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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방법원 남부지원 98고합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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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시사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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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과다한 치료비로 인한 치료 중지 행위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정당한 행위로 인정되기 위한 요건

[2] 의료행위의 중지가 환자의 사망을 초래하는 경우, 퇴원을 요구받은 의사의 의무

[3] 의사가 치료를 중단할 경우 사망에 이르게 된다는 사실을 알고서도 회복 가능성이 있는 환자를 그 처의 요구에 따라 퇴원시켜 사망케 한 경우, 부작위에 의한 살인죄를 인정한 사례

판결요지

[편집]

[1] 배우자에 대한 치료비가 자신과 가족의 경제적 능력에 비추어 지나치게 과다하여 더 이상 부담할 수 없어 치료를 중지할 수밖에 없는 경우, 그 치료 중지 행위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정당한 행위라고 인정되기 위하여서는 적어도 환자의 병의 상

태, 그에 대한 치료 내용, 앞으로의 치료 경과와 환자의 예후에 대하여 담당의사 등을 통하여 충분한 설명을 듣고 정보를 얻음으로써 그에 대한 정확한 인식을 가지는 것이 요구되고, 또한 환자에 대한 현재까지의 치료비와 향후의 치료비가 어느 정도가 될 것

인지에 대하여도 병원의 관계자를 통하여 충분한 정보를 얻고 그에 대한 정확한 인식을 가져야 할 것이며, 그런 연후에 더 이상의 치료비 부담이 배우자 자신과 가족의 경제적 능력에 비추어 도저히 불가능한 것인지 여부를 판단하여야 할 것이고, 나아가 객관

적으로도 더 이상의 치료비 부담이 배우자와 가족의 부양의무의 한계를 벗어나는 정도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사회상규에 반하지 아니한다 할 것인데, 이러한 판단에 있어서도 치료의 중지가 곧 환자의 사망을 초래하는 경우에는 생명의 존엄성을 최우선적인 가치

로 고려하여야 하는 점에서 더욱 더 신중한 자세가 요구된다 할 것이다.

[2] 의료행위의 중지가 곧바로 환자의 사망이라는 중대한 결과를 초래하는 경우에 있어서는 의료행위의 중지, 즉 퇴원을 요구받은 의사로서는 환자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하여 의료행위를 계속하여야 할 의무와 환자의 요구에 따라 환자를 퇴원시킬 의무와의 사

이에 충돌이 일어나게 되는바, 그러한 의무의 충돌이 있는 경우 의사로서는 더 높은 가치인 환자의 생명을 보호할 의무가 우선하여 환자의 퇴원 요구에도 불구하고 환자를 보호하여야 할 지위나 의무가 종료되지는 아니한다고 할 것이고, 이는 의료행위의 중지

가 곧바로 환자의 사망이라는 결과를 초래하는 경우 부작위에 의한 살인이라는 결과에 이를 수 있고, 우리 형법이 일반적인 살인행위뿐만 아니라 촉탁, 승낙에 의한 살인행위와 자살을 방조하는 행위에 대하여도 처벌을 하고 있는 점에 비추어서도 그러한바, 위

와 같은 경우 의사로서는 의료행위를 중지할 시점에 있어 환자의 자기결정권에 기한 진정한 의료행위의 중지 요구가 있었는지 여부와 환자의 상태, 회복가능성 등에 대하여 진지하게 고려하고, 그것이 법률상 허용되는 것인가 여부에 대한 검토를 하여야 할 것

이며, 환자를 보호하여야 할 지위나 의무가 종료되지 아니하였음에도 불구하고 회복가능성이 높은 환자에 대하여 환자의 자기결정권만을 존중하여 의료행위를 중지하거나, 의료행위의 중지 요구가 환자의 자기결정권에 기한 진정한 의사표시라고 보기 어려움에

도 이를 오인하여 의료행위를 중지하고, 그것이 직접적인 원인이 되어 환자를 사망케 한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행위는 위법하다고 할 것이다.

[3] 의사가 치료를 중단할 경우 사망에 이르게 된다는 사실을 알고서도 회복 가능성이 있는 환자를 그 처의 요구에 따라 퇴원시켜 사망케 한 경우, 부작위에 의한 살인죄를 인정한 사례.

참조조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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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형법 제20조 , [2] 형법 제20조 , [3] 형법 제250조 제1항

【피 고 인】 피고인 1외 3인 【변 호 인】 변호사 서경원외 1인 【주 문】 피고인 1을 징역 3년에, 피고인 2, 3을 각 징역 2년 6월에 각 처한다.

피고인 1에 대하여는 이 판결선고 전의 구금일수 중 150일을, 피고인 2에 대하여는 이 판결선고 전의 구금일수 3일을, 피고인 3에 대하여는 이 판결선고 전의 구금일수 1일을 위 각 형에 각 산입한다.

다만, 이 판결확정일로부터 피고인 1에 대하여는 4년간, 피고인 2, 3에 대하여는 각 3년간 위 각 형의 집행을 각 유예한다.

