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의 첫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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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호가 회사에 출근하려고 자기 방에서 양복을 급히 입으려 할 때에, 안방에서 그의 아내의 “응.” 하고 앓는 소리가 들리었다. 그는 벌써 알아차렸다. ‘인제는 기어이 집안 식구가 하나 더 불게 되나 보다.’ 하고, 벽에 몸을 기대고 앉아서 끙끙 앓는 소리를 하다가 들어오는 남편을 보고 비기었던 몸을 두 팔에 힘을 주어 일으키면서,

“오늘 회사는 그만두어요.” 한다.

창호는 미리부터 예정한 일이었으므로 그렇게 놀라지는 아니하였으나, 그러나 무슨 일이든지 오랫동안을 두고 기다리다가 기다리던 그 일이 문득 성취할 때에 모든 사람이 놀래게 되는 것과 같은 놀라움을 아니 느낄 수 없다. 그리하여 자기 처의 옆으로 가까이 가서 일어나려는 몸을 부축하여주면 서 물었다.

“언제부터 그러우?”

“말은 안 했지만서두요. 몸이 거북하기는 어저께부터였어요. 그러더니 인 제는 아주 견딜 수 없을 만큼…….”

아내는 겨우 여기까지 말하고, 다시 허리를 앞으로 구부리고 배를 걷어쥔다.

창호는 가슴이 두근거리었다. 어떠한 큰 난관이 눈앞에 당도한 듯하였다.

“여보! 그러면 인제는 정말 해산할 때가 왔나 보오.”

전일에도 가끔가다가 자기 처가 배가 아프다 하여 밤중에 산파를 부르러간 일도 있었고, 또는 약국으로 약을 지으러 간 일도 있었다. 그러할 때마다 창호는 혼이 떴었다. 그리하다가 그와 같은 배 아픈 증세가 가라앉아 겨우 안심한 뒤에는, 반드시 자기 처에게 기왕 당할 일이면 얼핏 당하였으면 좋겠다고 말한 일도 있었다. 이렇게 말하면 그의 아내도

“그래요. 맞을 매는 얼핏 맞아버리는 것이 시원하다는데요.”

하며, 걱정스러운 듯이 말하여 오던 터이었다.

“그러면 내가 지금 가서 산파를 불러오리라.”

하고, 창호는 배를 거머쥔 아내를 그대로 두고, 급히 문 바깥으로 나가려 하였다. 아내는 고통에 못 이기어 힘없이 나오는 소리로,

“이불하고 요를 좀 내려주어요.”

하며, 방 윗목에 개켜놓은 이부자리를 가리킨다.

창호는 밖으로 나가려던 발길을 방 윗목으로 다시 돌이켜 이부자리를 들어 다 아내에게 눕도록 자리를 내려준다. 아내는 앉았던 자리에서 요 위로 옮 겨 누우면서 다시 크게 “응.” 하고 앓는 소리를 한 번 질렀다.

그는 해쓱한 듯도 하고, 상기된 듯도 한 아내의 얼굴을 다시 한 번 유심히 바라보고 바깥으로 나와 구두를 신을 때에 방 안에서 “얼핏 다녀오세요.”

하는 소리가 신음하는 소리와 함께 섞이어 또다시 들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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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호가 행길로 나온 뒤에도 어서 다녀오라는 아내의 부탁하는 말소리가 그 의 귀에서 오히려 떠나지 않았다.

그는 바쁜 걸음으로 A동 네거리 전차 종점까지 걸어 나간다. K동에 있는 산파의 집까지 도보로 걸어가도 십 분밖에 아니 걸릴 것을 창호는 급히 전 차에 뛰어올랐다. 전자는 잠깐 섰다가 C길 네거리로 향하여 종을 울리며 달 아나기 시작하였다. 서울 전차는 평일에도 소걸음 같다는 별명을 얻어오던 터이나, 오늘에는 더욱이 아내의 산기미를 보고 산파를 데리러 가는 창호에 게는 몹시도 더딤을 느끼게 하였다. 그리하여 A동에서 C 네거리까지는 두어 정거장밖에 아니 되는 가까운 거리이나, 창호에게는 몇 십 리나 되는 것처 럼 먼 생각이 났다.

