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풍시대/19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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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혐의(殺人嫌疑)[편집]

십이월 이십일 변원식은 대만산업시찰(臺灣産業視察)을 마치고 근 사개월만에야 집으로 돌아왔다.

이름은 대반산업시찰이라고 좋도록 붙이었으나 그 실은 그것이 목적이 아니었다.

모종의 대사기 사건(大詐欺事件)이 발각될 눈치가 보였으므로 피신을 하기 위하여 대만 시찰이라는 미명하에 여행을 떠났던 것이었다.

그 사기사건은 내가 쓸 자유도 없지만 쓰지 않아도 이 소설에는 아무 관계자 없으므로 쓰지 않는다.

멀리서 돈으로 교제를 하여 사건을 안정시켜 놓고 집으로 돌아는 왔으나 자기가 없는 사이에 돌발한 사건에 대하여 그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것은 자기가 경성을 떠난지 일주일도 못되어 명순이가 출가한채로 행위불명이 된 것과 또 호일고무공장이 ST라는 정체모를 사람의 방화로 말미암아 전소된 것과 아버지가 호일고무공장이 불타던 전날밤에 ST의 날카로운 칼날에 찔리어 생명이 위독하게 되었다는 까닭이었다. 변원식은 ST가 과연 어떠한 사람인지 알 수가 없었다. 변운식 뿐이 아니었다. 시내 각 경찰은 물론이어니와 서울이 가까운 지방 경찰들은 ST이라는 암호를 가진 사람을 잡기 위하여 밤찬을 자지 못하고 대활약을 하고 있었으나 죄없는 혐의자들만이 경찰서에서 밤을자고 나갔을 뿐이오 진범인은 잡지 못하였던 것이었다.

변원식은 그렇게까지 자기나 혹은 자기의 가족들에게 원한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없는 것을 알았다. 그러하므로 변원식은 ST라는 사람은 추측조차 하지 못할 암호 그대로의 ST 밖에는 알지 못하였다.

익선동 골목에서 골통을 맞은 일, 결혼식장에서 다리를 찢기운 일, 또 이번에 일어난 일 원식은 ST라는 이름만 들어도 소름이 끼치었다.

변원식은 집안에 있어도 안심이 되지 않는다. 신출괴몰한 ST가 어느 때 어떻게 들어와서 어떠한 일을 할지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

아버지가 생명이 위독하게 된 것보다 명순이가 도망을 간 것이 더욱 괴롭고 분하였다.

변원식은 집에 돌아온 후 일주일동안은 밤낮 명순이를 찾으려고 정신병자 모양으로 돌아다니었다. 세상에서는 아직도 명순이가 도망을 첬다는 것을 알지 못하고 있는 것을 다행으로 생각하였다.

세상에서 알기만 하면 큰 일이다. 그것은 세상에서 알기만 한다면 큰 망신이라는 것과 명순이를 다시는 아내로 두지 못할 것이라는 것을 알았던 까닭이었다.

변원식은 비밀리에 명순이를 찾아내려고 하니 더욱 괴로웠다.

경성안에 있기만 하면 어느 때든지 찾아낼 수가 있을 것이나 먼 시골에 가 숨어 있다면 큰일이다.

변원식은 밤이 오기를 기다렸다. 그것은 철하의 주소를 알려는 까닭이었다. 어떻게 하든지 철하의 주소를 알려고 노력하였다.

명순이가 철하에게 가 있으리라고 생각하였던 까닭이었다.

각 방면으로 활동한 결과로 철하가 명치정에 있는 폐결핵 환자 정양소에 하숙하고 있는 것을 알았다.

밤이 오기를 기다리는 것도 밤이 아니고는 자기의 정체가 발로될 것을 염녀하였던 까닭이었다.

변원식은 해가 지도록 철하를 찾아갈 연구를 하였다.

컴컴한 밤이왔다. 변원식은 준비하여 두었던 노동복을 갈아입고 방한모자를 눌러썼다 그러고 헌외추를 입고나서 경대앞에 가서 자기의 가장한 모양을 들여다보았다. 자기를 변원식으로 알아볼만한 사람이 없으리라고 생각하였다.

변원식은 안심을 하고 문을 열고 나섰다.

야비한 변원식의 행동! 세상에서는 그래도 그를 일류신사(?)로 인증을 한다.

변원식을 신사(?)로 인증을 하는 무리들이 만일 이러한 모양을 하고 도망간 아내를 찾으려고 나선 것을 모도한다면 어떻게 생각할까?

세상은 변원식의 모양 같이 가면을 쓰고 춤추는 것이다!

변원식은 으슥한 곳을 취하여 걸어갔다. 자동차도 타고 갈 수가 있으나 다른 사람에게 들키면 창피할 것을 알았으므로 걸어가기로 하였던 것이다.

머리를 숙이고 걸음을 빨리하였다.

일기가 사나웠으므로 거리에 왕래하는 사람들이 적었다. 변원식은 그것을 다행으로 생각하였다.

“이만하면”

변원식을 걸어가면서 여러 번 이렇게 입속말을 하였다.

그러나 철하의 하숙을 찾아간다고 하더라도 어떻게 그 집으로 들어가며 철하의 방을 어떻게 감시할까 걱정이 되었다.

변원식은 그것을 종일 생각하였으나 좋은 방책을 생각하여 내지 못하였던 것이었다.

어떻게 되든지 가서 형편을 보아 되는대로 행하기로 하고 떠난 것이었다.

