굉장한 약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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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방문은 병 앓는 사람에게 먹일 약 이름을 여러 가지 적어 가지고 약을 사러 가는 때 쓰는 것이므로 급하게 빨리 써야 하는 것이요, 또 틀리지 않게 주의해야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꼭 한 번 이렇게 우습고 괴사스런 일이 단 한 번 있었습니다.

어느 시골 적적한 마을에 조그마한 병원 앞에 촌길로부터 젊은 남자 한 사람이 짐마차를 급히 끌고 오더니,

“급한 병이올시다. 약 좀 지어 주십시오.”

하고 소리치면서, 마차에 싣고 온 커다란 대문짝 하나를 떠받쳐 끌면서, 좁은 병원 문으로 들어오느라고 큰 수선이었습니다.

약짓는 약제사가 이상히 여겨,

“여보 약을 지으려면 약방문을 가지고 와야지, 이렇게 큰 문짝은 왜 가져 오오.”

하고 물으니까, 그 젊은이의 대답이 이러하였습니다.

자기의 아내가 급한 병에 걸려서 위태하므로 의사 한 분을 청하여 진찰을 하였으나 약방문을 쓸 종이와 붓이 하나도 없고, 조그만 분필 한 개뿐이므로 하는 수없이 대문 문짝을 떼어서 거기다 분필로 약방문을 써 가지고 왔다고요……. 약제사는 깔깔 웃으면서, 그러나 속히 그 문짝에 씌어 있는 약방문을 보면서 약을 지어 주어 보냈습니다.

급한 일은 그렇게 하여 다행히 무사하였습니다. 무슨 일에든지 급한 때는 급한 꾀를 내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