피고인 4는 무죄.

이 유

[편집]

범죄사실

피고인 1은 피해자(남, 58세)의 처이고, 피고인 2는 서울 동작구 신대방2동 395 소재 보라매병원 신경외과 전담의사, 피고인 3은 위 병원 같은 과 레지던트로 각 근무하고 있는 자인바,

1997. 12. 4. 14:30경 위 피해자가 서울 금천구 독산본동 958의 59 소재 자신의 주거지에서 술에 취한 채 화장실을 가다가 중심을 잃어 기둥에 머리를 부딪치고 시멘트 바닥에 넘어지면서 머리를 충격하여 경막외 출혈상을 입어 위 보라매병원으로 응급후송된

다음, 같은 날 18:05경부터 다음날 03:00경까지 피고인 2의 집도와 피고인 3 등의 보조로 경막외 출혈로 인한 혈종 제거 수술을 받고 중환자실로 옮겨져 계속 치료를 받았는데, 위 혈종 제거 수술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졌고,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위 피해자의

대광반사와 충격에 대한 반응의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이름을 부르면 스스로 눈까지 뜨려고 하는 등 그 상태가 호전되어 계속적으로 치료를 받을 경우 회복될 가능성이 많았으나, 뇌수술에 따른 뇌부종으로 자가호흡을 하기 어려운 상태에 있어 인공호흡을 위한

산소호흡기를 부착한 채 계속 치료를 받고 있던 중,

피고인 1은 위 피해자의 처로서 계속적인 치료를 통하여 위 피해자의 생명을 보호하여야 할 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당시까지의 치료비 2,600,000원 상당뿐만 아니라 이후부터의 추가치료비 지출이 자신의 재산능력에 비추어 상당한 부담이 되고, 금은방을 운

영하다 실패한 후 17년 동안 무위도식하면서 술만 마시고 가족들에 대한 구타를 일삼아 온 위 피해자가 가족들에게 계속 짐이 되기보다는 차라리 사망하는 것이 낫겠다고 생각한 나머지, 피고인 2, 3으로부터 위와 같은 위 피해자의 상태와 인공호흡장치가 없는

집으로 퇴원하게 되면 호흡을 제대로 하지 못하여 위 피해자가 사망하게 된다는 사실을 설명 들어 알게 되었음에도 위 피해자에 대한 치료를 중단하고 퇴원시키는 방법으로 위 피해자를 살해할 것을 마음먹고, 같은 달 5. 14:20경과 18:00경 두차례에 걸쳐 주치

의인 피고인 3에게 '도저히 더 이상의 추가치료비를 부담할 능력이 없다.'는 이유로 퇴원시켜달라고 요구하였고, 한편 피고인 2, 3으로서는 위 피해자에 대한 뇌수술 및 치료를 담당하고 있었고, 위와 같은 위 피해자의 상태와 회복가능성, 치료를 중단하고 퇴

원시킬 경우 위 피해자가 호흡이 어렵게 되어 사망하게 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으므로 계속적으로 치료를 함으로써 위 피해자의 생명을 보호하여야 할 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피고인 3은 피고인 1이 여러 차례의 설명과 만류에도 불구하고 치료비가 없다는

이유로 계속 퇴원을 고집하자 상사인 피고인 2에게 직접 퇴원 승낙을 받도록 하라고 하고, 피고인 2는 같은 달 6. 10:00경 피고인 3으로부터 피고인 1의 위와 같은 요구사항을 보고 받은 후, 자신을 찾아온 피고인 1에게 위 피해자가 퇴원하면 사망한다고 설명

하면서 퇴원을 만류하였으나 피고인 1이 계속 퇴원을 요구하자 이를 받아들여 피고인 3에게 위 피해자를 퇴원시키도록 지시하고, 피고인 3은 이에 따라 위 피해자에 대한 퇴원을 지시하여 위 피고인 1로 하여금 퇴원수속을 마치도록 한 다음, 위 병원 같은 과

인턴인 상피고인 4에게 위 피해자를 집까지 호송하도록 하여, 같은 날 14:20경 위 피고인 4, 1 등이 위 피해자를 중환자실에서 구급차로 옮겨 실어 위 피해자의 집까지 태우고 간 다음, 위 피고인 4가 위 피해자에게 부착하여 수동작동중이던 인공호흡보조장치

인 엠브와 기관에 삽입된 관을 제거하여 감으로써 그 무렵 위 피해자로 하여금 뇌간압박에 의한 호흡곤란으로 사망에 이르게 함으로써 위 피해자를 살해한 것이다.

증거의 요지

판시 사실은,

1. 피고인들 및 상피고인 4가 이 법정에서 한 각 일부 진술

1. 증인 황적준이 이 법정에서 한 진술

1. 검사가 작성한 피고인들 및 상피고인 4에 대한 각 피의자신문조서의 일부 진술기재

1. 사법경찰리가 작성한 피고인 2, 3, 상피고인 4에 대한 각 피의자신문조서 및 각 진술조서의 진술기재(다만 이 부분 증거들은 피고인 1에 한한다.)

