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헌바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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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소송법 제315조 제3호 위헌소원 등 [전원재판부 2011헌바79, 2013. 10. 24.] 【판시사항】 가.‘기타 특히 신용할 만한 정황에 의하여 작성된 문서’를 당연히 증거능력 있는 서류로 규정하고 있는 형사소송법(1954. 9. 23. 법률 제341호로 제정된 것) 제315조 제3호(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이라 한다)가 명확성원칙에 위배되는지 여부(소극) 나.이 사건 법률조항이 규정한 문서에 공범이 다른 사건에서 피고인으로서 한 진술을 기재한 공판조서가 포함된다고 보는 것이 피고인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는지 여부(소극) 【결정요지】 가.전문법칙과 관련된 형사소송법 규정들의 체계와 규정취지, 여기에 더하여 ‘기타’라는 문언에 의하여 형사소송법 제315조 제1호와 제2호의 문서들을 ‘특히 신용할 만한 정황에 의하여 작성된 문서’의 예시로 삼고 있는 이 사건 법률조항의 규정형식을 종합해 보면, 이 사건 법률조항에서 규정한 ‘기타 특히 신용할 만한 정황에 의하여 작성된 문서’란 형사소송법 제315조 제1호와 제2호에서 열거된 공권적 증명문서 및 업무상 통상문서에 준하여 ‘굳이 반대신문의 기회 부여 여부가 문제되지 않을 정도로 고도의 신용성의 정황적 보장이 있는 문서’를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으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은 명확성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 나.공판조서는 그 서면 자체의 성질과 작성과정에서 법정된 엄격한 절차적 보장에 의하여 고도의 임의성과 기재의 정확성 및 절차적 적법성이 담보되어 있고, 우리 형사소송법이 채택하고 있는 대심적 구조 하에서 피고인의 진술은 공개된 법정에서 반대당사자의 지위에 있는 검사에 의하여 검증되고 탄핵되는 지위에 있어 이를 제3자가 일방적으로 한 진술과 같다고 평가할 수 없으므로, 법정진술에 해당하는 공판조서상의 진술과 다른 전문증거와 사이에는 문서의 신용성과 관련된 외부적 정황에 뚜렷한 차이가 있다. 또한 공판조서의 증거능력을 일률적으로 부정한다면, 공판조서보다 낮은 신용성의 보장을 가진 수사기관 작성의 조서에 관하여는 일정한 요건 하에 그 증거능력을 인정하면서도 그보다 우위의 임의성과 신용성의 보장을 가진 공판조서에 대하여는 증거능력을 부정하는 법체계상의 모순이 발생하게 되며, 공범의 진술을 기재한 공판조서가 증명력 있는 경우에도 이를 당해 사건의 심리과정에서 고려할 수조차 없게 되어 실체적 진실 발견에 중대한 지장을 초래하게 된다. 나아가 공판조서상의 진술이 피고인의 유무죄를 가르는 중요한 증거이고 피고인이 그 진술을 다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법원이 원진술자인 공범에 대한 증인신청을 거부할 이유가 없으므로, 실제 재판과정에서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하여 피고인의 방어권에 대한 현실적인 침해가 발생할 가능성도 거의 없다. 따라서 다른 사건에서 공범의 피고인으로서의 진술을 기재한 공판조서가 이 사건 법률조항에 포함되는 것으로 해석한다고 하여 피고인의 방어권에 지나친 제약을 가져와 피고인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 재판관 이정미, 재판관 안창호, 재판관 서기석의 보충의견 공범의 진술이 기재된 공판조서는 그 진술이 공개된 법정에서 법관의 면전 하에 이루어진 것이어서 고도의 ‘임의성’과 ‘절차적 적법성’이 담보되는 것에 해당할지는 몰라도, 그 내용에 관하여는 원진술자인 공범이 당해 사건의 피고인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허위의 진술을 할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으므로, 과연 그것이 ‘굳이 반대신문을 거칠 필요가 없을 만큼’ 고도의 신용성이 정황적으로 보장되어 있는 경우에 해당하는지에 관하여 정당한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의 적용범위에 공범의 공판조서를 포함시키는 것은 그 문언과 체계적 해석에 비추어 의문이 없지 않고, 공범이 증인으로 출석하여 다른 진술을 한 때 한하여 증거능력을 부여하는 등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의 침해 소지를 없앨 수 있는 명확한 입법을 하는 것이 국민의 기본권 보장과 법치국가원리에 입각한 형사소송제도의 형성을 위해서 바람직하다고 할 것이므로, 그러한 내용으로 입법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심판대상조문】 형사소송법(1954. 9. 23. 법률 제341호로 제정된 것) 제315조 제3호 【참조조문】 헌법 제27조 제1항 형사소송법(1961. 9. 1. 법률 제705호로 개정된 것) 제310조의2 형사소송법(2007. 5. 17. 법률 제8435호로 개정된 것) 제315조 제1호, 제2호 【참조판례】 가. 헌재 1992. 2. 25. 89헌가104, 판례집 4, 64, 78-79헌재 1994. 4. 28. 93헌바26, 판례집 6-1, 348, 359헌재 1996. 12. 26. 94헌바1, 판례집 8-2, 808, 827-829헌재 1998. 4. 30. 95헌가16, 판례집 10-1, 327, 342 나. 헌재 1994. 4. 28. 93헌바26, 판례집 6-1, 348헌재 1996. 12. 26. 94헌바1, 판례집 8-2, 808, 819-820헌재 1998. 7. 16. 97헌바22, 판례집 10-2, 218, 226헌재 1998. 9. 30. 97헌바51, 판례집 10-2, 541, 549-550헌재 1998. 12. 24. 94헌바46, 판례집 10-2, 842, 852헌재 2001. 6. 28. 99헌가14, 판례집 13-1, 1188, 1200헌재 2010. 11. 25. 2009헌바57, 판례집 22-2하, 387, 394헌재 2012. 7. 26. 2010헌바62, 판례집 24-2상, 93, 99대법원 1964. 4. 28. 선고 64도135 판결 【전문】 [당 사 자]


