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청소년 시국 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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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7 청소년 시국선언문] 배워온 것과 너무나도 다른 현실에 분노를 참을 수 없습니다!

국민들이 목소리를 낼 권리를 빼앗겼을 때가 있었다고 배웠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다시 종이 한 장이 되어 우리에게 돌아오는 길에는 수많은 분들이 피 흘리며 쓰러지셨다고 배웠습니다. 이 땅의 민주주의는 그 피를 받아 마시고 꽃 피었다고 배웠습니다. 그렇게 대한민국은 진정한 민주공화국이 되었다고 배웠습니다.

2013년 6월 14일,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공직선거법 위반과 국정원법 위반,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이 공직선거법 위반과 직권남용, 경찰공무원법 위반으로 각각 검찰에 기소되었습니다. 검찰의 수사발표에 따르면, 국민을 안전하게 지킨다는 국가 최고의 정보기관이 지역감정을 조장하고 5.18 민주화운동 등 역사를 왜곡해 국민들을 분열시키며 선거에 개입해 여당 후보를 도와 야당 후보를 낙선시키기 위한 정치 공작에 가담했다고 합니다. 또한 정의의 수호자로서 누구보다 공정해야 할 수사기관이 수사를 축소, 은폐하고 허위로 수사를 발표하는 등 선거에 개입해 민주주의를 훼손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국정원은 이를 덮기 위해 국가기밀을 공개했고, 선거 전에 이미 여당에 유출되어 선거에 이용되었다는 의혹까지 일고 있습니다. 이것이 진정 우리가 배운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에서 벌어지는 일입니까? 여태껏 배워온 것과 너무나도 다른 현실에 우리는 분노를 참을 수 없었습니다.

죄를 지었으면 벌을 받는다고 배웠습니다. 그러나 이 사회는 엄격해야 할 것에 너무나도 관대합니다. 이 명백한 범죄행위는 비난받아 마땅하고 관련자들은 당연히 처벌을 받아야 합니다. 그런데 대한민국의 근간인 민주주의를 짓밟은 범죄를 저지른 자들은 지금 어떻습니까? 어른들은 우리 청소년들에게 무엇을 가르치고 있단 말입니까? 정의는 교과서 안에만 있는 것입니까?

이 답답한 현실을 두고 볼 수만은 없기에, 이제 우리 학생들도 목소리를 내려합니다. 3.1운동, 6.10만세운동, 광주학생항일운동, 4.19혁명 등 역사 속에는 항상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을 지키는 데에 앞장섰던 학생들이 있었습니다. 우리 또한 이러한 위기의 시대를 살아가는 학생으로서 앞세대의 희생으로 이룩한 민주주의를 지키고, 옳지 못한 일을 바로잡는 데에 힘이 되고자 나섭니다.

미래의 유권자로서, 이 나라의 국민으로서 당당히 정부에게 다음과 같은 상식을 요구합니다.

첫째, 국정원과 경찰의 선거개입에 대해 철저하고 공정하게 조사하고 관련자들을 법에 따라 엄중처벌하라!

둘째, 남재준 국정원장을 해임하고 국정원을 확실히 개혁해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재발 방지책을 마련하라!

셋째, 박근혜 대통령은 일련의 사태에 대해 직접 책임 있는 의사를 표명하라!

넷째, 언론장악을 중단하고 언론의 자유를 보장하라!

이 땅의 수많은 부모님들이 피로 얻어낸 민주주의를 다시 빼앗기지 않기 위해, 여태껏 교과서로만 배워온 정의를 이젠 현실 속에서 실천하기 위해, 수많은 어른들이 시작하신 시국선언에 늦게나마 한마음 한뜻으로 동참합니다. 우리는 어둠을 밝히는 촛불이 되어서, 현재의 잘못된 일들이 바로잡히기 전까지 절대 꺼지지 않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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