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맹자/양혜왕 상
제 1장[편집]
왕이 말씀하셨다. “어르신! 천리(千里)가 멀다 않고 오셨으니, 또한 이로서 저희 나라를 장차[2] 이롭게 할 것이 있습니까?”
맹자께서 대답하셨다. "왕께서는 하필 이익을 말하십니까. 또한, 인(仁)과 의(義)가 있을 뿐입니다."
"왕은 ‘어떻게 나의 나라를 이롭게 할까’ 말하며, 대부는 ‘어떻게 나의 가문을 이롭게 할까’ 물으며, 선비와 서인들은 ‘어떻게 나를 이롭게 할까’ (라 할 것이니), 윗사람과 아랫사람이 서로 이익을 취하면 나라가 위태롭습니다."
"만 승의 나라[3]에서 그 임금을 죽이는 자는 반드시 천 승[4]의 가문이며, 천 승의 나라에서 그 임금을 죽이는 자는 반드시 백 승[5]의 가문 사람입니다."
"만에서 천을 취하고, 천에서 백을 취하는 것이 많지 않다고 이를 수 없습니다. 참으로 의로움을 뒤로 하고 이익을 앞으로 하면, 빼앗지 않으면 만족해 하지 않습니다."
"어질면서 그 어버이를 버리는 자가 없으며, 의로우면서 그 주군을 뒤로 하는 자가 없습니다. 왕께서는 또한 인과 의만을 말씀하실 뿐이온대, 하필이면 이익을 말씀하십니까."
제 2장[편집]
맹자께서 양혜왕을 알현하셨다. 왕이 늪가 위에 서서 기러기와 미록을 돌아보며 말씀하셨다. "현자 또한 이를 즐기십니까?"
맹자께서 대답하셨다. "현자인 후에라야 이를 즐길 수 있습니다. 현자가 아니면 비록 이것이 있다 하더라도 즐기지 못합니다."
"《시경》[6]에 이르기를 '영대(靈台)를 짓기 시작할 때, 이를 헤아리고 측량하니, 서민들이 이를 지어, 하루도 안 되어 이를 이루었다. 왕께서 영유(靈囿)에 계실 때 미록들이 이에 엎드렸으며, 미록은 살찌고 흰 새는 학처럼 하얬다. 왕께서 지소(池沼)에 계시매, 오! 살진 물고기들이 뛰노는구나.'라 하였습니다."
"문왕이 민력(民力)으로 대(臺)도 만들고 늪도 만들어 백성이 그것을 기뻐하고 즐겼습니다. 그 대를 가리켜 영대라 하고, 그 늪을 가리켜 영소라 하여 (문왕이) 미록, 물고기, 자라를 가지는 것을 좋아하였으니, 옛 사람들은 여민해락(與民偕樂)하였으므로 즐길 수 있었습니다."
"〈탕서〉에 이르기를, '이 해가 언제 사라질까? 내가 너와 함께 망하리라.' 라 하였습니다.[7] 백성이 그들과 함께 망하기를 원한다면 비록 그 대(臺)와 못과 조수(鳥獸)가 있다 하더라도, 어찌 혼자 즐거울 수 있겠습니까?"
제 3장[편집]
양혜왕이 물었다. "과인은 나라에 마음을 다하고 있습니다. 하내에 흉년이 들면 즉 그 백성을 하동으로 옮기고, 하내로 곡식을 옮깁니다. 하동에 흉년이 들면 또한 그러합니다. 이웃 나라의 정사를 살펴 보면 과인처럼 마음을 쓰는 자가 없습니다. 그럼에도 이웃 나라의 백성들이 줄어들지 않고, 과인의 백성이 많아지지 않는 것은 어째서입니까."
맹자께서 대답하셨다. "왕께서 전쟁을 좋아하시니, 청컨대 전쟁으로 비유하겠습니다. 둥둥 북을 쳐 병기와 칼날이 이미 접하자 갑옷을 버리고 병기를 끌며 도망칠 때, 혹 백 보를 도망치고 멈추는 것과 혹 오십보를 도망친 후 멈추어서 50보를 패주한 것으로 백 보를 패주한 것을 비웃는다면 즉 어떠합니까."
왕이 말하였다. "불가합니다. 다만 백 보를 도망치지 않았을 뿐이지, 그것 역시 도망친 것입니다."
맹자께서 말씀하셨다. "왕께서 만일 이를 아신다면, 이웃 나라보다 백성들이 많아지는 것을 바라지 마소서."
