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파리의 노래/표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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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편집]

황혼의 하늘가에
홋홋할 손 바람이러라,
흰 눈을 둘러싸는 밤은
희기도 하고, 검기도 하여라.
이러한 때, 지나간 옛날의
곱다란 고산(故山)의 어린 꿈은
속절없이도 가엾게
몸을 에워싸며 울어라.

2[편집]

산이면 넘어가고
바다면 건너가려는
한정도 없는 하늘에
나의 표박은 떠서 돌아라.
서녘의 저편 가에는
오늘도 새빨간 황혼의 빛이
헤매이며 넘으려 하여라.

3[편집]

아아 어찌하랴, 나의 맘은
하늘의 구름과도 같아서
맘 아닌 바람에 쫓기어,
동서남북에 정향(定向)이나 있으랴.
쉴 틈이라곤 조금도 없어라.

4[편집]

표박의 하늘가에
조각으로 떠도는 몸은
낙엽과도 같이,
구름과도 같이,
날리워도 가며
불리워도 가서
끝이 없어라, 한이 없어라.

5[편집]

아아 서러워라, 나의 고적(孤寂)이여,
네 손을 내가 잡고 혼자 울만한
따사로운 고적도 지금의 내 몸에는,
다 쓰러지고, 고적도 없는 고적이
혼자서 남모르게 흐득여 울어라.

6[편집]

어두운 밤하늘에는 반짝이는 별,
흐름의 떠도는 몸에는 끝없는 우수(憂愁).
모든 것은 하나조차 쓸 데가 없어라,
목숨이 무엇이며,
사랑조차 무엇이랴.
나는 혼자서 다만 걷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