그는 두 정거장 사이를 사오 분 되는 적은 시간에 타고 오면서도 여러 가 지로 생각하였다. 아내는 그동안에 해산이나 아니하였는가 하는 생각도 있 었다. 또는 해산을 하였으면 혼자 손에 어떻게나 황망히 지내는가 하는 염 려도 없지 않았다. 물론 처음 해산이라 그렇게 쉽게 될 리는 없지마는, 평 일에 가끔가다 신문 삼 면 기사 같은 것을 보면, 혹은 별안간 해산 기미가 있어 전차 안에서 아이를 낳는 일도 있으며, 행길에서 아이를 빠트렸다는 것도 있었다. 심히 말하면 뒷간에서 뒤를 보다 아이를 난 일도 있었다. 이 러한 것이 모두 남이 일이라고만 생각되지 않는다. 설마 그러할 리는 없으 리라고 그의 의심하는 것을 그가 스스로 부정하기는 하였으나, 역시 어떻게 되었는지 알 수 없다는 불안은 그에게서 떠날 수 없다.

그리하여 그는 다만 몇 분 시간이라도 자기 대신으로 동리 늙은이 한 사람 을 간호하도록 아내 곁에 두지 못한 것을 후회하는 생각이 났다. 어쨌든 창 호의 생각의 전부를 차지한 것은 배를 붙잡고 신음하는 그의 아내의 거북해 보이는 몸이었다. 이러 하는 동안에 전차는 C 네거리에 당도하였다. 그는 다른 승객의 앞을 질러 전차가 정거하기도 전에 뛰어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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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호는 C 네거리에서 D문행 전차를 바꾸어 타고, B정거장에 나려 K동의 산 파집을 바쁜 걸음으로 찾아간다. 산파를 찾아가면서도 한 가지 염려되는 것 은 산파가 어디 다른 곳에나 가지 아니하였는가 하는 것이다. 산파는 바쁜 직업을 가진 사람이나 혹은 다른 곳에 진찰을 갔든지, 또는 다른 사람의 해 산을 맞다 다그쳐서 자기 집에는 올 겨를이 없게 될는지 모르는 것이 걸어 가는 동안에도 그의 마음에서 떠날 사이 없이 그를 괴롭게 하는 걱정이다.

물론 지금 찾아가는 산파만이 산파가 아니오, 그 밖에도 무수히 있으나 그 래도 지금껏 자기가 신뢰하여 아내를 보여왔다. 또는 그의 아내도 그 산파 는 대단히 용하다고 믿어오던 터에, 별안간 시간의 상처로 오늘 보러 오던 산파의 손을 빌리지 못하고 다른 사람의 손을 정작 해산하게 된 임시(臨時) 에 빌리게 된다는 것은 어쨌든 산부에게도 불안심되는 일이라 하여 적이 걱 정을 하면서 산파 집 문에 당도하자, 창호는 두말하지 않고 산파의 있고 없 는 것을 그 집안 하인에게 물어보았다.

이 산파는 나이도 그렇게 젊지도 않고, 여러 해 동안 C병원에서 조산부(助 産婦)로 봉직한 일도 있고, 또는 그 가사로 개업한 지도 오래인즉, 해산에 는 다른 젊은 사람들보다도 많은 경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다른 사람에게 서도 들었으며, 창호 자신도 가끔 진찰하려 왔을 때에 말을 들어보아서도 그가 산파로서 수완이 넉넉한 것을 충분히 신뢰할 수 있다고 생각하여오던 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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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호가 산파 집 대문 안에 들어서며 산파가 집에 있다는 말을 듣고 마음이 절반이나 놓였다. 그는 창황히 안으로 들어갔다. 이때에 산파는 마침 일어 나서 세수를 하고 있다. 창호가 황망한 모양으로 따라 들어오는 것을 보고, 산파는 벌써 모든 것을 짐작한 것처럼 빙그레 웃고 창호를 맞으며 말한다.

“어떻게 되었습니까? 무슨 기미가 좀 있습니까?”

창호는 올라오는 숨을 진정하면 말하였다.

“어서 좀 가주십시오. 만일 댁에 아니 계시면 어찌하나 하고 어떻게 맘이 조였는지 알 수 없었습니다. 어서 좀 가주십시오…….”

창호는 이렇게 조급히 굴수록 산파는 더 늘어져 보인다.

“언제부터 그래요?”

“어제부터 몸이 좀 거북하더니, 오늘 아침부터는 배가 아프다나요! 어서 좀 가보시지오.”

