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이동

나무칼 병사

위키문헌 ― 우리 모두의 도서관.

名話 나무칼 兵士

定鎬

지금으로부터 오래지 안은 옛날 푸로시아(普魯西亞) 나라에 푸레데릭이라는 유명한 임금이 잇섯는데 자긔 나라의 세력이 크고 군사의 힘이 강하야 구라파 텬디(歐羅巴 天地)에서는 가장 큰 권력(權力)을 가지고 잇섯지만 그래도 항상 만일(萬一)을 렴려하야 군사(軍事)에 대한 일이면 큰일이나 적은 일이나 엇더케 세밀(細密)한 주의를 가지고 잇는지 자긔 나라 병정의 일동일정(一動一靜)을 몸소 됴사하기 위하야 자그 몸에 더러운 옷을 걸치고 날마다 병정들의 뒤를 ᄶᅩᆺ차 다니며 그 행동을 정찰(偵察)하엿슴니다.

하로는 대왕이 다른 ᄯᅢ와 가티 병정의 입는 군복을 입고 엇던 술집에 드러 가서 병정이 술을 먹지 안는가 하고 삷혀 보닛가 그 집 한구석에 엇던 련대(聯隊)의 병정 하나가 술을 얼마나 먹엇는지 얼골이 샛ᄲᅡᆰ앗케 취해서 저 혼자 짓거리고 잇는 것을 보앗슴니다. 그리고 그 병정의 압헤 노힌 식탁(食卓) 우헤는 다 먹은 빈 술병이 十여 개나 노혀 잇섯슴니다.

술취한 병정은 지금ᄭᅡ지 말벗할 동모가 업서서 매우 심심햇든 듯이 대왕의 드러오는 것을 취한 눈으로 보더니 저의 동관으로만 녁이고

『아! 여보게 자네 참 잘 왓네! 내 술 한 잔 먹어 보려나………』 하고 ᄭᅵᆯᄭᅵᆯ 우스면서 술을 권하엿슴니다.

『나는 술을 먹을 줄 모르니 자네나 어서 먹게……』 하고 대왕이 거절하엿스나 술취한 병정은 벌덕 이러나드니 대왕에게로 비틀비틀 오면서

『이 사람아 련대의 대장이 올가바 무서워 그리나? 괜찬흐이 먹게 먹어! 안주가 업서서 그리나? 술이 업서서 그리나 술은 얼마든지 사 줄 터이니 자네 맘대로 먹게…… 하하 사내 자식이 술을 먹어야 하느니…… 여 ᄲᅩ——이 술 가저 오너라……』

하고 술김에 횡설수설 짓거리며 작고 권하엿슴니다.

그러나 대왕은 두 손으로 막으면서 『먹을 줄 모른다』고 굿이 사양하엿습미다. 『거짓말 마라 술을 먹을 줄 모르는 놈이 술집에 드러올 리치가 업는 것이 아니냐? 자 얼마든지 네 량것 먹어 보아라』 하고 대왕에게로 작고 달려드는고로 대왕은 차즘차즘 뒤로 물너스면서

『아니 여보게 대테 자네는 돈이 어대서 나서 이럿케 술을 맘대로 먹나?! 영문에서 밧는 그ᄭᅡ짓 월급으로는 당최 어림도 업슬 터인데……』 하고 물엇슴니다.

대왕은 ᄯᅳᆺ이 잇서서 뭇는 건이엿것만 원체 몹시 취한 병정은 눈치를 못채고 여전히 큰 소리만 치면서

『그래 그럿치…… 그럿치만 나는 긔묘한 계략(計略)이 잇지…… 하하하하』

『계략? 그것은 참 묘한 ᄭᅬ일세 그려. 그 계략만 가지면 자네 가티 술을 맘대로 사먹을 수가 잇단 말이지!』

『잇고말고 그러닛가 이럿케 마시고 마시고 ᄯᅩ 마신단 말이지……』

대왕은 점점 이상히 생각하고

『여보게 그 계략이란 대톄 엇던 것인가. 나한테만 좀 가르켜 주게 그려!』 하닛가 병정은 술김에도

『아니 아니 그것은 도저히 가르켜 줄 수가 업지! 자네 가티 술도 안 먹는 얌전한 병정에게 가르켜 주엇다가는 담박 대장에게 일너 밧처서 내 목아지를 뎅겅 버히게?』

대왕은 크게 놀나운 마음으로 그 괴상한 계략을 알려고 애를 썻슴니다.

