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용 시집/말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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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치가 앞서 날고,
말이 따러 가고,
바람 소올 소올, 물소리 쫄 쫄 쫄,
六月[육월]하늘이 동그라하다, 앞에는 퍼언한 벌,
아아, 四方[사방]이 우리 나라 라구나.
아아, 우통 벗기 좋다, 희파람 불기 좋다, 채칙이 돈다, 돈다, 돈다, 돈다.
말아,
누가 났나? 늬를. 늬는 몰라.
말아,
누가 났나? 나를. 내도 몰라.
늬는 시골 듬에서
사람스런 숨소리를 숨기고 살고
내사 대처 한복판에서
말스런 숨소리를 숨기고 다 잘았다.
시골로나 대처로나 가나 오나
량친 몬보아 스럽더라.
말아,
멩아리 소리 쩌르렁! 하게 울어라,
슬픈 놋방울소리 마춰 내 한마디 할라니.
해는 하늘 한복판, 금빛 해바라기가 돌아가고,
파랑콩 꽃다리 하늘대는 두둑 위로
머언 힌 바다가 치여드네.
말아,
가자, 가자니, 古代[고대]와 같은 나그내ㅅ길 떠나가자.
말은 간다.
까치가 따라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