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집 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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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편집]

박영식은 관청 사무를 끝내고서 집에 돌아왔다. 얼굴빛이 조금 가무스름한데 노란빛이 돌며, 멀리 세워 놓고 보면 두 눈이 쑥 들어 간 것처럼 보이도록 눈 가장자리가 가무스름 한데 푸른빛이 섞이었다. 어디로 보든지 호색하는 사람이 아니라고 할 수가 없는 삼십 내외의 청년이다. 문에 들어선 주인을 본 아내는 웃었는지 말았는지 눈으로 인사를 하고 모자와 웃옷을 받아서 의걸이에 걸며,

“오늘 어째 이렇게 일찍 나오셨소?”

하며 조금 꼬집어 뜯는 듯한 수작을 농담 비슷이 꺼낸다. 영식은 칼라를 떼면서 체경 앞에 서서,

“이르긴 무엇이 일러, 시간대로 나왔는데”

하고 피곤한 듯이 약간 상을 찌푸렸다.

“누가 퇴사 시간을 몰라서 하는 말요?”

”그럼.”

“오늘은 밤을 새고 들어오지를 않았으니까 말예요.”

영식의 아내는 구가정 부인으로 나이가 한 두 살 위다. 거기다가 애를 여럿 낳고 또 시집살이를 어려서부터 한 탓으로 얼굴이 몹시 여윈데다가 몸에 병이 잦아서 영식에게 대면 아주머니 뻘이나 돼 보인다. 그런데다가 히스테리 기운이 있어 몹시 질투를 하는 성질 이었다.

“내가 언제든지 밤을 새우고 다녔소? 어쩌다 한 번 그런 때가 있지.”

“어쩌다가 무엇이오? 나는 뻔뻔스러워서도 그런 말은 할 수가 없겠소.”

“무엇이 뻔뻔하단 말이요? 어젯저녁 하루밖에 더 새고 들어왔소?”

“무엇요? 아이 기가 막혀. 그끄저께에는 새벽 다섯 시에 들어왔죠. 또 지난번 공일날은 일곱 시에나 들어오지 않으셨소?”

영식은 씽긋 웃어 굴복한다는 뜻을 표하고도 그래도 버티어 보느라고,

“그때야 연회에서 늦어서 자연히 그렇게 되었지 내가 일부러 그랬나?”

“저런 걸핏하면 연회니 하고 아무것도 모르는 구식 여자라고 속이것다. 그렇지만 나는 못 속여요. 그 이튿날 당신 양복 주머니를 보니까 하이칼라 향수 냄새가 나는 여자 수건이 들었는데그래?”

“허허, 수건이 있기로 그렇게 이상할 건 없지. 요리집에서 기생의 수건을 술김에 넣고 온 게지.”

이 말을 듣더니 주인 아내는 서랍을 와락 열더니 꽃봉투에 넣은 편지 한 장을 쑥 내놓 으며,

“이것도 요리집에서 술김에 넣어 준 손수건이요? 자! 어서 오늘 저녁에는 이 편지한 여자에게 가서 밤이나 새고 오시우! 나같이 늙어 빠씬 년을 어떻게 당신같이 젊은이가 생각할 수 있겠소. 밥이나 짓고 빨래나 하지.”

영식은 봉투를 물끄러미 보다가 상을 잠간 찌푸리며,

“이게 어디서 왔소?”

하며 피봉을 이리저리 뒤적거려 보았다. 주인 아내는 소리를 포달스럽게 툭 쏘아서,

“누가 알우! 그것을 날더러 물어 본단 말요. 저런 사내들은 능청맞단 말야. 편지 하라고 번지수 알으켜 줄 적은 언제고 지금 와서 시치미를 딱 떼고 어름어름한다. “

영식은 아무 말도 하기 싫다는 것 모양으로 입을 다물고 있다가,

“편지 보낸 사람의 주소와 이름이 없으니 누군 줄 알 수 있나‥‥‥”

속으로는 벌써 알아챈 것이 있으나 부인이 옆에서 감시를 하므로 어물어물하는 수작을 한다.

“보내는 사람의 주소와 이름은 쓰지 않은 것을 보면 주소나 이름을 말할 것도 없이 안다는 뜻이 아니요. 어서 반갑거든 그대로 반갑다고 그래요. 다른 사연 있겠소? 오늘 밤에 오라는 것이겠지.”

