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세계 대백과사전/종교·철학/한국의 종교/단 군 신 앙/단군신앙〔서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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檀君信仰〔序說〕

단군신화[편집]

檀君神話

단군신화는 신화의 제3기에 해당된다. 신화의 제1단계는 우주의 개벽을 설명하며, 제2단계는 인류의 발생을 설명하고, 제3단계는 그 국가의 건국과 씨족의 시조가 어떻게 탄생되었는가를 설명한다. 따라서 단군이 어떻게 해서 탄생했으며 또 어떻게 나라를 세웠는가를 설명한 단군신화는 신화사에 있어서는 마지막인 제3기의 신화에 속하는 것이다.

단군신화에 나타나는 신앙을 알려면 먼저 단군신화의 기록을 살펴보아야 한다.

단군신화는 <삼국유사(三國遺事)>·<제왕운기(帝王韻記)>·<세종실록지리지(世宗實錄地理志)>·<응제시주(應制詩註)> 등에 기록되어 있는데 가장 오래된 <삼국유사>를 인용하면 대략 다음과 같다.

단군왕검이 도읍을 아사달(阿斯達)에 세우고 나라를 열어 조선이라 이름하니 당고(唐高)와 같은 때라 하였다. 고기에 이르기를, 옛날 환인(桓因)이 자주 천하에 뜻을 두어 인간세상을 탐내는 까닭에 아버지가 아들의 뜻을 알고 아래로 삼위태백(三危太伯)을 내려다보니 인간을 홍익(弘益)할 만하거늘 천부인(天符印) 세 개를 주어 가서 다스리게 하여 환웅이 무리 3000을 거느리고 태백산 마루턱의 신단수(神壇樹) 아래로 내려와 이곳을 신시(神市)라 이르고 그를 환웅천왕이라 하였다.

풍백(風伯)과 운사(雲師)를 거느리고 곡(穀)·명(命)·병(病)·형(刑)·선악(善惡)을 맡아보아 인간의 온갖 360여 가지 일을 모두 맡아 다스렸다.

이때 한 곰과 한 범이 같은 굴에 살며 항상 신 환웅에게 빌어 가로되 원컨대 사람이 되게 해달라 하니, 신이 신령스런 쑥 한줌과 마늘 스무 개를 주며 말하기를, 너희들이 먹고 100일 동안 햇빛을 보지 아니하면 사람의 형상이 되리라 하였다.

곰과 범이 이것을 먹고 기(忌)한 지 삼칠일(三七日) 만에 곰은 여자의 몸으로 변하였으나 범은 기를 잘 못하여 사람이 되지 못하였다.

웅녀(熊女)가 저로부터 혼인하는 이가 없으므로 항상 신단수 아래에서 태기 있기를 빌었더니 환웅이 거짓 화하여 이와 혼인해서 아들을 낳아 호를 단군왕검이라 하였다. 후에 다시 아사달로 도읍을 옮기고 수(壽)가 1,908세(歲)이며 뒤에 아사달에 숨어 산신(山神)이 되었다.

이것은 단군신화의 대략이니 여기에는 고대인의 원시신앙이 나타나 있다. 즉, 고대인들의 신관(神觀)·수관(數觀)·주술관(呪術觀) 등을 보여 주고 있는 것이다.

신관[편집]

神觀

환웅이 하늘에서 태백산정에 내려왔으며 여기에 신시(神市)를 마련했다는 것은 태초의 시조(始祖)가 하늘에서 하강했다는 신화성을 의미하며, 또 산마루에 있는 신수(神樹) 아래에 신단을 만들었다는 것은 태양숭배와 신목사상(神木思想)을 보여주는 것이다.

여러 고대민족들이 태양숭배를 했고 또 태양에 제사하기 위해서 산 높은 곳에 신단을 마련하고 하늘에 제사하였으니, 단군신화도 그러한 원시신앙의 일종이다.

이러한 예는 현재도 산제(山祭)·기우제(祈雨祭)를 지낼 때 산 위에 단을 만들고 지내는 것으로 보아 짐작할 수 있거니와 단군 이후에 전승된 신앙 양식이다. 높은 산을 하늘에 접근해 있어서 하늘에서 내려올 때에 우선 첫발을 디디는 곳이기에 신이 내려올 적에는 일단 태백산같이 놓은 산 위에 하강하는 것이다.

또 높은 산은 하늘에 올라갈 때 발판이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산 위에 단을 마련하고 제사하는 민속이 생긴것이다. 높은 산 위에 큰 고목이 있는 것은 원시신앙에서 갖추어야 할 조건이었다. 산이 높거니와 큰 나무는 거기에서 다시 높으니 하늘에 더욱 접근한 셈이며, 따라서 하늘에서 내려올 때나 하늘로 올라갈 때에 통로 역할을 할 수가 있다. 지금도 마을 근처에는 거목(巨木)이 있어 마을의 신수(神樹)로서 사람들의 신앙의 대상이 되고 있다.