청 구 인 김○운국선대리인 변호사 김영수

당해사건 대전지방법원 2010노2600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집단ㆍ흉기등상해)교사 등


[주문]


형사소송법(1954. 9. 23. 법률 제341호로 제정된 것) 제315조 제3호는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이유]


1. 사건의 개요와 심판의 대상

가. 사건의 개요

(1) 청구인은 ‘임○영, 조○구가 공동하여 위험한 물건인 쇠몽둥이로 피해자에게 상해를 가하도록 교사하였다’는 등의 범죄사실로 2010. 10. 14. 대전지방법원에서 징역 3년 6월 등을 선고받았다[대전지방법원 2010고단1752, 2403(병합)]. 위 사건에서 이미 형이 확정된 임○영, 조○구가 형사재판[대전지방법원 2009고단3648, 3672(병합)]에서 피고인으로서 한 진술이 기재된 공판조서가 증거로 채택ㆍ조사되었고, 그 공판조서상에는 청구인이 자신들에게 상해를 교사하였다는 취지의 진술이 기재되어 있었다. 그 후 임○영, 조○구는 청구인에 대한 위 형사사건의 증인으로 출석하여 청구인의 교사사실을 부인하는 취지의 증언을 하였으나, 1심 법원은 임○영, 조○구의 법정 진술보다 위 공판조서상의 진술에 더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하여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다.


(2) 청구인은 위 판결에 불복하여 항소한 뒤(대전지방법원 2010노2600), 1심 판결에서 유죄의 증거가 된 공판조서가 청구인에게 반대신문권이 보장되지 않은 전문증거에 해당하므로 증거능력이 없다고 주장하는 한편, 공범이 다른 사건에서 피고인으로서 한 진술이 기재된 공판조서에 증거능력을 부여하는 근거가 되는 형사소송법 제315조 제3호가 위헌이라고 주장하며,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하였다(대전지방법원 2010초기998). 그리고 위 법원이 2011. 4. 8.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기각하자, 청구인은 2011. 4. 19.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나. 심판의 대상

청구인은, 주위적으로 형사소송법 제315조 제3호 자체에 대한 위헌 선언을 구하고, 예비적으로 위 조항에 공범이 다른 사건에서 피고인으로서 한 진술을 기재한 공판조서가 포함된다고 해석하는 한 위헌이라는 결정을 구하고 있다. 그런데 위 예비적 한정위헌청구는 동일한 심판대상에 관한 주위적 청구의 양적 일부분에 불과하여 진정한 의미의 예비적 청구라고 볼 수 없으므로 이를 별도의 심판대상으로 삼을 필요가 없고, 다만 그 예비적 청구에 관한 주장을 위 법률조항의 위헌 여부에 관한 판단의 이유 중에서 판단하는 것으로 족하다(헌재 1994. 4. 28. 93헌바26, 판례집 6-1, 348, 351-352; 헌재 2009. 5. 28. 2006헌바24, 판례집 21-1하, 484, 490 참조). 따라서 이 사건 심판의 대상은 형사소송법(1954. 9. 23. 법률 제341호로 제정된 것) 제315조 제3호(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이라고 한다)의 위헌 여부이고, 심판대상조항 및 관련조항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심판대상조항]

형사소송법(1954. 9. 23. 법률 제341호로 제정된 것)

제315조(당연히 증거능력이 있는 서류) 다음에 게기한 서류는 증거로 할 수 있다.