“그러면 아직 멀었습니다그려. 가기는 곧 가겠습니다마는, 초산에는 아무 리 일러도 열두 시간 이상이 걸리니까 그렇게 일찍 서둘지 않아도 관계찮습 니다.”

산파의 말하는 것은 태평이다.

“그렇지만…… 어서 좀 가보아주시구려.”

이렇게 말하고 창호는 마루 끝에 걸터앉았다가 토방으로 내려섰다. 산파는 세수를 마치고 방으로 들어가며 말한다.

“어제저녁에도 해산이 있었지요. 그걸 좀 보아주느라고 새로 다섯 시에 겨우 집으로 돌아왔어요. 그래서 이제야 일어났답니다. 자연히 늦잠이 들었 지요.”

창호는 그런 말을 하는 동안에 어서 갈 준비나 하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하 였다. 한편으로는 산파가 해산구완 하러 간 집의 해산날이 자기의 집과 서 로 상치되지 아니한 것을 다행으로 여겼다.

“그 집에서는 아무 탈 없이 순산이나 하였습니까?”

창호는 남의 일같이 생각지 않고 물었다.

“아이구! 말씀 마세요. 어떻게 오래 뻗댔는지 알 수 없어요. 아주 난산 이었어요. 이틀을 두고 뻗대가 겨우 산파 의사의 손을 대어 낳게 되었답니 다.”

창호의 가슴은 다시 뜨끔한다.

“어서 가주셔요.”

산파는 창호의 조급히 서두는 것을 조금도 알지 못하는 것처럼 늘어지게 대답한다.

“먼저 가세요. 저도 바로 곧 가겠습니다. 그리고 기계를 다시 소독하여야 하겠어요. 하자면 시간이 걸릴 터이니 먼저 가보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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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호는 산파더러 일찍 오기를 여러 번 당부하고, 그 집을 나왔다. 그는 처 음에는 회사로 들어가서 며칠 동안의 수유를 맡아 가지고 올까 생각하였으 나, 회사에 들어가서 직접 말하기도 좀 거북하고, 또는 홀로 신음하고 있는 아내가 마음에 걸려 일 분이라도 자기의 집으로 속히 가려고 회사로 가는 것을 중지하고 전찻길로 나섰다. 그리하여 전화로 출근치 못하는 연유를 회 사에 통지하려고 어느 상점으로 들어갔다.

전화를 받는 이는 창호와는 친한 동료였으나, 창호는 자기 아내가 해산 기 미가 있으니까 들어갈 수 없다는 말은 차마 아니 나온다. 그리하여 무슨 일 이 있어서 못 들어간다고 그만 어물어물 넘기어버렸다. 더욱이 어쩐 일인지 상점 사람들도 자기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듯하여 차마 해산구완한다는 말 은 할 수 없었다. 전화 받던 동료는 벌써 짐작하듯이 “그러면 자네 제이세가 생기는 모양일세그려.”

하는 말이 대답으로 올 뿐이다.

창호는 “그래, 그래.”

라고 모호하게 대답하면서 얼굴은 붉었다.

그는 전화를 끊고 자기 집으로 급히 돌아왔다.

아내는 홀로 여전히 신음하고 자리에 누웠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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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같이 창호는 바쁜 걸음으로 왔다 갔다 하는 동안에 전신에 땀이 후줄 근하게 젖었다. 때는 늦은 여름이라 불볕이 앞 좁은 마당에 가득하였다. 해 가 올라올수록 더운 기운이 마루로 방으로 차차 올라온다. 아무리 방 안이 더워도 창호는 아내의 고민하는 것을 혼자 그대로 내버려둘 수도 없다. 그 렇다고 더운 방에 우두커니 앉았을 수도 없다. 그의 이마에서는 고통하는 아내에게 지지 아니할 만큼 더운 땀이 흐른다. 아내는 몹시 고통 되는 것을 참참이 진정한다. 그리다가도 다시 거의 반사적으로 “아이구!아이구!”

라 입을 악물고 소리를 지른다.

산파는 창호가 기다리는 그와 같이 그렇게 속히 와주지 않는다. 창호는 방 으로 들어갔다 마루에 나왔다 하며, 땀을 흘리고 드나들었다. 아내는 가끔 배를 거머쥐고 뒷간으로 간다. 뒷간으로 갈 때마다 그는 뒷간에서 해산하였 다는 말이 다시 기억에서 새로워진다.

“여보!아프지만 참고 가만히 누웠구려!”

하고, 창호는 만류하였다.

