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개 틀린 고풍의 툇마루에 없는 듯이 앉아 아직 떠오를 기척도 없는 달을 기다린다 아무런 생각없이 아무런 뜻없이 이제 저 감나무 그림자가 사뿐 한 치씩 옮아오고 이 마루 위에 빛깔의 방석이 보시시 깔리우면 나는 내 하나인 외론 벗 가냘픈 내 그림자와 말없이 몸짓없이 서로 맞대고 있으려니 이 밤 옮기는 발짓이나 들려 오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