변원식은 명치정에 있는 폐결핵환자 정양소문 앞에 이르렀다.

변원식은 어떻게 그 안으로 들어갈만한 방책이 없었다. 발을 들여 놓아다가는 내여 놓기를 몇번이나 하였는지 알지 못하였다.

귀를 기우려 말소리를 들으려고도 하였다. 그러나 말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변원식이가 정양소 앞에 온지 십오분 가량 넘었을 때이다. 안에서 사람이 나오는 인기척이 있었다. 변원식을 그 곳에 있는 것을 수상하게 볼까하여 얼른 몸을 피하여 컴컴한 곳에 가서 은신을 하고 사람이 나오는 것을 보려고 대분쪽에서 눈을 돌리지 않았다.

중절모자를 눌러쓴 사람이 나오는 것을 보았다.

변원식은 정양소 대문을 나선 사람이 철하인 것을 곧 깨달았다.

변원식은 일이 잘 되었다고 생각하고 철하의 뒤를 따르기로 작정을 하였다.

그것은 철하가 다니는 곳을 감시하여 두는 것이 명순이를 찾아내기에 유리한 일이라는 것을 알았던 까닭이었다.

변원식은 철하에게 들키지 않을만치 멀리 떨어져서 그를 미행하였다.

철하는 카페 ‘따리아’에서 명순이를 맞난 후 이십여일이 가깝게 되도록 외출을 하지 않았다.

그것은 급격한 번노에 몸이 몹시 아팠던 까닭이었다.

그렇게 몸이 괴로었으나 철하는 명순를 잊지 않았다.

어떻게 하든지 명순이가 마음을 돌려서 그러한 곳에서 나오게 된다면 그 자리에서 죽어도 원이 없을 것 같았다.

오늘 밤 철하가 괴로운 몸을 무릅쓰고 외출을 하게 된 것도 명순의 그 후 사정을 알고 싶었던 까닭이었다.

까페 ‘따리아’를 찾아가는 길이었다.

그러나 철하가 귀신이 아닌 다음에야 어찌 변원식이 뒤를 따르고 있는 것을 알까.

철하는 아무 것도 알지 못하고 걸어갔다.

다만 명순이를 만나서 권고하고 충고할만한 생각을 하며 걸어갔다.

오늘 저녁에는 어떻게 하든지 결정을 짓고야 말겠다고 결심을 하였다.

사랑하는 아기의 양육비를 얻으려면 화류계에 몸은 던지지 않고도 얻을 수가 있는 것이니까 나날이 타악하여 가는 명순이를 그러한 곳에 그대로 내버려둘 수가 없었다.

철하는 카페 ‘따리아’ 앞에 이르렀다. 혹시 안에 아는 사람들이나 있지 아니할까 하여 전번과 같이 외투깃을 싸고 모자를 눌러쓰고는 문을 열었다.

밥을 굶는 사람이 많은 것을 보면 돈이 없는 것 같아도 이 곳은 흥성흥성하다. 전번보다 대만원이 었다.

이곳 저 곳에 놓은 테불 옆에는 술꾼들이 빽 눌러앉아서 술을 마시느라고 야단들이었다. 철하는 사방을 둘러보았다. 알만한 사람들이 없덨다.

“나도 거짓생활을 하는데 상당한 경험을 얻었구나”

철하는 이렇게 부르짖고는 한편구석에 놓인 빈탁자 옆에 가 앉았다.

알만한 사람이 없으니 안심이 되나 철하는 자기가 체면을 위하여 살아가는 것 같다. 더 크게 말한다면 철하는 마음이 괴로웠다. 자기로 자기를 속이는 것 같아서 마음이 괴로웠다.

철하는 외투와 모자를 벗었다. 그것도 남들이 그렇게 하니 그것을 모방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일본 ‘여급’ 한명이 철하의 있는 곳으로 오다가 시죽 웃고는 도로 간다. 그 여급이 다른 자리에 간지 얼마 아니되야 명순이가 왔다.

“나사게나이 오다가” (무정한 양반)

명순이는 철하의 어깨를 툭치며 일본말로 이렇게 말한다. 그러고는 정신 없는 사람모양으로 웃으면서 의자에 쓸어질 듯이 앉은다.

명순의 입에서는 술내음새가 코를 찌를 듯이 난다. 철하는 너무도 어이가 없어 아무 말도 못하는 명순이를 물끄럼이 치어다 보았다. 이전보다도 더욱 타락이 되었다. 아무 희망도 없어 보였다.

“오꼿다노? 아나다!”(노하시었어요. 여보당신!)

명순이는 말없이 앉은 철하를 보고 이렇게 말하고는 그의 손을 쥔다. 철하는 아무 반항도 하지 않았다. 명순이가 하는대로 내버려두었다. 그것은 너무도 기가 막혔던 까닭이었다.

이십일도 못되는 동안에 이렇게까지 심하게 되리라고는 뜻도 하지 않았다.

그래도 철하는 명순이가 전번 자기를 맞난 뒤부터는 다소 생각이 돌려졌으리라고 추측을 하였던 것이 영- 틀리게 되었다.

명순이는 한참 무어라고 지껄이다가 술을 가지러 갔다.

철하는 아마 생각도 나지 않았다. 충고는 고사하고 아무 말이라도 알아들을 것 같지도 않았다. 명순이가 그날 저녁에 마음이 상하여서 술을 마신 줄 알았더니 오늘 저녁에 와 보니 그의 말과 같이 매일매야 술을 마시는 것 같았다.

