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6다20093
【판시사항】
[편집][1] 외국의 법원을 관할법원으로 하는 전속적인 국제관할 합의의 유효 요건 및 전속적인 관할 합의가 현저하게 불공정한 경우의 효력(무효)
[2] 운송인의 의뢰로 운송물으로 보관한 보세창고업자와 운송인 사이에 지휘·감독관계가 없다는 이유로 보세창고업자의 운송물 멸실행위에 대한 운송인의 사용자책임을 배척한 사례
【판결요지】
[편집][1] 대한민국 법원의 관할을 배제하고 외국의 법원을 관할법원으로 하는 전속적인 국제관할의 합의가 유효하기 위하여는, 당해 사건이 대한민국 법원의 전속관할에 속하지 아니하고, 지정된 외국법원이 그 외국법상 당해 사건에 대하여 관할권을 가져야 하는 외에, 당해 사건이 그 외국법원에 대하여 합리적인 관련성을 가질 것이 요구된다고 할 것이고, 한편 전속적인 관할 합의가 현저하게 불합리하고 불공정한 경우에는 그 관할 합의는 공서양속에 반하는 법률행위에 해당하는 점에서도 무효이다.
[2] 운송인과 중간운송업자 사이에 지휘·감독관계가 존재하는 것으로 볼 수 없고, 운송인이 중간운송업자를 통하여 보세창고업자를 간접적으로 지휘·감독하였다고 할 수 없는 경우, 운송인의 의뢰로 운송물을 보관하던 중 멸실시킨 보세창고업자가 운송물의 인도업무에 관하여 운송인의 이행보조자라고는 할 수 있으나 운송인의 지시·감독을 받은 피용자적인 지위에 있다고는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직접 불법행위를 저지른 보세창고업자에 대하여 운송인이 사용자로서의 지위를 갖는 것으로 인정하여 운송인에게 사용자책임을 인정한 원심판결을 파기한 사례.
【참조조문】
[편집][1] 민사소송법 제26조, 민법 제103조[2] 민법 제391조, 제756조
【참조판례】
[편집][1] 대법원 1977. 11. 9.자 77마284 결정(공1978, 10507)
【전 문】
[편집]【원고,피상고인】 주식회사 고려무역 (소송대리인 변호사 하창우)
【피고,상고인】 주식회사 삼영익스프레스 (소송대리인 변호사 유록상 외 2인)
【원심판결】 서울고법 1996. 4. 18. 선고 95나37447 판결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여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제1점에 대하여
원심은, 피고는 1992. 3. 16. 원고로부터 폴리에스터직물에 대한 운송을 의뢰받고, 물건 인도지를 미합중국 텍사스주 브라운스빌, 송하인을 원고, 수하인을 신용장 발행은행의 지시인으로 하는 복합운송증권(Combined Transport B/L)을 발행하였는데, 위 물품은 소외 현대상선 주식회사에 의하여 부산항에서 미합중국 로스앤젤레스항까지 해상운송되고, 피고의 미합중국 대리점인 베니슨(Benison International Transportation Inc.)에 의하여 로스앤젤레스로부터 물품 인도장소인 텍사스주 브라운스빌까지 육상운송된 후, 위 베니슨에 의하여 브라운스빌의 보세창고업자인 안젤로(Angelo International)의 보세창고에 보관되었으나, 안젤로가 같은 해 6. 1. 이를 복합운송증권을 소지하지 않은 제3자에게 인도하여 줌으로써 운송물이 멸실된 사실, 원고는 위 복합운송증권과 신용장에 의하여 담보된 화환어음을 소외 주식회사 조흥은행에 네고(NEGO)하였다가, 위와 같이 운송물이 멸실됨으로 인하여 1994. 10. 27. 조흥은행에 네고대금 27,005,940원 전액과 그에 대한 연체이자 금 6,232,070원을 지급하고 복합운송증권을 반환받아 이를 소지하고 있는 사실, 그런데 위 복합운송증권의 이면약관 제24조는, '이 증권에 기한 소는 모두 미합중국 뉴욕시법원에 제기하여야 한다. 다만 운송인은 위와 다른 법원에 소를 제기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는 사실 등을 인정한 후, 복합운송증권의 소지인으로서 운송인인 피고에게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묻는 원고의 이 사건 소가 운송증권에 기재된 전속적 합의관할법원이 아닌 대한민국의 법원에 제기된 것이어서, 결국 이 사건 소는 재판관할권이 없는 법원에 제기되어 부적법하다는 피고의 주장에 대하여, 위 운송증권의 이면약관에 의한 관할 합의는 원심 판시와 같은 이유로 합리성을 결여하여 무효라고 판단함으로써 피고의 본안전항변을 배척하였다.
