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몽자회/訓蒙字會引

위키문헌 ― 우리 모두의 도서관.
둘러보기로 이동 검색으로 이동

臣竊見世之教童幼學書之家必先千字次及類合然後始讀諸書矣千字梁朝散騎常侍周興嗣所撰也摘取故事排比為文則善矣其在童稚之習僅得學字而已安能識察故事屬文之義乎類合之書出自本國不知誰之手也雖曰類合諸字而虛多實少無從通諳事物形名之實矣若使童稚學書知字則宜先記識事物該紐之字以符見聞形名之實然後始進於他書也則其知故事又何假於千字之習乎孔子曰不學詩無以言釋之者曰多識於鳥獸草木之名今之教童稚者雖習千字類合以至讀遍經史諸書只解其字不觧其物遂使字與物二而鳥獸草木之名不能融貫通會者多矣盖由誦習文字而已不務實見之致也臣愚慮切及此鈔取全實之字編成上中兩篇又取半實半虗者續補下篇四字類聚諧韻作書緫三千三百六十字名之曰訓蒙字會要使世之為父兄者首治此書施教於家庭緫丱之習則其在蒙幼者亦可識於鳥獸草木之名而終不至於字與物二之差矣以臣薄識敢為此舉固知難逃僣越之罪也至於訓誨小子盖亦不無少補云爾時嘉靖六年四月□日折衝将軍行忠武衛副護軍世珎謹題

신이 가만히 세상에서 어린이를 가르치고 글을 가르치는 분들을 보옵건대, 반드시 천자문을 먼저 가르치고 類合을 가르친 다음에야 비로소 여러 책을 읽습니다.

천자문은 양나라 산기상시 주홍사가 편찬한 것인데, 고사를 따 배열하고 비유하여 글을 지은 것은 좋으나, 어찌 고사를 살펴 알고 글을 엮은 뜻을 알겠습니까?

유합이라는 책은 우리나라에서 편찬된 것이오나, 누구 손으로 이루어졌는지 알 수 없습니다. 비록 여러 글자를 유별로 합했다고 말하나 虛字가 많고 實字가 적어 사물의 이름이 나타내는 실체를 알 길일 없으며, 만일에 어린이들에게 글을 가르치고 글자를 알게 하려면 마땅히 먼저 사물에 해당하는 글자를 적어서 견문과 이름이 나타내는 실체가 부합되도록 한 다음에야 비로소 다른 책을 공부하도록 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저 고사를 아는 일이, 무엇 때문에 또 천자문의 학습을 빌릴 것이 있겠습니까?

공자께서 말씀하시기를 "시를 공부하지 않으면 말할 것이 없다"고 하셨는데, 이를 해석하는 이가 새와 짐승과 초목의 이름을 많이 하는 것이라고 하니, 오늘날 어린이를 가르치는 이들이, 비록 천자문과 유합을 배워서 경서와 역사책을 두루 읽게 되더라도, 다만 그 글자만 알고 그 글자가 나타내는 실체를 몰라 드디어 사물을 나타내는 글자와 사물이 둘이 되어 맞지가 않고, 조수와 초목의 이름을 꿰뚫어 알 수 없는 사람이 많으니, 대개 글자만 외울 뿐 실체를 보기에 이르도록 힘쓰지 않은 탓입니다.

신의 생각이 이에 절실히 미치어 모두 실체를 나타내는 글자를 취하여 상·중 2권을 꾸미고, 또 반실 반허자를 취하여 하권을 엮었습니다. 네 글자씩 무리로 모으고 운을 맞추어 책을 지으니, 모두 3,360자입니다. 책 이름을 훈몽자회라고 한 것은, 세상의 부형되는 사람들로 하여금 먼저 이 책을 익히고 가정의 어린이들을 가르치게 하고자 함이오며, 그렇게 하면 어린이들도 역시 새·짐승· 초목의 이름을 알 수 있게 되어, 마침내 물건의 이름을 나타내는 글자와 물건이 서로 부합되지 않는 일이 없을 것입니다.

신이 천박한 학식으로 감히 이런 책을 지은 것은 진실로 분수에 넘치는 죄를 지었음을 알고 있습니다만, 어린이들을 가르치는데 있어서는 대개 또한 조금이나 도움 안됨이 없겠습니다.

嘉靖 6년4월(중종 22년 4월, 1527) 절충장군 행충무위부호군 신 최세진 삼가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