1. 장우진, 황중원이 작성한 각 진술서의 기재

1.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의사 한길로, 황적준이 작성한 부검감정서 중 판시 사인의 점에 부합하는 각 기재

등을 종합하여 이를 각 인정할 수 있으므로 그 증명이 있다.

범죄의 성립과 변호인의 주장에 대한 판단

1. 피고인 1에 대하여

가. 위 피고인의 변호인은, 치료비가 없어 위 피해자를 퇴원시킨 피고인 1의 행위는 사회통념상 용인될 수 있는 것으로서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라고 주장한다.

살피건대, 위 피고인으로서는 배우자에 대한 부양의무가 있으므로( 민법 제826조), 배우자인 위 피해자를 부양하면서 그 생명을 보호하여야 할 지위에 있고, 배우자의 생명 보호에 최선의 노력을 다할 의무가 있다 할 것이다.

그런데, 배우자에 대한 치료비가 자신과 가족의 경제적 능력에 비추어 지나치게 과다하여 더 이상 부담할 수 없어 치료를 중지할 수밖에 없는 경우, 그 치료 중지 행위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정당한 행위라고 인정되기 위하여서는, 적어도 환자의 병

의 상태, 그에 대한 치료 내용, 앞으로의 치료 경과와 환자의 예후에 대하여 담당의사 등을 통하여 충분한 설명을 듣고 정보를 얻음으로써 그에 대한 정확한 인식을 가지는 것이 요구되고, 또한 환자에 대한 현재까지의 치료비와 향후의 치료비가 어느 정도가

될 것인지에 대하여도 병원의 관계자를 통하여 충분한 정보를 얻고 그에 대한 정확한 인식을 가져야 할 것이며, 그런 연후에 더 이상의 치료비 부담이 배우자 자신과 가족의 경제적 능력에 비추어 도저히 불가능한 것인지 여부를 판단하여야 할 것이고, 나아가

객관적으로도 더 이상의 치료비 부담이 배우자와 가족의 부양의무의 한계를 벗어나는 정도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사회상규에 반하지 아니한다 할 것인데, 이러한 판단에 있어서도 이 사건의 경우와 같이 치료의 중지가 곧 환자의 사망을 초래하는 경우에는 생명

의 존엄성을 최우선적인 가치로 고려하여야 하는 점에서 더욱 더 신중한 자세가 요구된다 할 것이다.

나아가 이 사건에 있어서 보면, 위 피해자에 대한 치료비가 위 피고인과 가족의 재산능력에 비추어 상당한 부담이 된 사실은 인정되나, 배우자의 생명을 보호하여야 할 지위에 있는 위 피고인으로서는 배우자인 위 피해자의 상태와 예후에 대하여 담당의사 등을

통하여 정확히 인식하려는 노력을 다하지 아니하였고, 위 피해자에 대한 향후 치료기간이나 치료비의 정도에 대하여도 정확히 알아보려고 하지도 아니하고 정확히 알지도 못한 채 막연히 자신과 가족의 재산능력에 부담이 된다고 판단하였으며, 또한 피고인 3으

로부터 "지금 환자가 눈도 뜨고 팔을 움직이며 의식을 회복하여 상태가 좋아지고 있는데 퇴원을 하면 안된다. 일주일 정도만 더 치료를 하면 상태가 좋아져서 집으로 가서 통원치료를 해도 될 것 같은데 그때까지면 참아라. 치료를 받다가 상태가 아주 좋아지면

병원측 모르게 살짝 도망을 갈 때 가더라도 퇴원을 하지말라."라는 말까지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병원측 몰래 도망갈 경우 자신이 직장을 잃게 되고, 새로이 직장을 구하기도 어려우며, 자신과 가족들의 생활이 어렵게 된다는 이유와 함께, 그 동안 가족의 짐이

되어 온 위 피해자가 더 이상 생존하는 것보다 차라리 죽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으로 무조건 퇴원만을 요구한 점에 비추어 볼 때, 배우자의 생명 보호를 최우선적으로 고려하여야 할 피고인 1의 위와 같은 행위가 배우자로서의 보호의무를 다하였음에도 더 이상

치료비가 없어 위 피해자를 퇴원시킨 것으로서 사회통념상 용인될 수 있는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라고는 도저히 볼 수 없다 할 것이므로, 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나. 위 피고인의 변호인은, 피고인 1로서는 과도한 병원비 부담때문에 퇴원을 요청하였고, 의사들이 위 피해자를 퇴원시켜 사망하면 살인죄로 처벌받는다는 말을 하지도 않았으며, 의사들이 자신의 요청을 받아들여 퇴원을 시켜주었으므로 자신의 행위가 위법하

다고 인식하거나 인식할 가능성이 전혀 없었고, 가사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위 피고인은 위 피해자를 퇴원시킬 당시 위 피해자가 치료를 계속 받으면 회복된다는 사실은 모르고, 그냥 병원에서 의식불명인 상태로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병원비를 감당할 능력

이 없어 위 피해자를 퇴원시키게 되었으므로 위법성조각사유의 전제사실에 관한 착오가 있다고 주장한다.

