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세계 대백과사전/법률/법일반/법일반〔서설〕

위키문헌 ― 우리 모두의 도서관.

法一般〔序說〕 법은 사회를 통제하는 하나의 수단이다. 흔히 말하듯이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인간은 지구 위에 존재를 가지기 시작한 태고시대부터 본능적인 자기보전과 자기 발전의 수단으로 한 곳에 모여서 집단을 이루며 살아왔다. 이런 집단이 사회화되어 있는 곳에 반드시 법이 있다. 본능적으로 사회성을 지니고 있으므로 자연상태로 내버려 두어도 어느 정도의 질서는 유지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사람의 수가 늘어남에 따라 그 중에는 질서를 어지럽히고 안녕과 평화를 파괴하는 반사회적 행동을 하는 사람이 생기게 된다. 또 인류의 문명이 발달함에 따라 인위적으로 질서유지의 방법을 강구할 필요가 생기게 된다. 이러한 반사회적 행위를 막고 사회질서 유지의 방법을 강구하여 사회로 하여금 마땅히 있어야 할 모습을 지니게 하는 규범에는 종교·도덕·법 등 여러 가지가 있다. 아주 옛날 모든 사람이 순박하고 사회도 단조로웠던 시대에는 종교나 도덕만 가지고도 충분히 사회질서를 지켜나갈 수 있었지만, 이해(利害)의 대립상태가 생기고 사회가 복잡해지면 종교나 도덕과 같은 신(神)에 대한 두려움이나 가슴 속의 양심에 주로 호소하는 규범만 가지고는 사회의 평화를 누리기가 어렵게 된다. 이에 일정한 질서를 지킬 것을 명령하고 그것에 따르지 않을 경우에는 가슴에 손을 대고 뉘우치게 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한 걸음 더 나아가 밖에서 강제적으로 제재를 가할 수 있는 규범이 필요하게 된다. 이 규범이 법인 것이다. 그리하여 법은 사람의 행동을 사회가 기대하는 일정한 모습에 합치하도록 통제하는 수단으로서의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법은 정치·경제·사회·종교·도덕·언어 등과 마찬가지로 인간 문화의 일부분이다. 즉 사람이 살고 있는 환경 중에서 사람이 만들어낸 인위적인 부분이다. 자연적으로 이루어진 부분이 아니다. 또 그것은 위에 적은 다른 문화와 서로 의존하는 밀접한 관계가 있다. 예컨대, 법은 국가 권력을 배경으로 하여 만들어지기 때문에 정치와의 관계가 깊으며, 정치권력은 법에서 그 합법성, 즉 정당성의 근거를 찾아 자체의 존재를 누리게 된다. 법은 경제생활을 규율하지만 거꾸로 경제생활이 법을 끌고 나가기도 한다. 법은 문화의 일부분이므로 다른 분야의 문화와 마찬가지로 역사적 산물이다. 오랜 세월을 두고 발전하는 가운데 오늘날의 법이 이루어진 것이다. 우리나라는 유럽 대륙의 법, 이른바 대륙법을 본받아 쓰고 있다. 그 대륙법이란 옛날 로마법을 기본적 바탕으로 하는 법이다. 따라서 로마법은 우리나라의 법의 중요한 역사적 배경을 이룬다. 옛날부터 본래 사용하던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법은 오늘의 우리의 법과는 형식상 일단 인연을 끊은 것으로 되어 있다. 그러나 역사성은 민족성과 결부된다. 밖에 나타나는 법의 형식에서는 고유법의 요소가 사라졌다 하더라도 수천년을 두고 우리 민족의 체질 속에 박혀버린 내면적 법의식 속에는 아직 전통적인 요소가 연면히 흐르고 있다. 한편, 문화 일반과 같이 문화의 한 분야로서의 법에는 보편성이 내재(內在)해 있다. 옛날의 법이며 서양의 법이며 이 민족의 법인 대륙법이 법전의 형식을 통하여 한국인의 생활을 규율하고 있다는 것은 법 속에는 시대를 초월하여, 또는 지역을 초월하여, 또는 민족을 초월하여 타당하게 적용될 수 있는 보편적인 요소가 있다는 것을 입증해 주는 하나의 증거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법은 사회정의를 구현하는 수단이다. 본래 사회정의가 절대적인 것이냐 상대적인 것이냐, 다시 말해서 보편성이 있느냐 없느냐에 관해서 고대 그리스 시대부터 철학자와 법학자들 사이에서 논의되어 온 문제이지만, 정통적인 다수의 학자는 법에서의 절대성 내지 보편성을 인정하는 데 가담하여 왔다. 그들은 법을 자연법칙의 일부분이라고 하고, 혹은 신(神)의 의사라고도 하고 또는 인간의 본성에 합치하는 것이라고도 설명하여 객관적 정의의 존재를 긍정하고 모든 인류에 공통된 법이 있음을 시인한다. 이것이 자연법사상이라고 말하는 것이거니와 19세기 후반부터, 특히 제2차 세계대전 후에 이르러 경험적 방법에 의하여 새로운 각도에서 세계공통법을 찾아보려는 학문적·실제적 노력이 행해지고 있다. 비교법 또는 비교법학이라고 하는 것이 그것이다. 요컨대 법에는 변하는 요소와 변하지 않는 요소, 인류로서의 요소와 민족으로서의 요소 등이 섞여 있거니와 그것이 현실적으로는 관습이라든가 제정이라는 사람의 행위를 통해서 만들어진다. 이것을 실정법이라고 하며 헌법·형법·민법 등 여러 가지 종류로 갈리며, 그것을 해석하여 구체적인 법률문제에 적용함으로써 사회를 통제하게 된다. 이것을 담당하는 것이 법해석학이고 사법기능이다. 그러나 법의 본질은 법전 또는 조문이라는 표현형식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 법전 또는 조문 등의 뒤에 숨어 있는 정신에 있는 것이다. 법을 안다는 것은 이 정신을 아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법해석학은 그 해석의 대상이 되는 법의 정신을 찾고 밝히는 데 힘써야 한다. 법을 적용하거나 집행하는 국가기관은 물론, 법에 기준을 두고 생활을 하는 민주사회의 시민은 항상 이 법의 정신에 입각하여 모든 일을 처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