3. 기타 특히 신용할 만한 정황에 의하여 작성된 문서


[관련조항]

형사소송법(1961. 9. 1. 법률 제705호로 개정된 것)

제310조의2(전문증거와 증거능력의 제한) 제311조 내지 제316조에 규정한 것 이외에는 공판준비 또는 공판기일에서의 진술에 대신하여 진술을 기재한 서류나 공판준비 또는 공판기일 외에서의 타인의 진술을 내용으로 하는 진술은 이를 증거로 할 수 없다.


형사소송법(2007. 5. 17. 법률 제8435호로 개정된 것)

제315조(당연히 증거능력이 있는 서류) 다음에 게기한 서류는 증거로 할 수 있다.

1. 가족관계기록사항에 관한 증명서, 공정증서등본 기타 공무원 또는 외국공무원의 직무상 증명할 수 있는 사항에 관하여 작성한 문서

2. 상업장부, 항해일지 기타 업무상 필요로 작성한 통상문서


2. 청구인의 주장 요지

(1) 이 사건 법률조항이 당연히 증거능력 있는 서류로 규정하고 있는 ‘특히 신용할 만한 정황에 의하여 작성된 문서’라는 문언은 지나치게 추상적이고 모호하여 그 의의와 대상, 범위를 가늠할 수 없으므로 명확성원칙에 위배된다. 또한 이 사건 법률조항은 단순히 특히 신용할 만한 정황에 의하여 작성되었다는 사정만으로 그 문서에 절대적인 증거능력을 인정함으로써, 전문증거의 증거능력을 제한한 형사소송법 제310조의2의 규정을 형해화하고 그 진술에 관한 피고인의 반대신문의 기회를 원천적으로 막고 있어 적법절차의 원칙에 위배되고 피고인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다.


(2) 법원은 다른 사건에서 공범이 피고인으로서 한 진술을 기재한 공판조서가 이 사건 법률조항에서 정한 ‘당연히 증거능력이 있는 서류’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공범의 진술은 자신의 책임을 다른 공범에게 전가하려는 동기에 의해 왜곡되기 쉬우므로 당해사건에서 반대신문에 의한 탄핵을 거쳐 그 진술내용의 모순과 불합리가 드러날 때에만 법관의 심증형성의 기초가 되는 진정한 증거가치를 가질 수 있다는 점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 법률조항에 다른 사건에서 공범이 피고인으로서 한 진술이 기재된 공판조서가 포함되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은 헌법상 적법절차의 원칙에 어긋나고 피고인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다.


3. 적법요건에 대한 판단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의 규정에 의한 헌법소원심판청구가 적법하기 위해서는 법원에 계속중인 구체적인 사건에 적용할 법률이 헌법에 위배되는 여부가 재판의 전제로 되어야 한다. 여기서 ‘재판’이라고 함은 원칙적으로 그 형식 여하와 본안에 관한 재판이거나 소송절차에 관한 것이거나를 불문하며, 심급을 종국적으로 종결시키는 종국재판 뿐만 아니라 중간재판도 이에 포함된다. 형사소송법 제295조에 의하여 법원이 행하는 증거채부결정은 당해 소송사건을 종국적으로 종결시키는 재판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그 자체가 법원의 의사결정으로서 헌법 제107조 제1항과 헌법재판소법 제41조 제1항에 규정된 재판에 해당한다(헌재 1996. 12. 26. 94헌바1, 판례집 8-2, 808, 817-818 참조).

이 사건 법률조항은 당해사건에서 청구인의 유ㆍ무죄를 결정하는 데 직접 적용되는 것은 아니지만, 당해사건에서 청구인의 유죄입증을 위한 주요 증거인 공범의 진술이 기재된 공판조서의 증거능력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조항으로서, 만일 이 사건 법률조항이 위헌으로 되면 법원이 위 공판조서를 증거로 채택할 수 없게 되거나 그 증거능력 인정의 요건 및 근거가 달라지게 되므로, 재판의 전제성이 인정된다.


4. 본안에 대한 판단

가. 이 사건 법률조항의 의의

형사소송법 제310조의2는 "제311조 내지 제316조에 규정한 것 이외에는 공판준비 또는 공판기일에서의 진술에 대신하여 진술을 기재한 서류나 공판준비 또는 공판기일 외에서의 타인의 진술을 내용으로 하는 진술은 이를 증거로 할 수 없다."고 규정하여 전문증거의 증거능력을 원칙적으로 부인하고 있다. 이는 공개된 법정에서 법관의 면전에서 진술되지 아니하고 피고인에게 반대신문의 기회를 부여하지 않은 전문증거의 증거능력을 배척함으로써 피고인의 반대신문권을 보장하고, 직접심리주의와 공판중심주의를 철저히 하여 피고인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것이다(헌재 1994. 4. 28. 93헌바26, 판례집 6-1, 348, 359 참조). 그러나 직접주의와 전문법칙을 모든 경우에 예외 없이 관철하게 되면 신속한 재판을 저해하고 실체적 진실발견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으므로, 형사소송법은 제311조 내지 제316조에서 전문법칙의 예외 규정들을 두고 있다.