살피건대, 앞에서 본 바와 같이 위 피고인은 환자의 상태, 예상되는 치료경과, 향후 치료비 등에 대하여 제대로 알아보지도 아니하거나 의사의 설명을 무시하고 막연한 자신의 판단에 따라 퇴원을 요구한 점, 위 피고인의 검찰에서의 진술에 의하더라도 솔직한

심정은 그 동안 남편으로부터 당한 것을 생각하면 살리고 싶은 마음도 없었고, 오히려 이번 기회에 차라리 죽는 편이 낫겠다고 생각을 하고 그대로 퇴원을 요구하였다는 점, 퇴원 요구를 받은 의사들이 위 피해자의 상태와 예후에 관하여 수술이 성공적으로 이

루어져 수일 내에 위 피해자가 의식을 회복할 가능성이 많다는 취지로 비교적 낙관적으로 설명하였음에도 이를 무시하였고, 수술 종료 후 불과 12시간이 경과할 무렵부터 퇴원을 요구하기 시작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위 피고인에게 위법성의 인식이 없었다거

나, 그러한 인식의 가능성이 없었다고 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위 피고인에게 위 피해자의 상태와 예후에 대한 어떠한 착오가 있었다고 보기도 어려우며, 또한 위와 같이 의사의 설명을 무시한 채 스스로의 판단에 따라 위 피해자가 생존가능성이 없거나, 생존

한다고 하더라도 계속하여 의식불명의 상태에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그러한 경우에는 치료비를 감당할 수 없으니 위 피해자를 퇴원시켜야 하겠다고 생각하였다고 하더라도, 그와 같은 사정은 위 피고인의 범죄 성립에 있어서 아무런 영향도 미칠 수 없다 할

것이므로, 위 주장도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2. 피고인 2, 3에 대하여

가. 위 피고인들의 변호인은, 의사의 치료행위는 환자의 자기결정권으로 인하여 환자의 동의하에서만 진행될 수 있는 것이므로, 이 사건의 경우와 같이 환자가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환자의 보호자가 계속적인 치료의 설득 노력에도 불구하고 치료를 거부하고

강력하게 퇴원을 요구하는 경우에는 의사인 피고인 2, 3의 환자에 대한 치료를 계속하여야 할 법률상 의무는 소멸된다고 주장한다.

살피건대, 무릇 의사의 의료행위는 원칙적으로 환자의 자기결정권에 따른 승낙이 있어야만 정당성을 갖는 합법행위가 되는 것이므로, 의사로서는 의료행위의 시작에 있어서는 물론이고, 그 종료에 있어서도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최대한 존중하여야 하는 것이다.

이 사건에서 피고인 2, 3은 위 피해자의 상태가 워낙 위중하여 당초 위 피해자나 그 보호자의 명시적인 승낙 없이, 추정적 승낙에 기하여 수술을 시작하였는데, 그 수술 도중에 위 피해자의 처인 피고인 1로부터 위 피해자에 대한 수술 및 치료행위에 대한 승낙

을 얻게 되었으므로, 그 의료행위에 대한 적법성을 보유하게 되었고, 따라서 피고인 2, 3은 의사로서 위 피해자에 대한 관계에 있어 직접적으로 그의 생명을 보호하여야 할 지위와 의무를 갖게 되었다 할 것이다.

그런데, 위와 같이 환자에 대한 생명과 신체를 보호하여야 할 지위와 의무를 가지게 된 의사가 환자를 위하여 의료행위를 계속하여야 한다고 판단됨에도 불구하고 환자가 자기결정권에 기하여 의료행위의 계속을 원하지 아니하는 경우, 원칙적으로는 의사가 환

자를 보호하여야 할 지위나 의무가 종료 내지 배제되어 더 이상 의료행위를 계속할 필요가 없게 된다 할 것이다.

그러나, 의료행위의 중지가 곧바로 환자의 사망이라는 중대한 결과를 초래하는 경우에 있어서는 의료행위의 중지, 즉 퇴원 요구를 받은 의사로서는 환자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하여 의료행위를 계속하여야 할 의무와 환자의 요구에 따라 환자를 퇴원시킬 의무와

의 충돌이 일어나게 되는바, 그러한 의무의 충돌이 있는 경우 의사로서는 더 높은 가치인 환자의 생명을 보호할 의무가 우선하여 환자의 퇴원 요구에도 불구하고 환자를 보호하여야 할 지위나 의무가 종료되지는 아니한다고 할 것이다. 이는 의료행위의 중지가

곧바로 환자의 사망이라는 결과를 초래하는 경우 부작위에 의한 살인이라는 결과에 이를 수 있고, 우리 형법이 일반적인 살인행위뿐만 아니라 촉탁, 승낙에 의한 살인행위와 자살을 방조하는 행위에 대하여도 처벌을 하고 있는 점에 비추어서도 그러하다.