그러나 아내는 이러한 말을 들은 뒤에도, 오히려 도수가 잦게 변소로 드나 든다.

창호는 한 귀를 아내의 앓는 소리에 기울이고, 한 귀를 대문간에 기울이었 다. 무슨 소리가 조금만 나도 산파가 오는가 주의하여본다.

얼마 아니 되어 산파가 들어왔다. 창호는 뛸 듯이 반가웠다. 산파 밖으로 들어와 아내의 옷을 끌러 다시 매고, 손으로 배를 어루만져보며 태아의 위 치를 진찰한 뒤에, 끙끙 앓고 누워 있는 산부를 위로하는 듯이 “이제야 좋은 귀동자가 나오게 되었습니다그려. 그런 좋은 보배를 얻으면 서 이만한 고통도 없어서 되겠습니까? 몇 시간만 이를 꽉 물고 참으셔요.”

하고는, 자기가 가지고 온 보자기를 끄르고 그 안에서 여러 가지 기구를 끄집어내어 앞에 벌여놓는다.

산파는 다시 벌여놓은 것을 정돈하면서,

“조수할 사람이 더 있어야 할 터인데요. 누구든지 하나 얻어주세요.”

한다. 창호는 그동안 자기 집에 드나들며 밥도 해주고, 빨래도 해주던 뒷 집 늙은 여편네를 부르려고 미리부터 마음에 먹었으므로, 급히 뒷집으로 그 여자를 부르러 갔다.

그러나 그 늙은이는 아침에 출입하고 없었다. 창호는 할 수 없이 늙은이 집사람더러, 들어오거든 곧 와달라 부탁만 하고 자기 집으로 돌아왔다.

산파는 해산 준비로 만들어두었던 포대기와 기저귀 같은 모든 것을 다시 앞에 벌여놓고 앉아서 모든 것을 차례로 준비한다.

아내는 조금도 다름없이 참참이 소리를 질러가며 신음한다.

“일 보아줄 늙은이가 출입하고 없습니다.”

이렇게 돌아와 대답하는 창호의 말을 들은 산파는,

“그러면요. 아버지 되실 분이 좀 조수 노룻을 하시지오. 우선 물을 끊여 주셔야 합니다.”

한다.

창호는 부엌으로 들어가 풍로에 숯을 하나 가득히 넣고, 솔가지를 살러 부 채질을 하여 불을 피우고, 큰 물수대 위에 물을 길어다 그 위에 놓았다. 그 리고 다시 부채로 부치었다. 창호의 전신은 땀으로 목욕을 감았다.

물이 엔간히 끓어오를 때에 창호는 다시 안방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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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의 그 고통하는 모양은 참으로 보기 어려웠다. 그 곁에 앉아서 “참으시구려. 암스랑찮하니…….”

하는 애연한 산파의 얼굴이 다시 보였다. 창호는 다시 밖으로 나왔다. 산 파는 나아가는 창호를 다시 부른다.

“좀 계시구려. 이렇게 부대끼는 것을 보고 그대로 나가십니까?”

창호는 할 말이 없었다.

“내가 보고 앉았으면 무엇을 합니까?”

“그렇지만 잠깐 계세요. 사람 손이 부족하고 그러니 좀 조력이나 하여주 셔야지요.”

창호는 아내의 힘없는 눈이 자기의 얼굴로 향하여 오는 것을 보았다. 다시 두말하지 않고, 신음하는 아내의 자리 곁으로 갔다. 아내는 남편의 손을 쥐 더니,

“아이구! 나는 인제 죽는가 봐요.”

한다.

창호는 무엇이라 위로하여야 좋을는지 알 수 없다. 한참이나 있다가 겨우 입을 떼었다.

“여보 죽기는 왜 죽겠다는 말이오. 그러면 온 세상 여자는 다 죽게요. 조금만 참구려!”

산파는 “더운 물 좀 주셔요.” 한다.

창호는 끓는 물수대에서 대접에 물을 떠 가지고 방으로 들어왔다. 산파는 그 물에 왜비누를 풀어 관장 주사에 넣어 가지고 관장을 한다. 창호는 방에서 바깥으로 나왔다.

관장한 지 얼마 아니 되어 아내는 여러 번이나 변소로 출입하게 되었다.

얼마 아니 되어 뒷집 늙은이도 왔다. 창호는 반가웠다. 늙은이는 온 즉시부 터 산파가 시키는 대로 아내를 껴안아주기도 하고, 손발을 문질러 주기도 한다. 또는 다른 시중도 한다.