이 사건 법률조항이 속한 형사소송법 제315조는 이러한 예외 규정들 중 하나로, 제1호의 가족관계기록사항에 관한 증명서, 공정증서등본 기타 공무원 또는 외국공무원의 직무상 증명할 수 있는 사항에 관하여 작성한 문서(공권적 증명문서)와 제2호의 상업장부, 항해일지 기타 업무상 필요로 작성한 통상문서(업무상 통상문서)와 함께 ‘기타 특히 신용할 만한 정황에 의하여 작성된 문서’를 당연히 증거능력이 있는 문서로 규정하고 있다.

한편 법원은, 다른 사건에서 공범의 피고인으로서의 진술을 기재한 공판조서(대법원 1964. 4. 28. 선고 64도135 판결)와 이와 유사한 다른 피고인에 대한 형사사건의 공판조서 중 일부인 증인신문조서(대법원 2005. 4. 28. 선고 2004도4428 판결), 구속적부심사절차에서 피의자를 심문하고 그 진술을 기재한 구속적부심문조서(대법원 2004. 1. 16. 선고 2003도5693 판결) 등을 이 사건 법률조항에 해당하는 문서로 해석하고 있다.


나. 명확성원칙 위배 여부

(1) 명확성원칙은 법치국가원리의 한 표현으로서 법규범의 의미내용이 불확실하면 법적 안정성과 예측가능성을 확보할 수 없고, 법집행 당국의 자의적 법해석과 집행을 가능하게 한다는 것을 그 근거로 한다. 명확성의 정도는 모든 법률에 있어서 동일한 정도로 요구되는 것은 아니고 개개의 법률이나 법조항의 성격에 따라, 그리고 각 법률이 제정되게 된 배경이나 상황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다. 그런데, 모든 법규범의 문언을 순수하게 기술적 개념만으로 구성하는 것은 입법기술적으로 불가능하고 또 바람직하지도 않기 때문에 어느 정도 가치개념을 포함한 일반적, 규범적 개념을 사용하지 않을 수 없다. 또한 당해 법률조항의 입법취지, 같은 법률의 다른 규정들과의 상호관계를 고려하거나 이미 확립된 판례를 통한 해석방법을 통하여 그 규정의 해석 및 적용에 대한 신뢰성이 있는 원칙을 도출할 수 있어서 법률조항의 취지를 예측할 수 있는 정도의 내용이라면 그 범위 내에서 명확성원칙은 유지되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고, 법관의 보충적인 가치판단을 통한 법문의 해석으로 그 의미내용을 확인해 낼 수 있고, 그러한 보충적 해석이 해석자의 개인적인 취향에 따라 좌우될 가능성이 없다면 명확성원칙에 반한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헌재 1992. 2. 25. 89헌가104, 판례집 4, 64, 78-79; 헌재 1998. 4. 30. 95헌가16, 판례집 10-1, 327, 342 등 참조).


(2) 이 사건 법률조항의 ‘기타 특히 신용할 만한 정황에 의하여 작성된 문서’의 의미에 관하여 형사소송법은 명확한 정의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그러나 전문법칙의 예외를 정한 다른 형사소송법의 관련 조항들과 이 사건 법률조항이 포함된 제315조 각 호의 규정 취지 및 그 연관관계를 고찰함으로써 위 문언에 대한 합리적인 해석기준을 찾을 수 있다.