『천만에 그럴 리가 잇나! 팔자가 사나와서 병졍 노릇은 하지만 그래 친한 친구의 비밀을 알어다가 상관에게 고자질이야 하겟나! 자네도 아다십히 우리 집에 식구는 만은데 영문에서 주는 돈은 적고 살기는 어렵고 나도 말이 안일세…… 그러니 그 계략을 나한테만 좀 아리켜 주게!』

대왕이 하도 열심히 졸느는 고로 술취한 병정도 엇절 수 업시 말을 ᄭᅥ냇슴니다.

『그럿타면 내가 자네한테만 아르켜 줌세. 실상인즉 그 계략이란 별다른 것이 아니라 내 몸에 지니고 잇는 군긔(軍器)로 술 사먹는 돈을 만드는 것이라네. 무엇이든지 차고 잇는 물건이면 팔어서 술을 사먹는단 말이야………

지금과 가티 전쟁도 아니하고 이럿케 평화(平和)스러운 ᄯᅢ 무긔(武器)가 무슨 필요가 잇겟나 소용 업는 물건을 팔어서 그 돈으로 술을 좀 사먹기로서니 무엇 잘못하는 일인가…… 자아 보게! 내가 차고 잇는 이 칼이 것흐로 보기에는 분명히 칼이 들어 잇는 것 갓지만 속에 정말 알멩이를 ᄲᅢ 보면 쇠로 만든 칼이 아니고 나무로 만든 칼이라네. 자아 엇던가! 자미 잇는 계략이 아닌가. 하 하 하』 하면서 술취한 병정은 엽헤 차고 잇든 칼을 자랑 삼어서 쑥 잡어 ᄲᅢ여 대왕에게 보혓슴니다.

지금ᄭᅡ지 괴상하게만 생각하고 잇든 대왕은 이것을 보고는 놀나지 안을 수 업섯슴니다. 병정이 ᄲᅢ는 칼은 분명히 나무ᄯᅢ기로 만든 칼이엿니다. 그러나 태연하게

『아아 참. 자네의 계략에는 탄복하지 안을 수 없네…… 훌륭한 ᄭᅬ일세……』 하닛가 병정은 대왕의 배속은 모르고 신이 나서

『훌륭하지? 자네도 그럿케 하게! 그리고 이 일은 절대로 입밧게 내지 말어야 하네. 이런 말이 만일 푸레데릭 대왕의 귀에만 들어가면 나는 당장 목아지 업는 귀신일 될 것일세……』 하고 이약이 하는 새이 대왕은 눈을 ᄯᅩᆨ바로 ᄯᅳ고 그 병정의 억개에 붓친 견장(肩章)과 목도리에 달린 련대의 반호(番號)를 ᄯᅩᆨᄯᅩᆨ이 긔억(記憶)해 둔 후 어대ᄭᅡ지 태연하게 하느라고 이 말 저 말 함부로 하고 그 병정에게 친절히 인사를 한 후 즉시 대궐로 도라 왓슴니다.

대궐로 도라 오든마다 즉시 긔억해 가지고 온 그 병정의 련대에만 한해서 별안간 소집명령(召集命令)을 나렷슴니다.

『○○련대만 즉시 련병장에 집합하라!』

이 무서운 명령이 ᄯᅥ러지자 그 련대에서는 무슨 일인 줄도 모르고 급히 취군 라팔을 불며 일변 황망히 련병장으로 모혀 왓슴니다.

대왕은 급히 대총통(大總統)의 복장을 밧구어 입고 시종무관(侍從武官)과 가티 말을 달려 련병장ᄭᅡ지 나왓슴니다.