“아따 퍽도 그러네. 편지를 한두 장 받는 터가 아니요 어떻게 안단 말이요. 하지만 누군지는 몰라도 남에게 편지를 하려면 자기의 이름과 주소를 쓰는 법이지‥‥‥ 아냐 도루 우체통에 넣어 버려.”

하고 짐짓 화나는 체하고 편지를 뜯지도 않고 장머리에다 올려 놓았다. 그것은 아내의 마음이 풀리면 슬그머니 갖다 보자는 수작이다.

“왜 보시지를 않소? 어서 보고 가 보시구려. 내 혼자 집보고 있을께.”

서로 이렇게 찧고 까불다가 아내가,

“대관절 나는 혼까 살림살이는 참 못 하겠소.“

하고 주인의 약점을 쥐인지라 거침없이 요구가 나온다.

“할멈이 간 후에 혼자 숱한 살림살이를 하자니까 사람이 죽겠구려.“

“왜 사람 하나를 얻으라니까 얻지 않고 그래.”

“사람이 어디 고렇게 입에 맞은 떡처럼 있소.“

“그래도 수소문하면 있겠지.”

“그런데 나리.“

이번에는 아내 쪽이 수그러지며 말소리가 공손해진다.

“왜 그러우?”

하는 영식의 얼굴에는 위엄을 꾸몄다.

“저 오늘 박주사댁이 와서 사람 하나를 지시하마 하였는데 당장에라도 불러올 수 있다고, 자식도 없고 서방도 없는데 일을 썩 잘한대.“

하며 주인을 타이르기에 전력을 다하다시피 한다.

“나이는 얼마나 되었는데?”

영식이 나이 묻는 것도 싫어서,

“나이는 아무렇거나 알아 무엇하시료?”

”아따 나이 좀 물은 것이 잘못이란 말이요?”

“나이는 퍽 젊답디다. 자세 물어 보지는 않았으나 그렇지만 일도 잘하고 사람도 괜찮대.”

나이 젊다는 것을 들은 영식은 비록 이상한 야심이 생긴 건 아니지만 쓸데없는 호기심이 생기어서,

“그러면 데려오구려. 월급은 전에 있던 노파와 똑같이 주겠지?”

“그렇지.”

아내는 잠간 주저주저하더니 말할 듯 말 듯 하더니 급기야 입을 열면서,

“그런데요, 인물이 어떻게 생겼는지는 알 수 없으나 박주사댁 말을 들으면 인물 하나가 안되었다고.”

주인이 말을 듣더니,

“인물이 어떻기에?”

하며 놀라는 듯이 아내를·본다.

“그게 아니라 어려서 불에 디어 얼굴을 찍어맸다구요.“

“그럼 보기 싫을걸.”

“그래서 박주사댁도 보고서 쓰랴거든 쓰고 말랴거든 말라는데 얼굴야 무슨 상관 있소, 일만 잘하면 고만이지.”

“그렇지만 너무 보기 싫으면 어떻게 하우?”

“보기 싫어도 눈 있고 코 있겠지 반쪽은 아닐 테니까.“

“하지만 안됐어, 사람이란 인상이 나쁘면 못써. 더구나 친구가 많이 다니는 우리 집에서 불쾌하게 보여서는 안될걸. 외국에서는 호텔이나 큰 상점의 여사무원도 무엇보다도 인불 시험부터 본다우.”

“글쎄 인물만 해반주룩하면 무엇하우. 일이 첫째 목적인데 일만 잘 하면 고만이지 인물만 이쁘면 첩을 삼을 테요? 회똑회똑하고 석경 앞에서 떨어질 줄이나 모르면 그런 고질을 어떻게 한단 말이요?”

”그래도 사람은 외양에 있지, 그렇게 보기 싫거든 조금더 기다려 보아서 다른 데 마땅한 것을 데려오지.”

아내는 화를 버럭 내며,

“글쎄 딱하기도 하시우. 어느 천년에 다른 것을 데려온단 말요, 좀 보.”

하고 툇마루 끝으로 나가서 빨래 광주리를 헤치면서

“이렇게 빨래가 쌓였구려. 요새처럼 날 좋은 때 하지 않고 언제 한단 말이요. 큰댁 생신이 며칠 안 남았는데 그동안에 준비는 누가 다 하우. 옷도 한 벌씩은 지어입어야지. 어린것들은 벌거벗겨 데리고 가우. 나는 시방이라도 데려올 터이야.”

“그런 것이 아냐. 왜 김주사집에 있던 사람 얌전하더군. 일주일만 지내면 오마고 했으니 그 사람을 데려오지.”

