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세계 대백과사전/정치/국 제 정 치/현대의 국제정치/현대의 국제정치〔서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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現代-國際政治〔序說〕

국제정치라는 현상은 기본적으로 하나 또는 그 이상의 강대국 세력이 다른 강대국 또는 강대국이 아닌 나라에 영향을 미치는 데서 일어난다.

그러면 어째서 강대국간의 관계나 강대국과 약소국과의 관계에서만 국제정치라는 현상이 일어나느냐에 대해 의문을 제기할 수가 있을 것이다. 정치현상은 자기의 의사나 정책을 타인에게 적용 또는 강요하려 하는 데서 생기고, 남의 강요를 거부하려는 노력에서 정치현상은 일어난다. 따라서 남에게 자기의사를 강요하려는 노력은 자연적으로 강대국이 상습적으로 하는 바이고, 강대국이 강대국인 특징은 바로 이러한 데에 있다고 하겠다. 그러므로 국제정치는 기본적으로 강대국의 정치이며, 강대국을 중심으로 하는 정치일 수밖에 없다.

강대국이 아닌 나라와의 사이에서도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자기의사를 상대방에게 적용하거나 전달해서 영향을 주려는 노력이 있을 수 있고, 또 이러한 영향을 받지 않으려는 거부의 노력이 있을 수 있다. 따라서 국제정치란 강대국을 중심으로 해서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이론도 가능하다.

그러나 이런 경우, 즉 강대국이 아닌 나라 사이의 정치관계는 그 규모나 정도에 있어서 강대국 중심의 정치관계와 비교가 안 될 만큼 적거나, 또 시간적으로 일시적인 것이 특징이다. 물론 이 일시적이란 말은 어느 정도의 기간을 의미하느냐의 문제가 제기되기 때문에 사용하기 어려운 용어이기도 하다. 예컨대 아랍과 이스라엘간의 전쟁과 인도·파키스탄간의 전쟁은 상당히 오랫동안 지속되었으며 당시로는 얼마나 계속될지 예측하기도 어려웠다. 그런데 이들 분쟁(紛爭)은 그 분쟁의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특징이 있다. 설혹 시간적으로는 상당히 오래 계속되고 있으나 분쟁이 미치는바 영향이 비교적 당사자들에게 한정되고 있는 점을 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이들 분쟁은 미국과 소련의 의사 여하에 따라서는 확대될 수도 있고 또 제한될 수도 있는 것이었다. 이렇게 보면 아랍과 이스라엘은 중동분쟁(中東紛爭)의 주체이면서도 중동분쟁의 최종적인 귀결을 결정할 수 없는 상황에 있었음을 알 수 있을 것이었다. 이러한 상황은 인도·파키스탄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여기에서 아랍과 이스라엘과의 관계나 인도·파키스탄의 관계가 국제관계이면서도 그 관계가 미치는 바 영향이 제한적이고, 또한 그들의 관계는 미국과 소련의 관계에 종속(從屬)하고 있었던 관계임을 알 수가 있을 것이다. 따라서 이들 나라 사이의 정치현상을 국제정치가 아니라고 할 수는 없으나, 우리가 흔히 말하는 국제정치의 뜻과는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위에서 본대로 국제정치 현상은 반드시 강대국들을 중심으로 해서 일어나는 것만은 아니지만, 궁극적으로는 강대국의 개입을 전제로 하거나 강대국의 개입이 불가피해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우리가 흔히 국제정치, 특히 현대 국제정치의 특징을 말하는 경우, 그것은 동시에 세계정치적인 국제정치를 말한다는 사실을 알 필요가 있겠다. 오늘날 지구상의 모든 나라는 하나의 세계정치 단위를 이루고 있다. 그래서 국제정치의 핵심은 이 세계정치의 기본에 영향을 주거나, 또는 세계정치의 기본질서 수립 또는 파괴와 관련이 있는 상황을 말한다.

위에서 본 아랍·이스라엘간의 관계나 인도·파키스탄의 관계와 같은 것은 흔히 지역정치(地域政治)라고 부른다. 그래서 미·소 관계와 같이 세계 전체의 문제에 영향을 주었던 정치현상을 국제정치라고 말하고 이것을 국제정치의 특징이라고 하겠다.

이러한 상황은 먼저 미·소가 각각 세계를 지배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고, 또 현실적으로 세계의 거의 모든 문제에 적어도 다소간의 관심과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이들 강대국이 관여하지 않은 일은 거의 없고, 이들이 직접·간접으로 관여하지 않은 일은 정치적인 문제로 부각되지 않는 것을 흔히 보았다. 예컨대 미·소가 별로 관심을 보이지 않는 후진국 문제가 후진 여러 나라의 아우성에도 불구하고 국제문제화하지 않았던 사실을 들 수 있겠다. 예를 들면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 같은 기구는 선·후진국 사이의 무역불균형 시장과 남북문제의 해결을 기본정신으로 삼고 있으나 강대국의 소극적인 자세로 큰 성과를 보지 못했다. 국제분쟁이나 경제문제에서도 항상 강대국의 의견이 결정 주도권을 잡아온 것이 국제정치의 생리였음은 부인할 수 없으나 한동안은 비동맹 국가들의 각성과 단결이 현대 국제정치의 무대에서 은연중 압력이 되어 국제회의의 분위기를 좌우하기도 했다. 그러나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과 미국의 그레나다·파나마 침공사태는 힘에 의한 강대국의 국가이익 우선을 극명히 보여준 사례였다.

<朴 奉 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