"농사때를 어기지 않으면, 곡식이 이루 다 먹을 수 없을 정도이며, 촘촘한 그물을 웅덩이와 연못에 드리우지 않으면 물고기와 자라를 이루 다 먹을 수 없으며 도끼와 자귀를 제 때에 산림에 들여 나무하면 목재가 이루 다 쓸 수 없을 것입니다."
"이는 백성으로 하여금 산 사람을 봉양하고, 죽은 이를 장사지내는 데 유감이 없게 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왕도의 시작입니다."
"다섯 묘의 집에 뽕나무를 심게 하면 오십 살의 사람이 이로 비단옷을 입을 수 있으며, 닭과 돼지, 개와 큰 돼지를 키우며 새끼칠 때를 놓치지 않으면 칠십 살의 사람이 이로 고기를 먹을 수 있으며, 백 묘의 밭에 그 농사지을 시간을 빼앗지 않는다면 여러 가족이 굶주리지 않을 수 있다. 상과 서의 가르침을 삼가 효도하고 공경하는 뜻을 펼친다면 머리가 반백이 된 사람이 도로에서 짐을 이지 않을 것입니다. 칠십 노인이 비단옷을 입고 고기를 먹을 수 있으며, 젊은 백성들은 주리고 얼어죽지 않게 하고서도 왕이 아닌 자가 있지 않습니다."
"개와 돼지가 사람의 먹을 것을 먹고도 이를 살필 줄 모르며, 길에 굶어죽은 시체가 있음에도 구휼하지 않고 사람이 죽으면 '내가 그런 것이 아니다. 이 시대가 그러한 것이다'라 하는 것은 사람을 찔러 죽여놓고는 '내가 그런 것이 아니다, 병기가 그런 것이다'라고 말하는 것과 무엇이 다릅니까. 왕께서는 세월에게 죄를 돌리지 마십시오. 그렇게 하면 천하의 백성들이 (위나라로) 이르러 올 것입니다."
제 4장[편집]
양혜왕이 말했다. "과인은 편안히 아여 가르침을 받기를 원합니다."
맹자께서 대답하셨다. "사람을 몽둥이로 죽이는 것이나, 칼날로 죽이는 것에 다름이 있습니까?"
왕이 말하였다. "다른 것이 없습니다."
"칼날이나 정치를 가지고 죽이는 것에 다름이 있습니까?"라 하시자,
왕이 "다른 것이 없습니다."라 하였다.
"마구간에 기름진 고기가 있고, 마구간에 살찐 말이 있는데 백성에게 굶주린 기색이 있고 들가에 굶어죽은 시체가 있다면 이는 짐승으로 하여금 사람을 잡아먹게 한 것입니다. 짐승이 서로를 잡아먹는 것 또한 사람은 미워하건대, 백성의 부모가 되어 정치를 행하였으나 짐승이 사람을 잡아먹게 하는 것을 면하게 해 주지 못 한다면 어디에 백성의 부모됨이 있습니까."
"공자께서 말씀하시기를 '처음에 토용을 만든 자는, 그 후손이 없을 것이다!'라 하셨습니다. 이는 사람의 형상을 장례에 사용했기 때문입니다. 어찌하여 이 백성에게 굶어 죽게 한단 말입니까."
제 5장[편집]
양혜왕이 말했다. "진나라가 천하에 더할 바 없이 강합니다. 어른께서도 아시는 바입니다. 과인의 대에 이르러 동쪽으로는 제나라에게 패해 장자가 전사하였고, 서쪽으로는 진나라에 칠백 리를 잃었습니다. 남쪽으로는 초나라에 욕을 당하였습니다. 과인은 이를 부끄럽게 생각하여, 전사자를 위해 한번 치욕을 씻고자 합니다. 어떻게 하면 되겠습니까."
맹자께서 말씀하셨다. "땅은 방 백리만 있어도 가히 왕을 할 수 있습니다. 왕께서 만일 인정을 백성에게 베푸시고, 형벌을 살피시며, 세금 거두는 것을 적게 하시면 (백성들은) 깊이 밭을 갈고 김매기를 잘 할 것이며, 장성한 사람들은 남는 시간에 효제와 충신을 닦을 것입니다. 들어가서는 부모와 형을 섬기고, 나와서는 웃어른을 섬길 것이니 가히 이로 하여금 몽둥이를 만들게 하여 진나라와 초나라의 견고한 갑옷과 날카로운 병기를 두들기게 할 수 있습니다."