형사소송법 제310조의2는 원칙적으로 전문증거의 증거능력을 제한하여, 원진술자의 진술을 기재한 서류가 공판기일 등에서의 진술을 대신하지 못하도록 규정하면서, 형사소송법 제311조 내지 제316조에서 그 예외규정들을 두고 있다. 이와 같이 원칙적으로 피고인 아닌 자의 법정외 진술을 내용으로 하는 전문증거의 증거능력을 제한하는 이유는 피고인에게 반대신문의 기회가 부여되지 않은 전문증거의 증거능력을 배제함으로써 피고인의 반대신문권을 보장하고자 하는 것인바(헌재 1994. 4. 28. 93헌바26, 판례집 6-1, 348, 359; 헌재 1996. 12. 26. 94헌바1, 판례집 8-2 808, 827-829 참조), 그 예외규정들은 이미 피고인에게 반대신문권 내지 참여권이 보장된 경우이거나(제311조), 그 기재 및 진술에 대하여 피고인의 반대신문의 기회가 부여될 것을 요건으로 하는 것이거나(제312조, 제313조, 제316조), 반대신문권의 행사를 위한 원진술자의 출석이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경우들(제314조)임을 알 수 있다. 나아가 이 사건 법률조항이 속한 형사소송법 제315조 중 제1호와 제2호에 의하여 당연히 증거능력이 인정되는 서류는 업무의 기계적 반복성으로 인해 허위가 개입될 여지가 적고, 또 문서의 성질에 비추어 고도의 신용성이 인정되어 반대신문의 필요가 없거나 작성자를 소환해도 서면제출 이상의 의미가 없는 문서들에 해당한다. 이러한 전문법칙과 관련된 형사소송법 규정들의 체계와 규정취지, 여기에 더하여 ‘기타’ 라는 문언에 의하여 형사소송법 제315조 제1호와 제2호의 문서들을 ‘특히 신용할 만한 정황에 의하여 작성된 문서’의 예시로 삼고 있는 이 사건 법률조항의 규정형식을 종합해서 고찰해 보면, 이 사건 법률조항에서 규정한 ‘기타 특히 신용할 만한 정황에 의하여 작성된 문서’란 형사소송법 제315조 제1호와 제2호에서 열거된 공권적 증명문서 및 업무상 통상문서에 준하여 ‘굳이 반대신문의 기회 부여 여부가 문제되지 않을 정도로 고도의 신용성의 정황적 보장이 있는 문서’를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또한 전문증거인 문서의 태양은 그 형태와 내용에 있어 극히 다양하여 그에 해당하는 모든 종류의 문서를 일률적으로 나열하는 것은 가능하지도 않고,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는 증거 현상에 비추어 바람직하지도 않으므로, 그 규정에 다소 추상적이고 포괄적인 문언을 사용할 수밖에 없는 불가피성이 있다.


(3)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은 보통의 상식을 가진 일반인이라면 그 의미를 충분히 알 수 있고, 법관의 보충적인 가치판단을 통해서 그 의미내용을 확인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그러한 보충적 해석이 해석자의 개인적인 취향에 따라 좌우될 가능성이 없다고 할 것이므로, 명확성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


다.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의 침해 여부

(1)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와 반대신문권의 보장

(가) 헌법 제27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은 헌법과 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하여 법률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라고 규정함으로써 모든 국민에게 적법하고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헌재 1996. 12. 26. 94헌바1, 판례집 8-2, 808, 819-820). 이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 속에는 신속하고 공개된 법정의 법관 면전에서 모든 증거자료가 조사ㆍ진술되고 이에 대하여 피고인이 공격ㆍ방어할 수 있는 기회가 보장되는 재판, 원칙적으로 당사자주의와 구두변론주의가 보장되어 당사자가 공소사실에 대한 답변과 입증 및 반증을 하는 등 공격, 방어권이 충분히 보장되는 재판을 받을 권리가 포함되어 있다(헌재 1994. 4. 28. 93헌바26, 판례집 6-1, 348, 356-357; 헌재 1998. 7. 16. 97헌바22, 판례집 10-2, 218, 226; 헌재 2001. 6. 28. 99헌가14, 판례집 13-1, 1188, 1200).

헌법은 피고인의 반대신문권을 미국이나 일본과 같이 헌법상의 기본권으로까지 규정하지는 않았으나, 형사소송법은 제161조의2에서 상대 당사자의 반대신문을 전제로 한 교호신문제도를 규정하고 있고, 제312조 제4항, 제5항에서 ‘공판준비 및 공판기일에서 원진술자를 신문할 수 있는 때에 한하여’ 피고인 아닌 자의 진술을 기재한 조서나 진술서의 증거능력을 인정하도록 규정함으로써 피고인에게 불리한 증거에 대하여 반대신문할 수 있는 권리를 명문으로 인정하고 있다. 이는 위와 같은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형사소송절차에서 구현하고자 한 것이다(헌재 1994. 4. 28. 93헌바26, 판례집 6-1, 348, 363; 헌재 1998. 9. 30. 97헌바51, 판례집 10-2, 541, 549-550; 헌재 1998. 12. 24. 94헌바46, 판례집 10-2, 842, 852 등 참조).

이에 형사소송법은 이러한 반대신문권을 실질적ㆍ적극적으로 보장하기 위하여 제310조의2 이하에서 증거능력 부여과정에서도 전문증거의 증거능력을 제한하고 있다. 그런데 이 사건 법률조항은 전문증거인 ‘기타 특히 신용할 만한 정황에 의하여 작성된 문서’에 관하여 당연히 증거능력을 부여함으로써 피고인의 반대신문권의 행사를 제한하는 규정으로서 헌법 제27조가 정한 재판청구권, 그 중에서도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제한하고 있는 것이므로, 그 제한이 헌법적 한계를 일탈한 것인지 여부가 문제된다.