아내는 하품을 하며,

“어이 일주일을 언제 기다린단 말요. 나는 모르겠소. 남의 생각은 조금도 할 줄 모르니까 내가 부릴 사람 내가 데려온다는데 웬 걱정들요.”

“그럼 나는 모르겠소. 하고 싶은 대로 하구려. 내 그렇게 악지를 시는 것은.”

하고 돌아앉으니까 아내는 그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염려 말아요. 내 데려올께.”

2[편집]

그날로 양천집이 왔다. 오고 본즉 주인 아내도 유쾌치 못할 만큼 흉한 얼굴을 가졌다.한쪽 얼굴이 눈 하나를 어울러서 뺨까지 대패로 깎은 듯하고 따라서 눈알이 껍질이 벗겨져서 툭 불그러졌다. 그래 한 눈이 유달리 크므로 다른 한쪽은 또한 몹시 작아 보인다. 거기다가 곰보요 머리는 쥐가 뜯은 것처럼 군데군데 났다. 단 손이 크고 발이 크다.

그러나 아내는 말을 하지 못하고 다만 남편이 들으라는 듯이,

“참 꼴불견이라더니 게 두고 마췄어. 일은 참 잘해요, 설겆이하는 것이라든지 쓰개질 하는 것이 또 황소같이 세차게 해.”

하고 남편 옆에서 넌지시 말을 하였다. 쥔은 그 말을 들은 체 만 체하고 신문만 보고 앉아 있다.

며칠이 지났다. 양천집의 흠이 나타나기 시작하였다. 시골서 아무렇게나 자라난데다가 이리저리 떠돌아다녀서 배운 것 없고 본 것이 없어서 어른 아이 알아볼 줄을 모르고 말버릇이 없다. 거기다가 성미가 뾰롱뾰롱하고 소갈머리가 없어서 어떤 때는 주인 아내의 눈짓하는 것도 모르고 제멋대로 하는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주인은 상을 찌푸리고 코웃음을 친다.

어떤 때는 통내외하고 다니는 친구가 와서 보고 주인 귀에다 몰래,

“내보내게. 못쓰겠네. 첫째 남 볼썽이 사놔.“

하며 권고를 한다. 그럴 때마다 주인은,

“나도 아네. 하지만 온 지가 열흘도 못 된 것을 어떻게 내보내나. 차차‥‥‥”

하고 대답만 하여 두었다. 이 눈치를 챈 주인 아내는 그 친구를 몹시 미워하기 시작하였다.

“별걱정을 다 하네. 오지랖도 꽤 넓지, 남의 집 살림 걱정까지 하게.”

하며 옆에다 세워 놓고 욕을 할 적이 있었다. 그럴 적마다 주인은 치밀어 올라오는 분을 참는다. 학교 다치는 열 두 살 먹은 큰아들도 걸핏하면,

“찍어뱅이, 애꾸눈이!”

하고 놀려먹는다. 그러면 그런 때마다 몽둥이찜이 내린다.

그것이 도화선이 되어 내외 쌈이 된다.

“집안의 위엄이 너무 없어.”

하고 남편이 호령을 하면 아내는,

“자식들이 너무 버릇 없어.”

하고 대든다. 공연히 사람 하나 데려온 것이 집안을 불화하게 만들어 놓았다.

그러자 양천집에게 하루는 기별이 오기를, 동서가 죽었는데 초상 볼 사람이 없으니 급 히 와 달라 하였다.

양천집은 황망히 그리로 갔다. 일을 하다 말고 갔으므로 주인 아내는 어쩔 줄을 몰랐다. 어떻든 속히 오라고 하기는 하였으나 한시가 액액한지라 혼자 걱정만 하고 있었다.

그때에 주인은 생각하기를 이런 좋은 기회를 잃지 말고 얼른 다른 것을 불러 오겠다 하 였다.

그래서 하루는 아내를 동정하듯이,

“일하던 것을 그대로 두고 가서 어떻게 한단 말이요!”

하고 은근히 의논을 하였다.

“글쎄 말요. 빨래는 허다 말고 그대로 내버리고 가서 그것도 걱정이오. 내가 손이 나야 바느질이라도 할 터인데.”

주인은 이 말을 듣더니,

“그것이 오고가는 데 적어야 이틀은 걸릴 것이요 초상을 치르자면 사흘은 걸릴 터이니, 적어도 닷새는 될 터이란 말야.”

“그래요. 허지만 어디 그렇게 꼭꼭 날짜대로 일이 되오, 조금 늦기가 쉽지.”