이렇게 삼사 시간이나 계속하였다. 때때로 일어나는 아내의 고통은 그 도 수가 잦아졌다. 거의 몇 분이 못 되어 고통은 계속하며 일어났다. 관장한 뒤로는 쉬는 참수가 더욱 줄어지고, 고통은 심하였다.

창호는 그 자리에 앉아서 고통하는 것을 차마 볼 수 없으므로 곁에 조금 앉았다가는 다시 바깥으로 나갔다. 이렇게 고통하는 것을 창호가 출생한 뒤 로는 물론 한 번도 본 일이 없었다. 방 안에 앉아 있는 사람은 다 땀 옷을 입었다. 창호는 더욱 심하였다.

고통이 조금 가라앉아 사이가 띄게 될 때마다 아내는 겨우 정신을 차리어 자기 남편을 돌아보며,

“너무나 미안합니다. 대단 더우시지요?”

한다. 그리다가도 다시 배가 틀어 올라 고통이 시작되면, 창호의 손을 그 의 전신의 힘을 다하여 단단히 붙잡고 눈을 휩뜨며,

“아이고 죽겠어요. 죽나 봐요.”

한다. 이러함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이러할 때마다 창호는 머리를 돌이키 어 그의 고통하는 얼굴을 아니 보려고 하였다.

고통하는 도수는 각각으로 잦아간다.

창호는 견디다 못하여 안방을 뛰어나와 건넌방으로 들어갔다. 책상머리에 팔을 기대고 앉아 담배를 피웠다. 안방에서 아내의 고통하는 소리는 여전히 들린다.

“아이구머니!응 ⎯ 끙.”

하는 소리가 쉬일 새 없이 들린다. 그리고는 “휙” 숨을 내쉬는 소리도 들린다. 창호는 다시 안방으로 들어갈 용기가 없다. 될 수 있으면 이대로 어디로 가버렸다가 며칠 뒤에 돌아올까 하는 생각도 있다. 그러나 한편에는 ‘그대로 모르는 체하고 있을 수 없다. 바로 안방으로 뛰어가서 고통하는 아내를 껴안고 위로하고 싶다. 될 수 있으면 그의 고통을 자기와 나누고 싶 다.’고 부르짖는다.

“이리 좀 와주세요.”

산파의 부르는 소리가 안방에서 들린다. 창호는 할 수 없이 다시 안방으로 건너갔다.

아내는 거의 기진한 얼굴로 창호를 바라보며,

“왜 그렇게 그 방으로만 가세요?”

하는 그의 눈에는 아무 영기조차 없어 보인다.

창호는 과연 자기 아내가 먼저 말하던 것과 같이 죽지 아니할까 두려운 생 각이 왈칵 난다. 그리하여 손을 잡고 맥을 주물러보았다. 맥은 급격히 뛴 다. 그러나 힘은 없어 보인다. 그는 소리를 질러 앓지 못하고 응응댈 뿐이 다.

창호는 하도 갑갑하여 산파에게 물었다.

“시간이 거진 되어가지 않습니까?”

산파는 예사로 대답한다.

“조금만 더 지체하면 되어요. 태아의 위치도 바로잡았으니까요. 얼마 아 니 되면 순산할 터이니 염려 마셔요.”

창호는 얼마만큼 안심이 된다. 그러나 어느 때까지 그 자리에 앉아 그 고 통을 볼 수 없어 다시 건넌방으로 돌아왔다.

건넌방에 홀로 앉아 신음하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앉아 있는 창호는 여 러 가지 공포와 공상이 한데 뒤범벅이 되어 어질러진 머리에서 두서없이 나 오기 시작한다.

아무리 해도 자기 아내는 순산을 하지 못하고 그대로 죽는 듯싶다. 그는 자기 아내가 잉태한 뒤로 여러 가지 해산에 관한 책을 자연히 유의하여 보 게 되었었다. 극도의 난산으로 모체와 태아가 흔히 같이 죽게 되는 사례가 많다는 것을 본 일도 있었고, 또는 들은 일도 있었다. 이러한 생각이 절로 난다. 아내가 아이를 낳다가 그대로 죽어버린다 하면 어찌하나 하고 생각하 매 그의 전신은 떨리었다. 그러나 그리 할 리는 없다고 하였다. 한편에서는 사람의 운명을 누가 알겠느냐고 비웃는다. 어떠한 불안과 공포가 다시 온 다. 자기 홀몸이 태아와 산부의 두 시체를 붙들고 한숨을 쉬이는 장면조차 눈앞에 나타나는 듯하다.