명순이가 술을 가지고 왔다.

“여보 명순씨”

철하는 명순이가 의자에 앉는 것을 보고 이렇게 말했다.

“예? 웨 그러십니까”

“내가 두 번이나 찾아온 것을 당신은 아오? 웨 이런 곳으로 다니지 않던 사람이 두 번이나 오게된 이유를””술 마시러 오섰겠지요”

“술?”

“술집에 올때는 술 마시러 오섰을것이지요……”

“내가 언제 술을 마십디까?”

“술집에 술 마시러 오시지 않고 무엇하러 오섰습니까?”

“무엇하러 왔는지 알지 못하겠오?”

“내가 당신의 마음을 알 수가 있습니까?”

“명순씨 그러지 마시오 아기를 위하여 돈벌이를 한다고 하면 이러한 곳에 오지 않고도 돈벌이를 할 수가 있지 않소?”

“그것은 모르시는 말씀이지요 이곳이 아니고는 돈벌 데가 없습니다”

“웨 없겠습니까? 공장도 많고 돈벌이 할데는 얼마든지 있는데”

“공장? 하하하……공장도 좋기는 좋아요 그러나 그까짓것을 받어가지고야 술값이나 되겠오 하루에 몇푼도 됮 안는 돈을 받으면서 피와 땀을 흘려가며 있는 놈들의 자본을 만들어 줄것이 어디 있겠습니까 그놈들의 좋은 일을 어떤 미친 연이 하겠습니까”

“…………”

“이곳이 좋습니다. 돈벌이도 좋지마는 있는 놈들의 주머니 끈을 풀게 하는 것이 마음이 상쾌하여요 한달수입이 이십원도 못되나 있는 놈들이 공짜로 던져주는 돈을 합한다면 그래도 한달에 백원 이상되니 저는 고등관도 부러워하지 않습니다. 게다가 술도 공짜로 얻어먹고요 어떴습니까? 나는 나의 사랑하는 아기를 장래에 큰 부자를 만들어 주겠습니다”

명순이는 의기양양하게 말을 맺고 술을 들어 마신다.

“그러나 명순씨! 사람은 돈으로만 사는 것이 아니니까요 오직 사람에게는 참된 생애가 있을 뿐인 것을 모르십니까. 나의 개성을 죽여버리고 돈을 얻어서 무엇에 쓰겠습니까 지금 명순씨는 연순이가 어떻게 전환이 되고 있는 것을 모르실 것입니다. 그는 모든 돈을 버리고 대중을 위하여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마리다 고아원에서 무보수로 교편을 잡고 있습니다. 조선의 무산여성을 위하여 밤잠을 자지않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철하는 명순의 마음을 감동시키려고 연순이를 끄내놓았다. 연순이와 같은 힘있는 여자를 들어주고 싶었던 까닭이었다.

“장한 일입니다. 조선의 무산여성을 위하여 노력을 하신다니……”

“그러나 저는 돈이 아니고는 살 수가 없습니다. 고기가 물에서 나오면 살지 못하는 것 같이 저는 돈이 아니고는 살 수가 없어요”

“제가 만일 처음부터 연순이와 같이 돈많은 가정에 태워났다면 이렇게까지 되지 않았을 것입니다. 저는 친이 돈이 없는 고뇌를 당하여 보았습니다. 돈! 돈은 더러웁고도 좋은 것이올시다. 저는 돈없는 나라로 갈 때까지 돈을 모으려고 합니다”

“돈은 모아서 무엇하겠오”

“나의 아들을 양육하고 그를 부자로 만들어주고 또 불상한 처지에 있는 처녀들께 들이겠오”

철하의 말은 명순에게 아무 소용도 없었다.

철하는 명순의 마음을 돌리게 하려고 갖은 수단을 다 부려도 소용이 없었다.

전번에 흘리던 눈물조차 명순에게서 볼 수가 없었다.

명순이는 요지음 확실히 냉정하게 되었다.

“당신의 아들을 내가 맡아서 양육을 하여 드릴터이니 그래도 이곳을 못떠나겠습니까?”

철하는 최후의 요구를 하였다. 만일 이 말에도 명순이가 응ᄒ지 아니한다면 모든 것을 단념하고 이 자리를 떠나기로 결심을 하였다.

“철하씨가 양육비를 담당하시겠다 말씀입니까?”

“명순씨가 이곳을 나서기만 한다면 양육비는 고사하고 그 애를 장래 훌륭한 사람을 만들어 들이지요”

“고맙습니다. 그러나 저는 이 세상으로 나갈 생각은 없습니다. 막된 몸이니 세상에 나간들 살아갈 자미가 있어야지요. 이렇게 엄벙덤벙 되는 대로 살아가다가 죽어버리지요”

“그러면 요구도 거절을 하겠오?”

철하의 말이 끝날 때이다. 어떠한 사람이 철하와 명순이가 앉은 곳으로 와서 아무 말도 없이 이 자리에 앉는다.

그것은 두말할것도 없이 변원식이었다. 변원식은 아까부터 이곳에 들어와 이 두남녀의 말하는 말을 하나도 남겨놓지 않고 엿들었던 것이다.

철하와 명순이는 마무 말도 없이 자리에 앉는 그 사람을 이상하게 바라보았다.

처음에는 누군지 알지못하였지만 그가 방한모를 벗어버리는 것을 보고 변원식이라는 것을 알아도 조금도 겁내지 않고 태연하게 앉았다.