환웅은 신수 아래로 하늘에서 내려왔을 뿐 아니라 사람으로 변한 곰은 신수 아래에서 태기 있기를 빌었다.

신이 하늘에서 내려온 것도 거목(巨木) 밑이며 또 웅녀가 잉태하기를 기원한 장소도 거목 밑이었다는 것은 우연한 일이 아니고 거목을 신격시하는 고대신앙이 있기 때문이었다.

즉, 거목은 신령스러운 나무이며 여기에는 신이 있어서 신과 교통할 수 있으며, 사람이 소원을 빌 때에도 신수 밑에서 해야만 한다.

이것은 수목(樹木)을 신성시하는 신앙이니, 요즈음에도 자식 없는 여인들이 거목에다 아들 낳기를 비는 산속(産俗)이 전승되고 있으며 마을에 있는 거목에 명절때 또는 택일해서 제사하는 까닭은 바로 단군신화에서 보는 신수신앙(神樹信仰)과 같은 것이다.

한국의 민간신앙의 장소에 대개의 경우 거목이 있는 것도 역시 신수신앙에 의한 것이다. 신라의 계림(鷄林)을 국호로 삼았던 것은 김알지(金閼智)를 계림에서 얻은 데 유래하는바, 이것 역시 신수신앙의 일종이 된다.

호랑이와 곰이 사람이 되기를 소원했을 때에 신은 쑥 한줌과 마늘 20개를 먹도록 했다.

이것은 쑥과 마을을 먹음으로써 인간이 될 수 있는 기능을 부여한다는 것이니 쑥과 마을을 단순한 식물로서가 아니라 신비한 식물로 인정했다는 증거이다. 즉, 하고많은 식물 중에서 유독 마을과 쑥을 먹으라는 것은 쑥과 마늘을 먹으면 짐승도 사람이 될 수 있는 신비한 능력이 생기는 것으로 믿었기 때문이다. 쑥과 마늘은 지금도 민속적으로 축귀(逐鬼)의 기능이 인정되어 민간신앙에서 흔히 사용된다.

단오날 오시(午時)에 쑥을 뜯어 말렸다가 약으로 쓰고 있으며, 마늘은 몸을 보호하는 강장제로도 쓰이고 있다. 쑥과 마늘의 성분이 의약에 효과가 있을 수도 있겠으나, 단군신화에서 마늘과 쑥을 먹도록 한 것은 약물적 효용을 지나서 신앙화해 있었음을 뜻한다.

다시 말해서 짐승이라는 조건을 탈피하는 방법으로 마늘과 쑥이 채택되었고, 그 결과에 있어서 금기(禁忌)를 잘 지킨 곰은 여인으로 둔갑할 수가 있었다. 그 계기가 바로 마늘과 쑥을 먹고 금기를 지킨 데 있었던 것이다.

단군은 죽어서

아사달(阿斯達)의 산신(山神)이 되었다. 고대 한국인의 신관은 애니미즘(animism)이어서 만물유신관(萬物有神觀)을 가지고 있었으며, 나무·바위·산·하천 등 모두가 담당하고 있는 신이 있다는 것이다.

산에도 제각기 담당하고 있는 신이 있다. 산신(山神)은 마을을 지키는 수호신(守護神)으로 마을 사람들의 극진한 신앙의 대상이 되고 있거니와, 산제당을 짓고 제사하거나 산마루에 흙으로 단을 마련해 두고 제사하기도 한다.

단군신화에서는 단군이 죽어서 산신이 되었다고 하였으니 이는 사람이 산신이 된 경우이다. 고대에 있어서는 산신은 원래부터 있는 자연신으로서의 산신이 있고 또 아사달의 산신의 경우처럼 영웅·성현·시조가 죽어서 산신이 되는 경우가 있다. 산신은 마을을 보호하고 마을 사람들의 생명과 복을 지켜주는 것이니, 단군은 죽어서 나라와 겨레를 보호하는 수호신이 되었다는 해석이 된다.

단군의 어머니는 곰이다. 호랑이는 금기를 지키지 못하였기 때문에 사람으로 변화할 수 없었으며 곰은 금기를 지켰기 때문에 주술의 효과를 보았다는 것이 된다. 호랑이는 산신이 아니면 산신의 사자(使者)로 존경되고 민간에서는 산군(山君)이란 칭호를 받고 있다.

