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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점이란 헐없이 똑 난장판이다.

감독의 눈은 일상 올빼미 눈같이 둥글린다. 훅하면 금 도적을 맞는 까닭이다. 하긴 그래도 곧잘 도둑을 맞긴 하련만…….

대거리를 겪으러 광부들은 하루에 세 때로 몰려든다. 그들은 늘 하는 버릇으로 굿문 앞까지 와서는 발을 멈춘다. 잠자코 옷을 훌훌 벗는다.

그러면 굿문을 지키는 감독은 그 앞에서 이윽히 노려보다가 이 광산 전용의 굿복을 한 벌 던져준다. 그놈을 받아 쥐고는 비로소 굿 안으로 들어간다. 이렇게 탈을 바꿔 쓰고야 저 땅속 백여 척이 넘는 굿 속으로 기어드는 것이다.

그와 마찬가지로 대거리는 굿문께로 기어 나와서 굿복을 벗는다. 벌거숭이 알몸뚱이로 다리 짓 팔짓을 하여 몸을 털어 보인다. 그리고 제 옷을 받아 입고는 집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이것이 여름이나 봄철이면 혹 모른다. 동지섣달 날카로운 된바람이 악을 쓰게 되면 가관이다. 발가벗고 서서 소름이 쪽 끼치어 떨고 있는 그 모양 여기 우스운 이야기가 있다.

"아야" 하고 소리를 치다가 시나브로 무안하여 허리를 구부린다. 이것을 보고 곁에 몰려섰던 광부들은 우아아, 하고 뭇웃음이 한꺼번에 터져오른다.

이렇게 엄중히 잡도리를 하건만 그래도 용케는 먹어들 가는 것이다.

몇 두 달씩 안 빤 옷을 벗길 적마다 부연 먼지는 오른다. 게다 목욕을 언제나 했는지 때가 누덕누덕한 몸뚱이를 뒤져보려면 구역이 곧바로 올라오련다. 광부들이란 항상 돼지 같은 몸뚱이이므로--

봄이 돌아와 향기로운 바람이 흘러내려도 그는 아무 재미를 모른다. 맞은쪽 험한 산골에 어지러이 흩어진 동백, 개나리, 철쭉들도 그의 흥미를 끌기에 힘이 어렸다. 사람은 기계와 다르다. 단 한 가지 단조로운 일에 시달리고 나면 종말에는 고만 지치고 마는 것이다. 그 일뿐 아니라 세상 사물에 권태를 느끼는 것이 항용이다. 그런 중 피로한 몸에다 점심 벤또를 한 그릇 집어넣고 보면 몸이 더욱 나른하다. 그때는 황금 아니라 온 천하를 떼어온대도 그리 반갑지 않다. 굴문을 지키던 감독은 교의에 몸을 의지하고 두 팔을 벌리어 기지개를 늘인다. 우음 하고 다기 권연을 피운다. 그의 눈에는 어젯밤 끼고 놀던 주막거리의 계집애 그 젖꼭지밖에는 더 띄지 않는다. 워낙 졸린 몸이라 그것도 어렴풋이---

요 아래 산중턱에서 발동기는 채신이 없이 풍, 풍, 풍, 연해 소리를 낸다. 뭇 사내가 그리로 드나든다. 허리를 구붓하고 끙, 끙, 매는 것이 아마 감석을 나르는 모양. 그 밑으로 골물은 동에 부대끼며 콸콸 내려흐른다.

광부는 헝겁스리 눈을 희번덕이며 이렇게 말이 꿈는다. 걸때가 커다랗고 걱세게 생겼으나 까맣게 지올려 보이는 사다리를 더구나 부상자를 업고 기어오르는 동안 있는 기운이 모조리 지친 모양. 식식! 그리고 검붉은 이마에 땀이 쭉 흐른다. 죽어가는 동관을 구하고자 일초를 시새워 들렌다.

“이걸 어떻게 살려야지유?”

감독은 대답 대신 다시 낯을 찌푸린다. 등에 엎어진 광부의 바른편 발을 노려보면서 굴복 등거리로 복사뼈까지 얼러 들써매곤 굵은 사내끼로 칭칭 감았는데 피, 피, 싸맨 굴복 위로 징그러운 선혈이 풍풍 그저 스며오른다. 그뿐 아니라 피는 땅에까지 뚝뚝 떨어지며 보는 사람의 가슴에 못을 치는 듯, 물론 그자는 까무러쳐서 웃통을 벗은 채 남의 등에 걸치어 꼼짝 못한다. 고개는 시든 파잎같이 앞으로 툭 떨어지고---

아내는 아무 말도 대답치 않는다. 고개를 수그린 채 보기 흉악한 그 발을 뚫어지게 쏘아만 볼 뿐. 그러나 가무잡잡한 야윈 얼굴에 불현듯 맑은 눈물이 솟아내린다. 망할 것두 다 많아. 제 발을 이래까지 하면서 돈을 벌어 오라진 않았건만. 대관절 인제 어떻게 하려고 이러는지!

얼마 후 이마를 들자 목성을 돋우며

"아프지 않어?" 하고 뾰로지게 쏘아박는다.

"아프긴 무 아퍼, 인제 낫겠지."

바로 희떱게스리 허울 좋은 대답이다. 마는 그래도 아픔은 참을 기력이 부치는 모양. 조금 있더니 그 자리에 그대로 쓰러지며

"아이구!"

참혹한 비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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