위와 같은 경우, 의사로서는 의료행위를 중지할 시점에 있어 환자의 자기결정권에 기한 진정한 의료행위의 중지 요구가 있었는지 여부와 환자의 상태, 회복가능성 등에 대하여 진지하게 고려하고, 그것이 법률상 허용되는 것인가 여부에 대한 검토를 하여야 할

것이며, 환자를 보호하여야 할 지위나 의무가 종료되지 아니하였음에도 불구하고 회복가능성이 높은 환자에 대하여 환자의 자기결정권만을 존중하여 의료행위를 중지하거나, 의료행위의 중지 요구가 환자의 자기결정권에 기한 진정한 의사표시라고 보기 어려움

에도 이를 오인하여 의료행위를 중지하고, 그것이 직접적인 원인이 되어 환자를 사망케 한 경우에는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행위는 위법하다고 할 것이다.

먼저, 이 사건에 있어 환자의 자기결정권에 기한 진정한 의료행위 중지의 의사표시가 있어 위 피고인들의 행위에 대한 위법성이 조각될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이 있었는지 여부에 관하여 살펴보면, 환자 본인의 자기결정권에 기한 의료행위 중지의 의사표시는 원

칙적으로 그 중지 당시에 명시적으로 표시되어야 할 것이나, 그러한 명시적인 의사표시가 없는 경우에는 추정적 의사표시에 의하여도 가능하다 할 것이고, 이러한 추정적 의사표시는 사전에 문서나 구두에 의한 환자 본인의 명시적인 의사표시가 있는 경우 그것

이 환자의 추정적 의사표시를 인정할 수 있는 하나의 유력한 증거가 될 수 있으나, 사전에 환자 본인의 명시적인 의사표시가 없는 경우에는 가족이 환자 본인의 입장에 서서 의료행위를 계속할 것인지 여부에 관하여 진지하게 고려한 후 그에 기하여 한 가족의

의사표시로부터 환자 본인의 의사를 추정하는 것도 일정한 경우 허용된다고 할 것인데, 그러한 추정이 허용되기 위해서는 가족이 환자의 성격, 가치관, 인생관 등을 충분히 알고 그러한 의사를 정확하게 추정할 수 있는 입장에 있어야 하고, 가족이 환자의 병의

상태, 치료 내용, 예후 등에 관하여 의사 등을 통하여 충분한 정보와 정확한 인식을 가지고 있어야 하며, 한편 가족의 의사표시를 판단하는 의사측도 가족의 태도, 환자와 가족의 관계에 대하여 가족과의 대화 등을 통하여 환자와 가족을 잘 인식하고 이해하도

록 노력하여야 하고, 그러한 입장에서 환자의 추정적 의사가 있는지 여부를 신중하게 판단하여야 하며, 환자에게 의료행위의 중지를 요구하는 추정적 의사가 있는지 여부가 의심스러울 경우에는 환자의 생명을 보호·유지하여야 할 의무를 우선시켜야 할 것이

다.

그런데, 이 사건에 있어서 의료행위의 중지에 관한 환자의 명시적인 의사표시는 없었고, 위 피해자의 처인 피고인 1의 의료행위 중지, 즉 퇴원의 요구가 있었을 뿐인바, 앞서 본 바와 같이 위 피고인은 위 피해자에 대한 치료비와 위 피해자가 그 동안 가족에

대하여 짐이 되었다는 점을 우선적으로 고려함으로써 위 피해자의 의사를 정확하게 추정할 수 있는 입장에 있었다고 보기 어렵고, 환자의 병의 상태, 치료 내용, 예후 등에 관하여 의사 등을 통하여 충분한 정보와 정확한 인식을 가지고 있었다고 보기도 어려우

며, 한편 가족의 의사표시를 통하여 위 피해자의 의사를 판단하는 피고인 2, 3으로서도 위 피해자가 달리 치료행위의 중지를 원하였다고 볼만한 사정이 엿보이지 아니함에도 수술 후 의식이 회복되지 아니한 위 피해자의 생명 보호나 위 피해자 본인의 의사는

전혀 고려하지 아니한 채 오로지 처인 피고인 1의 의사만을 고려하였고, 피고인 1이 퇴원을 요구하는 이유도 단지 치료비가 부담스럽다는 점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받아들여 그대로 퇴원을 결정한 점에서, 위 피고인들의 치료중지 행위는 환자의 자기결정권

에 기한 것에 해당하지 아니한 것으로 의료행위의 중지에 있어서 요구되는 법적 허용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것이라 할 것이다.

