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도74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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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범죄의처벌및피해자보호등에관한법률위반(강간등치상)(인정된 죄명 : 강간상해·강간) [대법원 2003. 3. 28., 선고, 2002도7477, 판결] 【판시사항】 [1] 공동정범의 성립요건 [2] 피고인에게 다른 일행의 강간 범행에 공동으로 가공할 의사가 있었다고 볼 수 없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형법 제30조의 공동정범은 2인 이상이 공동하여 죄를 범하는 것으로서, 공동정범이 성립하기 위하여는 주관적 요건으로서 공동가공의 의사와 객관적 요건으로서 공동의사에 기한 기능적 행위지배를 통한 범죄의 실행사실이 필요하고, 공동가공의 의사는 타인의 범행을 인식하면서도 이를 제지하지 아니하고 용인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공동의 의사로 특정한 범죄행위를 하기 위하여 일체가 되어 서로 다른 사람의 행위를 이용하여 자기의 의사를 실행에 옮기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것이어야 한다.

[2] 피해자 일행을 한 사람씩 나누어 강간하자는 피고인 일행의 제의에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고 따라 다니다가 자신의 강간 상대방으로 남겨진 공소외인에게 일체의 신체적 접촉도 시도하지 않은 채 다른 일행이 인근 숲 속에서 강간을 마칠 때까지 공소외인과 함께 이야기만 나눈 경우, 피고인에게 다른 일행의 강간 범행에 공동으로 가공할 의사가 있었다고 볼 수 없다고 한 사례.

【참조조문】

[1]

형법 제30조

[2]

형법 제30조 ,

제297조

【참조판례】

[1]

대법원 1998. 9. 22. 선고 98도1832 판결(공1998하, 2633),


대법원 1999. 9. 17. 선고 99도2889 판결(공1999하, 2269),


대법원 2000. 4. 7. 선고 2000도576 판결(공2000상, 1214),


대법원 2001. 11. 9. 선고 2001도4792 판결(공2002상, 119)


【전문】 【피고인】 【상고인】 피고인

【변호인】 변호사 표병대

【원심판결】 부산고법 2002. 12. 12. 선고 2002노682 판결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1.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2002. 3. 10. 20:30경 마산시 합성1동 소재 '사이버리아' 피시방 앞에서 원심공동피고인 1이 인터넷 채팅을 통하여 알게 된 피해자 1 및 그 친구들인 피해자 2 및 공소외 1을 원심공동피고인 1의 승용차에 태우고 함께 창원시 동면 소재 주남저수지 부근을 드라이브하던 중, 피해자 일행이 잠시 차에서 내린 사이에 원심공동피고인 2의 제의로 원심공동피고인 1은 피해자 2를, 원심공동피고인 2는 피해자 1을, 피고인은 공소외 1을 각 강간하기로 공모한 다음, 다음날인 11일 01:00경 경남 함안군 칠북면 마산리 소재 야산 입구에 이르러 원심공동피고인 1은 피해자 2의 얼굴을 손으로 1회 때리고 산 쪽으로 20m 가량 끌고 가 다시 손으로 얼굴을 때리며 겁을 주어 반항을 억압한 다음 1회 간음하여 강간하고, 원심공동피고인 2는 피해자 1을 산 쪽으로 50m 가량 끌고 가 겁을 주어 반항을 억압한 다음 1회 간음하여 강간하고, 원심공동피고인 1은 원심공동피고인 2가 피해자 1을 데리고 자기 쪽으로 오자 그녀를 인계받아 뺨을 때리면서 겁을 주어 반항을 억압한 다음 1회 간음하여 강간하고, 이로 인하여 피해자 1에게 약 2주간의 치료를 요하는 다발성 좌상 등을 입게 하였다.