창호는 스스로 자기 마음을 꾸짖었다. 이렇게 약한 생각을 왜 하게 되나 하고, 해산하다 죽는 일은 천이나 만에나 하나인 것을 하필 자기 아내에게 붙여놓고 생각하는 것은 너무나 자기의 신경질적인 생각에서 나온 것이라고 마음을 돌리었다 그리고 . 창호 자신과 가난한 살림을 하는 자기 아내로서는 난산은 없으리라 믿었다. 그는 평일에 여러 사람에게 빈민 계급에는 그렇게 난산이란 것이 없고, 부호 계급이나 상류 가정에 난산이 비교적 많다는 말 을 들었다. 그 이유는 다만 상류나 부호 계급의 부녀자들은 잉태하였을 때 에 조금도 활동을 하지 않는 까닭에 태아가 너무나 커져서 해산하기가 어렵 고, 빈민이나 하층 계급 가정의 부인들은 만삭이 될 때까지도 오히려 편히 쉬일 틈이 없이 부득이 일을 하게 되므로, 태아가 자라지 못하여 해산하기 에는 용이하다는 것이었다. 이런 말을 들을 때에 ‘가난한 집 자식은 뱃속 에서부터 말라 가지고 나오는 것인가?’ 하는 한 가지의 비애를 느끼면서 도, 그의 마음에는 이러한 경우에는 빈한 것도 한 도움이 되는 때가 있나 하고 웃어버린 적도 있었다. 그리하여 실상은 순산한다는 것은 무산자의 한 특전처럼 생각하여 오던 터이었다.

그는 이러한 이유로 만삭된 자기 아내에게도 아무쪼록 일을 좀 많이 하도 록 권하게 되었었다. 물을 긷는 것이라든지, 또는 자기 아내의 힘으로는 할 수 없는 일 이외에는 아내 손수 하도록 시켰었다. 아내도 순산한다는 바람 에 아무 불평 없이 가쁜 숨을 쉬어가며 열심히 하여왔다. 그리하여 해산 기 미가 있는 그 안날까지도 해산 뒤에 빨래가 밀린다 하여 자기의 벗은 옷과 창호의 속옷까지도 깨끗하게 빨아두었던 것이었다.

이와 같이 부지런하게 활동을 많이 하여온 아내가 난산할 리는 만무하리라 하였으나, 창호는 한편으로 적이 걱정되는 것은 있었다. 이것은 부호나 상 류 계급의 여자들은 삼월이 되면 원기를 돋운다 하여 여러 가지 보약을 먹 이기도 하고, 좋은 음식과 편한 잠자리로 해산할 만한 에너지를 넣어주는 것이었다. 그러나 자기 아내는 그 전날까지 죽도록 일만하고, 보약은커녕 된장찌개 한 그릇도 반반히 못 얻어먹었은즉, 원기가 있을 리 없다는 것이 었다. 기운이 없어 자연히 난산하게 될는지 알 수 없다는 생각이 새삼스럽 게 났다. 해산을 하지 못하고 그대로 죽는다 하면, 죽는 아내야말로 참으로 불쌍하게 생각된다. 더구나 세상에 나오지도 못한 태아가 더욱 가엾이 생각 된다. 쓸데없는 이러한 공상을 하는 동안에 운 듯 눈물이 앞을 가린 것을 알았다. 무엇을 하고 그는 다시 마음을 돌리었다. 안방에서 신음하는 아내 의 소리는 먼저보다도 더 힘없이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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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호는 거의 하루 동안에 제정신다운 정신을 차릴 수 없이 긴장한 태도로 안방과 건넌방으로 왔다 갔다 하였다. 이러하는 동안에 여름 긴 해도 벌써 저물었다. 어느덧 전등이 켜지고 황혼이 찾아든다. 모기의 소리는 방구석에 서 울리어 나온다 어둠이 . 농후하여 갈수로 모기는 몹시 찌른다. 할 수 없 이 모기장을 치고, 그 안으로 모두 들어갔다.