그러나 철하의 추먹은 알지 못하는 사이에 힘있게 쥐여졌다.

“명순이 웨 집을 나왔오”

변원식은 명순이를 흘겨보다가 이렇게 말한다.

“있기가 싫여서 나왔지요”

“있기가 싫여서?”

“맞었습니다”

“아무리 있기가 싫다고 하더라도 마음대로 할 수가 있다고 생각하는가?”

“나에게도 자유가 있으니까 내 마음대로 나올 수가 있지요”

“무에 어쩌구 어째?”

변원식은 성이 났다.

“나오면 어때요 마음대로 해보구려”

명순이도 맞성을 내었다. 인제는 아무것도 상관이 없다는 듯이 발악을 지른다.

철하는 떨리는 몸을 억제하면서 기회만 기다렸다.

“사람을 속이는 더러운 연”

“훌륭한 남자”

“아이를 낳고도 처녀라고 속이는 더러운 연”

“내가 더러운 연인 것은 천하가 다 알아요 당신은 오늘밤 처음 알었우”

“듣기 싫다. 더 말하고 싶지 않으니 돈을 내 돈을 내”

“돈? 무슨 돈”

“무슨 돈인가 생각해 봐”

변원식은 처음에는 명순이를 다려가려고 하였으나 그가 아기가 있다는 것고 또 타락이 된 것을 보고는 다려갈 생각이 없었다.

명순이를 위하여 거대한 돈을 소비한 것과 애를 쓴 것을 다시금 후회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대로 모르는 척하고 돌아가려고 하였으나 다른 사람들이 명순에게 손을 대일 것을 염녀하여 명순이를 꼼짝못하게 만들어 놓기로 작정을 하였다. 명순이를 자유롭지 못하게 만들 방책은 하나밖에는 없었다.

그것은 명순이를 인육시장에 집어 넣는 것이었다. 어떻게 하든지 명순이를 인육시장에 들어가게 만들기로 결심을 하였다. 돈도 받을 수가 있고 명순이를 영원이 소생ᄒ지 못하게 만들 것이니 일거양득이라고 생각하였다.

“개성에서 청한 돈과 수원에서 청한 돈말야”

“들이지요 얼마든지”

“말로만 내지말고 돈을 내놓아야 되지”

“지금은 없어 못 내놓겠오”

“지금은 없고 언제는 있단말인가?”

“차차 들이지요 내가 죽지 않는 다음에야 그 돈을 안 갚겠오”

명순이는 아무 괴로움 없이 태연하게 말한다.

변원식은 명순의 태도에 더욱 분이 났다. 자기를 놀리고 있는 것 같이 생각이 되었다.

“안돼 지금 당장에 내야하지 그렇지 않으면……”

변원식은 주먹으로 탁자를 후려대며 위협을 한다.

“할대로 하라고 하는데 이 모양이오”

명순이는 술 한잔을 부어서 쭉 들여마셨다.

“할대로 하라면 못할 줄 아나 몸이라도 ?아서 돈을 내”

“이 몸을? 하하…… 살사람이 있으면 팔지요”

“그러면 몸이라도 팔아서 빚을 물겠다는 계약서를 받고라야 갈 터이니”

“써들이지요 붓과 종이만 있다면 몇백장이라도 써들이지요”

변원식은 만년필과 수첩을 끄내 놓았다. 의외에도 명순이가 승낙을 하여 주는데 대하여 마음속으로 기뻤다.

계약서에만 받어쥔다면 일은 다된 일이라고 생각하였다.

“계약은 차차 쓰기로 하고 술이나 마십시다”

명순이는 이렇게 말하고 술을 따라서 변원식의 앞에 내민다.

술잔을 든 명순의 손은 떨리었다.

변원식은 그잔을 받기가 힘이 들었다. 명순이를 달래여 계약서를 받을 것을 생각하면 그 잔을 받어야 되겠는데 곁에 철하가 앉아있는고로 그 잔을 받기가 거북하였다.

그러지 않아도 철하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분노에 왼몸을 떨고 있는 것을 알았던 까닭으로 마음이 옹색하였던 것이었다.

“자아! 한잔만 ᄃ습시오”

명순이는 쭈물쭈물하고 있는 변원식을 바라고며 들기를 재촉하였다.

변원식은 못이기는 척하고 술잔을 받어 쭉 들이마셨다.

변원식이가 마시는 것을 보고 명순이는 자기도 한잔을 마시고 나서 계약을 쓰려고 앞에 놓인 만년필을 쥐며

“자 부르십시오 부르는대로 쓰지요”

하고 변원식을 치어다 본다.

이 때이다. 아무 말도 없이 변원식이만 바라보고 있던 펄하가 명순의 손에서 만년필을 빼앗으면서

“명순이 무엇을 쓰려고 하오”

하고 명순이를 날카로운 시선으로 바라본다.

“내 몸을 팔아서 이 양반의 빚을 갚어 들이겠다는 계약서를 쓰려고 하오. 지금 이야기하는 것을 못들으섰습니까?”

“당신은 무슨 관계로 우리 두사람이 대차관계로 계약을 쓰려고 하는데 간섭을 하오”

철하의 거동을 아니꼽게 바라보고 있던 변원식은 철하의 앞으로 바싹 닥아앉으며 말한다.

“간섭할 필요가 있어서 간섭하는 것이야”:

철하의 분노는 터졌다. 언제든지 그대로만 있지 않았다.

