻하는 ‘신〮’, 반디(螢)를 뜻하는 ‘반〮되’가 있다. ㅂ의 예로는 섶(薪)을 뜻하는 ‘섭’, 발굽(蹄)을 뜻하는 ‘굽〮’이 있다. ㅁ의 예로는 범(虎)을 뜻하는 ‘범〯’, 샘(泉)을 뜻하는 ‘ᄉᆡᆷ〯’이 있다. ㅅ의 예로는 잣(海松)을 뜻하는 ‘잣〯’, 못(池)을 뜻하는 ‘못〮’이 있다. ㄹ의 예로는 달(月)을 뜻하는 ‘ᄃᆞᆯ〮’, 별(星)을 뜻하는 ‘별〯’이 있는 등이다.

(정인지의 서. 원문에선 따로 제목이 없음)

[편집]

천지(天地) 자연의 소리가 있으면 반드시 천지 자연의 글이 있게 되니, 옛날 사람이 소리로 인하여 글자를 만들어 만물(萬物)의 정(情)을 통하여서, 삼재(三才)의 도리를 기재하여 뒷세상에서 변경할 수 없게 한 까닭이다. 그러나, 사방의 풍토(風土)가 구별되매 성기(聲氣)도 또한 따라 다르게 된다. 대개 외국(外國)의 말은 그 소리는 있어도 그 글자는 없으므로, 중국의 글자를 빌려서 그 일용(日用)에 통하게 하니, 이것이 둥근 장부가 네모진 구멍에 들어가 서로 어긋남과 같은데, 어찌 능히 통하여 막힘이 없겠는가? 요는 모두 각기 처지(處地)에 따라 편안하게 해야만 되고, 억지로 같게 할 수는 없는 것이다. 우리 동방의 예악 문물(禮樂文物)이 중국에 견주되었으나 다만 방언(方言)과 이어(俚語)만이 같지 않으므로, 글을 배우는 사람은 그 지취(旨趣)의 이해하기 어려움을 근심하고, 옥사(獄事)를 다스리는 사람은 그 곡절(曲折)의 통하기 어려움을 괴로워하였다. 옛날에 신라의 설총(薛聰)이 처음으로 이두(吏讀)를 만들어 관부(官府)와 민간에서 지금까지 이를 행하고 있지마는, 그러나 모두 글자를 빌려서 쓰기 때문에 혹은 간삽(艱澁)하고 혹은 질색(窒塞)하여, 다만 비루하여 근거가 없을 뿐만 아니라 언어의 사이에서도 그 만분의 일도 통할 수가 없었다. 계해년 겨울에 우리 전하(殿下)께서 정음(正音) 28자를 처음으로 만들어 예의(例義)를 간략하게 들어 보이고 명칭을 훈민정음(訓民正音)이라 하였다. 물건의 형상을 본떠서 글자는 고전(古篆)을 모방하고, 소리에 인하여 음(音)은 칠조(七調)에 합하여 삼극(三極)의 뜻과 이기(二氣)의 정묘함이 구비 포괄(包括)되지 않은 것이 없어서, 28자로써 전환(轉換)하여 다함이 없이 간략하면서도 요령이 있고 자세하면서도 통달하게 되었다. 그런 까닭으로 지혜로운 사람은 아침나절이 되기 전에 이를 이해하고, 어리석은 사람도 열흘 만에 배울 수 있게 된다. 이로써 글을 해석하면 그 뜻을 알 수가 있으며, 이로써 송사(訟事)를 청단(聽斷)하면 그 실정을 알아낼 수가 있게 된다. 자운(字韻)은 청탁(淸濁)을 능히 분별할 수가 있고, 악가(樂歌)는 율려(律呂)가 능히 화합할 수가 있으므로 사용하여 구비하지 않은 적이 없으며 어디를 가더라도 통하지 않는 곳이 없어서, 비록 바람소리와 학의 울음이든지, 닭울음소리나 개짖는 소리까지도 모두 표현해 쓸 수가 있게 되었다. 마침내 상세히 해석을 가하여 여러 사람들을 깨우치게 하라고 명하시니, 이에 신(臣)이 집현전응교(集賢殿應敎) 최항(崔恒), 부교리(副校理) 박팽년(朴彭年)과 신숙주(申叔舟), 수찬(修撰) 성삼문(成三問), 돈녕부주부(敦寧府注簿) 강희안(姜希顔), 행집현전부수찬(行集賢殿副修撰) 이개(李塏)‧이선로(李善老) 등과 더불어 삼가 모든 해석과 범례(凡例)를 지어 그 경개(梗槪)를 서술하여, 이를 본 사람으로 하여금 스승이 없어도 스스로 깨닫게 되었다. 그러나 그 연원(淵源)의 정밀한 뜻의 오묘(奧妙)한 것은 신(臣) 등이 능히 발휘할 수 있는 바가 아니다. 삼가 생각하옵건대, 우리 전하(殿下)께서는 하늘에서 낳으신 성인(聖人)으로써 제도와 시설(施設)이 백대(百代)의 제왕보다 뛰어나시어, 정음(正音)의 제작은 전대의 것을 본받은 바도 없이 자연적으로 이루어졌으니, 그 지극한 이치가 있지 않은 곳이 없으므로 한 사람의 사적인 업적이 아니라고 하겠는가? 대체로 동방에 나라가 있은 지가 오래 되지 않은 것이 아니나, 만물의 뜻을 깨달아 모든 일을 이루는 큰 지혜는 대개 오늘날을 기다리고 있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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