"저들이 백성의 농사철을 빼앗아 밭갈고 김매지 못하게 하여 그 부모를 봉양하지 못 하게 하면, 부모는 얼어죽고 굶주리며 형제와 처자식은 서로 흩어지니 저들이 그 백성을 함정에 빠뜨리면 왕께서 가셔서 이를 정벌하면 누가 왕과 대적하겠습니까."
"그러므로, "인한 사람은 적이 없다."라 하였으니, 왕께서는 청컨대 의심하지 마소서."
제 6장[편집]
맹자께서 양양왕을 만나셨다. 나와서 사람들에게 말씀하셨다. "그를 바라보았으나 임금과 닮지 않았고, 이에 나아가 보니 두려워할 만한 바를 보지 못했다. 갑자기 묻기를 '천하가 어디에 정해지겠습니까?'라 하였다."
"내가 말하기를, '하나에 정해질 것입니다.' 라 하였다."
"'누가 능히 하나로 하겠습니까?'라 하여 '살인을 즐기지 않는 자가 통일할 수 있습니다.'라 대답하였다."
"'누가 능히 함께 하겠습니까?"라 묻자,"
"대답하여 말하기를, '천하에 같이 하지 않을 자가 없습니다. 왕께서는 그 벼싹을 아십니까. 7월, 8월에 가물 때 벼싹이 마릅니다. 하늘이 뭉게뭉게 구름을 만들어 폭포같이 비를 내리니, 즉 벼싹이 힘껏 일어납니다. 만일 이와 같다면 누가 이를 능히 막겠습니까."
"'지금 무릇 천하의 임금들이 사람을 죽이는 것을 즐기지 않는 자가 없습니다. 만일 사람 죽이는 것을 즐기지 않는 자가 있다면 즉 천하의 백성들이 모두 그 목을 빼어 바라볼 것이니, 진실로 이와 같다면 백성들이 그에게 귀의하는 것이 물이 아래로 흘러가는 것과 같습니다. 그 폭포같은 흐름을 누가 능히 막겠습니까.'라 하였다."
제7장[편집]
제선왕이 물었다. "제 환공과 진 문공의 일을 들을 수 있겠습니까?"
맹자께서 대답하셨다. "공자의 제자들은 제 환공과 진 문공의 일을 말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것이 후세에 전해지지 않아 신은 듣지 못했습니다. 그치지 말라 하신다면 즉 왕도는 어떻습니까."
왕이 물었다. "덕이 어떠하면 왕을 할 수 있습니까."
대답하시기를 "백성을 보호하는 것으로 왕을 한다면 능히 이것을 막을 자가 없습니다."
왕이 물었다. "과인과 같은 사람은 백성을 보호할 수 있습니까?"
대답하시기를 "가능합니다."
묻기를 "어떤 이유로 제가 가능함을 아시는 것입니까?"라 하니
맹자께서 말씀하셨다, "신은 호흘에게 이를 들었습니다. 그가 말하기를, 왕께서 당 위에 앉아 계실 때 당 아래에 소를 이끌고 가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왕이 이를 보시고는 물으셨습니다. '소가 어디에 가는가.' 그 사람이 대답하여 말하기를 '장차 흔종(종을 주조할 때 희생의 피를 바르는 종교적 의식)의 예에 바칠 것입니다.'라 하였습니다. 왕께서 말씀하셨습니다. '그를 그만두어라. 나는 그 소가 죄가 없음에도 벌벌 떨며 사지로 나아가는 것을 참을 수가 없구나.' 그 사람이 대답하여 말했습니다. '그러면 흔종의 예를 그만둘까요?' 왕께서 말씀하시기를 '어찌 그것을 그만두겠는가. 양으로 바꾸어라.'라 하셨습니다. 잘은 모르나, 이런 일이 있었습니까?"
"그런 일이 있었습니다."
맹자께서 말씀하셨다. "이 마음이면 왕이 되기에 충분합니다. 백성이 모두 왕께서 (재물을)사랑하였다 합니다만, 신은 진실로 왕께서 (소가 죽는 것을) 차마 보지 못한 것을 알고 있습니다."
왕이 말했다. "그렇습니다. 실로 (과인이 재물을 사랑한다 여기는) 백성들이 있습니다만, 제나라가 비록 좁고 작으나 내 어찌 소 한마리를 사랑하겠습니까. 그저 그 소가 벌벌 떨며 죄 없이 사지로 나아가는 것을 차마 보지 못하였기 때문에 양으로 바꾸게 하였습니다."
맹자께서 말씀하셨다. "왕께서는 백성들이 왕이 재물을 사랑한다고 함을 이상하게 여기지 마소서. 작은 것으로 큰 것을 바꾸었으니 저들이 어찌 이를 알겠습니까. 왕께서 그 죄 없이 사지로 나아가는 것을 가엽게 여기셨으니 즉 소와 양을 어찌 택하셨겠습니까."