“내 돈을 내가 받으려고 하는데 무슨 간섭이야”

“무슨간섭? 돈을 받어도 분수가 있지 잔약한 여자를 위협하여 그와 같은 행동을 하는 것이 사람으로 할 일인 줄 아나”

철하의 언성은 높아갔다. 다른 자리에 앉아 술마시던 사람들의 시선은 철하가 있는 곳으로 쏠렸다. 그러나 말을 알아듣지 못하여 구경할 흥미가 없다는 듯이 잠시 바라보다가 술을 마시며 노래도 부르며 떠든다.

“인육시장에 팔지 않고는 돈을 받을 희망이 없으니까 그러는 것이지--본인도 승낙을 하는데 싱겁게 간섭할 필요가 잇다”

“본인이 승낙을 하니? 명순이를 바라보아라 지금 어떠한 형편에 잇는가를--너도 사람이면 볼 줄을 알겠지”

“나는 아무것도 헤아릴 것이 없어 돈만 닫으면 그만이야”

“이 금수와 같은 자식아 생각하여 봐라 명순이가 지금 누구 때문에 이와 같은 처지에 있는가를 생각해봐라. 돈은 돈이고 사람은 사람이 아니냐 돈으로 명순이를 사로잡었다가 자기를 배반하고 도망을 하였다고 인육시장에 팔아먹으려고 하는 놈이 어디 있겠느냐”

철하는 가슴이 막혔다. 철하의 입에서는 기침과 함께 피가 나왔다. 검붉은 핏덩이가 탁자위에 쏟아져 나왔다.

철하의 전신은 분노에 떨렸다. 기운이 조금만 더 있었으면 주먹으로 변원식의 골통을 그만 따려 부실 생각이 났다.

그러나 철하는 전과 같이 기운이 없었다. 튼튼하던 다리와 팔은 지금 약하여졌다. 살은 빠지고 피부가 뼈에 닿을 듯이 되었던 것이었다.

철하는 과도의 흥분에 몸이 괴롭고 긔운이 빠저서 팔을 들었다가 놓기를 몇번이나 되풀이 하였다.

“돈은 얼마나 되는지 내가 물 터이니 차용증서를 내놓아”

철하는 괴로운 몸을 억제하면서 이렇게 말하였다. 철하가 전일 저녁 명순의 이야기를들었으므로 그 이야기를 미루어 보더라도 차용증 같은 형식이 없이 돈을 보내준 것 같이 생각이 되었으므로 이렇게 말한 것이었다.

“차용증서는 없어”

“차용증서 없는 돈을 어떻게 받으려고 한단 말이야”

“차용증서가 없더라도 그만한 물적증가가 있으니까 얼마든지 받을 수가 있지”

변원식은 조금도 실망하지 않은 태도로 의기양양하게 말하고 나서는 술을 한잔 따라마신다.

“명순이 계약을 쓰시오”

변원식은 명순이를 돌아보며 다시 말을 계속한다.

그러나 명순이는 취하였는지 조으는지 머리를 푹숙인 체로 들지 않았다.

“명순이”

변원식은 또 다시 불렀다. 그러나 아무 대답도 없이 여전히 머리를 숙이고 있다.

“여보 명순이를 불을 필요가 어디 있단 말요 내가 담당을 하겠다고 한것이니 나와 이야기를 하오”

하고 철하는 변원식의 팔을 잡아 다니었다.

“당신한테 내가 받을 필요가 무에란 말이오”

하고 변원식은 철하가 잡아 다니는 팔을 뿌리쳤다.

그것은 돈 받을 것만이 목적이 아닌 까닭이었다. 돈보다 명순이를 괴롭게 만들겠다는 것이다.

변원식은 철하를 큰 방해물로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철하가 이 자리에 없었다면 벌써 자기의 계획대로 되었을 것이라고 생각하였던 까닭이었다.

“당신의 말은 어떠한 말이든지 들으려고 원ᄒ지 아니하니 이 자리를 나가오”

변원식은 철하를 한몫 넘겨다보고 이렇게 말하였다. 그것은 힘으로 한다고 하더라도 철하같은 것은 얼마든지 담당을 할 수가 있다고 생각하였던 까닭이다.

만일 감옥으로 가기전 철하이라면 즉 철퇴 같은 두 주먹을 가졌을 때의 철하이라면 변원식은 감히 철하의 앞에서 이러한 말들을 못할 것도 알았다.

그러나 지금은 입김을 불어도 날아갈 듯하게 약해진 철하이였으므로 아무 공포도 느끼지 않고 뱃장을 내민다. 그러고 철하와 말하기를 피한 것은 이론투쟁을 한다면 자기가 불리하다는 것을 알았던 까닭이었다.

“무어야 이 자리를 나가고 안나가는 것을 네가 간섭할 것이 무에야”

철하는 의자를 차고 일어서며 이렇게 말하고는 술잔을들어 변원식의 이마를 견양하여 힘있게 던지었다. 그러나 술잔은 변원식의 이마에가 맞지 않고는 죄없는 벽에가 맞어서 산산이 부서지어 천조각 만조각이 되었을 뿐이다. 제일 사격에 실패를 한 철하는 술병을 또 다시 쥐었다. 이것을 본 변원식은 위기일발이라고 생각하고 벌떨 일어서서 철하가 쥔 술병을 재빠르게 쥐었다. 머리를 숙인 명순이도 소란한 소리에 놀래어 일어섰다. 원식이와 철하의 육박전이 시작되었다.