병정들의 례를 밧는 대왕의 날카로운 두 눈은 그 만흔 병정들 가운데서 앗가 술집에서 보고 온 나무칼 병사(木劍兵士)의 몸을 쏘아 보더니 그 병정을 향하야 몸소 큰 소래로 호령(號令)하엿슴니다.

『전열 五번 六번! 七보 압흐로——읏!』

그 소리는 평소의 부드러운 소리가 아니고 몹시 날카롭고도 독한 소리엿슴니다.

대왕의 지명(指命)하는 대로 五번에 섯든 비밀의 나무칼 병사와 고 다음 병사는 두려운 태도로 닐곱 거름 압흐로 나가서 대왕의 압헤 갓가히 섯슴니다.

대왕은 나무칼 병사를 노려 보고

『너는 네가 차고 잇는 그 칼을 ᄲᅢ여서 네 엽히 잇는 병정의 목아지를 비여라!』

이것은 실노 ᄯᅳᆺ밧게 명령이엿슴니다.

시종무관과 련대장 이하 모든 병정들은 ᄭᅡᆷ작 ᄭᅡᆷ작 놀내여 눈이 둥글햇슴니다. 여러 사람보다도 이 명령을 밧은 나무칼 병사는 이 ᄯᅳᆺ밧게 명령에 얼골이 금시에 샛파래지며 몸을 사시나무 ᄯᅥᆯ듯 하더니 이윽고 스스로 진정하여 가지고

『대왕이시여! 이 병정은 아모 죄도 업슴니다. 아모 죄 업는 착한 백성을 죽이라 하시는 것은 아마 대왕 뎐하의 인자하신 마음 속에서 나오는 명령이 아니시겟지요』

하엿슴니다. 그러나 대왕은 듯지도 안코

『잔말 말앗! 내 명령이니 어서 칼을 ᄲᅢ서 저 병정의 목을 버혀라!』 소리첫슴니다.

나무칼 병사는 더욱 더욱 놀내여 엇절 줄을 모르고 황황하게 되엿슴니다. 누구의 명령이라고 감히 거역을 하겟슴닛가……… 칼을 ᄲᅢ기는 하여야 할 터인데 ᄲᅢ면 나무ᄯᅢ기 칼이 발견될 터이고 ᄲᅢ지 안흐면 대왕의 명령을 거역한 벌을 밧을 터이고…… 이래도 저래도 목숨이 살기는 어려운 것을 ᄭᅢ다럿슴니다.

그러나 이 ᄭᅬ만흔 병정은 잠간 동안에 한 ᄭᅬ를 내여서 얼른 오른손으로 칼자루를 쥐고 한울을 우러러

『아아 한우님이시여! 아모리 대왕 뎐하의 명령을 거역하는 불충한(不忠漢)이 된다고 할지라도 아모 죄 업는 정다운 친구를 죽일 수는…… 참말 마음이 허락지 안는 일이올시다. 언제든지 푸로시아 나라를 위하야 ᄯᅩᆨ가티 한맘 한ᄯᅳᆺ으로 ᄭᅳᆺᄭᅡ지 싸호다가 죽기를 굿게 맹서(盟誓)한 나의 전우(戰友)를 내 손으로…… 아! 엇더케 죽이겟슴닛가! 한우님이시여! 불상한 나의 동모를 위하야 애원하는 바이오니 내가 차고 잇는 이 칼을 금방 나무ᄯᅢ기 칼로 변하게 하여 줍소서……』 하면서 날쌔게 칼을 쑥 ᄲᅢ엿슴니다.

칼집에서 ᄲᅡ지는 칼은 분명히 나무로 만든 칼이엿슴니다.

손에 ᄯᅡᆷ을 쥐면서 마음을 조리고 잇든 모든 사람은 한우님의 이 신긔한 변화에 놀내며 으아——하고 깃븐 소리를 질럿슴니다.

푸레데릭 대왕은 마음에 깁히 탄복하면서

『아 그놈의 계략에는 질 수밧게 업다!』

하고 그냥 용서해 주엇슴니다. 그 후로는 한 병정도 술먹고 란폭한 짓을 아니하엿슴니다.