(나) 한편 청구인은 이 사건 법률조항이 적법절차의 원칙에 위반된다고 주장하나, 적법절차의 원칙은 법률이 정한 형식적 절차와 실체적 내용이 모두 합리성과 정당성을 갖춘 적정한 것이어야 한다는 실질적 의미를 지니고 있는 것으로서, 이 사건 법률조항과 관련해서는 사실상 반대신문권을 보장하여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는 문제에 귀착된다고 할 것이므로,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의 침해 여부에 대한 판단 속에 적법절차의 원칙 위반 여부에 대한 판단까지 포함된다고 할 것이다(헌재 2010. 11. 25. 2009헌바57, 판례집 22-2하, 387, 394; 헌재 2012. 7. 26. 2010헌바62, 판례집 24-2상, 93, 99).


(2) 과잉금지원칙 위반 여부

(가) 목적의 정당성 및 수단의 적합성

이 사건 법률조항은 전문증거 중 ‘특히 신용할 만한 정황에 의하여 작성된 문서’에 대하여 당연히 증거능력을 인정하는 전문법칙의 예외규정이다. 이는 전문법칙을 모든 경우에 예외 없이 철저하게 관철하는 경우, 재판의 지연을 초래하여 신속한 재판을 저해하게 되거나, 증명력 있는 증거들을 이용하지 못하여 실체적 진실발견을 저해하여 형사소송의 최대과제인 공정한 재판과 사법정의실현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으므로(헌재 1994. 4. 28. 93헌바26, 판례집 6-1, 348, 360 참조), 이러한 폐단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은 그 목적의 정당성 및 수단의 적합성이 인정된다.


(나) 피해의 최소성 및 법익균형성

1) 이 사건 법률조항은 형사소송법 제315조 제1호, 제2호에 준할 정도의 신용성의 정황적 보장이 있는 문서에 한하여 전문법칙의 예외를 인정하고 있고, 그 의미가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인에게 굳이 반대신문의 기회를 부여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신용성의 정황이 있는 문서로 해석되는 이상, 이미 피고인의 방어권 제한이 최소한의 범위로 축소되어 있다.

그리고 이 사건 법률조항에 따라 문제된 문서의 증거능력이 인정되는 경우라도, 피고인은 그 문서의 작성자 또는 원진술자를 증인으로 신청하여 반대신문권을 행사할 수 있으므로 위 조항이 피고인의 반대신문의 기회를 완전히 박탈하고 있다고 볼 수도 없다. 나아가 문서 작성자 또는 원진술자가 증인으로 출석하여 문서의 내용과 상반되는 진술을 하는 경우 그 법정 진술과 문서상의 진술 중 어느 하나가 반드시 우월한 증명력을 갖는다고 볼 수 없으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해 우선 그 문서의 증거능력을 인정하되 법관으로 하여금 제반사정을 고려하여 어느 증거가 보다 신빙성이 있는지 판단하도록 하는 것이 실체적 진실발견과 피고인의 방어권 보장 사이의 균형과 조화를 위한 합리적인 방법이라고 할 것이다. 이와 달리 위 조항에 정한 신용성의 정황적 보장이 강력한 문서까지 전문법칙을 예외 없이 적용하는 방식을 채택하게 되면, 신속한 재판실현이라는 소송경제와 실체적 진실에 합치하는 또 다른 면의 공정한 재판실현이라는 헌법적 요청에 반하는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


2) 한편, 이 사건 법률조항에 공범이 다른 사건에서 피고인으로서 한 진술을 기재한 공판조서가 포함된다고 보는 것이 전문법칙의 예외를 지나치게 넓게 인정함으로써 피고인의 방어권을 부당하게 제한하는 것인지가 문제된다.

공판조서에 기재된 진술은 공개된 법정에서 법관의 면전 아래 이루어지는 것일 뿐 아니라, 형사소송법은 공판조서의 작성자, 작성방식, 기재요건 등을 엄격하게 규정하고(제48조 제1항, 제2항, 제50조, 제51조, 제53조), 진술자의 청구가 있는 때에는 그 진술에 관한 부분을 읽어주고 증감변경의 청구가 있는 때에는 그 진술을 기재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제52조 단서), 다음 회의 공판기일에 있어서는 전회의 공판심리에 관한 주요사항의 요지를 조서에 의하여 고지하고, 검사, 피고인 또는 변호인이 그 변경을 청구하거나 이의를 진술한 때에는 그 취지를 공판조서에 기재하며, 그 경우 재판장이 그 청구 또는 이의에 대한 의견을 기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고(제54조), 또한 피고인은 공판조서의 열람 또는 등사를 청구할 수 있고 그 청구에 응하지 아니한 때에는 그 공판조서를 유죄의 증거로 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는(제55조) 등 공판조서는 그 서면 자체의 성질과 작성과정에서 법정된 엄격한 절차적 보장에 의하여 고도의 임의성과 기재의 정확성 및 절차적 적법성이 담보되어 있다. 또한 우리 형사소송법이 채택하고 있는 대심적 구조 하에서 공소사실을 부인하거나 양형상 유리한 진술을 하는 피고인의 진술은 공개된 법정에서 반대당사자의 지위에 있는 검사에 의하여 검증되고 탄핵되는 지위에 있으므로, 이를 제3자가 일방적으로 한 진술과 같다고 평가할 수 없다.