떠들며 술을 마시고 있던 다른 손님들도 일제히 일어서서 두 사람이 싸우고 있는 것을 눈이 동글해져서 바라보고 있다. 그 가운데서는

“야레 야레”(해라 해라!)

“운또 야레”(싫건 해라!)

이렇게 말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주먹을 쥐고 몸을 흔드는 술취한 사람도 있었다.

변원식은 기운을 다하여 철하가 쥔 술병을 빼앗으려고 하나 힘있게 쥐여진 병은 놓지지를 않았다.

명순이는 약한 팔로나마 변원식에게 덤벼들기를 몇번이나 되출이하다가 그의 모진 발길에 채여서 쓸어졌다가는 일어서고 쓸어졌다가는 일어서고 하였지만 힘있게 차는 바람에 명순이는 그만 그 자리에 아주 쓸어졌다.

철하는 힘을 다하여 술명을 빼앗기지 않으려고 노력을 하였으나 변원식의 사나운 기운에 빼앗긴 술병에 애처러히도 이마를 맞아 정신을 잃고 쓸어지고 말았다.

이마에서는 피가 흘러 내렸다. 구경하고 있던 사람들은 철하가 쓸어지는 것을 보고 철하의 곁으로 몰려온다. 말라꽹이 일본노파도 안경을 콧등에 걸고 안으로부터 뛰어 나온다.

요리장에서 음식을 만들던 쿠-크들도 손에 기구를 든채로 뛰어나왔다.

“도오시다노?”(어찌 된 셈이야?)

말라꽹이 노파가 철하의 곁으로 가까이 오며 이렇게 말하고는 피흐르는 곳을 바라본다.

“히도이고도”(어쩌면 이렇게?……)

그 노파는 이렇게 말하고 붕대를 가지고 나와서 그 앞에 서서 낯을 찡그리며 바라보고 있는 ‘여급’에게 철하의 상처를 동이라고 명령을 한다.

철하는 얼마 후에 정신을 차렸다. 몸을 일으켜서 살펴 보았으나 변원식은 없었다.

철하는 미친 사람 모양으로 날뛰며 변원식의 이름을 부르며 주먹을 부르쥐고는 이를 간다.

“이 놈아 변원식이라는 놈이 어디 갔느냐”

“변원식아”

그 때 여러 ‘여급’들의 권유로 한편 구석에 은신을 하였던 변원식이는 이 자리에 있는 것이 창피하다 하여 숨었던 곳에서 일어서서 나가려고 하였다. 그것은 철하가 무서워서 그런 것은 아니다.

명예와 체면을 생명같이 생각하며 행세를 하는 변원식이니까 세상의 비난을 두려우 하였던 것이었다.

자기가 어떠한 ‘카페’서 사람을 술병으로 갈겨서 부상을 시키었다는 소문이 세상에 나게만 되면 자기의 값이 떨어질 것을 알았다.

또 힘으로는 철하를 얼마든지 담당할 수가 있었지만 철하의 성질을 알았던 까닭으로 어떠한 창피한 일을 당할지 알지 못하여 이 곳을 얼른 떠나가는 것이 방책이라고 생각하였던 것이었다.

철하는 죽을 용기를 내어 탁자를 내려두들기며 변원식에게 원수를 갚고야 말 것을 선언하고 말았다.

“마께루노와 오도꼬노 하지!”(지는 것은 남자의 수치야!)

“이노지가께데 야레”(목숨 내걸고 해봐라!)

술이 취한 일본 사람들은 영문도 알지 못하고 이렇게 떠들고 있다.

카페 ‘따리아’는 철하의 부르짖으멩 들성들성하였다.

명순이는 쓸어진대로 있다. 동무’여급’들은 명순이야 쓸어지고 있던 없던 아무 상관 할것이 없다는 듯이 철하의 날뛰는 모양만 바라보고 섰다.

철하는 자기가 오늘 저녁부터는 변원식에게 복수하기 위하여 살아가는 것 같았다.

그 다음에는 아무 것도 생각할 여지가 없었다.

목숨을 내여놓고 원수를 갚기로 결심을 하고 두 주먹을 몇번이나 쥐었는지 알지 못하였다. 이전에도 기회만 있으면 복수를 하려고 작정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지만 오늘밤과 같이 그 생각이 강하지 못하였다.

복수의 기회를 기다릴 여유를 가지지 못하였다. 언제든지 만나기만 하면 때와 곳을 헤아리지 않고 그 변원식이라는 놈을 혼비백산을 만들어 놓으려고 하였다.

힘이 모자라면 무기로라도 그 놈을 죽여버리고야 말것이라고 결심을 하였다.

그러고 명순이가 정신을 차리는 것을 기다려서 그를 이러한 곳에 두지 않고 대려가기로 작정을 하였다. 그러고 자기가 책임을 저가지고 어디든지 적당한 곳에 취직을 시키려고 하였다.

얼마후에 명순이는 정신을 차리었다. 철하는 정신을 차린 명순이를 보고 카페 ‘따리아’를 나가기를 청하였다.

이 때이다. 변원식은 밖으로 나가기로 작정은 하였으나 철하가 문쪽을 향하여 섯 있는고로 나가지 못하고 기회만 기다리다가 철하가 명순이와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을 기회로 문을 슬쩍 열고 밖으로 나갔다.

변원식이 문을 열고 나가는 것을 명순이가 보았다.

“저-저 변원식이라는 놈”

하고 명순이는 문 있는 쪽으로 두어 걸음 나가다가 꺼꿀어진다.

“변원시?”