다음으로, 환자의 회복가능성과 관련하여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하기 위하여는, 환자가 불치의 병에 걸려 회복을 예상할 수 없고, 사망의 시기가 임박한 상태에 있을 것이 요구된다 할 것인데, 이 사건의 경우 피고인 2의 법정에서의 진술에 의하더라도 문헌상

위 피해자와 같은 정도의 혼수척도인 두부손상 환자의 경우 식물인간이 될 확률이 27%인 반면 회복가능성의 확률은 73%에 이른다는 것이고, 피고인 3도 검찰에서 "합병증이 발생하지 않는 경우 위 피해자의 생존가능성은 70∼80% 가량 되었고, 퇴원하기까지 내

과적인 합병증은 있었으나 곧 바로 사망할 정도는 아니었다."고 진술하였으며, 증인 황적준의 법정에서의 진술도 부검결과 위 피해자에게 있어 위 피고인들이 주장하는 파종성혈관내응고병증 및 저혈압에 의한 허혈성간손상은 발견되지 않았다는 점과 아울러 앞

서 인정한 바와 같이 위 피해자는 혈종 제거 수술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졌고,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대광반사와 충격에 대한 반응의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이름을 부르면 스스로 눈까지 뜨려고 하는 등 그 상태가 호전되었던 점 등에 비추어, 위 피해자는 계속적

으로 치료를 받을 경우 회복될 가능성이 많았던 경우이므로, 환자의 회복가능성의 측면에 있어서도 위 피고인들의 치료 중지 행위는 의료행위의 중지에 있어서 요구되는 법적 허용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것이라 할 것이다.

따라서 환자인 위 피해자를 보호하여야 할 지위나 의무가 종료되지 아니한 피고인 2, 3이 위 피해자에 대한 치료를 중지한 행위는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할 수 없으므로, 변호인의 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또한, 가사 피고인 2, 3이 치료행위를 중지하고 환자를 퇴원시키게 되면 환자가 곧 사망에 이르는 경우에도 환자나 보호자의 퇴원요구가 있으면 이에 따라야 하고, 이러한 것이 '의학적 충고에 반하는 퇴원'으로서 의료계의 관행으로 허용되어 죄가 되지 아니한

다고 오인하였다고 하더라도, 앞서 본 바와 같이 계속적으로 치료를 받을 경우 회복될 가능성과 가까운 시일 내에 의식을 회복할 가능성이 많았던 환자가 본인의 의사가 아닌 보호자의 의사에 기한 퇴원 요구와 이를 받아들인 위 피고인들의 퇴원결정에 따라 퇴

원한 후 그것이 직접적인 원인이 되어 사망에 이를 수 있다는 점에 대하여 위 피고인들로서는 이미 그러한 행위가 자신들의 양심에 반하는 것임을 알았을 것이고, 가사 몰랐다고 하더라도 진지하게 자신의 양심에 비추어 보았더라면 도의감정이나 윤리관념에 어

긋난다는 것을 알 수 있었을 것이며, 따라서 위와 같은 오인을 회피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었다 할 것이고, 아울러 위 피고인들로서는 위와 같은 상황하에서의 치료행위의 중지가 허용되는 것인지, 규범에 반하는 것은 아닌지 여부에 대하여 스스로 심사숙고하

고, 나아가 전문가나 관계기관에의 조회 등을 통하여 충분한 검토를 하였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너무나 경솔하게 독자적인 판단에 따라 의료행위의 중지를 의미하는 퇴원 결정을 한 이상, 위 피고인들이 자신들의 행위가 죄가 되지 아니하는 것으로 오인하였다

하더라도 이는 정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라고는 할 수 없다.

나. 위 피고인들의 변호인은, 피고인 2, 3이 피고인 1로부터 동의도 없이 수술까지 하고 퇴원도 허용하지 않으면 어떻게 하느냐는 협박성 요구까지 받았고, 그러한 퇴원 요구를 거절하고 치료를 계속하였으나 예후가 좋지 아니하여 위 피해자가 사망하였을 경우

가족들의 소란행위와 치료비의 부담이 문제되며, 경우에 따라서는 위 피고인들이 형사적인 처벌까지 받을 수 있는 상황에서 치료를 계속한다는 것은 기대하기 어려우므로 적법행위에 대한 기대가능성이 없어 책임이 조각된다고 주장한다.