곰은 동북 아시아의 여러 원시민족들 사이에 신격시되고 있으며 곰과 신은 깊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믿어지고 있다. 여러 동물 중에서 곰을 어머니로 삼은 것은 곰이 지니는 신앙성을 의미하며, 신의 상징으로 설정한 셈이다.

곰을 신격시하는 신앙에서 주술로 인간화할 수 있는 능력을 부여하고 다시 단군을 낳게 하여 곰 토템을 성립시켰다. 한국의 지명에 고마(固麻)·웅주(熊州)·웅진(熊津)·웅천(熊川) 등 곰과 관계되는 이름이 많은 것도 곰신앙에 의한 것으로 해석된다.

주술[편집]

呪術

단군신화에는 과학적으로는 이해가 가지 않는 초인간적인 기능을 발휘하는 주술신앙이 나타나 있다. 첫째, 주술에 의해 짐승이 사람이 되고 둘째,주술에 의해 잉태하게 되며 셋째, 숫자가 마술의 기능을 가지며 주술적인 효과를 나타내는 것 등이다. 사람이 원한다고 해서 딴 사람으로 변생하거나 다음 세상에 재생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더욱이 사람이 동물이 되고 또한 짐승이 사람이 되고 하는 전생(轉生)도 소원한다고 해서 가능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단군신화에서는 짐승이 사람으로 화하기를 원해서 주술로써 소원을 이루었고, 또 자식을 갖기를 원해서 소원대로 아들을 낳게 되었다. 모두가 과학이나 상식으로서는 이해가 가지 않는 이야기지만 주술의 세계에서는 가능한 일이었다.

인간으로 전생하는 주술의 방법으로서 약물인 마늘 20개와 쑥 한 줌을 먹고 태양을 보지 않고 100일 동안 금기하라는 것이었으니 비밀은 약물과 100일과 햇빛을 보지 않는 데 있었다. 민간신앙에서는 근신하거나 죄를 지었을 때는 태양을 피하고 고행을 하거나 기도를 한다.

따라서 단군신화에 있어서 햇빛을 보지 말아야 한다는 것도 근신 탈화(脫化), 상급에의 승화 방법을 제시한 것이다.

100일간이란 기일을 정한 것은, 100이란 숫자는 원래 '온'이라 해서 많다는 뜻이니 '오랫동안' 또는 '충분'히 하라는 것으로 해석된다.

요즈음에 와서도 큰 소원을 이루기 위해서 정성을 들이고 기도를 드릴 때에는 100일정성·100일기도를 드리는 수가 많다. 또 이때의 마늘 20개라는 '20'이란 숫자와 3·7일 기도를 드렸더니 곰이 사람으로 변화하였다고 하는 이 3·7이란 숫자도 주술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다.

원시시대나 미개사회에서는 20이란 숫자는 한 사람이란 뜻을 갖는다. 즉 사람이 손가락과 발가락을 모두 합하면 20이 되기 때문에 20은 한 사람이란 대명사도 된다. 따라서 20개란 바로 1인분을 먹으라는 의미로 해석이 된다.

3·7도 모두 양수이며 민간신앙과 산육속(産育俗)에서 흔히 사용되는 숫자인바 축귀의 마술성을 지니고 있는 숫자이다. 즉, 금기하는 데 최소의 단위는 3이 아니면 7로 구분되어 있으며 민간신앙의 주술행위의 단위로 3·7이란 숫자가 흔히 사용되고 있으니 그 기원은 단군신화에서 찾게 된다.

단군신화에는 3이란 숫자가 많이 발견된다. 천부인(天符印) 3개를 가지고 무리 3000명을 거느리고 내려와서 인간 300여 가지 일을 맡아보도록 하였으니 3이란 수를 자주 사용했다.

이 3수 신앙이 지금도 3이란 수를 즐겨 쓰는 관습으로 되었다. 3·7수도 산후 3·7일 동안 삼신(三神)에게 밥과 국을 떠놓으며, 3·7일 동안 금줄을 쳐놓고 사람들도 3·7일 동안은 부정(不淨)을 타지 않도록 금기하고 있다.

단군신화는 개국한 시조의 탄생신화이지만 그 과정에 고대 한국인의 신앙이 반영되어 있어 옛 모습을 알 수가 있다.

즉, 고대 한국인의 신관(神觀)을 비롯하여 주술과 숫자에 이르는 민간신앙이 기록되어 있으며 그 대부분이 오늘날에도 그대로 전승되어 있다.

단군을 신격으로 섬기고 신앙하는 신흥종교도 단군교(檀君敎)를 비롯해서 군소 단체가 산재해 있다. 그러나 이 종교단체들은 단군에 대하여 종교적 의미를 부여하고 신으로 신앙하는 데 목적이 있기 때문에 단군신화에 나타난 신앙심을 분석하는 것과는 별개의 문제이다.

<任 東 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