하고 철하는 문 있는 쪽으로 달음질을 쳤다.

변원식이가 이 곳에 숨어 있다가 인제야 나간 것을 알고 철하는 찾아 보지 못한 것을 후회하였다. 철하가 문을 열고 밖으로 나서자 십여간(十餘間) 밖에 되지 아니한 곳에서 시컴은 것이 비명을 지르며 자빠진다.

철하는 깜짝놀라 발을 멈첬다가 비명을 지르는 곳으로 달아갔다.

땅바닥에 거꿀어지고 있는 사람은 변원식인 것을 알았다. 목에서는 피가 용솟음처 나온다. 철하는 무의식 간에 손으로 피나오는 곳을 막으려고 목을 눌렀다. 그러나 피는 철하의 손가락 사이와 양옆으로 흘러 나온다. 철하는 힘을 다하여 출혈을 방지하려고 애를 써보았으나 상처가 너무도 크고 피가 용솟음처 나오는 까닭으로 손으로는 담당을 할 수가 없었다.

철하는 원수를 살리려고 애를 쓰고 있다. 그를 죽여버리겠다고 부르짖고 그의 뒤를 따라오든 철하도 그를 붙잡고 힘을 다하여 출혈을 방지하고 있다.

철하는 원수라는 것을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 한 사람의 생명을 살리겠다는 마음 밖에 없었다. 주검에 고민하고 있는 소리는 철하의 마음에 이상한 충동을 주었던 것이었다.

철하는 변원식의 ᄉ힘있게 쥐는 것을 깨달았다. 철하는 이것이 최후의 사죄를 하는 것 같이 생각이 되었다.

누구든지 죽을 때에는 자기의 잘못을 깨닫고 그 죄를 무서워 하는 것 같이 생각하였다. 철하의 뒤를 따라 나오던 명순이는 이 광경을 보고 깜짝 놀래었다.

철하는 변원식의 몸을 가로타고 요동을 못치게 하고 있다.

그러고 피가 흐르는 변원식의 목을 두 손으로 붙들고 있다.

“아! 철하씨 이게 웬짓입니까? 예? 철하씨”

하고 명순이는 철하의 팔을 붙들고 운다.

그것은 철하가 변원식을 칼로 찌른 줄 알았던 까닭이었다.

명순이는 철하가 이렇게까지 할 줄은 알지 못하였다.

“철하씨 도망을 가십시오 어서 도망을 치십시오. 죄는 내가 지리다 예? 철하씨 나는 아무 희망도 없는 사람이니까 죽어도 좋습니다”

하고 명순이는 철하를 안아 일으키려고 하였다. 명순의 눈에서는 눈물이 폭포와 같이 흘렀다.

그러나 철하는 그러한 말들이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철하는 정신을 절반이나 잃었던 까닭에 명순의 말이 귀에 들어가지 않았다.

만일 철하가 명순의 말을 들었다면 자기가 찌르지 않았다고 대답할 것이고 명순이도 안심이 되었을 것이다.

카페 ‘따리아’에 있던 술꾼들과 여급들은 싸움구경을 하려고 문을 열고 나섰다가 명순의 울음 소리를 듣고 뛰어온다.

“아라 히도고로시”(저런 사람을 죽였네)

그들은 이렇게 부르짖고 뒷걸음을 친다.

철하는 그들을 보고 의사를 불러오라고 말하였다.

“히도리 히도리”(큰일 났군)

“이노찌와 다이조-부가”(생명에는 일없나?)

그들의 지껄이는 소리가 들린다. 그러나 한사람들 도와서 손을 대이는 사람이 없었다.

철하는속으로 그 놈을 괫심하게 생각하였다.

그방 사람들도 요란한 소리에 모여왔다.

얼마되지 아니하여 정사복 경찰관들이 사오명이 달려왔다.

철하는 변원식의 몸이 점점 차지는 것을 깨달럿다. 피도 나올대로 다 나온 것 같이 보였다. 그러나 철하는 변원식의 목에서 손을 떼지 않코 헐덕거리는 경관을 바라보며

“의사 의사”

하엿다.

경관들도 너무 처참하게 된 것을 보고 의사가 오기만 기다린다.

경관이 온지 얼마 되지 않아서 한 대의 자동차가 달려와서 스텁을 하더니 자동차에서 주 명의 조수와 한명의 의사가 내린다.

“손을 떼시오”

하고 의사가 말할 때 철하는 손을 떼었다.

철하는 의사가 회중전등으로 변원식의 목을 비최여 바라볼 때 처음 변원식의 상처를 자세히 들여다 보았다.

한번을 보고는 다시 보지 못할만치 처참하였다.

그렇게 용솟음치 듯이 쏟아져 나오던 지도 더 나올 것이 없다는 듯이 조금씩 혈관에서 흘러나온다.

철하는 자기의 왼옷이 피투성이가 된 것을 처음 깨달았다.

명순이는 가긔의 팔을 붓잡고 떨고 잇다.

검사를 마친 의사는 경관을 바라보며

“절명이 되었습니다”

하고는 더 볼 필요가 없다는 듯이 기구를 걷어서 조수에게 주는 것이다.

“절명?”

하고 경관들은 놀래며 의사만 바라본다. 경관들만 놀란 것이 아니라 이 광경을 바라보던 사람들은 놀라지 않은 사람이 없었다.

그 중에서 더욱이 놀란 것은 명순이었다.

철하는 자기의 팔을 붙잡고 있는 명순의 몸이 더욱 떨리는 것을 깨달았다.