대한민국 법원의 관할을 배제하고 외국의 법원을 관할법원으로 하는 전속적인 국제관할의 합의가 유효하기 위하여는, 당해 사건이 대한민국 법원의 전속관할에 속하지 아니하고, 지정된 외국법원이 그 외국법상 당해 사건에 대하여 관할권을 가져야 하는 외에, 당해 사건이 그 외국법원에 대하여 합리적인 관련성을 가질 것이 요구된다고 할 것이고, 한편 전속적인 관할 합의가 현저하게 불합리하고 불공정한 경우에는 그 관할 합의는 공서양속에 반하는 법률행위에 해당하는 점에서도 무효라 할 것이다.
이 사건이 미합중국 뉴욕주법원과 관련성을 갖는다고 볼 만한 점은, 피고가 뉴욕주에도 영업소(지점)를 가지고 있다는 점과 피고를 위하여 운송물 인도업무를 담당하였다가 운송물을 멸실시킨 보세창고업자가 미국인이고 그 운송물이 멸실된 곳이 미합중국의 텍사스주라는 것 정도라 할 것인데, 한편 원고와 피고는 모두 대한민국에 주된 사무소를 두고 대표자 및 사원들이 한국인들로 구성된 대한민국의 법인인데다가, 운송물의 목적지는 텍사스주로서 뉴욕주와는 전혀 관련이 없고, 운송물이 멸실된 경위에 관하여 원·피고 사이에 전혀 다툼이 없어서 이 사건의 심리에 필요한 중요한 증거방법은 모두 대한민국 내에 있는 한국인 증인들이거나 문서들이며, 운송인의 책임 범위나 면책 요건에 관한 미합중국의 법이 대한민국의 법보다 운송인인 피고에게 더 유리하다고 볼 만한 자료도 없고, 그 밖에 이 사건 소송물의 가액이 극히 소액인 점 등에 비추어 보면, 뉴욕주법원에서 소송을 수행하는 것이 피고에게도 여러 가지로 불편할 뿐이므로, 이 사건 전속적 관할 합의는 사건이 그 지정된 외국법원에 대하여 합리적인 관련성을 결여함으로써 전속적 관할 합의가 유효 요건을 구비하지 못하여 무효라고 할 것이다. 그러므로 같은 취지의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논지는 이유가 없다.
2. 제3점에 대하여
원심은, 이 사건 복합운송증권의 앞면에는 그 발행인이 S.Y.SHIPPING CORP.으로 인쇄되어 있고, 그 아래에 피고의 복합운송부 이사로서 이 사건 운송계약을 담당하였던 소외 김주승의 서명이 되어 있는 사실, 위 S.Y.SHIPPING CORP.은 피고가 목적지를 미합중국으로 한 운송을 인수하였을 때 미합중국 내에서의 육상운송과 통관의 편의를 위하여 캘리포니아주 일반회사법에 의하여 대표자를 한국인 김종표로 하여 형식적으로 설립하여 둔 법인으로서, 피고는 위 설립 목적을 위하여 S.Y.SHIPPING CORP.을 미합중국 연방해사위원회(FMC)에 무선박운송업자(NVOCC)로 등록하여 둔 사실, 피고 회사의 목적은 해상운송주선업, 육상화물운송알선업, 수출입화물 국제 간 운송주선 및 일관운송, 해운대리점업, 복합운송주선업 등인데, 원고를 대리하여 위 김주승과 운송 조건을 교섭하고 그로부터 이 사건 복합운송증권을 발행, 교부받은 소외 박강우는 김주승으로부터 S.Y.SHIPPING CORP.의 대리인으로서 운송증권을 발행한다는 말을 들은 바 없고, 따라서 위 복합운송증권에 인쇄된 S.Y.SHIPPING CORP.을 피고의 영문 명칭으로 알고 있었으며, 김주승 역시 피고와 S.Y.SHIPPING CORP.의 관계에 관하여 어떠한 설명도 한 바 없이 박강우로부터 운송을 의뢰받자 마치 피고가 운송을 인수하고 복합운송증권을 발행하는 것처럼 복합운송증권의 발행인란에 인쇄된 S.Y.SHIPPING CORP.의 바로 아래에 직접 S.Y.SHIPPING CORP.의 기관으로서 자기의 서명을 하여 박강우에게 교부한 사실, 이 사건 운송물이 멸실된 후 피고의 미합중국 대리점인 베니슨과 미합중국 보세창고업자 안젤로 사이의 협상 결과에 대한 보고서가 S.Y.SHIPPING CORP.이 아닌 피고 회사에 바로 보내졌고 그 보고서에 S.Y.SHIPPING CORP.에 관한 내용이 전혀 없으며, 뿐만 아니라 피고가 원고에게 보낸 답신에 의하면, 피고는 자신이 운송인임을 당연한 전제로 하여 답변하면서 다만 손해 발생이 자신의 운송책임구간이 아닌 그 이후의 구간에서 발생한 것이어서 자기에게는 책임이 없다고 다투고 있을 뿐, S.Y.SHIPPING CORP.의 존재나 책임에 관하여는 전혀 언급하지 아니하고 있는 사실 등을 인정한 후, 위 인정 사실에 의하면 피고는 미합중국에서의 육상운송과 통관의 편의를 위하여 자기를 S.Y.SHIPPING CORP.으로 표현하여 이 사건 복합운송증권을 발행한 것이라 할 것이므로, 이 사건 복합운송증권의 발행인은 피고이고 이 사건 복합운송을 인수한 운송인도 피고라고 인정하였는바, 관련 증거들에 의하면 원심의 위 인정과 판단은 정당하고 원심판결에 논하는 바와 같은 위법이 있다고 볼 수 없으므로, 논지도 이유가 없다.