살피건대, 환자나 보호자의 치료종결 요구와 의사의 환자에 대한 치료 계속의 의사가 서로 상치되어 의사가 환자를 계속 치료하고자 하는 것에 대하여 환자나 보호자의 현실적이고도 직접적인 위해나 진료의 방해행위가 있거나, 또는 치료의 계속에 따라 과다한

비용이 발생하고 이를 환자나 보호자로부터 지급받을 가능성이 희박한 경우 등에는 의사에게 그 치료를 계속하도록 하는 것을 기대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을 수 있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이 사건에 있어서는 피고인 2, 3은 검찰에서 "자신이 피고인 1의 퇴원요구를 거절하더라도 위 피고인 1이 자신에게 행패를 부리거나 중환자실에 난입하여 강제로 환자를 데리고 갈 것으로까지는 생각하지 않았다."고 진술하였고, 또한 피고인 3은 치료

비가 없다는 이유로 퇴원을 요구하는 피고인 1에게 치료비가 없으면 상태가 좋아진 후 병원측 모르게 도망을 가면 될 것 아니냐라는 말까지 한 점 등에 비추어, 피고인 2, 3이 피고인 1의 퇴원 요구에 현실적이고도 직접적인 위협을 느꼈다고 보이지는 아니할

뿐만 아니라, 치료비와 형사처벌 문제 또한 실질적으로 피고인 2, 3의 의사결정에 있어 특별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이지 아니하며, 가사 퇴원 요구를 거절하고 치료를 계속하였으나 예후가 좋지 아니하여 환자가 사망할 경우 가족들의 소란행위와 치료비의 부

담이 문제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문제는 향후 법적인 조치들을 통하여 대응할 수 있는 것이고(의료행위와 관련한 가족들의 소란행위와 치료비의 부담의 문제는 위와 같은 특수한 상황에 한정된 문제는 아니다.), 한편 이 사건에 있어서와 같이 환자가

계속적으로 치료를 받을 경우 회복될 가능성이 많았던 반면 치료를 중지하면 곧바로 사망할 것이 예견되는 경우에는 그 치료의 계속에 대한 현실적이고도 직접적인 위해나 치료방해 행위가 아니라 위와 같은 향후의 가정적인 상황들을 이유로 환자에 대한 치료

를 포기하여 사망에 이르게 하는 행위는 인간의 생명을 다른 모든 가치에 앞서 우선하여 고려하여야 한다는 점에서 쉽사리 용인되어서는 아니될 것이며, 또한 위와 같은 경우 의사가 환자나 보호자의 의사에 반하여 치료를 계속하였으나 예후가 좋지 못하여 환

자가 사망에 이르거나 상해를 입게 되었다고 하더라도 의료상의 과오 등 다른 사유가 없는 한 그 치료행위 자체는 위법하다고 할 수 없어 형사적인 처벌의 대상이 되지는 아니한다고 할 것이므로, 위 피고인들에게 적법행위의 기대가능성이 없었다고 할 수도 없

으므로 위 주장도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법령의 적용

[편집]

1. 범죄사실에 대한 해당법조

피고인 1, 2, 3:각 형법 제250조 제1항 , 제18조 , 제30조(각 유기징역형 선택)

2. 작량 감경

피고인 1, 2, 3:각 형법 제53조 , 제55조 제1항 제3호(피고인들 모두 전과 없고, 피고인 1은 동기와 정상에 참작할 점이 있고, 피고인 2, 3은 피고인 1의 퇴원 요구에 대하여 여러 차례 설득을 하였고, 결과의 발생을 적극적으로 의도하지는 아니한 점 등 참

작)

3. 미결구금일수의 산입

피고인 1, 2, 3:각 형법 제57조

4. 집행유예

피고인 1, 2, 3:각 형법 제62조 제1항(피고인 1은 그 동안의 구금생활을 통하여 잘못을 뉘우치고 있고, 부양하여야 할 가족이 있는 점 등, 피고인 2, 3은 종래의 의료관행 등에 비추어 비난의 가능성이 크지 아니한 점 등 참작)

무죄부분

피고인 4(이하 피고인이라고만 한다)에 대한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피고인은 위 보라매병원 신경외과 인턴인바, 상피고인 2, 3, 1과 공모하여,

1997. 12. 4. 14:30경 위 피해자가 앞서 본 바와 같이 경막외 출혈상을 입어 위 보라매병원으로 응급후송된 다음, 같은 날 18:05경부터 다음날 03:00경까지 상피고인 2의 집도와 상피고인 3 및 피고인의 보조로 경막외 출혈로 인한 혈종 제거 수술을 받고 중환

자실로 옮겨져 계속 치료를 받았는데,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위 피해자의 대광반사와 충격에 대한 반응의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이름을 부르면 스스로 눈까지 뜨려고 하는 등 의식이 회복되고 있었으나, 뇌수술에 따른 뇌부종으로 자가호흡을 하기 어려운 상태

에 있어 산소호흡기를 부착한 채 계속 치료를 받고 있던 중, 피고인 1은 앞서 본 바와 같은 이유로 위 피해자를 퇴원시키는 방법으로 살해할 것을 마음먹고, 같은 달 5. 14:20경과 18:00경 두차례에 걸쳐 주치의인 상피고인 3에게 '도저히 더 이상의 추가치료비

를 부담할 능력이 없다.'는 이유로 퇴원시켜달라고 요구하자, 위 피해자에 대한 뇌수술 및 치료를 담당하고 있던 상피고인 2, 3 및 피고인은 위 피해자를 퇴원시킬 경우 호흡이 어렵게 되어 사망하게 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음에도, 상피고인 3은 상피고인 1이