창호는 다시 건넌방으로 와서 여러 가지로 공상을 하였다. 하룻날의 긴 것 을 창호는 처음으로 맛본 듯하였다. 담배를 피워 물고 안방에 다만 귀를 기 울이고, 앉았을 때에, 안방에서 “모기장을 거두.” 하고 수군거리는 말소 리가 들린다. 한참이나 수선수선하더니, 아내의 몹시 신음하는 소리가 가늘 게 들린다. 그러한 소리가 연해 들린다……. 자주 계속하여 들린다. 창호는 곧 뛰어갈까 하다가 어쩐 일인지 무시무시한 생각이 나서 그대로 책상 앞에 앉았다.

안방에서 아무 소리도 없이 온 방이 긴장한 듯하였다. 안방에서 흘러나오 는 산파와 늙은이의 숨소리조차 힘없이 들린다. 그곳에서 흘러나오는 긴장 한 기운이 전파와 같이 창호의 가슴에 감응되는 듯하였다.

이러한 엄숙하고 긴장한 기운이 잠깐 계속하더니,

“응아.”

하는 소리가 이 모든 긴장과 엄숙을 깨뜨리고 건넌방으로부터 흘러왔다.

창호는 어떠한 악한 꿈을 번쩍 깨인 것처럼 마음이 풀리고 가슴이 뛴다.

바삐 안방으로 뛰어갔다. 뛰어 들어가려 할 때에 산파는 아직 들어오지 말라 한다. 그리하여 그는 마루에서 한참 기다리다가 안방으로 들어갔다. 방 안의 어스름한 전등불 아래에 벌어진 광경은 무엇이라 형언할 수 없다. 둘둘 말아놓은 피 묻은 지저귀, 혈색을 잃고 가만히 누워 있는 산모, 사람같이 보이지 않는 발가숭이, 코를 찌르는 비린내, 모두가 처참한 광경이었다.

만일 그때에 새로운 생명 하나가 그 자리에 없다 하면, 이것은 완전히 지옥 의 한 형벌하는 장소를 그대로 내어보이는 것이다 하였다.

“이것 좀 보세요. 옥동자가 생겼습니다.”

하며 산파는 발가숭이를 창호의 앞으로 내민다.

이때에 창호는 아들이니 딸이니, 하는 그러한 생각할 여가가 없다. 어째든 무사히 해산된 것이 다행으로 여겼다. 창호는 아내의 얼굴에는 혈색은 없으 나, 만족히 여기는 빛은 나타나 보인다. 산파가 시키는 대로 창호는 더운물 을 커다란 빨래 대야에 떠서 가져왔다. 창호는 다시 어린 생명을 물끄러미 바라볼 때, 창호는 큰 짐을 졌다가 풀어놓은 것같이 몸이 가뿐하였다. 그러 나 한편으로 마음에 어떠한 큰 짐을 진 듯도 하였다. 그는 “나도 인제는 아버지가 되었구나!” 라고 가만히 중얼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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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호는 건넌방으로 갔다가 다시 안방으로 들어오매, 거기에는 다시 모기장을 쳤으며 산모 곁에 주먹보다도 오히려 적어 보이는 새 생명이 눈을 뜨고 꾸무럭거리며 누웠다 산모는 . 입모습에 웃음을 띄워 가지고 어린 생명을 바라보고 있다. 창호는 모기장을 떠들고 그 안으로 들어갔다.

산파는 밖으로 나왔다. 창호를 물끄러미 바라보는 산모의 얼굴에는 땀이 구슬처럼 맺혔다. 창호는 아내의 손을 붙들고, “어째든 순산하였으니 다행이구려!” 하였다.

“아이구! 인제는 살 듯해요. 그렇게 이틀만 더 부대끼면 죽겠지요. 나중 에는 어떻게 그렇게 잠이 오는지 알 수 없어요……. 졸려 죽겠어요.”

하고, 산모는 아기의 머리를 쓰다듬어본다.

“이것도 사람이라 할까? 무엇? 어찌 이리 보기 싫게 되었나!”

하고, 창호는 다시 모기장 밖으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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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아니 되어 모기장 안에서는 산모와 어린애의 곤히 잠자는 숨소리가 들리었다.

창호에게는 이 숨소리가 어떠한 쇠사슬에 제글제글 끄는 것처럼 들린다.

이 쇠사슬은 창호와 그의 후세를 영원히 연결하는 동시에, 창호 자신을 움직이지 못하도록 얽매는 것이라고 생각되었다. 창호는 얼마 아니 되어 아기의 “응아” 하는 소리에 깜짝 놀라 다시 안방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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