2. 원심의 판단 원심공동피고인 2, 1과 사이에 강간 등의 범행을 공모하거나 이에 가담한 바가 없다고 다투는 피고인의 주장에 대하여, 원심은 그 채용한 증거들에 의하여, 피해자 일행이 집으로 돌아가겠다며 일시 차에서 내린 틈에 원심공동피고인 2, 1이 피해자 일행을 한 사람씩 나누어 강간하자고 제의하자, 피고인은 아무런 반대의 의사표시 없이 이를 수락한 다음, 피해자 일행을 다시 차에 태워 인근 야산으로 데려가 원심공동피고인 2, 1이 범행을 마칠 때까지 그들과 동행하였을 뿐만 아니라, 그 과정에서 피해자 1, 2가 원심공동피고인 2, 1에게 끌려가 부근에서 강간당하는 것을 보고 듣고도 이를 저지하기 위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였고, 오히려 자신의 강간 상대방으로 정해진 공소외 1을 옆에 가만히 앉아 있도록 하여 원심공동피고인 2, 1의 범행에 관여하지 못하도록 한 이상, 비록 피고인이 가석방 중인 자신의 처지에서 처벌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공소외 1에게 위해를 가하지 아니하였다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는 공모관계에서 이탈하였다고 할 수 없고, 피고인 역시 원심공동피고인 2, 1의 실행행위에 묵시적으로 공동가공함으로써 공모공동정범으로서의 죄책을 면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3. 이 법원의 판단 그러나 이러한 원심의 사실인정과 판단은 수긍하기 어렵다. 형법 제30조의 공동정범은 2인 이상이 공동하여 죄를 범하는 것으로서, 공동정범이 성립하기 위하여는 주관적 요건으로서 공동가공의 의사와 객관적 요건으로서 공동의사에 기한 기능적 행위지배를 통한 범죄의 실행사실이 필요하고, 공동가공의 의사는 타인의 범행을 인식하면서도 이를 제지하지 아니하고 용인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공동의 의사로 특정한 범죄행위를 하기 위하여 일체가 되어 서로 다른 사람의 행위를 이용하여 자기의 의사를 실행에 옮기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것이어야 하고 ( 대법원 1998. 9. 22. 선고 98도1832 판결, 2001. 11. 9. 선고 2001도4792 판결 등 참조), 이와 같은 공동가공의 의사는 이른바 공모공동정범의 경우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로 요구된다. 기록에 의하면, 피고인은 자신의 강간 상대방으로 정해졌다는 공소외 1을 강간하거나, 원심공동피고인 2 및 원심공동피고인 1의 범행에 공동가공하여 피해자들을 폭행하거나 협박하는 등으로 실행행위를 한 바가 전혀 없다는 것이고, 나아가 원심공동피고인 1의 경찰에서의 진술에 의하면, 원심공동피고인 2의 제의에 따라 원심공동피고인 1은 피해자 2를, 원심공동피고인 2는 피해자 1을 각 강간하기로 하였으나, 피고인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는 것이며(수사기록 61쪽), 원심공동피고인 2의 검찰에서의 진술에 의하면, 피고인은 처음부터 처벌이 두려워 강간할 마음이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는 것이고(수사기록 142쪽), 공소외 1의 검찰에서의 진술에 의하면, 원심공동피고인 2와 원심공동피고인 1이 피해자들을 강간하기 위하여 숲 속으로 끌고갈 때 피고인은 야산 입구에 앉은 채 "우리 그대로 가만히 앉아 있자"고 하면서 자신의 몸에 손도 대지 않았고, 이에 피고인 옆에 앉아 서로 각자 가지고 있던 담배를 피우면서 피고인의 물음에 대하여 "고향은 거제이고, 현재 마산 구암동 이모집에서 살고 있고, 마산 창동의 미용실에 근무하고 있다."라고 말하였고, 자신의 휴대폰으로 수 차 전화를 걸어 온 피해자 2의 남자친구인 공소외 2와 통화를 하기까지 하였는데, 그 때 피고인이 통화를 제지하지도 아니하였고, 자신이 피해를 당하고 있는 친구들에게 데려다 달라고 하거나, 피고인이 자신의 팔을 잡아 만류한 적은 없고 다만, 친구들이 애처로워 피고인에게 "우리 친구들을 좀 보내주면 안 되느냐"고 부탁하자, 피고인은 아무런 대꾸도 없이 그 자리에 앉아 있었다는 것인바(수사기록 158∼160쪽), 이와 같은 전후 사정을 종합하여 볼 때, 피고인이 원심공동피고인 2 및 원심공동피고인 1로부터 피해자 일행을 강간하자는 제의를 받고 가부 간에 아무런 의사표시를 하지 아니한 채 가만히 있었다는 점만으로는 피고인이 원심공동피고인 2 및 원심공동피고인 1과 강간범행을 공모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고, 이와는 달리 피고인과 사이에 강간범행을 공모하였다는 취지의 원심공동피고인 2 및 원심공동피고인 1의 수사기관에서의 일부 진술은 위와 같은 피고인의 태도가 강간범행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로 비추어진 데에 기인하는 것으로 보이고, 처음에는 강간할 마음이 있었다는 피고인의 경찰에서의 일부 진술은, 심야에 젊은 남녀가 각기 3명씩 함께 어울려 드라이브를 하는 상황에서 피고인이 다른 일행들과 마찬가지로 욕정을 느꼈을 수도 있고, 다른 일행들의 강간 제의에 피고인으로서도 내심 자신의 욕정을 강간을 통하여서라도 해소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을 수도 있는데, 피고인이 경찰의 집요한 추궁에 이러한 심리상태에 대하여 진술한 것으로 보이고, 어쩔 수 없이 함께 강간하기로 모의하기는 하였다는 취지의 피고인의 검찰에서의 일부 진술은, 피고인이 사건 발생 당시 가석방 중이었던 관계로 가중 처벌될 것이 두렵기도 하는 등 내키지는 않았으나, 분위기 때문에 가부 간에 의사표시도 하지 못한 채 소극적으로 따라간 행동(당시는 야간이었을 뿐만 아니라 피고인으로서는 원심공동피고인 1이 운전하는 승용차에 동승하여 시외 한적한 곳으로 나와 있던 관계로 일행들을 따라다니는 외에는 달리 행동을 취할 수도 없었다.)에 대하여 위와 같이 진술한 것으로 볼 수 있고, 특히 앞서 본 모의의 경위라든가 그 후의 진행경과 등에 비추어 볼 때, 이 정도의 심리상태나 행동만으로는 피고인이 원심공동피고인 2 및 원심공동피고인 1과 함께 피해자 일행을 강간하기로 모의하였다고 단정하기는 어렵고, 피고인이 원심공동피고인 2 및 원심공동피고인 1이 피해자들을 강간하려는 것을 보고도 이를 제지하지 아니하고 용인하였다고 하여 이들의 범행에 공동으로 가공할 의사가 있었다고 볼 수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피고인이 원심공동피고인 2 및 원심공동피고인 1과 함께 피해자 일행을 강간하기로 공모한 것으로 보아 공소사실에 대하여 모두 유죄로 인정하고 말았으니, 원심판결에는 채증법칙을 위배하여 사실을 오인하거나 공동정범의 주관적 요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 할 것이다.

4. 결 론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윤재식(재판장) 변재승 강신욱 고현철(주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