여러 차례의 설명과 만류에도 불구하고 치료비가 없다는 이유로 계속 퇴원을 고집하자 상사인 상피고인 2에게 직접 승낙을 받도록 하라고 하고, 상피고인 2는 같은 달 6. 10:00경 자신을 찾아온 상피고인 1에게 위 피해자가 퇴원하면 사망한다고 설명하면서 퇴

원을 만류하였으나 계속 퇴원을 요구하자 상피고인 3에게 위 피해자를 퇴원시키도록 지시하고, 상피고인 3은 이에 따라 다시 피고인에게 위 피해자를 집까지 호송하도록 지시하여, 같은 날 14:20경 피고인 및 상피고인 1 등이 위 피해자를 중환자실에서 구급차

로 옮겨 실어 위 피해자의 집까지 태우고 간 다음, 피고인이 위 피해자에게 부착하여 수동작동중이던 인공호흡보조장치인 엠브와 기관에 삽입된 관을 제거하여 감으로써 그 무렵 위 피해자로 하여금 뇌간압박에 의한 호흡곤란으로 사망에 이르게 함으로써 위 피

해자를 살해한 것이다라고 함에 있다.

위 공소사실은 피고인이 인공호흡보조장치인 엠브와 기관에 삽입된 관을 제거함으로써 피해자를 살해하였다는 작위범의 형태로 기소되었으나, 앞서 본 바와 같이 위 피해자는 자가호흡을 하기 어려운 상태에 있어 인공호흡장치를 부착한 채 치료를 받고 있었고,

그 사망의 원인 또한 인공호흡장치의 제거에 따른 뇌간압박에 의한 호흡곤란이며, 한편 피고인이 상피고인 2, 3의 치료행위의 중지, 즉 퇴원 결정에 따라 퇴원하는 위 피해자와 함께 위 피해자의 집으로 가서 수동으로 작동하던 엠브와 기관삽관을 제거하였다

하더라도, 엠브의 작동은 의사인 피고인이 환자의 상태를 살펴가며 직접 손으로 작동하는 것으로서 그 의료의 성질상 단시간 내에 종료하는 것이 예정되어 있는 것이며, 기관삽관 또한 환자의 기도를 확보하여 엠브의 작동을 용이하게 하기 위한 보조 수단에 불

과하고, 그것이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에 의하여서 환자의 생명을 유지하는 방법의 일환으로 계속 작동하는 것이 가능한 것은 아니므로, 결국 이러한 엠브의 작동 중지와 기관삽관의 제거 자체는 살인죄의 구성요건을 충족하는 작위에 해당하는 것이라고는 할 수

없다.

따라서 위 공소사실은 피고인이 환자인 위 피해자의 생명을 보호하여야 할 지위와 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위 피해자에 대한 의료행위를 중지함으로써 위 피해자를 살해하였는지 여부의 부작위범의 형태로 파악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할 것인바, 이 사건에 있

어 피고인이 위 피해자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하여 치료를 계속하여야 할 지위와 의무가 있는지 여부에 관하여 보건대, 법정에 제출된 증거들에 의하면, 피고인은 의료행위를 보조하면서 수련을 쌓는 인턴의 지위에 있어, 전문의인 상피고인 2, 레지던트인 상피

고인 3의 지시에 따라 그들의 의료행위를 보조하는 역할을 담당할 뿐이어서 그 지시에 따라 자신이 직접 관여하는 구체적인 의료행위에 관련하여서는 환자를 보호하여야 할 지위와 의무가 있다고 하겠으나, 더 나아가 중환자인 위 피해자에 대한 의료행위를 계

속할 것인지 아니면 중지할 것인지 여부를 자신의 판단에 따라 독자적으로 결정하거나, 그 결정에 관여할 수 있는 지위에 있지는 아니하고, 실제로 이 사건에 있어서도 피고인은 위 피해자에 대한 위 피고인 2, 3의 의료행위의 중지 결정에 관여하였음을 인정할

아무런 증거도 없다.

그렇다면 피고인으로서는 위 의료행위의 중지, 즉 퇴원 결정과 관련하여서는 위 피해자의 생명을 보호하여야 할 지위에 있거나, 이를 방지하여야 할 의무를 가지고 있지는 아니하다고 할 것이고, 따라서 그러한 지위와 의무가 없는 피고인이 상피고인 3의 지시

에 의하여 위 피해자를 집으로 이송하고 엠브와 기관삽관을 제거하였다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러한 행위가 부작위에 의한 살인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한다거나, 또는 상피고인 2, 3의 앞서 본 부작위에 의한 살인죄의 공동정범에 해당한다고 할 수는 없다.

따라서 피고인 4에 대한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무죄를 선고한다.

이상의 이유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권진웅(재판장) 이재락 김선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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