이와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볼 때, 법정진술에 해당하는 공판조서상의 진술과 다른 전문증거와 사이에는 문서의 신용성과 관련된 외부적 정황에 뚜렷한 차이가 있으므로, 그 증거능력의 인정요건에 차등을 두는 것이 피고인의 방어권을 지나치게 제약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법원은 일찍이 1964년경부터 다른 사건에서 공범의 피고인으로서의 진술을 기재한 공판조서를 이 사건 법률조항에서 규정한 당연히 증거능력 있는 서류의 하나로 해석해 오고 있다. 이는 ‘피고인 이외의 자에 대한 재판관 면전조서’의 증거능력을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는 일본 형사소송법(제321조 제1항 제1호)과 달리 우리 형사소송법은 이러한 조서에 대한 명시적인 규정을 두고 있지 아니한 관계로 전문법칙의 예외와 관련하여 이 사건 법률조항 외에 다른 사건에서 공범의 피고인으로서의 진술을 기재한 공판조서에 적용할 마땅한 규정이 없기 때문으로 이해된다. 그런데 만일 명문의 규정이 없다고 하여 이 사건과 같은 공판조서의 증거능력을 일률적으로 부정한다면, 공판조서보다 낮은 신용성의 보장을 가진 수사기관 작성의 조서에 관하여는 일정한 요건 하에 그 증거능력을 인정하면서도 그보다 우위의 임의성과 신용성의 보장을 가진 공판조서에 대하여는 증거능력을 부정하는 법체계상의 모순이 발생하게 된다. 더욱이 청구인의 주장처럼 공범은 자신에 대한 재판과정에서 다른 공범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허위의 진술을 할 염려도 있지만, 반면 자신에 대한 사건이 이미 종국되어 형이 확정된 공범은 당해사건에서 종전 진술을 번복하고 피고인에게 유리한 진술을 하여 주더라도 불이익을 입을 위험이 없어 당해사건 피고인에게 협조적인 허위의 진술을 할 가능성 역시 얼마든지 있으므로, 종전의 공판조서상의 진술이 오히려 진실한 것일 수도 있다. 그런데 이 사건 법률조항을 적용하지 않고 공범의 진술을 기재한 공판조서의 증거능력을 무조건 부정해 버린다면, 이러한 증명력 있는 증거를 당해사건의 심리과정에서 고려할 수조차 없게 되어, 우리 형사소송법의 또 다른 중대한 이념인 실체적 진실 발견에 중대한 지장을 초래하게 될 것이 명백하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하여 다른 사건에서 공범의 피고인으로서의 진술을 기재한 공판조서의 증거능력을 인정하여 이를 일단 유무죄 판단을 위한 고려의 대상으로 들여놓되, 그 공판조서상의 진술 당시 당해사건 피고인의 반대신문의 기회가 보장되어 있지 않았던 사정이나, 공범이 자신의 사건에서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는 진술을 하였을 가능성이 있는 사정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 법원으로 하여금 그 신빙성을 자유심증에 의하여 판단하도록 하는 것이 더 합리적이라고 할 것이다.

청구인은 공범의 진술을 기재한 공판조서에 대한 증거능력을 완전히 부정하지는 않더라도 적어도 형사소송법 제313조 제1항에 따라 원진술자의 성립인정의 진술이 있을 것을 증거능력 인정요건으로 하여야 한다는 취지로도 주장한다.

그러나 공범의 진술이 기재된 다른 사건의 공판조서에 관하여 형사소송법 제313조 제1항을 적용하더라도, 원진술자인 공범이 법원의 소환에 불응하거나, 사망, 질병, 외국거주, 소재불명 등으로 법정에 출석할 수 없을 때에는 형사소송법 제314조에 의하여 증거능력을 부여받게 되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하여 공범의 공판조서에 당연히 증거능력을 인정하는 경우와 형사소송법 제313조 제1항을 적용하는 경우의 실질적인 차이는, 법관이 검사 또는 피고인의 신청에도 불구하고 다른 사건 공판조서의 원진술자인 공범을 증인으로 채택하지 아니하는 결정을 하는 때에 한하여 있게 된다. 그런데 당해사건에서 공범인 임○영 등이 증인으로 채택되어 조사된 것처럼, 공판조서상의 진술이 피고인의 유무죄를 가르는 중요한 증거이고 피고인이 그 진술을 다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법원이 원진술자인 공범에 대한 증인신청을 거부할 이유가 없으므로, 실제 재판과정에서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하여 피고인의 방어권에 대한 현실적인 침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