“그러면 여보, 그것이 나려을 때까지 김주사 집에 있던 것을 데려다 둡시다 그려.”

이 말에 솔깃한 아내는,

“하지만 어떻게 왔다가 도루 가라고 그런단 말이요?”

“무얼, 돈냥이나 더 주면 고만이지.”

“글쎄.”

피차 타협이 되어 김주사 집에 있던 점순 어멈을 데려왔다.

사람이 체나서 영리하고 인물도 반반하며 일도 하질 못하지 않고 말솜씨라든지 어린애 보는 것이 주인 맘에도 솔깃하였다.

그러나 주인 아내는 쓸데없이 의심을 내어서 주인이 점순 어멈에게 하는 행동을 눈 여겨보지 않는 것이 없다.

“점잖은 사람이 그럴 리가 있나.”

하고 혼자 위로도 하였다가,

“그렇지만 알 수 있어야지. 그런 짓이란 옛날부터 없는 일이 아니고.”

하며 공연한 걱정을 한다. 그런 기색을 볼 때 마다 주인은 혼자 웃으면서 속으로는 일상 같이 노는 기생 점고만 하고 앉아 있다.

일주일이 지났는데도 양천집이 오지를 않다가 열흘이 넘어서야 왔다. 문간에 들어서기 전까지도 혹시 내가 늦게 와서 다른 사람을 그 동안에 두지나 아니하였을까 하는 걱정이 생기며 공연히 가슴이 두근거렸다. 시골서 서울까지 걸어오는 길에서도 손가락을 꼽아 가며.

“벌써 열흘이지.“

하다가,

“만일 다른 사람이 있으면 나는 내쫓길 터인데.”

하고 걱정이 되어 애꾸눈을 두리번두리번하였다.

“실상은 늦게 오랴 늦게 온 것이 아니라 짚신이 떨어져서 그 값을 버느라고 옆엣집 방아를 이틀 동안 찧어 준 죄밖에는 없는데.”

이렇게 걱정이 되어서 궁리가 대단하여,

“만일 나가라면 그 집에서 찾을 돈이 얼마나 되누. 열흘 동안 있었으니 한 달에 삼 원을 몇으로 쪼개야 되나.”

하고 길거리에 앉아서 모래알을 서른 개 주 워 가지고 닷 냥 열 냥 하고 삼십 분이 넘도록 셈을 보아서 일 원이라는 것을 발견은 하였으나 그래도 자기의 구구를 믿을 수가 없어서 어떤 주막에 들어가,

“여보 영감님!”

하고 사정 이야기를 하고 자기 구구가 맞았느냐고 물어 보았다. 그 늙은이 역시 한참 있다가 꾸물꾸물하더니,

”그런가 보외다.“

하고 몽롱하게 대답을 한다. 기연가미연가하여 반신반의로 어떻든 일 원은 주겠지 하고 서울까지 왔다.

문을 열고 들어서니까 낮선 사람 하나가 밥솥을 씻는다. 두 사람의 눈이 마주칠 때에 는 마치 고양이가 쥐 노리듯 무서웁고 암상스러운 질투의 광채가 두 눈에서 번개처럼 번득이었다. 서로 자기의 지위와 자리를 빼앗기지 아니하려고 경계를 하였다.

“어서 오게.“

주인 아내가 나오며,

“왜 이렇게 늦었어?”

하는 소리는 풀이 없고 쌀쌀한 듯하게 양천집 귀에 들렸다.

“급히 볼일이 있어 늦게 왔어요.”

“무슨 볼일이 그리 급했담.”

양천집은 마루끝에 와 서서 주인 아내를 보며,

“저 사람은 누구예요?”

하며 부엌을 가리켰다.

“응, 새로 온 사람야.”

양천집은 얼굴이 빨개졌다. 그리고는 얼마간 아무 말이 없다가 속으로 헤아려 보았다.저 사람은 자기보다 우선 인물이 곱다는 것이 여간 샘이 나지 않았다. 또는 자기처럼 투 박한 시골 사람이 아니라는 것이 샘이 났다.

“어떻든 다리나 좀 쉬게. 그리고 되는 대로 결말을 내줄 터이니.”

처음에 온 양천집과 나중 온 점순 어멈 사이에는 암투가 시작되었다. 그 암투는 결코 상대자를 해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의 힘과 정성을 다하여 주인에게 잘 보이려는 것이었다.

