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 육로관광 답사 기자회견
오늘 오후 다섯시 반쯤 시범관광을 마치고 동해 임시 CIQ를 통해 남쪽으로 내려왔습니다. 저는 두번째로 군사분계선을 지나왔지만 이번에 많은 분들이 처음 군사분계선을 넘고 좋아했습니다. 하지만 그 이면에서 하나의 조국이 남북으로 갈라졌던 데서 오는 안타까움과 서글픔을 다같이 공감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이제 남북 경협사업에 대한 현대의 입장을 말하겠습니다.
현대는 남과 북의 긴장을 완화하고 평화통일에 기여한다는 소명의식을 바탕으로 지난 1989년부터 남북경협사업을 추진해 왔습니다. 그해 1월 고 정주영 명예회장이 북측과 금강산 관광사업을 비롯해 육로를 통한 사업 등에 어렵게 의견을 모았습니다.
지난 1998년에 이르러 고 정주영 명예회장은 침체상태에 있던 남북간 경제협력을 되살려 경제통일을 이루는 것이 우리 민족의 통일에 기여한다는 일념으로 여러가지 사업을 전개했습니다. 금강산 사업을 필두로, 특히 기간산업 발전 없이는 경제발전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해 북측의 기간산업에 관심을 집중했고, 북한의 경제발전이 남북의 경제발전에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1998년초부터 이런 사업내용을 구체적으로 실현하기 의한 논의가 진행돼 여러가지 어려운 고비를 넘기며 사업이 진행됐습니다.
같은해 11월18일 분단 50년만에 동해를 통한 바닷길이 열리고 금강산 관광사업이 시작됐습니다.
99년부터는 북측의 사회간접자본시설과 기간산업 건설이라는 보다 원대한 사업을 북측과 협의하기 시작했습니다. 2000년 초부터 이런 사업들이 보다 구체화되기 시작했고 5월 잠정합의 이후 이런 내용을 확실히 하기 위해 북측 고위층의 확인을 받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마침내 같은해 8월 대북사업 합의서가 북측 고위층에 보고되고 우리 정부 당국자도 확인한 바 있습니다.
북측에서의 원활한 사업수행과 구체적인 사업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2001년 11월 북측에 의해 개성과 금강산 지역이 관광특구로 지정됐고 그간 논의됐던 개성 통천지구 사업과 금강산 사업 확대에 대해서도 합의했습니다. 또 개성과 금강산 지역에 대한 50년 토지이용에 대해서도 합의했습니다.
현대의 금강산 관광, 개성 통천공단 건설, 금강산 수자원 이용, 임진강댐 이용 등과 같은 사업은 북측의 거의 모든 사업분야를 망라하는 것입니다. 이런 대규모 사업을 확보함으로써 남측 기업이 참여할 수 있는 교두보를 확보했습니다.
사전에 합의사실을 공개하지 못한 이유는 북측의 기간산업 건설 사업에 제3국과 일본, 호주, 미국 등 많은 나라가 관심을 갖고 있어 불필요한 경쟁을 피하기 위해서였습니다. 해외자금과 국제기금, 국제기구 등이 사업권을 요구할 경우 마찰이 있을 수도 있었습니다.
또 이런 국가적 대규모 사업은 일정 기간 공개않는 관례를 감안했고, 남북 정상회담과 관련해 불필요한 오해를 방지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대규모 경협사업이 공개되면 그 차제가 손상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대가 지불 경위를 말씀드리겠습니다.
현대는 2000년 광범위한 사업권 획득 뿐만 아니라 남북정상회담 성사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하고 총 5억불을 북측에 송금했습니다. 2000년 당시 대북송금이 남북정상회담에 일정 부분 기여했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민간기업이 추진한 대북경협사업은 남북관계의 특수성 때문에 정부당국의 깊은 이해와 협조가 불가피했고, 2000년 8월 현대와 북측간에 합의한 사업은 방대한 규모의 사업으로 정부와의 긴밀한 협력을 전제로 가능한 것이었습니다.
대북송금 문제는 관광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본의 아니게 물의를 빚게 된 것이며, 이에 대해 국민 여러분께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 경험부족과 의욕이 앞선 탓이었습니다.
이 문제가 불거진 직후 진솔하게 사과드리지 못하고 국민적 의혹을 증폭시킨 데 대해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앞으로 국내 투자기관, 전문기업, 관계기관과 긴밀히 협조해 사업을 수행해 나갈 것을 약속드립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국민적인 공감을 토대로 남북사업을 적법하게 추진하도록 하겠습니다. 기업윤리를 준수하고 법 절차에 따라 국민 이익에 부합되도록 사업을 추진할 것입니다.
최근 국민 여러분게 심려를 끼치게 된데 대해 사과 말씀 드립니다. 깊은 관심과 이해를 부탁드립니다.
2003. 2. 17
정몽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