이와 같은 사정들을 종합해 볼 때, 다른 사건에서 공범의 피고인으로서의 진술을 기재한 공판조서가 이 사건 법률조항에 포함되는 것으로 해석한다고 하여 피고인의 방어권에 지나친 제약을 가져온다거나 전문법칙의 예외 인정범위를 합리적 이유 없이 확대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3) 이처럼 이 사건 법률조항이 굳이 반대신문의 기회를 부여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신용성의 정황이 있는 문서에 국한하여 전문법칙의 예외를 인정하고 있는 이상, 이로 인한 피고인의 방어권에 대한 현실적 침해가능성은 거의 없는 반면, 실체적 진실발견과 신속한 재판을 통하여 사법정의를 실현하려는 공익이 크다고 하지 않을 수 없고, 결국 이 사건 법률조항을 통하여 실체법상의 정의와 절차법상의 정의의 조화를 도모한다는 점에서 피해의 최소성 및 법익의 균형성 또한 인정되므로 피고인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


5.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법률조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하므로,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이 결정에는 아래 6.과 같은 재판관 이정미, 재판관 안창호, 재판관 서기석의 보충의견이 있다.


6. 재판관 이정미, 재판관 안창호, 재판관 서기석의 보충의견

우리는 이 사건 법률조항이 헌법에 위반된다고 판단하지는 않지만, 피고인 아닌 사람의 진술이 기재된 다른 사건의 공판조서의 증거능력 인정요건을 명확하게 규정하는 것으로 입법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므로, 아래와 같이 견해를 밝힌다.

반대신문권의 보장은, 피고인에게 단순한 처벌의 객체가 아니라 형사소송절차를 형성ㆍ유지하는 당사자의 지위에서 공격과 방어의 기회가 충분히 보장되고, 실질적인 ‘무기평등’이 이루어진 재판을 받을 권리를 의미하는 기본권인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의 핵심적인 내용으로서(헌재 1996. 12. 26. 94헌바1, 판례집 8-2, 808, 829; 헌재 1997. 11. 27. 94헌마60, 판례집 9-2, 675, 693-694 참조), 이에 대한 제한은 그 예외를 인정할 수 있는 부득이한 사유가 있는 사유가 있을 때에 한하여 필요 최소한으로 그쳐야 한다. 법원에서도 이와 같이 전문법칙의 예외를 인정할 수 있는 부득이한 사유가, 단순한 진술의 임의성과 적법성을 넘어 반대신문의 검증을 굳이 거치지 않아야 할 정도의 신용성이 담보되는 것을 의미함을 분명히 하고 있다(대법원 2011. 11. 10. 선고 2010도12 판결 참조).

그런데 공범의 진술이 기재된 공판조서는 어디까지나 타인의 진술을 문자의 형태로 기록한 전문증거의 하나로서 일반 진술증거가 갖는 오류 가능성을 그대로 가지고 있을 뿐 아니라, 그 진술이 공개된 법정에서 법관의 면전 하에 이루어진 것이어서 고도의 ‘임의성’과 ‘절차적 적법성’이 담보되는 것에 해당할지는 몰라도, 그 내용에 관하여는 원진술자인 공범이 당해사건의 피고인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허위의 진술을 할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고, 따라서 과연 그것이 ‘굳이 반대신문을 거칠 필요가 없을 만큼’ 고도의 신용성이 정황적으로 보장되어 있는 경우에 해당하는지에 관하여 정당한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우리는 일본 형사소송법 등과 달리 공범이 다른 사건에서 한 진술을 기재한 공판조서의 증거능력을 규율하는 명시적인 조항을 갖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법원에서 수십 년간 형사재판에 적용하여 온 이 사건 법률조항에 관한 해석이, 위헌의 선언을 요구할 정도에 이를 만큼 명백하게 피고인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에서는 다수의견의 결론에 따르기로 한다.

그러나 이 사건 법률조항의 적용범위에 공범의 다른 사건에서 피고인으로서의 진술을 기재한 공판조서를 포함시키는 것이 그 문언과 체계적 해석에 비추어 다소의 의문이 없지 아니하고, 또 다른 사건에서 공범이 피고인으로서 한 진술을 기재한 공판조서에 대하여, 공범이 증인으로 출석할 수 없거나 증인으로 출석하여 다른 진술을 한 때 한하여 증거능력을 부여하는 등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 침해의 소지를 없앨 수 있는 명확한 입법을 하는 것이 국민의 기본권 보장과 법치국가원리에 입각한 형사소송제도의 형성을 위해서 더욱 바람직하다고 할 것이므로, 그러한 내용으로 입법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