3. 제2점에 대하여
원심은, 피고의 미합중국 내의 대리점인 베니슨이 피고의 지시에 의하여 소외 현대상선 주식회사로부터 운송물을 인계받아 1992. 3. 31. 이를 목적지인 미합중국 텍사스주 브라운스빌까지 육상운송한 후 그 곳의 보세창고업자인 안젤로에게 지시하여 이를 그의 보세창고에 보관하게 하였으나, 안젤로가 이를 복합운송증권과 상환하지 않고 제3자에게 인도하여 멸실시킨 사실 등을 인정한 후, 피고는 이로써 복합운송증권의 소지인의 운송물에 대한 권리를 위법하게 침해하였다고 할 것이고, 운송물을 복합운송증권과 상환하지 아니하고 인도할 경우 달리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인도시에 이러한 권리침해의 결과를 예상할 수 있었다고 할 것이므로, 결국 피고는 복합운송증권의 소지인인 원고에게 이 사건 운송물의 멸실에 대하여 고의 또는 중과실에 의한 불법행위책임을 진다고 판단하였다.
원심은 명시적이지는 않으나 피고가 미합중국 내의 대리점인 베니슨에 대하여 지시·감독권을 행사하여 왔고, 한편 베니슨은 보세창고업자 안젤로에 대하여 지시·감독권을 행사하여 왔으므로, 결국 안젤로는 피고의 지시·감독 아래에 있다고 할 것이어서, 안젤로의 고의·중과실에 의한 불법행위에 대하여 피고도 사용자책임을 진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여진다.
그러나 기록에 의하면 베니슨은 미국 연방해사위원회에 무선박운송업자(NVOC)로 등록되어 있는 독립된 기업자로 보여지는데, 제1심 증인 김주승은 피고와 베니슨의 관계가 상호협조관계라고 증언하고 있고, 갑 제13호증의 기재에 의하더라도 피고와 베니슨의 관계가 지휘·감독관계라고는 보여지지 아니하며, 그 밖에 달리 피고가 베니슨에 대하여 지시·감독권을 가지고 있다거나, 또는 베니슨을 통하여 보세창고업자인 안젤로에 대하여 간접적으로나마 지휘·감독권을 행사하여 왔다고 볼 만한 증거가 전혀 없다.
그렇다면 운송물을 멸실시킨 보세창고업자 안젤로는 운송물의 인도업무에 관하여 피고의 이행보조자라고는 할 수 있으나 피고의 지시·감독을 받은 피용자적인 지위에 있다고는 볼 수 없을 것이므로, 직접 불법행위를 저지른 안젤로에 대하여 피고가 사용자로서의 지위를 갖는 것으로 인정하여 피고에게 사용자책임을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사용자책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채증법칙을 위반한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고, 이러한 위법은 판결에 영향을 미쳤음이 명백하므로, 이 점을 지적하는 논지는 이유가 있다.
4. 그러므로 피고의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여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원고는 피고에게 불법행위책임과 채무불이행책임을 선택적으로 묻고 있는바, 만약 원심이 안젤로를 피고의 이행보조자로 인정하여 채무불이행책임을 인정할 경우라도 안젤로에 대하여 지휘·감독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면 피고는 구 상법(1991. 12. 31. 법률 제447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21조 제3항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고 볼 여지가 많다고 보여지므로, 원심으로서는 이 점에 관하여도 심리·판단하여야 할 것이다}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정귀호(재판장) 최종영 이돈희 이임수(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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