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세계 대백과사전/언어I·한국문학·논술/삼국-통일신라의 문학/한국 문학의 성격과 특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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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재보(財寶)로서의 각국 문학은 인류 공동의 깊은 인간성을 내포(內包)한 동시에 그 민족이 어떻게 제 나름대로의 주체성 속에서 성장해 왔는가를 그대로 보여 주고 있다. 따라서 우리 민족의 생활과 정신을 반영하고 있는 한국문학의 기조(基調)와 본질은 그 독특한 모습을 드러내고 있음이 사실이다.

역사적으로 보아 우리 민족은 기나긴 역경과 수난 속에서 살아온만큼, 우리 문학은 우선 그 많은 시련 속에서 줄기차게 생존의 투쟁을 거듭해 온 민족의식이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는 인상이 짙다. 한편 동양적인 윤리성(倫理性)이 크게 강조되어 온 사회성향(社會性向)에 의하여 우리 문학에는 동적(動的)·발전적인 면보다도 회고주의(懷古主義)나 과거 중심의 사고방식이 반영되어 있다는 사실도 숨길 수 없다. 그러나 넓은 안목으로 볼 때 원시시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한국문학사라는 기나긴 도정(途程) 속에는 독자적인 전통의 바탕과 역사적 현실에 대한 독특한 창조 의욕이 표현되어 있다.

상대 가요(歌謠)인 가락(駕洛) 구한(九干)의 <영신군가(迎神君歌)>나 삼국 초(三國初)의 <황조가(黃鳥歌)> <도솔가(兜率歌)> 등은 원시시대의 신앙, 또는 고대인의 생활감정으로 내려와서 신라 가요는 신라인의 인생관과 불교적인 상념을 잘 표현하고 있다. 더 내려와 고려의 속요(俗謠)인 <청산별곡(靑山別曲)> <가시리> <만전춘(滿殿春)> 등은 전통적인 가락으로 부패된 관료(官僚)체제의 고려사회와 그 속에서 생활하고 있는 고려의 서민의식을 여실히 반영했고, 고려의 별곡(別曲), 조선의 시조, 중기(中期)의 가사(歌辭)문학은 양반관료의 의식을 반영한 좋은 예이다. 별곡체·시조·가사 등이 유교적 사상·감정을 토대로 한 당시 사회의 지배층인 귀족문학을 대표하는 것이라면 고려의 속요, 조선의 사설시조·소설·판소리 등은 서민들의 자아 각성(自我覺醒)과 근대 의식의 발아(發芽) 과정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

한편 한국 민족의 미의식(美意識)은 전통적으로 그 독특한 모습을 드러내어 건축의 기와·지붕이 보여주는 것과 같이 부드럽고 정취있는 곡선을 나타내고 있다. 또한 민족성이나 생활의 기조에는 '가냘픈 멋'·'은근한 멋'이 깔려 있으며, '오이씨 같은 버선', 그리고 기와 지붕의 부드러운 곡선에서 보는 은근하고도 차분한 생활 정서가 숨어 있음을 쉽게 알 수 있다.

신라 가요 중의 일부, 백제의 <정읍사(井邑詞)>, 김소월(金素月)의 민요시에서 볼 수 있는 것은 그 가냘프면서도 끊임없는 한국적인 가락과 정서이다. 따라서 우리 문학작품이나 예술작품에 나타난 이 의식은 대륙적인 웅대한 스케일도 아니고 섬 민족의 직절(直截)한 선(線)도 아니며, 서구문학에서 보는 것 같은 자유분방한 정열을 나타내고 있지도 않다.

거듭되는 외적(外敵)의 수난으로 굴욕(屈辱)의 겸허 속에 익혀온 가냘픈 유머와 위트, 일견(一見) 무저항인 듯한 저항과 끈기와 같은 이러한 한국적 '멋'이 우리 문학의 본질을 이루고 있음은 부인할 수 없다.

한국문학은 광활한 바다를 무대로 한 해양문학(海洋文學)이나 대륙을 무대로 한 웅대한 서사시(敍事詩)를 내세우기보다는 항상 자연이나 현실의 후원(後園)에서 정신적 승리를 노래하는 소극적인 미의 범주(範疇)로서의 멋으로써 그 본질의 일부를 삼아 왔다. 그러나 동양인의 소극적이고도 은둔적인 사고방식이 우리 문학의 본질 자체를 이루고 있는 것은 아니어서 허균(許筠)의 <홍길동전(洪吉童傳)>, 우리 문학의 고전인 <춘향전(春香傳)>, 연암(燕岩) 박지원(朴趾源)의 <양반전>을 비롯한 한문소설, 판소리 문학 등에서 볼 수 있는 봉건사회에 대한 비판 의식은 적극적인 미래 지향(志向)의 역사 의식의 표현임을 엿볼 수 있다. 따라서 우리 문학은 갖은 역경과 시련 속에서도 결코 은둔과 도피만을 반영한 것은 아니며, 때로는 외세 침입에 대하여, 때로는 양반 관료사회의 횡포(橫暴)에 대하여 민중의 저항과 창조적 의지를 동반(同伴)해 왔음도 사실이다. 물고기가 물을 떠나서 생존할 수 없듯이 우리 문학도 한국이라는 땅을 배경으로 하여 그 시대와 역사를 반영하고 있으며, 주체적인 자각으로 민족적 과제를 인식하며 미래를 창조한다는 뜻에서 우리 문학의 전통도 이러한 적극적 역사 의식과 관련해서 이해해야 할 것이다.

한편 우리의 현대 문학은 갑오경장(甲午更張) 이후 물밀 듯이 밀려오는 서구적인 외래사조(外來思潮)의 영향 아래 새로운 전통의 창조라는 역사적 추이(推移)에 발맞추어 출발하게 되었다. 연암의 한문소설, <춘향전>, 판소리 문학 등이 내적(內的)인 근대의식을 잉태(孕胎)하고 있었으나 그 정통적(正統的)이고도 주체적인 전통이 되지 못한 채, 서구의 근대적인 문예사조가 현대 문학의 출발을 촉진시켰다.

더욱이 우리의 현대문학기는 봉건 왕조(王朝)의 괴멸(壞滅)과 함께 일제 식민지하에서 성장했으므로 첫째 권선징악(勸善懲惡)의 재비판, 둘째 개성 해방과 자유를 위한 투쟁, 셋째 민족해방을 위한 혁명 의식의 고양(高揚), 넷째 계급 의식을 위한 투쟁 등이 그 사상적 거점(據点)으로 대두되었다. 특히 초창기의 신문학은 신구(新舊) 사상의 투쟁에서 일제의 식민 정책에 대한 저항으로 일관되어 있고, 서구 문예사조에 대한 수용(受容)과 실험(實驗)의 시기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현대문학 역시 전통 그 자체에 대한 완전한 부정(否定)이라고는 할 수 없으며 민족의식과 민족정서의 발현(發顯)이라는 창조적 의지를 동반해 왔음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8·15광복 후에는 민족문학의 건설이라는 역사적인 재출발을 다짐했고 6·25전쟁, 4·19혁명, 5·16군사정변, 80년 5·18광주민주화운동이라는 민족의 시련기를 거쳐 이제 한국문학은 세계문학의 큰 흐름에 참여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