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림에게 2
보이기
기림 형
어떻소? 거기도 덥소? 공부가 잘되오?
〈기상도〉 되었으니 보오. 교정은 내가 그럭저럭 잘 보았답시고 본 모양인데 틀린 데는 고쳐 보내오.
구 군[1]은 한 천 부 박아서 팔자고 그럽디다. 당신은 오십 원만 내구 잠자코 있구려. 어떻소? 그 대답도 적어 보내기 바라오.
함 체재도 고치고 싶은 대로 고치오.
그리고 검열본은 안 보내니 그리 아오. 꼭 소용이 된다면 편지 하오. 보내드리리다.
이것은 교정쇄니까 삐뚤삐뚤한 것은 '간조'[2]에 넣지 마오. 그것은 인쇄할 적이 바로잡아 할 것이니까 염려 없소. 그러니까 두 장이 한 장 세음이오. 알았소?
그리고 페이지 넘버는 아주 빼어버리는 게 좋을 것 같은데 의견이 어떻소? 좀 꼴불견 같지 않소?
구인회는 인간 최대의 태만에서 부침 중이오. 팔양[3]이 탈회했소―잡지 2호는 흐지부지요. 게을러서 다 틀려먹을 것 같소. 내일 밤에는 명월관에서 〈영랑시집〉[4]의 밤이 있소. 서울은 그저 답보 중이오.
자주 편지나 하오. 나는 아마 좀 더 여기 있어야 되나 보오.
참 내가 요새 소설을 썼소. 우습소? 자― 그만둡시다.
이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