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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교정치학〔서설〕[편집]

比較政治學〔序說〕

비교정치학이라고 할 때 우리는 두 가지 차원(次元)에서 다루어 볼 수가 있다. 하나는 정치현상을 비교·연구·분석하는 연구방법으로서의 비교정치(Comparative analysis of political phenomenon)이고, 하나는 각국의 정부조직이나 정치과정을 연구하는 비교정치(Comparative government and politics)를 정치학의 한 분야로 다루는 것이다. 먼저 연구방법으로서의 비교정치부터 말하기로 하자.

어느 정치학자를 막론하고 의식적이건 무의식적이건 비교의 방법을 사용하지 않고 정치학을 연구할 수는 없을 것이다. 비록 여러 나라를 다루지 않고 어떤 한 나라의 정부나 정치만을 다루는 경우라도 그는 머리 속에서 어떤 다른 나라의 정부나 정치형태와 비교하면서 또는 어떤 모형과 대조하면서 서술 또는 분석하기 마련이다.

과학적 방법은 보통 다음과 같은 네 단계를 거쳐서 이루어진다. 첫째는 어떤 현상에 관한 자료를 수집하고 그것을 그 속성에 따라서 분류하고 서술한다. 둘째는 그와 같이 수집된 자료와 그 유형(類型)간에 유사점과 차이점을 발견하고, 그것을 발생케 하는 변수(變數)를 찾고 그 변수간의 상관관계를 밝힌다. 셋째 그와 같이 형성된 가설(假說)과 이론을 토대로 미래에 일어날 수 있는 현상을 예측하는 것이다. 이러한 이론·지식을 토대로 어떠한 행동이나 결정을 그 가치성이나 효과성의 입장에서 평가할 수 있는 것이다. 정치학자라고 해서 예외가 될 수는 없다. 정치학 연구와 이론 형성은 정치현상과 형태의 비교·분석이란 토대 위에서 이루어진다. 비교·분석의 방법이 발달함으로써 정치학의 이론이 발달하며, 또 정치학 방법이 발달함으로써 비교정치가 발달하는 소이(所以)가 여기에 있다. 따라서 정치학의 역사는 바로 비교정치의 역사라고 볼 수가 있다.

비교정치 연구의 목적·대상·범위·방법은 시대와 사회에 따라 다르며, 인류의 주요 관심이 변함과 더불어서 변천하여 왔다. 크게 나누어 볼 때 고대 그리스 시대에 플라톤·아리스토텔레스는 국가 생활의 이념을 추구하며, 그 이념이 가장 잘 실현될 수 있는 통치형태를 비교적으로 고찰했다. 근세에 와서 마키아벨리나 보댕·홉스 같은 학자들은 강대한 근대적 주권국가를 세우고 유지하는 방법에 관심을 두었다 그 후 몽테스키외·로크로부터 20세기 초반에 이르기까지 정치학자들은 국가권력의 남용을 방지하고,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보호하는 입헌정치의 여러 형태를 비교하는 연구에 골몰하였다. 그리고 오늘에 와서는 정치적 근대화나 발전이라는 입장에서 각국의 정치체제와 발전유형이 비교·검토되고 있는 것이다.

다음 정치학의 분야로서 비교 정치학의 본질과 발달과정 및 추세를 개관하여 보기로 하자. 비교정치는 각국의 정치의 역사·이념·제도·과정·형태·문화와 그 변화를 비교하며, 그 유사성과 차이성, 공통성과 특이성을 가려 내고, 그것을 발생케 한 원인을 설명할 수 있는 변수의 상관관계를 밝혀 내는 이론을 정립하고자 하는 학문이다. 그런데 종래의 비교 정치학은 너무나 서술적이고 일부 지역에 편중하였으며, 법제도와 같은 정태적(情態的) 분석에 치우쳐 일국의 제도나 역사 연구에 치중, 비교연구가 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서구 민주주의적 편견을 갖는 것으로 지적되어 왔다. 그에 반하여 1960년대에 와서 비교 정치학은 차츰 1국 연구가 아니라 비교연구로 전환했고, 서술적이라기보다는 분석적이며, 일부 지역에 편중하는 경향을 벗어나서 독재국가·후진사회를 포함하게 되었으며, 법제도의 정태적 분석을 벗어나서 정치과정과 변화의 동태적(動態的) 분석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여러 다른 체제·과정과 그리고 문화를 내포하는 일반이론의 형성을 추구하고 있는 것이다. 또 대체적으로 보아서 서구사회중심주의의 가치편견이 아직은 완전히 없어진 것은 아니다. 그래도 종래의 가치편견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은 역력히 나타나고 있다.

무릇 학문은 어떤 자연 또는 사회현상에 대한 일반적이며 체계적인 이론을 추구하는 것이며, 그 발달이 그 지식·이론의 일반성(포괄성)과 추상성, 정밀성과 효용성의 증가에 의해서 측정·판단될 수가 있는 것이다. 이 점에서 보아 최근 비교정치학의 발달은 괄목할 만하다고 하겠다.

종래의 비교정치학은 그 대상이 고대 그리스나 로마였고 그 후는 유럽에서도 선진적 민주국가에 국한된 것이었다. 그것이 제2차 세계대전 후에 와서는 그 대상범위가 넓어져서 민주주의와 독재주의 정치제도가 비교되기 시작하였고, 또 종래 도외시되어 왔던 아시아·아프리카·라틴 아메리카까지도 포함되기에 이른 것이다. 뿐만 아니라 요즈음은 역사상 다른 시대의 정치체제까지도 관심의 대상이 되었다.

다음 비교정치의 연구가 고도의 추상성과 더불어 경험적 연구조사의 경향을 갖게 되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예전에 성행한 철학적·관념적 국가관이나 법학적 제도분석 또는 역사적 서술방법을 떠나서 정치과정, 집단동태(集團動態), 권력형태와 구조 분석, 정치형태와 문화를 연구하게 되었다. 더구나 체제기능주의(體制機能主義)의 분석 방법은 이론의 추상화를 더욱더 높였다고 말할 수 있다. 그 결과 종래의 연구대상이던 국가는 정치체제로, 정치권력은 기능으로, 관직은 역할로 정치이념이나 전통은 문화라는 보다 추상적 개념으로 대치되었다. 그리고 계량적 분석(Quantitative Analysis)의 기술이 발달함으로써 경험적 조사와 분석은 더욱 정밀화하게 된 것이다.

그 다음으로 사회과학의 통합을 지향하는 범과학적 접근방법(汎科學的接近方法:interdisciplinary approach)에 의하여 비교정치의 연구방법이 보다 더 다양해지고 강력해지고 정밀화되어 간다는 사실이다. 연구의 대상이 개인의 심리와 태도·집단동태, 그리고 사회체제의 모든 차원을 포함함에 따라서 심리학·사회학·인류학·경제학·통계학의 정밀화한 방법론이 비교정치 연구에 도입됨으로써 앞으로는 밝은 전망이 예상되고 있다. 앞으로 비교정치학의 발전이 정치학 발전의 원동력(原動力)이 될 것이라고 보아야 틀림이 없을 것이다.

<韓 昇 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