점순 어멈이 밥상을 보면 양천집은 설겆이를 하고, 양천집이 마당을 쓸면 점순 어멈은 마루를 훔쳤다. 방이 끝나면 세간을 닦고 먼지를 털면 물을 뿌렸다. 네가 하면 내가 한다. 서로 겨끔내기로 하는 바람에 좋아지기는 주인밖에 없다. 나중에는 주인의 구두 닦기며 뒷간까지 말끔히 쓸어 놓았다.

그날 저녁 주인 내외는 서로 앉아서 의논을 하였다.

“어떻게 해야 좋겠소?”

“글쎄.“

“하나는 있던 것이니까 박절히 가라 할 수도 없고 또 나중 온 것은 며칠 되지 않았는데 어떻게 가라고 해요?”

“허지만 제가 가서 늦게 오기 때문에 사람을 둔 것이지 제가 속히 왔어도 두어?”

하고 전것을 내미는 말을 하였다.

“그렇지만 나중 온 것은 나리 말씀과 마찬가지로 임시로 두기로 하지 않았소?”

하며 아내는 전것을 그대로 둘 의향이다.

“아따, 그때는 그랬지만 사람 둘을 놓고 보아요, 어느 것이 나은가?”

“사람야 둘이 다 괜찮지.”

“무엇야? 둘이 다 괜찮다니, 그래 얼거뱅이 찌거뱅이에다 악상군이요 또 보고 배운 것이 없는 것과, 인물 얌전하고 말솜씨 있고 사람 영리한 것하고 똑같단 말요? 온 말을 해도 조금이나 동에 닿는 말을 해야지”

“그렇지만 경우가 그렇지 않소.”

“경우가 무슨 경우야, 내 돈 주고 나 사람 쓰는데 내 맘에 들면 두고 그렇지 않으면 내보내는 것이지 경우가 다 무엇이야.”

이렇게 싸우다가 결국은 돈 소리에 아내가 고개가 숙여지기 시작한다. 남편은 화증을 와락 내이면서,

“아따 맘대로 하구려, 나는 그런 돈을 낼 수가 없으니 나중것을 두든지 먼첨것을 두든지 멋대로 하우.”

하고 돌아 드러눕는다. 아내는 남편을 타이르려고,

“그렇게 화까지 내실 것이 있어요? 좋을 대로 하지.“

그 이튿날 점순 어멈과 양천집은 아침을 해 치르기 전에 주인 앞에 서서 간택하기를 기다렸다. 영리한 점순어멈은 벌써 자기가 승리자인 것을 알아채고서,

“나리 처분대로 하시지요.”

하고 금치 못하여 나타나는 기꺼운 빛이 얼굴에 보이고 양천집은 자기 자리를 빼앗긴 것이 분하여,

“제가 있어야 옳지요. 제가 다니러 간 새에 저 사람은 임시로 와 있었으니까요.”

하고 잡았던 것을 빼앗기는 사람이 그것을 빼앗기지 않으려는 듯이 억지 겸 변명을 한다.

“그렇지만,”

주인은 엄연히 서서,

“자네는 가서 오지 않았으므로 저 사람을 둔 것이지 자네를 내보내려고 그러한 것은 아냐. 그러니까 오늘부터는 둘 수가 없으니 용량해 하게.”

점순 어멈은 북받치는 즐거움을 이길 수가 없어서 돌아서서 씽긋 웃었다. 양천집은 눈물이 그렁그렁하여

“그렇지 않습니다. 저 사람은 제가 올 때까지 잠깐 와 있던 사람이요, 저는 처음부터 있었으니까요.“

“그러니 어쨌단 말야. 나는 더 말할 수 없어.”

하고 사랑으로 나갔다.

주인 아내도 하는 수 없다는 듯이,

“나리께서 그렇게 말씀을 하시니 나도 헐 말이 없네.“

짝짝이 눈에서 눈물이 흐르며 그는 마지막으로 힘있게 하는 소리가,

“그러면 제가 받을 돈이나 주세요.”

하고 손을 내밀었다.

“그것야 그러지.“

하고 아내는 돈 일 원과 약간의 은전 몇 푼을 갖다 쥐어 주며,

“자, 미안하니 신이나 한 켤레 사 신게.”

하고 양천집의 손에 돈이 놓일 제, 그는 눈물이 젖은 얼굴이 반갑고 좋은 마음에 실룩실룩하고 떨리더니 마음이 저으기 풀리어 인사를 하고 문 밖으로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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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4년에서 1977년 사이에 출판되었다면 미국에서 퍼블릭 도메인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미국에서 퍼블릭 도메인인 저작에는 {{PD-1996}}를 사용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