“네 동맥이 끊어진 까닭으로 몸에 피라고는 얼마 없읍니다”

“칼에 찔렸습니까?”

“네 칼이라고 하더라도 아주 날카로운 칼에 찔렷씀니다”

경관들은 의사에게서 자세한 말을 묻고 나서 현장조사에 착수하였다.

“여러분 중에서 이 광경을 처음 보신 이가 누구십니까?”

하고 한 사람이 모여선 사람들을 둘러보며 말하였다.

철하는 자기가 처음 보았다고 말하였다.

“그 다음에 보신 이가 누구요”

“예 제올시다 “

하며 명순이는 그 사람앞에 나섰다.

철하는 이 사람이 형사인 것을 알았다.

“미안하지만 이 사람이 어떤 사람에게서 피살을 당하였는지 알 수가 없오”

“그것은 알 수가 없읍니다”

“당신은 언제 이 곳에 당도하였오”

철하는 카페 ‘따리아’에서 일어난 일과 변원식을 따라 나오다가 변원식이가 비명을 지르는 것을 보고 그 곣으로 달려가 보니 벌써 어떤 사람에게 저격을 당하고 있더라는 것까지 일일이 말하였다.

“변원식이가 나오는 것을 보고 당신이 따라나온 사이가 몇분이나 되오”

형사는 이상하다는 듯이 머리를 기웃기웃하며 말한다.

“곧 따라 나왔오 그 사이가 일분도 못될 것이오”

철하는 숨길 필요가 없었다. 사실대로 솔직하게 말하였다.

“일분도 못되어요? 그렇다면 변원식이를 저격하던 사람도 보았을 터인데”

“보지 못하였습니다. 내가 문을 막 열고 나서자 바로 이 자리에서 변원식이가 비명을 지르며 거꿀어지는 것 밖에는 보지 못하였오. 그것도 이 곳에 와 보니 변원식인 것을 알았지 처음에는 알지 못하였오. 컴컴한 곳이니 사람이라는 것을 알았지 누구인 것은 생각지 못하였오”

“아무리 생각하여 봐도 당신의 말을 믿을 수 없오”

“어떠한 말을 믿을 수가 없다는 말이오”

“당신과 싸우던 사람이 카페를 나온지 일분도 못되어 피살을 당하였으니 그 범인을 누구로 인증을 하겠오?”

“그러면 내가 이 사람을 살해하였다는 말이오”

“그렇게 밖에 생각할 수가 없지 일분 사이에 일어난 일이니까 귀신이 와서 죽였겠나”

형사는 철하가 의심없는 진범이라고 생각하였다.

형사는 중대사건이 쉬웁게 해결이 된 것을 스스로 기뻐하며 만족한 빛이 그 낯에 나타났다.

철하는 너무도 기가 막혀서 말이 나오지 않았다.

아무리 생각하여봐도 혐의를 입은 것 같았다.

사건이 이상하게 발생이 되었으므로 자기를 변원식을 살해한 범인이라고 추측을 할 것은 무리라고 생각지 않았다.

걸리기는 단단이 걸리었다.

“나는 절대로 죽인 일이 없오 만일 내가 찔렀다면 어디로든지 도망을 칠 것이지 나중까지 웨 변원식을 붙잡고 있었겠오 또 나에게느 칼은 고사하고 송곳 하나도 없오”

“도망을 처도 불리할 것을 알고 않았겠지만 당신과 변원식이가 카페 ‘따리아’에서 싸우다가 카페에서 얼마 아니되는 곳에서 살해를 당하였다는 것은 우리가 알 수 있겠으니 그 뒤를 따라나간 당신밖에 범인을 누구로 인증을 하겠오 범인만 알면 체포하기는 문제가 아니니까 도망을 친다고 못붙들 줄 아오”

철하는 형사의 말의 요령을 잡을 수가 없었다. 정신이 얼떨떨하여 형사의 말을 들은 듯 마는 듯 그의 입만 치어다보았던 것이었다. 아무것도 알지 못하고 그래도 조건을 붙여서 말하는 것이 한편으로 생각하면 우스웠다.

“나는 절대로 변원식이를 살해한 일이 없으니 헛수고만 하지 말고 진범인 찾기에나 노력하시오”

철하는 별로히 겁도 내지 아니하고 태연하게 말하였다. 형사는 그런 말은 듣기 싫다는 듯이 귀도 기우리지 않고 여급들을 불러다 놓고 여러 가지로 물어본 후 철하를 바라보았다.

“가부간 어떻게 되었던 경찰서까지 갑시다”

“무슨 필요로 경찰서에를 간단 말이요”

철하는 지은 죄가 없으니 반항을 하였다.

“내가 무슨 죄를 졌다고 가자구 그러시우”

“죄가 있다고 해서 경찰서로 가자고 하는 것이 아니고 이 사건에 대하여 조사할 일이 있어서 그러는 것이니까?”

“조사할 것이 있으면 이 곳에서 하구려”

“그래 말을 안들을 터인가”

형사는 성이 시퍼렇게 나서 철하를 흘겨본다.

“경차서로 가지 않더라도 조사할 것이 있으면 현장에서 하는 것이 더욱 좋지 않소?”

철하는 조금도 굴ᄒ지 않고 뻣뻣하게 내밀었다. 형사는 분위기가 중천에 달하였다.

“가자면 자야 되지 무슨 쓸데 없는 말을 하고 섰어”

하고 형사는 철하의 팔을 잡아 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