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세계 대백과사전/문화·민속/세계의 연극/동양의 고전극/동양의 고전극〔서설〕
東洋-古典劇〔序說〕 동양의 고전극이라고 하면 그 범위와 대상이 우선 중국·한국·일본·인도·동남 아시아의 여러 지역 안에 있어서의 고유한 전통극을 말한다. 그 발전은 종교적으로 상호 공통적인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는 불교·유교의 사상과, 지리적·자연적 조건에 의한 특수한 그들의 샤머니즘 신앙이 동화하여 그 형식과 내용을 규정하고 있다. 중국은 공자(孔子)를 중심으로 한 유가(儒家)의 사상으로 동서문화를 지배하고 있으며, 인도는 불교국으로서 아시아 전지역에 걸쳐 문화적으로 군림하고 있다. 한국과 일본문화의 저류(低流)에도 이들 불교사상과 유교사상이, 그리고 남방 여러 섬나라 국가인 자바와 발리에서도 인도의 문화권으로서, 힌두교·불교의 영향을 많이 받고, 그들 원시적인 제례(祭禮)와 동화되어 있다. 그러나 이들 여러 민족들의 연극은 그들의 재능에 따라 실로 다종다양한 형태와 동작으로 구상화되어 있다. 한 가지 공통점은 서양연극과는 달리 그 극적 주제를 개별적인 인간성의 탐구에 두지 않고, 전체적·종합적·우주적 상징성에 이를 두고 있다는 점이다. 이 점은 우리 동양의 고전극이 서구연극에 비하여 오늘날 부진한 상태의 한 원인도 될 수 있겠으나, 한편 연극의 본원적(本源的)인 의미를 전하고, 본질적인 요소의 환원이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동양고전극의 장점이라고도 할 수 있다. 동양연극의 특징은 과백극(科白劇)으로 발전한 서구연극과는 달리, 무악(舞樂)과 마임으로 연결되고 있다는 점이다. 과백은 그의 부수물(附隨物)에 지나지 않으며, 무악과 마임은 상징적 형상화(形象化)의 언어적 구실을 하게도 된다. 원래 무대의 사실성을 배제하고 있는 한 장면에서의 독무(獨舞)와 무언극(無言劇), 혹은 반주의 타고음(打鼓音)의 하나라도, 그것을 아는 사람에겐 백마디의 대사보다 많은 의미를 전하게 된다. 상징과 암시로 시종하는 동양의 전통적인 고전극은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연자(演者)의 개성과 성별까지도 무시되고 또 소멸되어 있다. 그러므로 동양고전극으로는 인도의 산스크리트 연극을 예외로 하고는 중국의 경극(京劇)이나, 일본의 노(能)와 가부키(歌舞伎), 그리고 한국의 가면극(假面劇)에는 예로부터 여자의 출연을 볼 수 없음은 도덕적 관념에서라기보다 실질적으로도 구태여 여역(女役)을 여자가 할 필요성을 느끼지 아니하였던 것이다. 배우란 한 인간으로 가화(假化)된 영적 존재(靈的存在)이다. 때문에 동양에 있어서의 배우의 훈련이란 대개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초인적인 기량과 천변만화의 능력을 구사할 수 있어야 한다. 중국 경극 중의 무기(武技)와 인도 카타칼리 무용극은 그 대표적인 예이다. 특히 동남아 각국에 있어서의 고전극의 하나로 대표되는 영희(影戱) 및 인형극 같은 것은 인간의 육중한 몸짓 대신 신비와 마력에 가까운 인형놀이로써 형이상적(形而上的) 연극의 이상형(理想型)을 이룬 것이라 일러 온다. 중국 고전극의 전통은 <시경(詩經)>에서 보이는 민간의 계절적 오락과 종교적 제례 및 공자 이후 유학의 예학사상(禮學思想)에 기초하고 있다. 진대(秦代)에는 각저희라고 하는 무악형식(舞樂形式)의 가무희(歌舞戱)가 있었고, 이것이 당대(唐代)의 대면(大面)·발두희(撥頭戱) 등으로 계승된다. 그러나 본격적인 극문학이 싹튼 것은 원대(元代)에 와서의 원곡(元曲:北曲)이다. 이는 다시 16세기 초 명나라 중기에 있어서의 희문(戱文:南曲)과 19세기 청말(淸末)까지의 곤곡(崑曲) 및 피황(皮黃), 즉 경극(京劇)으로 이어진다. 이는 말할 것도 없이 그들 국극(國劇)을 대표하는 고전극으로서, 소위 그들이 화극(話劇)으로 명명하는 신극과 대립·발전하여 오고 있다. 일본의 고전극으로 대표되는 것은 노(能)와 교겐(狂言)·가부키·조루리(淨瑠璃) 등이다. 노는 13세기 말에 성립된 상류계급의 오락에 공(供)하였던 일종의 가면극이었으며, 교겐은 그 형태면에서는 비슷하나 코믹과 풍자로 된 촌극(寸劇)으로서 노와 함께 연출된다. 가부키는 17세기 초에 원래는 무녀(巫女)에서 출발하여, 그 후 대중오락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조루리 역시 가부키와 함께 고도의 기술과 섬세한 기법으로 조종되는 인형극 중에서 최상의 형식이다. 인도의 산스크리트 연극은 그들 고전문화의 정화(精華)라 일컬어지는 것으로서 일찍부터(2-3세기경) 서구 양식의 극문학을 갖고 발전해 오고 있다. 이러한 그들의 극문학은 상류계급인 바라문계급에 의하여 발달하고, 특수한 언어와 꿈으로 엮어진 그들의 연극은 무대라는 하나의 제약성을 도외시하고 있다. 남방 제도 국가인 자바, 발리 섬의 가면극과 영희(影戱) 및 인형극도 결국 그들의 고전극으로서 정리됨에 있어서는 무엇보다도 인도 고전 산스크리트 연극의 영향이 컸었다. <張 漢 基>