왕이 웃으며 말했다. "이 진실로 무슨 마음인고? 내가 그 재물을 사랑하여 양으로 바꾸게 한 것은 아니나, 당연하게 백성들은 내가 재물을 사랑했다고 하겠구나!"
맹자께서 말씀하셨다. "나쁠 것이 없습니다. 그것이 바로 인을 행하는 기술입니다. 소는 보았으나 양은 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군자가 짐승에 대해 산 것을 보면 그것이 죽는 것을 보는 것을 참지 못하고, 그 소리를 들으면 그 고기를 먹는 것을 참지 못합니다. 이것으로 군자가 푸줏간을 멀리합니다."
왕이 기뻐하여 말하였다. 《시경》에 이르기를 "다른 사람이 가진 마음을 내가 헤아린다."라 하였으니 바로 선생님을 이른 것입니다. 내가 마침내 행한 바를 돌이켜 찾으려 했으나 내 마음을 얻지 못하였는데 선생님께서 이를 말씀해 주셨습니다. 내 마음에 답답함이 있습니다. 이 마음이 왕도에 알맞은 까닭은 무엇입니까?"
맹자께서 말씀하셨다. 왕에게 아뢰는 사람이 있어 말하기를, "나의 힘이 족히 일백 균을 들 수 있으나 깃털 하나를 들기에는 부족하며, 눈이 족히 가는 짐승의 털 끝도 살필 정도로 밝으나 수레에 실은 땔나무를 보지 못한다."하면 즉 왕께서는 이를 인정하시겠습니까.
"아닙니다."
"지금 은혜가 족히 금수에게는 미치고 있으나 그 업적이 백성에게 이르지 못하고 있는 것은 유독 왜입니까? 그런 것은 즉 깃털 하나를 들지 못 하는 것은 힘을 쓴 것이 아니며, 수레에 실린 땔나무를 보지 못한 것은 시력을 쓰지 않은 것이며, 백성이 보호를 받지 못하는 것은 은혜를 쓰지 않기 때문입니다. 고로 왕께서 왕의 노릇을 하지 않음은 하지 않으시는 것입니다. 하지 못하시는 것이 아닙니다."
왕이 말하였다. "하지 않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의 모습이 어떻게 다릅니까?"
맹자께서 말씀하셨다. "태산을 겨드랑이에 끼고 북해를 건너는 일을 타인에게 말하기를 '나는 할 수 없다'고 한다면, 이는 정말 할 수 없는 것입니다. 그런데, 어른을 위해 나뭇가지를 꺾어 주는 일을 타인에게 일러 '나는 할 수 없다'고 말한다면, 이는 하지 않는 것이지, 할 수 없는 것이 아닙니다. 그러므로, 왕께서 왕도정치를 행하지 않는 것은 태산을 겨드랑이에 끼고 북해를 건너는 일과 같은 것이 아니라, 왕께서 왕도정치를 행하지 않는 것은 바로 나뭇가지를 꺾는 것과 같은 것입니다.
여덟 식구의 집안이 굶주리지 않는도다.
각주[편집]
- ↑ 위 혜왕(魏惠王, 기원전 400년 ~ 기원전 319년)은 중국 전국시대 위나라(魏)의 제3대 군주(재위:기원전 369년 ~ 기원전 319년)이다. 또는 혜성왕(惠成王)으로 불리기도 한다. 《맹자》(孟子)에서는 양혜왕(梁惠王)으로 기록되었고, 《장자》(莊子)에는 문혜군(文惠君)으로 기록되어 있다. 성은 희(姬). 씨는 위(魏). 휘는 앵(罃)이다.
- ↑ 원문 將. ‘바라건대’라고 해석할 수도 있다.
- ↑ 만승(萬乘)은 만 대의 수레이므로, 만승지국(萬乘之國)은 만 대의 수레가 있는, 임금이 다스리는 나라를 가리킨다.
- ↑ 천승지국(千乘之國)은 천 대의 수레가 있는, 제후가 다스리는 나라를 가리킨다.
- ↑ 백승지국(百乘之國)은 대부(大夫)가 다스리는 나라를 가리킨다.
- ↑ 《시경》, 대아(大雅) > 영대(靈臺)
- ↑ 《서경(書經)》〈탕서(湯誓)〉 “‘이 해는 언제 없어질고? 나와 네가 같이 망하리라!’” / “『時日曷喪?予及汝皆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